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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fle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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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nifle
작품등록일 :
2016.03.19 09:17
최근연재일 :
2019.04.04 19:57
연재수 :
26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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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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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93,079

작성
16.10.10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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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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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글자
12쪽

100화-유렐 아이스(Julell Ice)(2)

DUMMY

전혀 생각지도 못했고, 뜻하지도 않은 그런 만남이었다. 게임의 안에서 전혀 예상치도 못하게 지인을 만나게 된다면 어떤 느낌일까.

게다가 그 게임이 게임이 아닌 현실이라면?


“오랜만이네.”


“그러게.”


일행에게서 조금 떨어진 공터의 가장자리.

하늘을 올려다 보는 아인즈와 나무에 기댄 채 애꿎은 땅만 툭툭 차는 유렐까지. 두 남녀의 사이에서 어색한 기류가 흘렀다.

아인즈는 아인즈 나름대로 이 게임. 아니, 다른 세계의 안에서 그녀와 마주칠 거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유렐은 유렐 나름대로 그와 이렇게 마주할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무슨 말을 해야 하는 거야······’


분명 다시금 만나게 된다면 하리라고 생각했던 말들이 많았지만 정작 지금, 아무것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


-뭘 주저하는 거야. 답지 않게.


‘녹스(Nox)’


그녀는 자신의 안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퍼뜩, 고개를 들었다.


-뭘, 그렇게 주저하고 있는 거야. 네가 언제부터 그렇게 이리 각재고, 저리 각재고 살았다고.


‘그렇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그녀의 밖에 있는 이들에게의 이야기. 그녀에게 자신의 안에 있는 이들은 극소수뿐이었지만 그 중에서도 아인즈, 현휘는 특별했다.

최초로 그녀의 안에 들어온 외부인. 가장 각별한 친구이며 최초의 이성.

지금도 자신의 감정이 사랑인지 어떤지는 분명하게 갈피를 잡고 있지는 못했다. 다만 그가 생을 포기하는 것이 싫었기에 이곳을 알려주었고, 그가 살아있는 것에 만족하고 있을 따름이었다.

하지만 그 다음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렇지만이고 자시고 당당하게 행동하라고. 너는 이 몸. 녹스의 인정을 받은 파트너잖아? 자부심을 가지고 당당하게 가.


‘······’


-어서.


그의 재촉에 흘긋흘긋 아인즈를 몰래 훔쳐만 보던 그녀가 걸음을 떼었다. 확실히 지금의 자신은 평소와는 많이 달랐으니까.


‘그래, 좋아.’


“현휘야.”


“응?”


이게 정상이지. 라고 스스로 고개를 주억거리며 부름에 답하는 그를 마주한 그녀는 순간적으로, 다시 얼어붙고 말았다.

그래, 저 모습이었다.


“음······정현아?”


부드러운 미소. 하지만 그 안에는 무엇인지 모를 어떤 위엄 같은 것이 어려있었다.


‘이건······반칙이잖아.’


저 미소를 보게 된다면 그 종족이 누가 되었든 간에 여자라면 틀림없이 반하고 말 거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정현?”


“어, 어! 어.”


자신에게 닿는 그의 손길에 화들짝 놀란 그녀는 조심스럽게 마음을 추슬렀다. 오랜만에 마주한 그녀의 오랜 친구는 무척이나 많은 것이 달라져 있었다.

헤어질 당시의, 모든 것을 포기한 모습은 이미 기억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밝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또 과거와 같이 그냥 밝은 그런 느낌이 아닌, 좀더 매력적인 그런 모습.


‘꼭, 별처럼.’


“많이······달라졌구나.”


그녀의 목소리에서 약간의 어색함을 읽은 것일까. 아인즈의 얼굴에 조금 다른 미소가 어렸다. 꼭, 다 이해한다는 그런 웃음.


“뭐, 덕분에.”


“그렇구나······”


어째서인지 몰려드는 복잡한 심정.


‘하아······’


분명 그가 저렇게 좋아진 것은 기뻐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그 모습에 이유 모를 아쉬움이 느껴졌다.

그를 이 안으로 이끈 것은 자신이 맞았다. 그때의 마음이 어땠는지도 분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다시금 만나 그를 위로해 주겠다던 그 결심 역시도.


‘그렇구나.’


-그래, 그렇군.


자신은 그를 위로해 주기를 바라고 있었던 것이다.

그가 자신에게 기대는 것을 바라고 있었던 것이다.


‘뭐야, 이게.’


그 실체를 깨달은 순간 헛웃음이 나왔다. 자신이 이렇게 이기적이고 형편 없는 여자였던 것인지 자괴감이 들 정도였다.


“왜 그래?”


그런 심정이 표정에 드러난 것인지 의아함이 담긴 아인즈의 말에 살래살래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무것도. 그나저나 넌 어떻게 지냈어?”


“나야, 뭐······잘 지냈지.”


빙긋 웃으며 대충 마무리를 지으려는 그의 태도에 정현은 습관적으로 손이 나가는 것을 막지 않았다.

쩍!


“악! 아파! 아프다고!”


정타로 들어간 등을 문지르는 그를 보며 유렐의 입술이 비죽이 내밀어 졌다. 어떻게 된 게. 그런 일을 겪고도 전혀 달라진 것이 없는 것 같아 마음 한편이 가벼워진 것 같았다.


“똑바로 설명해. 똑바로. 널 여기까지 데려다 놓은 게 나라는 거 잊었어?”


“그렇다고 때릴 건 없잖아.”


“쓰읍!”


“알았어, 알았다고.”


미간이 좁아지며 올라가는 손에 아인즈는 어깨를 으쓱이고는 입을 열었다. 최초의 접속, 그 뒤의 인연들까지.

하지만 그 인연이 유렐의 마음에 들지 않는 듯 했다.


“연인? 설마 애인이라는 거야? 진짜로?”


“그런데?”


“허.”


유렐의 입에서 허탈한 감탄사가 새어 나왔다. 애초에 자신이 이곳으로 그를 인도한 것은 맞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만 같았던 그의 심리를 위해서였을 뿐이었다.

거기에 이곳은 어디까지나 가상(假像)절대 현실이 될 수 없다.


“진심이야? 여기는 가상이야. 실재가 아니라고. 그들은, 살아있는 것처럼 보여도 그게 아니라는 거, 너도 잘 알잖아?”


그녀의 말에 아인즈는 작게 고소를 머금었다.

그래, 맞다. 이곳은 가상이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평범한 이들의 이야기. 이미 세계의 이치에 접근해 모든 진실을 알고야 만 그에게는 전혀 공감할 수 없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너라고 해도 이런 이야기를 믿어주지는 않겠지.’


그의 오랜 친구는 언제나 그를 믿어주고, 응원해 주기도 했지만 동시에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사고를 하는 똑똑한 평범한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아인즈는 가장 적합한 단어를 선택해 문장을 자아냈다. 유렐 역시 충분히 이해해 줄 수 있을 만큼의 이야기를.


“글쎄······가상. 확실히, 네 말이 맞아. 이곳은 가상이지. 하지만 정작 너는 어때? 이곳에서의 삶이 가상이었다고, 거짓이었다고 이야기 할 수 있어?”


그의 물음에 그렇다, 고 대답하려던 유렐의 목소리가 목에 걸려서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과연 가상이라고 할 수 있을까? 자신 있게 이곳은 가짜라고 대답할 수 있을까? 이 안에서 살아있는 NPC들과 세계가 과연 가짜라고 자신 있게 답할 수 있는 이들이 몇이나 될까?

거기에 그녀는 이미 두번의 상실을 이 안에서 경험했다.


“죽음마저도 완전하게 구현한 이곳에서의 삶이 과연 자신 있게 가짜라고 답할 수 있어?”


그의 말에 유렐은 답할 수 없었다.

이미 겪었던 두번의 죽음. 처음의 죽음을 겪었을 때에는 좌절과 슬픔이 엄습했고, 두번째의 죽음에서는 주체할 수 없는 슬픔과 상실감에 몇날몇일을 눈물로 눈가를 적셨었다.

Parallel에 접속하는 유저는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 세계에서 사라진다. 유저인 그의 존재가 완전히 소거되는 것이다.

설령 그 유저가 다시 캐릭터를 만들고 같은 얼굴, 같은 목소리로 나타나도 이 안에서 살아가는 NPC들은 그를 기억하지 못했다.

그가 아무리 자신이 동일한 인물이라고, 자신이 살아있다고 말해 봤자 공허한 울림에 불과했다.

그들은 이곳의 거주민들. 이곳, 이 세계가 완전히 죽음으로서 처리하고, 생자로서의 존재를 말소한 이는 완전히 사라진 것이니까.

이곳의 죽음은 그런 의미였다. 현실의 죽음이 남겨진 이들에게 주어지는 상실의 상처라면 이곳에서의 죽음은 망자가 겪게 되는 처절한 상실과 지독하리만큼 아픈 슬픔.


“어때? 너는, 그렇다고 자신 있게 답할 수 있어?”


꾸욱.

마디의 색이 바뀔 정도로 힘이 들어가던 손에서 힘이 빠져나가고 유렐의 입가에 어딘지 씁쓸해 보이는 미소가 걸렸다.


“······아니, 도저히 그렇게는 답할 수 없겠네.”


고개를 내저으며 결국 납득할 수 밖에 없었다. 그에게는, 슬픔을 견디지 못하고 이곳으로 피한 그에게는.

이곳이, 현실이라는 걸.

잔인한 세계를 떠나온 그의 세계는 이제, 이곳이라는 걸.

하지만 그렇다고 할지라도 절대 변하지 않는 것도 있었다.


“아인즈. 아니, 현휘야. 그래도 명심해. 이곳이 설령 진짜 세계라고 할지라도 너는, 우리는 어디까지나 손님일 뿐이야. 이곳에 뿌리를 두지 않는 방문자. 내 말. 무슨 뜻인지 알지?”


그녀의 다부진 말에 아인즈는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는 이곳의 주민은 아니었다. 그래, 아직까지는.


* * *


“에······저기요?”


“음?”


들려온 낯선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거기에는 화사한 금발에 푸른 눈동자를 가진 여성이 어색하게 손을 들어올리고는 난처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마스? 무슨 일이야?”


‘아, 그래. 그런 이름이었지.’


유니콘을 소환한 소환술사. 그리고 유렐의 동행이었다.


“어······저기, 언제 오나 해서 와봤는데······”


잠시 눈동자를 분주히 움직이던 그녀는 볼을 긁으며 약간 맹한 미소를 그려 보였다.


“역시, 조금 있다가 오는 게 좋을까?”


“뭐라는 거야.”


피식, 웃은 유렐은 엉덩이를 털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무래도 그녀에게는 자신과 아인즈의 모습이 사랑싸움이라도 하는 것처럼 보인 것 같았다.


“자, 가자.”


“어? 어, 응.”


유렐이 마스의 어깨를 살짝 치고는 팔을 이끌고 걸어 나가자 그녀는 우물거리다 곧 보조를 맞춰 걸음을 옮겨갔다.


‘어쩐지 기분이 좋아 보이네.’


분명 무언가 심각한 분위기였던 것 같았는데 정작 유렐의 기분이 좋아 보여 왠지 모르게 허탈했지만 곧장 싱글거리는 얼굴을 되찾았다.

그게 그녀의 몇 안되는 장점 중 하나였으니까.

그렇게 멀어지는 둘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아인즈는 작은 웃음을 흘리고는 손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동시에 조립 되어지는 마력들. 입자로 존재하는 마력들이 연결되어 실을 이루고, 실들이 서로 엮여 하나의 공간을 완전히 가렸다.


“이만 나오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


“이렇게 외부에 새어 나가지 않도록 준비도 마쳤으니 나오시는 게 크게 부담스럽지는 않을 텐데요.”


“그도 그렇군.”


그 말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 그가 흘긋 주변의 공간을 둘러보았다.

완전한 밀실. 지금 이 안에서 일어나는 그 어떤 일도 밖으로는 전달되지 않을 터였다. 그것만이라면 놀라지도 않았다. 지금 이건 단순히 어떤 마법의 종류가 아닌 단지 그의 순수한 마력의 컨트롤의 산물이었다.


‘이거야, 부담스러운 놈이라고는 생각했지만 숫제 괴물을 만난 것 같구만.’


그가 아는 한 이 정도로 완벽한 마력 컨트롤을 구사하는 이는 셋을 넘지 못했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적어도 수천년을 살아온 괴물들.

백년도 채 살지 않은 인간이 구사하기에는 너무나 규격을 벗어난 기교다.


“그래, 날 불러낸 이유는 뭐지? 내게 불만이라도 있나? 내가 딱히 그대에게 해를 끼친 기억도 없고, 끼칠 의사도 없다만은.”


처음 아인즈와 유렐이 마주칠 때. 그는 자신을 직시하는 아인즈를 마주했었다.

하지만 분명하게 자신을 의식하고 있음에도 시선을 돌리기에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이리라 생각을 했지만 이렇게 불러내는 것은 아무래도 썩 달갑지 않았다.

그런 그의 심사를 알고 있는 것인지 아인즈는 특유의 미소를 그리며 살짝 고개를 숙였다.


“저 역시 딱히 목적은 없었습니다. 단지······”


말꼬리를 흐린 아인즈의 손에 검은 마력이 소용돌이치며 모여들었다. 일반적인 마법을 위한 마력과는 명백하게 다른, 파괴의 기운.

검은 소용돌이는 이내 결정을 이루고 아인즈의 손 위에서 천천히 회전했다. 순수하게 검은 빛의 투명한 수정.

그것을 그와 자신의 가운데에 띄우고는 아인즈가 오른손과 왼손의 깍지를 끼며 가슴의 앞으로 가져왔다.

명백하게 적의가 없으며 그 어떤 무력 역시 사용하지 않겠다는 의사표현. 그리고 그 표현을 사용하는 곳은 여러 차원계 중 단 한 곳. 마계뿐이다.


“가장 오래된 어둠의 존재께서 계시기에 한번쯤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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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102화-자유도시 디알리아(Diallia)(2) +1 16.10.12 716 10 12쪽
102 101화-자유도시 디알리아(Diallia)(1) 16.10.11 625 9 12쪽
» 100화-유렐 아이스(Julell Ice)(2) +1 16.10.10 713 9 12쪽
100 99화-유렐 아이스(Julell Ice)(1) +3 16.09.25 755 1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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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97화-마법사의 의무(1) 16.09.23 666 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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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95화-토리스(Torris)(2) 16.09.17 636 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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