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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fle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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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nifle
작품등록일 :
2016.03.19 09:17
최근연재일 :
2019.04.04 19:57
연재수 :
26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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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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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93,079

작성
16.09.24 13:00
조회
747
추천
10
글자
12쪽

98화-마법사의 의무(2)

DUMMY


아인즈가 다시 한줌의 흙을 집어 올렸다. 그리고 활성을 부여하자 왼손에는 활성화된 흙이, 오른손에는 비활성화 된 흙이 쥐어져 있었다. 비율은 좌우가 10:1정도.

그리고 그 두가지를 합치고 잠시의 시간이 흐르자 아인즈가 흙을 펼쳐 보였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어? 아까 분명 비활성화 된 흙이 있지 않았나요?”


“네. 있었죠. 그리고 이것이 제가 여러분에게 보여드리고 싶은 것입니다.”


그가 손을 젖자 흙이 허공으로 비산했다. 그것을 아인즈가 잠시 고정하고 다시 3분 정도의 시간이 흐르자 거둬 들였다.

흙은 다시 비활성화 되어 있었다.


“어? 어?”


“이렇듯 활성과 비활성은 서로 상호간에 영향을 끼칩니다. 큰쪽이 작은 쪽을 잡아먹는 식이지요.”


“······”


“엔트로피라는 말. 들어보셨죠?”


“네. 분명히 가용불가의 자원이 늘어나는 개념으로 알고 있습니다.”


“네. 그렇죠. 지금 여러분이 보고 계시는 게 바로 이상력의 엔트로피입니다. 전혀 사용할 수 없는 그런 거죠.”


“그런데 그게 어떤 관계가 있는 겁니까?”


그 물음에 아인즈의 손이 허공을 저으며 하나의 마법진을 그려갔다. 그리고 구현되는 술식.


“우리가 마법을 사용할 때에는 마나를 가공한 마력을 이용합니다. 그리고 술식이 발현되는 순간 마력은 활성력이 사라지고 휴지 상태가 되지요. 이것이 약한 수준의 비활성화 입니다. 그래서 대단위의 마법을 사용할 경우 충분한 마력 공급원이 있지 않은 경우 그 주변이 일시간 마법을 사용할 수 없는 공백상태가 되는 겁니다.”


“그게 무슨······아! 설마!”


아인즈가 지극히 뛰어나고 규격외의 인물일 뿐. 그들 역시 국가 단위에서 손꼽히는 인재들. 지금까지 그가 보여준 것들과 이야기면 충분히 연상할 수 있었다.


“네, 그렇습니다. 본래 비활성화는 극히 작은, 세계라는 단위로 본다면 티끌만큼의 현상입니다. 그 탓에 금세 복구 되어 언제나 같은 수준의 활성이 유지되고 있는 것이죠. 하지만 그것도 마법으로 사용해 약간의 휴지상태가 되는 것까지 입니다.”


아인즈의 손이 뒤집어지고 그의 손에 담겨있던 흙이 일제히 쏟아졌다. 그 모습이 무척이나 쓸쓸하게 보여졌다.


“이렇게 마을 단위의 공간에서 완전한 비활성화 상태가 된다면 그 복구에는 얼마나 오랜 시간이 들어갈 지 상상도 할 수 없습니다. 아니, 그 주변의 이상력이 약하다면 오히려 비활성 영역이 점점 커져갈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그 일대는 언데드조차 살수 없는 ‘진짜’죽음의 대지가 되는 겁니다.”


아인즈의 주변이 떨리며 그의 곁으로 천천히 빛무리가 모여 들었다. 하나, 둘. 하지만 차츰차츰 늘어나더니 곧 일행을 모두 덮을 수 있을 정도로 커져갔다.

그 신비로운 광경에 모두가 멍하게 그를 바라보자 그의 입이 열리며 차분한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아시겠습니까? 그래서, 완전한 세계의 종말을 가져올 수 있기에 비활성화 연구는 사장된 것입니다.”


이윽고 그의 곁에 있던 빛들이 서서히 주변을 잠식해 나가며 죽어버린 공간에 다시금 생명을 부여했다.

그것은 마치 무채색의 스케치에 물감을 칠하는 것 같은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여러분은 마법사입니다. 세계의 이치를 자신의 의지에 따라 비틀고, 혹은 뒤집는 자. 하지만 그렇기에 여러분은 세계를 유지하고,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제가 전에 말 했었죠? 노블레스 오블리제. 그것이 비단 귀족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닙니다. 힘을 가진 이라면 누구라도 해당하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마법사라 해도 어디까지나 이 세계의 주민. 거기에 마법은 세계의 섭리를 왜곡하지만 그렇기에 세계의 섭리가 더욱 중요합니다. 왜곡은 어디까지나 근간이 있어야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니까요.”


어느덧 아무런 기운도, 생기도 없었던 장소에 다시 생기와 활력이 덧칠 되어지고 아인즈의 시선이 망연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학생들을 향했다.


“명심하세요. 우리는 마법사입니다. 세계를 비틀고, 왜곡하기에 우리는 그 누구보다도 이 세계를 유지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언제나 가슴에 새기고, 명심해서 행동해 주세요.”


훗날 마법사의 서약이라 불리는 그 문구는 자유도시 디알리아를 감싸고 있는 붉은 산맥의 어느 죽어버린 대지를 살려놓는 이적과 함께 탄생했다.


* * *


붉은 산맥의 밤은 아름다웠다. 비록 본래 이곳에 거주하고 있던 이들은 모두 사라지고 없었지만 다시금 활력을 얻은 환경은 어쩌면 예전보다도 더 아름다운 모습을 비춰냈다.

타닥, 타닥.

따스하게 타오르는 모닥불 빛에 발갛게 얼굴을 불들인 이들을 보며 아인즈는 손에 들린 장작을 불에 던져 넣었다.

화르륵.

그 충격 탓에 하늘로 비산해 오르는 불티들이 꼭, 다시 자리를 찾아가는 별의 모습 같았다.


“교수님.”


낮게 들려오는 목소리. 학과의 대표를 맡고 있는 지드였다.


“실례가 아니라면 낮에 들려주셨던 이야기, 좀더 자세하게 들을 수 있겠습니까?”


전혀 의외의 말 이어서였을까. 그에게 시선을 향하던 아인즈는 픽, 웃음을 흘렸다.

지드의 주변에 있는 학생들이 모두 자신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마도 저 소심한 과대표는 이번에도 총대를 메고 나설 수 밖에 없었던 것이겠지.

하지만 그의 눈에 담긴 것은 분명한 열의였다. 좀더, 좀더, 높은, 그리고 많은 것을 알고자 하는 순수한 열의.

그것이 기꺼워 아인즈는 흔쾌히 입을 열었다. 애초에 지금부터 할 이야기는 언젠가는 해 줄 이야기들이었으니까.

거기에 지금 이 시대에 그가 아니라면 이런 이야기를 해 줄 이도 없을 터였다.


“글쎄요······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잠시 손가락으로 무릎을 두드리던 아인즈가 이내 결정을 내린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거기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겠군요.”


이윽고 시작된 그의 이야기에는 어느새 밤을 지새우게 하는 목동의 마력이 스며들어 있었다.


* * *


과연, 최초의 마법사는 어떤 이였을까요?

물론, 마법의 탄생에 관한 수많은 설 중 하나처럼 신, 혹은 드래곤, 마족, 천족 등 인간 이상의 초월적인 어떤 존재가 인간에게 건넨 것일 수도 있죠.

하지만 그것이 아니라 자연 발생적으로 생긴 것이라면요? 아니, 초월적인 그들조차도 마법이라는 하나의 체계를 완성하기 위해 어떤 일을 했을까요?

아마 최초의 시도는 어떤, ‘특별한’ 이들로부터 시작되었을 겁니다.

태어날 때부터 마나, 혹은 마력등의 이상력을 느끼고, 다룰 수 있는 이들. 그들은 자신들의 힘을 분명하게 알고 있었을 것이고 사용했을 겁니다.

그리고 사용하다가 죽고, 그 기록이 남고, 자신과 같은 부류의 이들을 만나고, 자신의 힘이 다른 이들도 이롭게 하기를 바라며 하나의 욕구를 느꼈을 겁니다.

자신의 힘을 분명하게 ‘정의’하고, 또 ‘교육’하며, ‘전승’할 수 있는 방법을 만들 욕구를.

그 하나의 목표를 위해 수없이 노력하고, 죽어가고, 기록되고, 그것을 또 누군가가 연구하고, 죽어가고, 다시 기록되고.

이 과정을 무수히 반복했겠죠.

하나의 학문을 유지하기만 하는 데에도 무수히 많은 천재가 일생을 다 바쳐야만 하는데, 아예 새로운 형태의 학문을 만들어 내는, 거기에 연구할 수 있는 인력조차 극히 소수의 이들이었는데 얼마나 많은 노력과 눈물이, 땀이 쏟아졌을까요.

우리가 지금 일반적으로, 편히 익힐 수 있는 마법이라는 하나의 체계에 잠들어 있는 그 땀과 노력은 아마 우리가 느끼는 마법으로 인한 편리보다도 한참이나 많은 노력이 들어갔을 겁니다.

그리고 그들의 노력을 대가로 우리는 현대의 고도화 된 문명을 누리고 있는 것입니다.

그들은 최초에 이상력을 다루고, 세계의 법칙을 최대한 순응하려 했을 겁니다. 세계를 거스른다는 것은 그만큼 두렵고, 무서운 일이었을 테니까요.

지금만 해도 당연시 여기는 우리의 마법이 그때까지만 해도 가장 경원시 되고 두려운 일이었던 겁니다.

그들이, 수많은 이들이 흘린 노력의 대가로 우리가 이러한 것들을 누리고 있는 만큼 우리는 최초의 의지 역시 알고, 명심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들이 가졌던 최초의 의지. 마법사가, 마법이 최초로 탄생했을 때에 가졌던 의지. 마법의 가장 최초에 있었을 절대명제.


‘세계를 노하게 하지 말며, 선을 넘지 말며, 상처를 주지 말며, 가진바 우리의 힘을 선하게, 바르게, 정의가 아닌 오롯한 선을 위하여. 항상 옳은 판단을, 바른 판단을.’


아시겠습니까? 우리는 이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아무렇지도 않게, 아무런 생각도, 자각도 없이 힘을 좋을 대로 사용하는 것은 죄악입니다.

현대의 마법사들이 무감각하게 최대의 효율을 바라보며, 옳고, 그른 것, 바른 것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이 행하는 것은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무지는 죄입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 죄가 아닌, 알고자 하지 않았기에 죄입니다.

제가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냐구요?

크게 거창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여러분이, 적어도 여러분만은 그저 마법을 행하는 것이 아닌 ‘진짜’마법을 알고, 이해했으면 하는 작은 소망이랄까요. 후후..


* * *


그날 밤, 아인즈의 이야기는 그곳에 모인 학생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정확하게 56명.

일부는 귀족의 자제이고, 일부는 평민이며, 또 일부는 상인이기도 했다. 다만 분명한 것은 그들은 모두 루멘이라는 국가에서 손에 꼽히는 마법의 인재라는 것.

그리고 그들의 가슴 속 깊숙한 곳에 진짜 마법의 의미가 각인되었다는 점이다.

그날 밤, 아인즈의 이야기는 자정 무렵에 끝났지만 잠에 든 학생은 아무도 없었다. 자신이 걸었던 길과 행해왔던 일들.

그리고 앞으로의 나아가야 할 일들을 고민하느라 잠에 들만큼 머리가 식지 않았으니까.


“대표.”


“응?”


무슨 일일까. 평소에 잘 마주치지도 않은 기디안의 부름에 지드는 고개를 돌렸다. 시선이 닿은 그곳에는 자리에 누워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기디안의 두 눈동자가 뚜렷하게 빛을 뿌리고 있었다.


“뭐?”


“교수님은 과연 우리에게 무엇을 바라시는 걸까.”


“글쎄······”


말꼬리를 흐린 지드는 잠시 하늘을 더듬었다. 시리도록 밝게 빛나는 별들이 시야에 한가득, 촘촘히 박혀 들어오는 느낌이었다.


“난 잘 몰라. 애초에 나는 재능도 없고, 대 마도사도 아니니까.”


분명 국가의 단위에서 손에 꼽히는 재능이기는 했지만 그는 스스로를 잘 알고 있었다. 이것이 한계에 가까운 것이라는 것을.

애초에 자신은 천재가 아니다. 오히려 노력하는 수재정도가 맞다.

말도 안되는 재능도 없이 이곳까지 온 것은 오직 단 하나. 노력이었다. 그런 자신이 천재중의 천재인 아인즈의 생각을 알 수 있을까?


“그래도 이것 하나만큼은 알 것 같아.”


“뭐지, 그게?”


하늘을 더듬던 지드의 손이 허공을 움켜 잡았다. 아무런 의미도, 결과도 없는 손짓. 하지만 지드의 눈동자는 밝게 빛나고 있었다.


“교수님은 단지 말하고 싶었을 뿐이야.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그저, 우리가 그것을 알기만 핻 ㅗ족한 그런 것이겠지.”


“그게······의미가 있나?”


“있지. 분명. 적어도 우리는 무언가를. 아니, 마법을 행할 때마다 그 말을 명심할 거고, 또 곱씹겠지. 그리고 나이가 들어 제자를 키울 때 우리 역시 그 이야기를 전해 줄 거야.”


그렇게 바뀌어 갈 터이다.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세상은 바뀌어 가는 거겠지. 모두가 잊어버린 최초의 순수하고, 옳으며, 바른 그때처럼.”


힘이, 진짜 힘으로서 바르게 쓰이던 그때처럼.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해.”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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