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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fle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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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nifle
작품등록일 :
2016.03.19 09:17
최근연재일 :
2019.04.04 19:57
연재수 :
26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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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93,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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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2.0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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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3쪽

145화-친구(3)

DUMMY


S-1. 유리엘로 하자는 정현의 의견을 완전히 무시하고 지어진 제알(Zeall)이 소개된 이후, 정현의 생활 역시 변화했다.

우선, 현휘의 옆집으로 이사를 했으며 현휘가 활동할 때에는 지구에, 아인즈가 활동할 때에는 아스하일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러는 동안 그녀가 느끼고 생각한 것은 단 하나.


‘망할 놈.’


정말이지, 오랫동안 사귄 친구가 아니었고, 첫번째 친구만 아니었다면 당장에 갈아마시고 말았을 터였다.

지금도 싱글거리면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고 있을 친구놈만 생각하면 이가 갈려왔다. 그리고 그 순간, 허리에서부터 강렬한 통증이 신경을 타고 달렸다.


“크윽!”


“주의력이 흐트러졌습니다.”


“까득.”


지금 그녀가 이를 가는 주된 원인이 바로 앞에 있었다.


“집중하십시오. 그런 식으로 교육을 받게 되면 필요한 수준을 성취할 수 없습니다.”


“알아, 안다고!”


목검에 맞은 탓에 욱신거리는 허리를 부여잡으며 일어선 그녀가 다시 자세를 고쳐 잡았다. 그녀의 앞에는 검은 머리칼과 검은 눈을 지닌 여성, 제알이 마찬가지로 목검을 들고 서 있었다.

아름답다, 기보다는 검을 다루는 것에 최적화되어 있는 육체. 검에 눈을 뜬 이라면 누구라도 보고서 감탄을 터뜨리지 않을 수 없는 몸이었지만 정작 그를 마주한 정현은 죽을 맛이었다.


‘뭐, 어차피 너한테 맞춰줄 테니까 훈련은 잘 될거야.’


이미 수만권의 검서에 기록된 검기를 모두 완성까지 익혔다는 말에 훈련이 되겠냐는 자신의 물음에 대한 현휘의 답.


‘맞춰줘? 맞춰 준다고? 맞춰줘서 내가 이 모양 이 꼴이냐고!’


말이 좋아서 맞춰주는 거지 그건 어디까지나 신체 스펙의 이야기. 애초에 검에 대한 숙련도, 이해도, 경지, 격. 모든 것이 차이가 난다.

그런데 그 모든 차이를 고작 신체스펙이 동일하다고 해서 동등하게 상대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이를 부득부득 갈며 검을 고쳐 쥐는 그녀의 모습에 훈련장의 모니터링을 하던 현휘가 피식, 미소 지었다.


“어떻습니까? 제 생각이 틀린 건 아닌 것 같습니다만.”


그 물음에 뒤편에 서 있던 남자가 뚱한 얼굴로 퉁명스레 답했다.


“어, 그래.”


그러면서 연신 몸을 이리저리 뒤트는 모습이 아무래도 몸이 상당히 불편한 듯 했다. 그것을 캐치한 듯 현휘가 머리를 긁적였다.


“하아, 뭘 그렇게 꿈지럭 대십니까. 그 이상은 무리라니까요.”


“그건 그렇지만······”


말꼬리를 흐리며 몸을 이리저리 뒤틀던 그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이건 좀 그렇군. 영 어색해. 어떻게 방법이 없겠나? 기운이 원활하게 흐르는 것도 아니야, 그렇다고 신체 적합도가 높은 것도 아니야. 불편해도 너무 불편하단 말일세.”


마치 아이가 칭얼거리는 듯한 모양새에 이미 몇번이나 클레임을 받은 현휘가 한숨을 내쉬었다.


“뭘 바라시는 겁니까. 이런 곳에서. 이 열악한 환경에서, 인체를 겨우겨우 합성해 내서, 다크나이트로 조제하느라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십니까?”


“그건 그렇지만. 아무리 그래도 내 체면에 다크나이크가 뭔가, 다크나이트가. 그것도 하급으로. 적어도 멸절의 기사정도는 되어야······”


현휘가 테이블을 내리쳤다.


“그 놈의 멸절의 기사 타령 좀 그만 하십시오! 도대체 몇번을 말씀드립니까! 멸절의 기사는 여기서 못 만든다고! 멸절의 기사가 어디 아무데서나 개나 소나 다 만드는 그런 물건인 줄 아십니까?”


“나도 알고는 있네만은······아무래도 육신이 영 불편해서야. 쯧쯧.”


“그럼 그냥 아무나 골라 잡고 강제로 빙의 하시던지요. 이쪽의 신이 퍽이나 좋아하겠습니다. 녹스.”


“그렇다고 그렇게 말할 것은 또 뭔가. 그냥 말이 그렇다는 걸세.”


쩝, 입맛을 다신 녹스가 머리를 벅벅 긁었다. 자신의 요구가 억지인 것은 충분히 잘 알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아쉬운 것은 아쉬운 것이다.


“그래도 어떻게 안되겠나? 적어도 등급향상만이라도 해 줄수 있지 않나?”


“그, 러, 니, 까! 제가 조금 더 기다리시라고 말씀을 드렸습니까! 안 드렸습니까! 어떻게 수만년을 살아 오셨다는 분이 한달을 못 참아서 그렇게 안달이신 겁니까? 예? 한달만 기다리셨으면 제가 다크나이트가 아니라 아예 적합도가 최상인 인간의 육체를 드렸을 거 아닙니까!”


그 말에 녹스가 입을 다물었다. 생전 처음 보는 환경에 눈이 뒤집힌 나머지 말리는 것을 우겨서 다크나이트로 만들어 버린 것은 자신이 맞았으니까.

하지만 그에 대해서는 자신도 어쩔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이곳의 문물이 하도 신기해 놔서.”


“그러시겠지요.”


예, 예. 어련하시겠습니까. 라고 중얼거리는 현휘의 모습에 녹스가 순간적으로 울컥하려던 것을 간신히 참아냈다.

눈 앞의 녀석은 자주 잊어버리는 것 같지만 자신은 분명 수만년을 살아온 신화적인, 태고의 존재.

기껏해야 이 정도의 도발에 넘어갈 수는 없다. 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그의 팔은 과도하게 집중된 힘 탓에 덜덜 떨리고 있었다.

그도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이미 반쪽이나마 신격을 획득한 현휘의 말에는 언제나 청자의 진심에 다가가 자극을 가하는 힘이 언제나 깃들어 있으니까.

결국 녹스의 손이 테이블을 후려쳤다.

쾅!


“그러니까 지금이라도 새 육체를 만들어 달라는 말일세!”


그에 현휘 역시 마찬가지로 테이블을 후려쳤다.


“지금까지 제가 한 말을 뭐로 들으신 겁니까! 완전히 적합한 신체를 만들기까지는 한달은 넘게 걸린단 말입니다!”


“반신이라는 놈이 그것밖에 못해!”


“그러는 녹스가 해 보십시오! 저보다 격도 까마득히 높으면서! 나이는 또 어떻고요! 격이랑 나이를 죄 헛물로 들이켰습니까!”


“나는 마법을 모른다니까!”


“만류귀종은 다 어디에 팔아먹었습니까! 그리고, 시간이 남으면 공부나 할 것이지 왜 쓸데 없이 중간계에 내려왔냐구요!”


“그러는 너는 어떻게 된 놈이 잘 하다가 갑자기 신에서 떨어진 거냐!”


왈왈, 크르렁.

무슨 동네의 개들이 목청싸움 하는 것마냥 핏대를 잔뜩 세우고는 삿대질을 서로에게 해 대면서 또 미묘하게 완전히 싸우지는 않는 둘의 모습에 어느새 훈련을 마치고 올라온 정현이 이마를 짚었다.


“하아······어떻게 된게 수만년이랑 20년이랑 정신연령이 똑같아······”


“힘내십시오.”


그런 그녀의 어깨를, 제알이 측은하다는 듯 두드려 주었다.


* * *


Parallel을 플레이하다 보면 모든 유저들이 최소 한번은 겪는 일이 있다. 바로 로그아웃.

접속을 종료하게 되면 유저의 몸은 설정치에 따라 주변에 인간, 혹은 일정 기준 이상의 지성체가 있을 경우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 남게 된다.

그 탓에 아인즈의 몸 역시 마찬가지. 원한다면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상관은 없을 테지만 제법 귀찮은 일이기에 아인즈는 로그아웃을 할 때면 언제나 침실에 누워 있었다.

아인즈가 평균적으로 수면을 가지는 시간은 1시간가량.

애초에 Parallel에서 주기적으로 수면을 취하면 그것 역시 피드백이 되는 탓에 몸에 쌓인 피로만 일정부분 풀어주는 용도라 크게 상관은 없었다.

거기에 전능공간이라는 편리하기 짝이 없는 능력 덕에 몸의 상태는 피부각질부터 호르몬 대사까지 언제나 최적의 상태.

하지만 그렇다면 과연 아인즈가 고스란히 잠들어 있는 하루의 시간 동안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


“우후, 후후······”


음침하다면 음침하다고 할 수 있는 웃음을 흘리며 작은 인영이 침실 문을 빠꼼히 열고 들어왔다.

탈칵.

문고리가 잠기는 소리에 지레 놀라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인영은 이내 발그레 미소를 그리며 침대 위로 기어 올라갔다.

그리고 그 위에서 규칙적인 숨소리를 내며 잠들어있는 아인즈를 발견하고는 잠시 볼을 발그레 물들이다 곧장 품으로 달려 들었다.


“좋아······.”


부비적, 부비적.

채 젖살이 빠지지 않은 볼을 복숭아마냥 붉게 물들이고 아인즈의 품에 얼굴을 부벼대는 솔리투도의 모습에서 평소의 인형 같은 모습은 연상할 수가 없었다.

이 정도로 격렬하게 애정표현을 하면 깰까봐서도 조심하련만 솔리투도는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만족감으로 인해 잔뜩 풀어진 주의 덕에 사방으로 존재감이 새어 나왔다.

보통 인간이라면 대번에 외로움에 허덕이다 이내 자살하고야 말 그런 기운에 그를 수습해야 하는 슈바이젠만이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


“······왕이시여······”


정말, 평소에는 별 탈 없이 언제나와 같은 모습을 보이면서, 열흘에 한번, 아인즈가 잠들 때만 되면 언제나 와서 그에게 애정공세를 펼쳐 댔다.

평소에 거리를 두고 있는 것을 보상이라도 받으려는 것일까. 솔직히 그로서도 몇번이나 보아왔지만 솔리투도의 저런 모습은 영 낯설었다.

하지만 뭐랄까······그래도 보고 있자면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가기도 했다. 언제 고독의 마왕의 저런 모습을 목격할 수 있겠는가.

언제나 고독에 사무쳐, 외로움에 슬퍼하며 가족을 갈구하던 그녀에게 생긴 첫번째 가족이며 보호자이니만큼 그녀의 모습에 슈바이젠은 무척이나 흐뭇했다.


‘아, 이럴 때가 아니지.’


문득 생각이 났다는 듯 슈바이젠이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 들고 마력을 일으켰다. 그가 손에 든 것은 영상 기록용 크리스털.

그것도 영구보존이 가능한 최상급이었다.


‘역시, 하나 마련해 두기를 잘 했어.’


언젠고 쓸 일이 있을 지 몰라 마련해 두었던 것인데 확실히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흐음, 이걸······마력을 주입하고, 명령어를 입력하면······아, 됐다.’


이윽고 활성화에 성공한 슈바이젠이 크리스털을 들어 솔리투도를 비추려는 순간 크리스털이 산산히 부서져 내렸다.


“어?”


전혀 뜻 밖의 상황에 멍한 탄성이 토해져 나오고, 그의 귀가로 스산한 목소리가 내려 앉았다.


“슈바이젠, 뭐, 해?”


얼굴은 여전히 아인즈의 품에 붙어 있지만 스산하게 가라앉아 자신을 바라보는 솔리투도의 모습에 슈바이젠의 팔에서부터 소름이 올라왔다.


“어, 어······그러니까······”


당황에 말을 잇지 못하자 다시금 솔리투도의 목소리가 한층 더 스산하게 내려 앉았다.


“슈, 바, 이, 젠, 뭐, 해?”


이제는 숫제 한 음절씩 끊어서 말하는 그녀의 모습에 슈바이젠이 곧장 크리스털 조각을 소각하며 군례를 취했다.


“아무것도 아, 켁! 크엑!”


언제 날아온 것일까? 목으로 넘어가려는 것을 간신히 뱉어내고 보니 유색다이아몬드로 만들어진 구슬이었다.

자신도 익히 본 적이 있는 아인즈가 솔리투도에게 준 선물. 언제고 솔리투도가 그것을 보며 미소를 그렸기에 모를 수가 없었다.

그리고, 등줄기를 타고 식은 땀이 흘렀다. 그녀가 이것을 던질 정도라면 절대 차분하다거나 하는 것을 기대할 수는 없었다.

과연 자신이 무슨 실수를 저지른 것일까? 그의 두뇌가 태어난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연산을 시작했다.


‘내가 뭘 잘못한 거지?’


분명 자신은 기민하게 문제를 파악하고 그에 곧장 대응을 했다. 하지만 대응이 거부당했다. 과연 그 이유가 뭘까? 자신이 뭘 놓친 것일까?

딱딱하게 굳은 자세로 주변을 샅샅이 훑던 슈바이젠의 시야에 아인즈의 모습이 들어왔다.


‘아!’


그제야 문제를 알아챈 그가 다시금 군례를 올렸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시정하겠습니다!


영언으로 전하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솔리투도가 다시 풀어진 미소를 하며 아인즈의 품에 찰싹 달라 붙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슈바이젠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려는 찰나, 솔리투도의 입이 열렸다.


“슈바이젠.”


-예!


“가서, 몽마, 정, 구해, 와.”


-예, 예? 잘못 들었습니다?


“몽마, 정, 구해, 와.”


-하, 하지만 왕이시여.


“구해, 와.”


무언가 반론을 하려 했지만 솔리투도의 뜻은 굳건했고, 결국 슈바이젠은 피눈물을 삼키며 마계로 가는 통로를 열었다.

무엇에 쓰려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녀는 자신의 왕. 명령은 따라야만 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몽마의 정은 너무 심하십니다.’


지금 가서 몽마의 정을 얻으려면 과연 자신은 얼마나 많은 정을 빨려야 할까. 게다가 그 모든 과정을 수행할동안 소모될 심력만 해도 어마어마할 터.

임무의 형태로 내려진 징계에 슈바이젠의 눈물이 흘렀다.

아인즈가 잠든 에르가는 오늘도 평화로웠다.





작가의말

아인즈가 로그아웃을 했을 때의 이야기는 앞으로도 간간이 나올 예정입니다.

사실은 분량 때우......읍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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