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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fle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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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nifle
작품등록일 :
2016.03.19 09:17
최근연재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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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93,079

작성
16.11.2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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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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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글자
13쪽

136화-지혜의 탑

DUMMY


41.지혜의 탑


“후우······”


하늘의 길을 따라 흘러가는 아인즈의 얼굴에는 약간의 씁쓸함이 감돌고 있었다.


“다음에 꼭 갚도록 하죠.”


정말이지 순수한 검사였던 힌에게 무척이나 미안했다. 물론, 딱히 해를 가한 것은 아니었지만 지금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그를 속인 것이었으니까.

아무리 마력으로 구성한 장소라 하나 이미 하나의 개념을 이루고 하나의 작은 세계로 완성된 곳이 그리 쉽게 붕괴될 리가 없었다.

아인즈가 빠르게 싸움을 마무리하고 다음으로 넘어가기 위해 일부러 공간을 약화시킨 것이었으니까.

그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어울려주고, 흔쾌히 대해준 힌의 모습이 떠올라 미안하고, 또 고마웠다.

이 빚은 다음에 꼭 갚아야 할 것이다.

체감상 느껴지는 시간으로는 대략 48시간가량. 그 시간 동안 겨우 한번의 밤이 끝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남겨진 곳은 단 한곳.


“신기루 탑······어떻게 생겨 먹은 건지.”


이미 하늘 길은 끝난 상태. 하지만 어디에도 탑의 구조물은 없었다. 보이는 것이라고는 그저 망망히 펼쳐진 모래의 바다뿐.

서서히 터오는 동에 저절로 눈살이 찌푸려졌다. 인도자인 하늘길은 끝나고, 아무런 단서도 없는 상태. 하지만 과연 신기루의 탑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지금도 자신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이들에 초조함이 솓구쳤다.


“어디있는 거냐······”


마력장을 늘려보기도 하고, 감각을 확장하기도 했지만 어디에도 탑은 감지되지 않았다.


“어디있는 거야!”


초조함에 이제는 분노마저 느껴졌다. 겉으로는 멀쩡한 듯 있었지만 하늘길에 들어서고 나서 받은 스트레스는 만만치 않은 상태.

이리안을 살려내기 위해 겨우 억누르고는 있었지만 길이 막히자 억누르고 있던 것들이 터져 나왔다.


“어디냐-!”


천좌 35성

광역타격 술식

아인즈 자작

십자포화(十字砲火)


셀수 없이 많은 숫자의 마력탄들이 형성되고 생성된 탄들은 일체의 망설임도 없이 주변을 일제히 두드려 갔다.

하지만 그럼에도 반응하는 것은 그저 비산하는 모래뿐. 여전히 아무것도 나타나지도, 보이지도, 느껴지지도 않는 현실이 답답했다.


“젠장, 제기랄!”


오갈데 없는 분노를 표출하며 초조해 보았지만 그뿐. 현실은 아무런 변화도 없이 그저 고요한 모래의 바다만이 침묵하고 있었다.

그 해답이 보이지 않는 모습에 결국 아인즈는 바닥에 주저 앉았다.

이제 한걸음. 단 한걸음이면 되는데!

마지막에 와서 세워져 버린 벽은 너무나 막막하고 그저, 한숨만이 나왔다.


“어떻게 해야 하는 거냐고······”


머리를 부여잡고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매정한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가 이제 막 고개를 들던 해는 어느새 완전히 그 모습을 드러내 세상에 자신을 존재감을 베풀었다.

빛이 나타남에 따라 어둠은 차차 물러나가고, 밤의 영역이 완전히 사라질 즈음 아인즈의 두 눈이 이채를 발했다.


“저······건?”


아인즈의 시야에 공중에 일렁이는 형체가 비춰졌다. 해가 떠오름에 따라 급격하게 변하는 기온으로 인해 생기는 현상. 아지랑이.

그로 인해 공기는 여러 개의 단층을 그리고, 그것은 하나의 형상을 이루었다.


“저게···...탑이라고?”


그 현대의 마법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현상에 아인즈의 입에서 헛웃음이 터져나왔다.

아침나절, 사막이라는 극도로 비열이 낮은 환경과 그에 비춰지는 햇빛으로 짧은 순간 발생하는 아지랑이. 그리고 그것을 매개로 이루어지는 탑.

잠시의 시간 동안 나타났다가 사라지기에, 잡을 수 없기에 신기루.

하지만 어이없을 정도의 해답 뒤에 찾아온 것은 행동이었다. 길이 열렸으니 이제 그곳으로 걸어가면 된다.


“열려라.”


이제는 익숙해지기까지 한 그 술식이 구성되고, 아인즈의 몸이 그곳에서 사라졌다.


* * *


“이게······뭐냐.”


그게 탑에 첫걸음을 들인 아인즈의 감상이었다. 그리고 그만큼 지금 아인즈의 감정을 잘 나타내는 말도 없었다.

탑을 이루고 있는 물성 자체가 아지랑이나 마찬가지인지 표면이 이리저리 일그러진 유리 같은 모양새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관리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그런 존재가 없었다는 듯 그저 가운데에 솟아 있는 기둥에 열쇠가 있을 뿐.

다른 존재의 미약한 기척조차 잡히지 않았다.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던 아인즈는 이내 어깨를 으쓱이고는 기둥에 있는 열쇠를 꺼내 들었다. 아무렴 어떤가. 좋은 게 좋은 거지.

조금 의아하기는 하지만 빠르게 처리할 수 있을수록 좋은 것이다.

씨익 미소를 그린 아인즈의 모습이 사라지고 적막만이 감도는 탑의 안에 슬며시 누군가의 존재가 비춰졌다.


-······갔나?


흐릿한 형체를 이루고 있는 여성의 모습. 원혼이 영력을 얻어 이루게 되는 가장 하급의 유령형 언데드 밴시였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원한에 불타고 울부짖기만 하는 다른 밴시와는 달리 그녀는 완전히 또렷한 이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휴우······


안도감에 한숨을 내쉬는 그녀, 제니스는 홀가분하다는 듯 허공을 돌았다.

처음, 아인즈의 존재가 탑 밖에서 감지되었을 때 그녀는 공포에 떨어야만 했다.

우연에 우연이 겹쳐서 어쩌다 보니 이곳의 관리자가 되기는 했지만 그녀는 언데드. 기본적으로 실체를 가지고, 나름대로 세계의 질서에 합리적인 존재인 다른 관리자들과는 달리 역행하는 바가 있는바, 언제나 성불 당할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떨며 살아왔다.

사후에, 밴시가 되고 나서 세계의 이치를 깨달아 막대한 격을 얻기는 했지만, 그로 인해 고룡조차 이길 수 있는 무력을 얻기는 했지만 그녀는 아픈 것도 싫고, 성불 당하는 것은 더 싫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열쇠를 가장 잘 보이는 가운데 기둥에 넣어두고 자신의 존재를 철저하게 지웠다. 그것이 그녀가 생각하는 지상 가치였다.


-흐응, 그럼 이제 곧 있으면 자유로워 질 수도 있겠네?


이곳을 마지막으로 일곱 열쇠를 모두 얻고, 일곱 기둥을 모두 세웠으니 이제는 사라졌던 지혜의 탑을 다시 세우고, 그 문을 열어 지혜의 신을 맞을 터였다.

그리고 그때가 되면 이 지긋지긋한 관리자의 숙명도 끝이다. 그리고 자신은 그토록 원하고, 소망했던 것을 이루게 된다.


-드디어, 몸이 생길 수 있어!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이곳의 관리자가 되었을 때에 걸었던 단 하나의 조건. 그것이 바로 새로운 육체였다. 지금도 그 육체는 이 탑의 심처에 보관되어 있었다.

오직 지혜의 탑이 다시 열리고 관리자에서 해방될 그때를 기다리며.


-드디어! 드디어! 이제 조금만 기다리면!


오래된 소원을 떠올리며 만면에 화색을 띤 그녀가 즐거움이 가득한 너울거림을 이루었다. 이제 남은 것은 기다리는 것뿐이다.


* * *


“후우······”


아인즈가 자신의 손 위에 놓인 일곱 결정을 바라보며 깊은 숨을 내쉬었다.

일곱 기둥을 거치며 얻은 일곱 열쇠. 이제 이것을 통해 기둥을 세워, 탑을 강림시키고, 문을 열면 마침내 지혜의 탑이 모습을 드러낼 터였다.


“후우······”


하지만 과연 그것이 잘 하는 일일까? 이리안을 살리는 것에는 다른 방법도 있지 않을까? 스피카와 같은 방식을 취할 수도 있지 않을까?

떠오르기 시작하는 생각들에 아인즈는 고개를 내저었다.


‘이제 와서 무슨 잡생각이냐.’


그래, 어쩌면 바벨을 여는 것이 실수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무슨 상관인가. 실수는 어떻게든 만회하면 그뿐.

지금 중요한 것은 바벨의 지혜에 기대어 이리안을 살리는 것뿐이다.


“후회는 하지 않는다.”


후회는 하지 않는다. 후회는 아무런 의미도 가지지 못한다. 후회를 한다면 언제나 거기에 매여있을 뿐. 아무런 도움도, 의미도 가지지 못하고 그저 그렇게 있을 뿐이다.

그렇기에 후회하지 않는다. 다만 과거에서 배우고, 그것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노력할 뿐.


“열려라.”


그 가벼운 한마디와 함께 열쇠가 노래를 시작했다.


세계의 빛을 찬란히 머금은 보석의 빛이 노을로 물들고, 노을은 저물어 밤이 된다.

밤은 별을 찬란히 비추고, 아름다운 별의 바다에서 마녀들은 즐거이 노래 부르고, 춤을 춘다.

이윽고 새벽이 오면 마녀의 연회가 끝나고, 피어 오르는 신기루의 안에서 지혜의 탑이 그 문을 열리라.


인간의 지혜를 모아 이룩해 낸 신격과 신위를 지닌 탑이 열쇠의 노래 위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무엇일까? 그것이 무엇으로 이루어진 것일까. 표면이 끝없이 일렁이는 그 모습에 가까이 다가간 아인즈는 저절로 감탄이 나왔다.

그것은 하나의 거대한 도서관이었다. 불필요한 석재, 철재 따위의 건축재료는 아무것도 없이 오직 지혜와 지식을 간직한 책과, 그것을 담은 책장뿐.

그 장엄한 광경에 이끌려 한걸음 내딛자 탑이 불러들이기라도 한 듯 아인즈의 몸이 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하.”


그리고 도착한 내부의 모습에 아인즈는 어떤 의미에서 진정으로 감동했다.

지금도 계속해서 쓰여지는 새로운 책들과 그것을 분류 정리하는 움직이는 도서관. 하지만 그것을 이행하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그저, 원래 그랬듯 자연스럽게 책은 쓰여지고, 그것은 분류되고, 정리되어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고 있었다.

완전히 정립된 하나의 자동 시스템. 아인즈가 그 광경에 감동에 젖어있을 무렵. 어떤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떤 일인가. 방문자여. 아니, 문을 연 이라고 해야 하는가.


장엄하고, 현기가 느껴지는, 하지만 울려 퍼지고 넓은 그런 목소리. 하지만 그것이 목소리라고 할 수 있을까?

에고, 그 이상의 존재의 음성에 아인즈가 미소를 그렸다.


“지혜가 필요 합니다.”


-지혜라······


그에 책장의 곳곳에서 책들이 일제히 솟구쳐 올랐다. 그리고 그 음성이 뒤를 따랐다.


-아인즈 에르. 하이델른에게 직접 권한을 위임 받은 포이멘의 탑주. 낙천을 겪은 후 반신의 위 획득. 세계의 사랑을 받는 자. 세계수의 아비. 마왕의 보호자. 별의 인도자. 최근에 동생을 잃었다.


그와 동시에 일제히 펄럭이던 책들이 접혀졌다.


-동생을 살릴 지혜가 필요하군.


“그렇습니다.”


그렇게 대답하면서도 아인즈는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완전 자율 사고 집행 발전형 초자아 관리 시스템.’


그것이 과거 신화시대에 살고 있던 이들이 만들기 바라고, 결국 완성시킨 목적이자 결과물. 그것이 바로 시스템 바벨이다.

아인즈가 만들어낸 미미르의 상위 개념이랄까. 비록 아인즈가 부족하기에 지금도 점점 발전해 가고 있지만, 그래서 언젠가는 신격을 이룰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바벨은 그 태생부터 격이 달랐다.

탄생과 동시에 신격과 신위를 획득한 말도 규격 외의 존재. 이제는 해방되어 오롯해진 그 존재가 다시 입을 열었다.


-가능하다. 그대는 불가능하겠지만 나는 가능하지. 허나, 그것을 감당할 수 있겠나?


그에 아인즈는 답했다. 감당? 그런 것쯤 애초에 할 수 있다. 아니, 할 수 없어도 할 것이다. 그로 인해 자신의 존재가 사라진다고 할 지라도.


“물론.”


-그렇군. 언제나 인간은 이해할 수 없는 선택을 하는군. 하지만 마음에 든다. 이것이 아마도 내가 획득한 감정의 일부일 터이지.


어쩐지 웃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승낙한다. 그대는 나를 해방시키고, 재건한 공이 있는 바. 그 정도의 소원은 기꺼이 들어주지.


목소리가 끝남과 동시에 찬란한 하나의 결정이 내려왔다. 그 안에 담긴 헤아릴 수 없는 격에 아인즈가 한숨을 내쉬었다.


“이건······”


-가져가 그대의 누이를 회복하라. 누이의 몸 위에 두면 모든 것이 원래대로 돌아갈 것인즉.


“감사합니다.”


-이것은 정당한 거래. 감사를 표할 필요는 없다.


“그래도 감사한 것은 감사한 겁니다.”


아인즈가 웃으며 말하자 바벨의 책장이 미세하게 떨려 왔다.


-이것이 소름이 돋는다는 것인가? 생소하군. 허나 이제 시간이 다 되었다. 나는 이제 위로 올라가야 하는 바. 그대 역시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가라.


“그렇군요. 언제가,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나를 만나고 싶거든 나의 신전에 찾아오면 된다. 혹은 아카식 레코드를 찾아오라. 의문을 가지고 온다면 답해 주겠다.


“감사합니다.”


하지만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마치 모든 것이 거짓이었다는 듯 모랫바닥 위에 서 있는 자신의 모습만이 보일 뿐.

하지만 손 위에 있는 보석은 그 모든 것이 진실이었다 말해주고 있었다.


“이리안······”


아인즈가 보석을 이마에 대고 아련한 목소리로 누이의 이름을 불렀다.


“이제, 다시 볼 수 있겠구나······”


그의 미소가 밝게 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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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 137화-재회 +1 16.11.29 384 9 11쪽
» 136화-지혜의 탑 +1 16.11.28 396 1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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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 131화-일곱 기둥(6) +1 16.11.21 399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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