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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fle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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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nifle
작품등록일 :
2016.03.19 09:17
최근연재일 :
2019.04.04 19:57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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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3,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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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1.2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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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37화-재회

DUMMY


42.재회


아주 오래된 꿈을 꾸는 것만 같았다.

그곳에서 나는 전혀 다른 모습, 전혀 다른 옷을 입고, 전혀 다른 곳에서, 오라버니를 오빠라 부르며 따르고, 의지했다.


“오빠!”


그곳에서 나는 공주도, 왕의 가장 사랑하는 딸도 아니었고, 부모님조차 돌아가셨지만 언제나 부족함이 없었고, 행복했다.


“그래, 오늘도 잘 지냈지?”


그곳에서도 오라버니의 미소는 아름답고, 따스했다.


“응!”


전혀 다른 장소, 전혀 다른 나라, 전혀 다른 나였지만 오빠는 분명 오라버니였다. 아아, 그래 그제야 나는 알았다.


“알았어?”


“그래.”


뒤를 돌아보니 전혀 다르지만 완전히 닮은 여자아이가 나와 마주하고 서있다. 그곳에서 보았던 나의 얼굴. 그리고


“내 이름은 이연영. 이현휘의 동생이야.”


“내 이름은 이리안 루멘 아드리아. 아인즈 에르의 동생이야.”


“헤헷, 또 다른. 아니, 다음 생의 나를 마주한다는 건 무척이나 특별한 느낌이네.”


“이전 생의 나를 마주한다는 것 역시 특별한 느낌이야.”


그렇게 말하며 나는 빙긋 웃어보였다. 그러자 저 아이 역시 웃어 보이는 것이 시야에 들어온다.


“그나저나 이제 가봐야 할 것 같지 않아?”


“응. 그래.”


“고집쟁이 오빠가 기어이 억지를 쓰고 만 것 같으니까. 가지 않으면 오빠, 울지도 몰라?”


“그렇게 되면 제법 큰 일이겠네.”


“그렇지?”


쿠쿡거리며 웃은 그녀가 손을 내밀었다. 하얗고 고운 손. 그 손을 맞잡자 어떤 감각이 몸을 스친다.

뭐랄까······동질감? 그런 것을 느끼고 있자니 그녀가 빙긋 웃음 짓는다. 오라버니가 가끔 지어 보이고는 하는 그것과 꼭 닮은 모습. 그러니 나도 웃어 보인다.


“잘 부탁해. 이리안. 아니, 연영.”


“잘 부탁해. 연영. 아니, 이리안.”


“본래는 만날수도 없고, 알아서도 안되고, 교차할 수도 없지만”


“고집쟁이 오라버니가 억지를 쓰니 그로 인해 행운이 있겠지.”


“그렇지?”


“그래. 한번쯤은 이런 행운도 좋겠지.”


“맞아.”


빙긋 웃어 보이는 그녀의 얼굴과 함께 세상이 새하얗게 점멸했다.


* * *


“하, 나 이것 참.”


프레이는 골치가 아프다는 표정으로 머리를 벅벅 긁었다. 그의 시선의 끝에는 윤회의 흐름에서 벗어나 새하얗게 백열하며 흐름을 역행하는 영혼의 모습이 들어왔다.


“이거 진짜 골아프네.”


최대한 변수를 줄이기 위해 대칭점에 위치한 두 세계의 영혼만이 순환하도록 설정을 해 뒀더니 이 모양이다.

본래라면 더 상위의 명계에 들어가 그곳의 시스템을 따라야 하기에 이런 일도 없겠지만 지금 이 세계를 관장하는 명계는 극히 작은 단위이고, 그나마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행사할 권한을 지닌 명부의 신도 없는 상태.

어느정도 무리를 하면 저 영혼을 원래 위치로 돌리는 것은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문제는 저 영혼을 인도하는 의지다.


“하필 지혜의 탑과 별의 인도자냐고.”


언제나 내키는 대로, 하고 싶은 대로 재미를 추구하며 살아왔던 그였기에 지혜나 인도 따위의 속성을 지닌 이는 딱 질색이었다.

게다가 극히 미미하기는 하지만 죽음의 왕의 힘마저 풍기고 있으니 그것에 손대기도 애매했다.


“어떻게 한다······”


지금 저 영혼을 당기고 있는 것이 누구인지 모르는 것도 아니다. 리아가 즐겨 바라보는 인간. 과거, 아카식레코드에서 그 역시 한번 만난 적이 있는 인간이다.

그렇기에 그의 생각은 점점 아인즈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흐음···..그냥 두는 편이 좋으려나?”


이리저리 계산을 따져보던 프레이가 결정을 내렸는지 빙긋 미소를 그렸다.


“좋아, 좋아. 그럼 그냥 두는 건 조금 그렇고······힘을 보태주고 그걸로 나중에 생색이나 내도록 할까.”


말이 끝남과 동시에 프레이의 힘이 움직이고, 그 힘은 흐름을 벗어나 움직이던 영혼에 힘을 실어 주었다.

그리고 동시에 자신의 흔적을 남긴다.


“예쁜 아가씨. 나중에 나 만나서 모른 척하면 안돼? 내가 아가씨 오빠한테 부탁할 일이 있을지도 모르거든. 그때 아가씨가 좀 도와줘. 알았지?”


아무런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지만 프레이는 빙그레 웃고는 이내 힘을 조금 더 보태어 영혼이 가는 방향을 향해 밀어냈다.

이윽고 영혼이 사라지는 것을 본 프레이가 후련한 듯이 웃고는 가벼운 발걸음을 옮겼다. 이로써, 쓸만한 패가 하나 늘었다고 생각하면서.


“아가씨. 그 녀석 멘탈 클리닉 좀 부탁해. 나중에 내가 부탁할 때도 멘탈이 엉망이면 곤란하거든? 그러니까, 수고~”


* * *


포이멘의 잃어버린 탑. 천문대에는 무거운 침묵이 흐르고 있었다.

다만 특별한 점이라면 그것이 우울함이나 슬픔이 아닌, 긴장으로 인한 것이랄까.


“후우······”


길게 심호흡을 한 아인즈가 손에 들린 결정을 조심스럽게 이리안의 몸 위에 올렸다. 위치는 정확하게 심장 바로 위.

바벨의 권능이 들어간 이 보석의 힘은 이리안의 영혼을 다시금 지상으로 당겨 이리안을 소생시켜 줄 터였다.

하지만 아인즈는 마법사. 준비하는 자.

남의 힘에만 기대는 것은 맞지 않았기에 그 역시 스스로의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준비했다.

이제는 인간 세상에는 거의 남아있지조차 않은 미스릴을 물쓰듯 써서 만들어낸, 옥상을 가득 채울 정도의 광대한 마법진.

자세히 살펴보면 마이크로단위까지 정교하게 새겨진 마법진에 다른 이들이 보았다면 피를 토할 정도의 공을 들인 하나의 예술작품이었다.

하지만 아인즈에게는 이것은 단지 한번의 소비재에 불과할 따름이다. 시약을 보존하는 것보다는 소모하는 것이 더 효과가 좋은 만큼 이리안의 소생을 위해 아인즈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한 셈.

이제는 실행만이 남았다.


“부디, 돌아와 다오.”


아인즈의 손이 완전히 결정에서 떨어지고, 그와 동시에 결정에 담긴 의지가 풀려 나오기 시작했다.

지혜의 탑, 지혜의 신의 권능은 자신의 권능과, 권한과, 지혜로 세계의 모든 것을 기록하고, 유지하는 아카식 레코드의 정보를 고쳐낸다.

뒤틀린 인과는 한 영혼을 명계의 바다에서 건져 올리고, 그 모든 길을 별을 인도하는 이의 마력이 그 순탄한 여정을 위한 길을 예비한다.

그리고 그에 오래전 인간의 격을 벗어난 이의 힘이 뒤를 밀어 영혼을 지상으로 내려 보낸다.

그 모든 과정을 지켜보고 있던 이들은 모두, 찬사를 금할 수 없었다.


“저게······별을 인도하는 이의 대마도.”


“이런 수준의 술식이라니······차마 상상도 할 수 없었는데.”


그리고 그 모든 찬사의 근원, 아인즈의 역작이 위하는 단 한명의 존재의 몸에서 고동소리가 울려 퍼졌다.


-두근.


단 한번. 하지만 힘찬 맥동. 소생을 알리는 그 소리에 아인즈의 얼굴 가득 미소가 그려졌다.


“성공······이다.”


감격에 찬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이리안의 눈꺼풀이 약하게 흔들렸다. 그 모습에 아인즈는 그 가녀린 손을 붙잡고 이름을 불렀다.


“이리안! 이리안, 어서 일어나 보거라!”


그 간절한 목소리에 이미 한번, 사후의 세계를 방문했던 이가 서서히 깨어났다. 이제까지와 다르지 않지만, 이제까지와 같지도 않은.


“오······빠?”


“이리안!”


자신을 부르는 익숙한 목소리에 그녀의 손이 올라가 그리운, 사랑하는 오라비의 뺌을 더듬었다.

그래, 이 온기가 얼마나 그립고, 그리웠는지 몰랐다.


“우리 오빠······참 잘생겼다.”


“이리······안?”


“그치, 오빠?”


“아아아!”


그 말에, 그 가볍고, 애교가 가득한 그 말에 아인즈는 모든 것을 깨달았다. 알았다.

어째서 이리안에게서 연영을 보았는지.

어째서 이리안이 종종 연영을 떠올리게 했는지.

어째서 이리안의 영혼이 떠나갈 때에 그런 말을 남겼는지.


“연······영아······”


연영이 찡긋, 장난스럽게 얼굴을 찡그렸다.


“이제 알았어? 여전히 둔하다니까, 우리 오빠는.”


그 그리운 말투, 모습에 아인즈는 자신의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연영아!”


와락!

얼마나,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모른다. 실제로 지난 시간은 이제 1년 하고 반이 흘렀을 뿐이지만 그가 겪은 시간은 14년 가까이 되는 긴 시간이었으니까.

그리고 그 긴 시간, 슬픔의 시간 끝에 마침내 두 남매는 다시 재회했다.


* * *


규칙적인 호흡만이 가득한 방. 그 방의 하나뿐인 침대에 걸터 앉은 이리안은 잔잔한 미소를 그리며 잠든 아인즈의 머리칼을 다듬고 있었다.


“후후······잠들었을 때 무방비한 건 여전하네······”


자신에게 죽음이 다가왔을 때 가장 염려하고, 걱정했던 것이 그것이었다. 이 여리고, 약한 심성의 소유자인 오빠가 과연 자신이 없는 세상을 견딜 수 있을까.

하지만 다행이도 이렇게 무사한 모습을 보니 절로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지켜보던 스피카가 문득 입을 열었다.


“이리안······아니, 연영이라고 불러야 하나요?”


어색함이 일부 감도는 목소리에 이리안이 시선을 돌렸다. 시선이 향한 그곳에는 생각할 것이 많은 듯 미미하게 인상을 찡그린 스피카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연영······은 이미 오래 전에 사라진 이름이에요. 지금은 그저 이리안이라고 불리는 것이 맞겠죠.”


“그래요, 이리안.”


후우, 하고 한숨을 내쉰 스피카가 이리안에게 설명을 요구했다.


“그럼······어떻게 된 것인지 설명을 들을 수 있을까요? 저희는 아직 잘······이해가 되지 않아서요.”


그에 주변에 앉아있던 에아와 솔리투도, 아니마를 비롯한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에르 가의 모든 가솔들이 모여 있는 모습에 이리안이 어렵사리 입을 떼었다.


“글쎄요······이걸 설명해야 할지 잘 모르겠지만······”


싱긋 웃은 이리안이 가볍게 말했다.


“어차피, 잘못 되도 오빠가 다 알아서 해 주겠죠? 그리고 크게 탈 날 것 같은 문제도 아니니까.”


장난스레 아인즈에 대한 신뢰를 나타낸 이리안이 이야기를 이었다. 명계의 바다에서 건져져 나오며, 연영과 이리안이 합쳐지는 과정에서 얻은 결론들이 지금 그녀의 입을 통해 풀어져 나왔다.


“그러니까······오빠는, 그리고 저는 이곳의 인간이 아니에요. 다른 세계. 그러니까 대칭점에 위치한 세계의 인간이죠.”


“그런······가요······”


어렴풋이 그런 생각을 했었다. 아인즈가 이곳의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아인즈의 사고방식과 인연, 과거는 이 세계에서 성립할 수 없는 것들이었으니까.

단지 그가 그에 대해 말을 아끼기에 그저 추측만 하고 있었을 뿐. 그것이 사실로 밝혀지자 든 것은 뜻 밖에도 안도였다.


“그럼, 어째서 이곳에 오게 된 건가요?”


그 물음에 이리안은 고개를 저었다. 자신이 알게 된 것은 그저 단편적인 정보들일 뿐, 모든 내막을 설명할 수 있을 정도의 지식이 아니었으니까.

그 질문에 답한 것은 아인즈였다.


“그거, 내가 답해도 될까?”


“오빠!”


와락 안겨 드는 이리안을 가볍게 쓰다듬으며 미소를 머금은 그의 눈에는 전에 없던 평온함과 각오가 서려 있었다.

이제는 진실을 이야기해 줄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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