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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fle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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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nifle
작품등록일 :
2016.03.19 09:17
최근연재일 :
2019.04.04 19:57
연재수 :
266 회
조회수 :
201,531
추천수 :
2,609
글자수 :
1,493,079

작성
17.03.07 23:32
조회
306
추천
4
글자
11쪽

177화-납치(2)

DUMMY

대기를 뒤흔드는 포효가 결계 안, 마을을 뒤흔든 직후, 잠시간 진귀한 인연을 만난 것에 눈을 감고 그 여운을 즐기던 아인즈의 몸이 곧장 쏘아져 나갔다.

정교한 계산이고, 마력의 재조합이고 없는, 그저 단순히 뭉쳐서 터뜨리고 그 여파를 다시 온몸을 감싸도록 뭉쳐놓은 마력을 통해 흡수시키는 방식.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투박하다 못해 구역질까지 치미는 무식한 방식이었지만 아인즈는 그저 뇌리를 두드리는 불길한 예감을 따라 몸을 던졌다.

콤마 1초도 되지 않아 음속을 돌파해 날아가는 그의 뒤로 거칠게 남은 폭풍의 잔향에 엘라는 가만히 눈을 감고 기원을 올려 본다.


‘나의 신이여, 아직 그 이름조차 채 알수 없는 나의 주이시여. 부디, 그의 앞에 불행이 자리하지 않기를 바라옵니다.’


부디, 그가 감당할 수 없는, 감당하고자 하지 않는 시련에 세상을 놓아버리지 않도록. 그녀는 처음으로 그렇게, 신을 향해 기원을 올렸다.


* * *


그렇게 먼 거리는 아니었기에 잠시의 시간을 날아 도착한 마을에서 가장 먼저 시선에 들어온 것은 검은, 벌레의 군체였다.

검은 색. 아니, 검은 색이라는 말로는 모자란, 그 보다 더 깊고, 더 불길한. 그래, 어두운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그런 벌레의 군체. 벌레의 구름이었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금방이라도 사그라질 듯 미약하게 새어나오는 은빛 광채에 아인즈는 그곳에 자신이 찾는 이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금세 눈치챘다.

빠드득.

대체 어떤 겁을 상실한 놈이 이따위 가당치도 않은 짓을 저질렀는지 곧장 그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뭉개버리고 싶었지만 모든 일에는 선후가 있는 법.

이성을 누르고 밖으로 튀어 나오려는 분노를 조용히 달래가며 아인즈의 손에 마력이 응집했다.


천좌 21성

영역제어 술식

아인즈 자작

대폭풍(大爆風)


마력이 모여들어 속성을 띄고, 방향성을 띄고, 그 힘의 크기를 규정한다. 루나는 어떻게 판단했는지 몰라도 아인즈의 눈에 비친 저 벌레들은 분명 이질적이고 위험한 것.

그러니만큼 일단은 제거보다는 억제에 힘을 쏟는 것이 현명한 터였다. 그렇기에 아인즈가 원한 것은 폭풍.

거칠고 강한 바람이 아닌, 폭심지에서나 나타나는 폭발로 인한 바람. 순간 속도가 음속을 훨씬 뛰어넘어 그 중심지를 일시적으로 진공상태까지 만들어 버리는 그 바람이 한순간에 벌레를 날려 버렸다.

그리고 드러난 시야의 안으로 들어오는 충직한 기사의 모습에 격려의 한마디를 전했다.


-수고 많았다.


“마스터!”


안도와 기쁨이 한데 뒤섞인 외침이 아래에서부터 들려왔다.


-무사해 보여 다행이구나.


“아빠!”


“아인즈.”


“스승님!”


모두를 지키기 위해 망설임 없이 자신의 몸을 내던진 그녀도, 그리고 다른 소중한 가족들도.

하지만 어쩐지, 한명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원래대로라면 저기, 스피카의 곁에 붙어 있어야 했을 둘째 딸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마치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곧장 위에서부터 예의 그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크하하하하하하!


시선을 들자 보이는 것은 벌레들을 휘장처럼 두르고 공중에 떠 있는 검은 머리칼과 검은 눈동자의, 그래. 유저의 모습.

그리고 그 얼굴은 아인즈에게도 무척이나 눈에 익은 이의 얼굴이었다.


“라니안 디프로이즈. 아니, 한격훈이라 불러야 하나?”


“크흐흐흐흐. 여기는 즐거운 역할놀이의 세계가 아닌가? 네가 아인즈라는 이름을 쓰고 있으니 나 역시 라니안 디프로이즈가 맞겠지.”


음침한 희열을 흘리며 웃는 그의 모습을 무심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아인즈가 마력을 뭉쳐냈다.

그 모습에 라니안 역시 웃음을 흘리며 벌레의 군집을 뭉쳐냈다.

언제든 덮쳐버릴 수도 있을 그런 위치. 일전에 완전히 짓밟았던 상대였던 만큼 심리적 우위에 서리라 생각하며 한 포석이었지만 아무래도 잘못된 듯 싶었다.

약하게 배어 나오는 불쾌감을 저 한구석에 밀어 놓고 아인즈가 물었다.


“그래, 이번에는 무슨 일이지? 저번의 유괴극으로는 성이 차지 않았던 모양인 것 같은데, 이번에도 역시 같은 결말을 위해 이리 기어 들어왔나?”


“크흐, 아니지 아니야. 이번에는 전혀-다르거든!”


-캬하하하하!


그의 뒤편에 드리워진 벌레들의 그림자가 일부 옅어지고, 걸판진 웃음을 터뜨렸지만 아인즈의 주의를 끌지는 못했다.

아인즈의 눈동자는 벌레들에 둘러쌓여 새장 속에 갇힌 것 마냥 웅크리고 있는 솔리투도에게서 떨어질 줄을 몰랐으니까.

그런 그의 모습에 자못 유쾌하다는 듯 라니안은 다시금 폭소를 터뜨렸다.


“......확실히, 저번의 벌레짓으로는 모자랐던 것이 확실해 보이는군.”


빠드득. 거리가 있음에도 선명하게 울리는 이 가는 소리. 하지만 라니안은 오히려 더더욱 즐겁고, 기뻐 참을 수가 없었다.


“흐하하하하하하!”


-캬하하하하하하!


저 남자가, 자신을 무참하게 짓밟은 그 강대한 남자가! 저리 분해하며 어떻게도 하지 못하는 모습이 어찌 아름답지 않을 수 있을까!

마음만 먹는다면 세상을 손에 쥐는 것 따위는 아무것도 아닐 그가, 소중한 딸을 이렇게 구속하고 있음에도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하고 있는 것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하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하!


너무나 즐겁고, 즐거워 미칠 것만 같았다. 이렇게 즐거웠던 적이 예전에는 있었던가? 아니, 없다. 그리고 앞으로도 없을 터였다.

그것을 생각하면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아무렴 어떤가! 지금 이렇게 즐거운 것을!

내키는 대로 웃음을 토하며 저를 이리 내려다 보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를 전에는 몰랐다.

하지만 이제는 분명히 안다.


“이거, 이거. 꼴이 말이 아니게 되었네? 그렇게 멍하니 있는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기라도 하나?”


-캬하하하하하!


“......”


“어이쿠. 그렇게 노려다 보면 내가 으앙, 무서워요! 하면서 따님을 내어 주기라도 할까?”


-캬하하하하하!


“......”


“그럴 리가 있나! 이렇게 즐거운 것을! 내가 이렇게 즐거워 본 것이 얼마만인지를 모르겠는데!”


-캬아아아아아!


포효와 함께 검은 군집이 달려들고 그것을 아인즈는 그대로 맞받아쳐낸다. 아무런 기교도 술식도 없는 그저 순전한 힘의 충돌.

애초에 저 벌레에게는 통상적인 마법으로는 아무런 효력이 없다는 것을 방금 전의 일로 분명하게 인지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그저 순수한 힘. 물리력의 영향은 받고 있으니 마력을 한데 뭉쳐 물리력을 행사할 정도로 만들어 휘두르면 그만이다.

지금껏 숫하게 해 왔던 반물질 제작과 크게 다를 것이 없는 일. 하지만 덩치가 덩치이니 만큼 언제나 차고 넘치던 마력 운용량이 시험받는 기분이었다.


-캬아하하하아아아아!


“뭉개어 져라!”


대략 40m쯤 될까? 밤하늘의 일부를 떼어 온 것만 같은 마력의 검이 그대로 벌레의 운집과 충돌했다.

카드드득.

거창한 소리 없이, 그저 자잘한 타격음과 분쇄음만이 울려 퍼졌다. 이미 물리적 성질을 가지게 된 마력은 그 자체만으로 훌륭한 흉기.

그렇기에 부딪힌 벌레들은 그 힘이 마력과는 상극임에도 불과하고 그대로 갈려 나가고 있었다.

불과 1, 2초 만에 끝난 공방. 하지만 동등해 보인 그 공방의 끝에 남은 것은 인상을 구기고 있는 아인즈와 아이마냥 즐거워 하는 라니안의 모습이었다.


“하하하하! 좋아, 좋아! 그 무력한 모습! 아주 좋아!”


마지막 순간. 검의 일부가 그대로 투사되어 라니안을 향해 쏘아져 나갔었다. 하지만 그 시도는 궤적의 바로 앞에 존재하는 소리투도로 인해 곧장 흩어져 버릴 수 밖에 없었다.


“아, 하하하하하!”


주륵.

아무래도 무리한 마력 운용에 제법 부하가 걸린 것인지 눈의 혈관이 터져 시야가 붉게 변했다.

볼에 흐르는 것은 분명 피이리라 생각하며 아인즈의 손가락이 거친 비명을 토했다.


‘제기랄......’


어떻게 해도 길이 보이지 않았다. 저기를 뚫고 들어가 안전하게 솔리투도를 데리고 나올 수 있는 길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생전 처음 상대해 보는 힘인 데다가 그 속성마저 상극. 진심으로 해야 겨우 상처 없이 말살 시켜 버릴 수 있을 법한 적인데 그 와중에 솔리투도를 구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속으로 삭이며 시선으로 천갈래 만갈래 그 몸을 찢기를 수차례.

아인즈의 결정은 생각보다 갑작스럽게,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찾아왔다.


“이거, 이거. 시간이 얼마 없네. 나도 집에 일찍 들어가지 않으면 집주인한테 혼나서 말이야.”


능글맞은 태도로 입을 연 라니안의 이죽거림에 아인즈는 어딘지 모르게 불길함을 느꼈다.


“그래서 말인데, 빠른 결말을 위해 내가 선택지를 주지.”


씨익.


“무슨......!”


매끄럽게 말려 올라가는 입꼬리에서 느껴지는 불길함에 다급하게 마력을 움직였지만 상황은 이미 진행되기 시작한 후였다.


“자아! 가라 벌레들아! 가서 모두 먹어 치워버려라!”


양 팔을 벌린 그의 외침에 벌레의 군집이 일제히 아인즈의 뒤편, 스피카와 가솔들을 덮쳐 나갔다.


“이 놈!”


애초에 벌레들은 스피카나 호문클루스들이 막을 수 있는 종류의 존재가 아니다. 힘의 절대량이야 벌레들이 적겠지만 실상 작용하는 것은 벌레의 힘이 열배, 백배는 더 강력하다.

이유는 별 것 없이 그저 ‘격(格)’이 모자라기 때문. 동급의 격이라면 단순히 더 많은 힘. 더 효율적인 힘으로 상대를 누를 수 있지만 그 격이 다르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힘의 절대량이 천배, 만배, 억배가 벌어지더라도 무의미해지는 것이 바로 격. 설사 행성 파괴급의 멸망병기라고 해도 그 원리가 단순한 물리법칙 뿐이라면 구미호나 이무기조차 해하기가 어렵다.

그것이 격. 그리고 완전한 외계, 세계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을 상대하기에는 스피카와 다른 가솔들의 격이 한단계 낮았다.

그 탓에 아인즈가 막아섰지만 그 탓에 무력하게 지켜만 보고 있어야 했다.


“하하하하! 그럼 잘 있으라고!”


저기, 저 버러지같은 이가 사랑하는 딸을 납치해 유유히 사라지는 그 모습을 그저 무력하게 바라만 보고 있어야 했다.


“이 자식-!”


“그럼, 이만! 납치범은 갑니다! 하하하하하!”


-이번에는 다르다고 했잖아?


딸을 위해 앞으로 나아가면 가솔들이 모두 죽고, 가솔들을 지킨다면 딸을 잃게 된다. 그 어느것도 포기할 수 없지만 반드시 포기해야만 하는 선택에 할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저 분노를 토해내며 절규하는 것 뿐.


“으아아아아아!”


어느새 완전히 소멸해 버린 벌레의 군집의 잔해 위에서 아인즈의 절규가 처절하게 울려왔다.


“라니아-안!”


꾸드득.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최대한도로 토해내며 손이 으스러질 것처럼 주먹을 움켜 쥐었다. 그 약한 동아줄에 겨우 의지하며 아인즈의 눈이 서슬 퍼런 빛을 뿜었다.


“반드시 죽인다. 절대로! 그 영혼조차 평안치 못하도록 처절하게, 반드시 죽인다! 반드시!”


작가의말

으어, 큰일 났습니다. 곧 있으면 다음 챕터로 넘어가는 데 글이 잘 안 써져요. 거기에 대학 생활이 제법 빡빡하네요. 시간이 잘 안나요. ㅠ.ㅜ

그래도 최대한 열심히 해볼 테니까 다들 같이 따라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참고로 이미지 메이커는 대략 350화 근처로 완결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예, 계획대로라면요.

올해가 다 가기 전에 끝내는 게 목표인 만큼 조금 지루하셔도 참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ps.이번에도 드립을 치고 싶었지만 뭐랄까......치면 안 되는 장면인 것 같아 관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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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 170화-기다리는 이들의 마을(1) 17.02.17 248 7 14쪽
171 169화-신의 자취(3) 17.02.16 281 7 12쪽
170 168화-신의 자취(2) +2 17.02.15 440 6 13쪽
169 167화-신의 자취(1) +2 17.02.14 533 5 12쪽
168 166화-돌아가지 못한 이들(11) +6 17.02.13 399 8 14쪽
167 165화-돌아가지 못한 이들(10) +1 17.01.06 413 5 15쪽
166 164화-돌아가지 못한 이들(9) +4 17.01.05 439 7 11쪽
165 163화-돌아가지 못한 이들(8) +2 17.01.04 452 7 11쪽
164 162화-돌아가지 못한 이들(7) +1 17.01.03 369 7 12쪽
163 161화-돌아가지 못한 이들(6) +1 17.01.02 476 8 11쪽
162 160화-돌아가지 못한 이들(5) +1 16.12.30 586 8 13쪽
161 159화-돌아가지 못한 이들(4) 16.12.29 330 6 13쪽
160 158화-돌아가지 못한 이들(3) 16.12.28 337 5 12쪽
159 157화-돌아가지 못한 이들(2) +2 16.12.27 369 9 13쪽
158 156화-돌아가지 못한 이들(1) +2 16.12.26 436 8 13쪽
157 Merry Christmas!! +2 16.12.25 533 10 19쪽
156 155화-외전-두개의 세계, 두명의 남자(2) +4 16.12.23 388 8 11쪽
155 154화-외전-두개의 세계, 두명의 남자(1) +1 16.12.22 296 5 12쪽
154 153화-땀과 눈물의 휴가 +1 16.12.21 394 7 13쪽
153 152화-학원제(7) +3 16.12.20 504 8 16쪽
152 151화-학원제(6) 16.12.19 439 8 14쪽
151 150화-학원제(5) +2 16.12.16 535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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