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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fle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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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nifle
작품등록일 :
2016.03.19 09:17
최근연재일 :
2019.04.04 19:57
연재수 :
266 회
조회수 :
201,533
추천수 :
2,609
글자수 :
1,493,079

작성
17.01.04 18:00
조회
452
추천
7
글자
11쪽

163화-돌아가지 못한 이들(8)

DUMMY


얼마나 오랜 시간이 지난 것일까. 가만히 하늘을 올려다 보자니 창백한 달이 붉게 타오르고 있었다.

아니, 자신의 눈에만 그리 보여지는 것이겠지. 대지 위에 마력의 축복을 내리는 저 아름답고 순결한 천체는 그 대상에 따라 보이는 모습이 다른 것임이 당연한 것일 테니까.

죽음을 거부하고 원한에 사로잡혀 이리 배회하는 자신에게는 더 이상 백색의 고결한 밤의 여왕을 알현하는 기회 따위 주어지지 않을 터이다.


-카아


따다닥.

성대가 없어 말을 할 수 없고, 지금 하고 있는 생각조차 내가 하는 것임을 자신하지 못하는 그저 뼈밖에는 남지 않은 그의 입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다.

그저, 붉게 타오르는 불길한 안광만이 멍하니 달을 올려다보며 영혼의 신음을 토할 쁜.

따닥, 따다닥.

뒤쪽에서 들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녹슨 검을 들고 배회하고 있는 스물의 해골들이 보였다.


-카아아······


모든 것은 자신의 죄요, 업보이며 과오다. 그날, 자신이 순순히 죽음을 받아들이고 사자들을 따랐어야 했다.

그랬더라면 저 불쌍한 이들이 영혼조차 잃고, 자신조차 잃어 이리 배회하는 일은 없었을 것을.


-크하아아아아.


눈물조차 흘릴 수 없는 저주받은 몸뚱아리에 슬퍼하며 그저 울부짖는다. 언젠가 이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기를 바라며.

그저 그렇게.


-키하아아아아!


* * *


언제부터였을까. 제인-테리오드의 근방, 힐슨 영지에는 특이한 존재가 배회했다.

검은 해골과 뼈로 이루어진 죽음을 거부한 망자. 스켈레톤. 하지만 일반적으로 스켈레톤이라면 백골일 터인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들은 검은 뼈로 몸을 이루고 있었다.

처음, 그들을 발견하고 공격해 완전히 바스러뜨리기도 몇번. 하지만 다음날이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그들은 다시 그 자리에 나타나 아무런 의미도 없이, 목적도 없이, 행위도 없이 배회했다.

그렇게 되자 몇번은 신전에서도 왔다 가고, 마탑에서도 왔다가 갔지만 그들이 내린 결론은 하나.


‘이들은 부정한 이들이다. 하지만 동시에 가련한 이들이기도 하다. 그들은 사기를 흘리지만 그것은 존재 자체에 고정된 것. 이들은 이성을 지니고 있지 않다. 하지만 생명에 대한 맹목적 증오 역시 지니고 있지 않다.’


그 후로는 원래대로의 영지로 돌아갔다. 모습을 보이면 불안하기는 했지만 언제부터일까. 그들이 일상이 되고, 사람들은 더 이상 그들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무슨 목적을 가지고 있는지, 무슨 이유가 있는지도 모르지만 그들은 썩 고마운 존재였으니까.

가끔, 영지의 주변에서 특이한 일들이 일어났다. 막힌 수로가 정비되어 있었다던지, 맹수가 죽어 있었다던지, 대형 몬스터가 죽어있었다던지.

이유조차 알 수 없었지만 그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 이유가 밝혀졌다.

그 해의 여름은 유독 비가 많이 내렸다. 한달 내내. 쉬는 날도 없이 비가 계속해서 내렸고, 그것은 곧 홍수가 되었다.

비교적 비가 적게 내리는 지역이었던 탓에 홍수에 대한 별다른 방비가 되어 있지 않은 곳이었지만 옆의 영지에서 홍수로 인한 피해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도착했을 때에도 힐슨은 무사했다.

왜일까? 그런 의문을 안고 강을 찾은 이들은 모두 탄성을 터뜨렸다. 그곳에는 흙이 솟구쳐 만들어진 거대한 토벽들과 아직도 그것을 만들고 있는 검은 해골의 마법사가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들은 인정했다. 이유도, 목적도 모르지만 저 스켈레톤들은 자신들을 위협하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그 옛날. 순수하게 학문에 정진하던 네크로맨서들의 언데드가 그러했듯 그들 역시 그저 훌륭한 일꾼으로서의 역할을 할 뿐이라는 것을.

사람들이 그들을 배척하지 않게 되자 그들은 자연스럽게 사름들의 일을 도와 주었다. 밭을 갈고, 씨를 뿌리고, 물을 주고, 거름을 주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람들이 그들을 노예처럼 부리거나 혹은 게을러지지는 않았다. 그들 나름대로의 기준이 있는 것인지 그들은 열심히 일하는 자의 밭에서만 도움을 주었으니까.

그렇게 수백년이 흘렀다.


* * *


“후우······”


말로는 들었지만 정작 눈으로 직접 보니 감상이 남달랐다. 밭을 갈고, 농경지를 경작하는 스켈레톤과 인간들이라니.

물론 지금도 리베라 학파에서는 언데드를 제조하고는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동물이나 몬스터, 혹은 정당하게 허락을 받고 행하는 것.

고작 노동자를 생산하기 위해 언데드를 만들어내지는 않았다. 그것은 망자에 대한 모독이었으며 신전과도 마찰을 일으킬 수 있는 문제였으니까.

게다가 네크로맨서라고는 해도 마법사가 밭일을 해야 할 정도로 리베라 학파가 궁핍한 곳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저 풍경이 더욱 이색적으로 느껴졌다. 검은 해골도 그렇고, 그들이 뿌리는 사기에도 자연스럽게 그들과 어울리는 사람들도 그렇고.


“이건······뭐랄까······”


어색한 미소가 그려지는 아인즈의 얼굴을 보고 스피카가 살풋 웃었다. 그녀가 보기에도 이곳은 무척이나 특이한 곳이었으니까.

아마도 제인-테리오드가 옆에 있지 않았더라면 대번에 관광지로 유명해졌을 터였다. 그것에 에아와 솔리투도 역시 동의하는 듯 흥미로운 눈을 빛내고 있었다.


“와아······이런 모습들이 가능한 거구나······”


“동의.”


밭 사이로 나 있는 농로를 걸으며 주변을 둘러보는 둘의 눈에는 흥미가 흘러 넘치고 있었다. 아무리 격이 높아도 아이는 아이였으니까.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성에 들어선 아인즈는 여관을 찾았다.


“음, 일단 오늘은 저기서 머물도록 할까.”


맥주불담배라는 무척이나 알 수 없는 이름의 여관이었지만 그곳에서 나오는 기운이 가장 선명하고 맑았다.


“어서오세요!”


과연 그것은 틀리지 않았는지 여관의 안은 무척이나 북적이고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있는데도 거슬리는 소란이 아닌 유쾌해지는 소음과 청량하게 감도는 알코올의 향기에 아인즈가 미소를 그렸다.


“여기, 4인실, 넓은 방으로 있을까? 그리고 식사도 하고 싶은데.”


“물론이죠! 그럼 방은 특실, 식사는 바로 하실 건가요?”


영업용 미소를 얼굴 가득 그리며 묻는 종업원의 말에 아인즈가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굳이 음식물을 섭취할 필요는 없었지만 식도락만큼 즐거운 일은 드물었으니까.


“그래. 그렇게 준비해 주면 고맙겠군.”


“네! 그럼 이쪽에서 기다려 주세요!”


총총 걸음을 옮기는 뒷모습에 피식 웃자 옆구리를 스피카가 찔러 왔다.


“좋아요? 네? 귀여운 여자가 웃어 주니까 헬렐레 하는 게 무척 좋은가 봐요?”


“그럼, 왜 안 좋겠어요. 언니. 오빠가 또 쓸데 없이 줏대가 없어서······”


딱!


“아프다고!”


“시끄러. 그리고 스피카. 얼굴 가득 그렇게 장난을 주렁주렁 매달고 있으면서 그런 말 하지 마. 내가 진심으로 바람을 피워야겠어?”


그 말에 장난기가 맴돌던 스피카의 표정이 싸늘하게 식었다.

아인즈가 자신을 슬픔에서 건져내 주고, 자신이 그에게 대부분을 의지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지금 둘은 엄연한 부부. 그런데 당장 눈앞에서 바람을 피우겠다고 당당하게 선언을 해?

파지직.

그녀의 얼굴에 금이 가는 것처럼 주변의 마력들이 응집하고 그 여파로 스파크가 일었다.


“아인즈. 설마 그말······진심은 아니겠죠?”


잔뜩 구겨진, 웃는 얼굴을 하고 있는 스피카의 물음에 아인즈가 장난스럽게 답했다.


“글쎄?”


“와아······오빠 설마 벌써 내연녀가 있는 거야? 두집 살림?”


“아빠, 그럼 우리 엄마가 둘 되는 거야?”


가만히 있으면 좋으련만. 곁에 있던 이리안과 에아가 기름을 붙기 시작했다. 다만, 솔리투도는 그다지 이로운 것이 없다 판단했는지 방관하는 모양.

스피카의 입에서 잔뜩 일그러진 웃음이 흘러 나왔다.


“하, 하하······아인즈······설마 하지만······정말, 바람을 피우고 있는 거에요?”


“글쎄?”


재차 물어보지만 돌아오는 것은 방금과 마찬가지의 의뭉스러운 답뿐. 서로의 눈을 응시하며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스피카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요. 그런가요.”


‘어라?’


그리고 그녀의 주변을 감싸고 있던 마력들이 한순간에 흩어졌다. 마치 연기처럼. 그리고는 스피카가 푹, 고개를 숙였다.


“그래요. 그렇죠. 이렇게 달라붙는 여자는 싫겠죠.”


‘어어?’


점점 이상해져가는 분위기에 아인즈가 수습을 하려 입술을 떼었지만 이미 늦어 스피카가 처연한 말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렇죠. 그래요. 14년. 정말 긴 시간이네요. 그 정도면 권태기가 오는 게 당연 하겠죠. 그러고 보면 아인즈. 말로만 아끼고, 사랑한다고 하면서 정작 같이 자주지도 않고, 손만 잡고 자고. 기껏해야 키스도 언제나 내가 먼저하고. 반지를 주고 고백하자 마자 버려지는 걸까요. 정말······”


그런 말들에 아인즈는 얼어 붙었고, 이리안은 눈을 반짝이며 오라비를 골려대기 시작했다.


“에헤, 오빠 정말······난 그렇게 안 봤는데. 진성 나쁜놈······아, 원래는 더 나쁘게 말하려고 했는데 그래도 순화시켰어. 어때 착하지? 헤헷.”


“하아······”


결국 아인즈가 한숨을 내쉬며 머리를 부여잡았다. 지금도 계속되는 스피카의 넋두리와 이리안의 놀림에 머리가 아파왔다.

게다가 옆에서는 에아마저 진지하게 미심쩍은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이 진심인지, 아니면 장난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아, 에아. 너마저 그러면 어쩌자는 거니.’


결국 답은 하나. 항복하는 수 밖에. 아인즈가 손을 들었다.


“미안, 내가 잘못했어. 내가 잠시 미쳤었나 봐. 헛소리해서 미안해.”


“그래요?”


그러자 곧장 스피카의 입술이 미소를 그리는 것을 보고 당했다. 하고 아인즈는 생각했다.


“그럼, 제 부탁. 들어주실 거죠?”


그 순수하고 자신의 의견을 존중하고, 의지하던, 자신을 생각해 주던 스피카는 어디에 간 건지. 이제는 순 자신을 가지고 놀 정도로 뻔뻔해진 그녀가 미소를 그리고 있었다.


“하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것이 기뻤다. 조심스러워 하며 언제나 살금살금 거리던 그녀도 나쁘지는 않지만 이렇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그녀가 오히려 보기 좋았으니까.

물론, 그 덕에 자신이 제법 고생하기는 해야 할 터이지만 그 정도는 감수할 수 있는 선이다.


“네?”


“그래. 알았어. 들어 줄게.”


“좋아요.”


후훗, 하며 웃는 그녀의 웃음이 어딘지 모르게 음흉해 보였다. 아니, 음흉한 것이 사실이려나. 그녀가 아공간에서 꺼낸 차를 받으며 아인즈가 물었다.


“그래서, 소원은 뭐야?”


“글쎄요. 일단은 비. 밀.”


“그게 뭐야······”


힘이 빠진다는 듯 온몸을 늘어뜨리는 그를 보며 스피카가 빙그레 웃었다.


“그런 소원은 꼬옥, 묵혀 뒀다가 언젠가 필요할 때에 쓰는 거에요.”


반드시 엄청난 대가를 받아내고 말겠다. 다짐하는 그녀의 모습에 아인즈는 어색하게 웃고 말았다.

언젠가 돌아올 저 소원이 얼마나 큰 부담이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저 미소를 보고 있자니 괜한 말을 한 자신의 경솔함이 후회 되는 아인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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