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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fle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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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nifle
작품등록일 :
2016.03.19 09:17
최근연재일 :
2019.04.04 19:57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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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2.2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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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2쪽

154화-외전-두개의 세계, 두명의 남자(1)

DUMMY

외전-두개의 세계, 두명의 남자.


그는, 어디를 가건 볼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한, 그런 남자였다. 익스퍼트의 수준에 이른 평범하고, 평범한, 그런 기사.

크지도, 작지도 않은 영지에서, 그다지 강하지도, 뛰어나지도 않은 기사인 아버지의 밑에서, 그저 평범한 재능으로, 평범하게 노력을 해, 평범한 기사가 되었다.

그리고 평범하게 영지의 소속이 되고, 평범하게 녹봉을 받고, 평범하게 아내를 만나 결혼을 했다.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에게는 단 하나, 평범하지 않은 것이 있었다.

그의 모든 것은 평범했지만 단 하나. 그를 사랑하고, 그가 사랑한 아내는 전혀 평범하지 못하고, 오히려 지극히 아름다웠다.

그것이 문제였다.


“호오, 저 게집은 어디의 계집이냐? 내 꼭 한번 그곳을 방문해야겠군.”


몇 년간 영지를 떠나 있던 대공자가 상속을 위해 영지로 돌아오고, 그 와중에도 들른 사창가에서, 그곳을 지나가던 그의 부인을 보았다.

고급스럽지도 않지만 남루하지도 않은 옷. 하지만 그런 평범한 옷을 입었음에도, 그 어떠한 치장을 하지 않았음에도 그녀는 빛나고, 아름다웠다.

그래서 대공자는 움직였다. 그녀가 누구인지, 어디에 사는지, 무슨 일을 하는지 모조리 조사했다.

그 정도로 아름다운 여인이라면, 적어도 이 영지 안에서 나고, 자라고, 살아가는 한 모두 자신의 소유였으니까.


“기사 한스의 부인이라 합니다.”


“한스?”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그도 그럴 밖에. 한스는 지극히 평범한 이였고, 지극히 뛰어나거나, 혹은 뒤쳐지지 않는 이상 대공자쯤 되는 이의 귀에 들어갈 법한 이름은 없었다.

하지만 그때, 한스의 이름은 대공자에게 똑똑히 기억되었다. 아주, 나쁜 방향으로.


* * *


그는 평범했다. 그리고 뛰어났다. 그는 평범한 중소기업의 사장이었지만 그는 분명 특별했다. 능력 적으로나, 다른 쪽으로나.

그는 머리가 비상했다. 아무리 어려운 문제라 한들 그것을 가지고 1년이 넘어가 본 기억이 없다.

그는 평범했지만 언제나 열정에 넘쳤고, 그런 그의 모습에 반해, 그리고 자신에게 반한 모습에 반해 그와 그녀는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렸다.

그렇게 풍족한 것은 아니었지만 부족하지도 않은 가정이었다. 무척이나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그런 가정.

비록 아이도 없이 두 부부뿐이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임신을 하고, 그가 연구하던 기술 역시 그 결실을 맺었다.

세상을 바꿀 수도 있을 정도의 연구.

그것이, 시작이었다.


“호오, 이것 참. 이게 어디에서 나온 거라고요?”


그가 발표한 기술은 무척이나 허황된 것이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지나치게 난이도가 높아 구현하지 못해서였을 뿐.

이미 실현 된 기술은 그야말로 꿈의 기술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탐내는 이들 중, 가장 빠른 한 곳이 행동을 시작했다.


“수상 테크놀로지라는 곳의 사장, 신적한이라는 사람이 개발했습니다.”


“그래요?”


“예. 그다지 숨기는 것도 아니었는 관계로 알아보는 것이 어려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아무래도 자신이 만든 기술이 지닌 정확한 가치를 가늠하지는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뭐, 아무래도 그렇겠지요. 버러지는, 자신이 무엇을 지닌 것인지도 모른채 돌아다니다 결국 터져 죽는 법이니까요.”


“예.”


“좋습니다. 그럼 일단은 협상을 하세요. 지극히 ‘합당한’ 가격으로. 그게 안된다면······”


그의 시선이 섬뜩하게 빛났다.


“아시죠?”


“예. 그럼,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 * *


“토벌을 진행하도록.”


“최전선에 나가 적을 격퇴하라.”


“이를 조사해 보라. 은밀하게.”


어째서였는지 어느날을 기점으로 한스는 온갖 어려운 임무에 차출되어 나가기 시작했다.

기본이 한달 이상 걸리는 장기 임무. 거기에 가면 살수 있을지 없을지 조차 확신할 수 없는, 그런 임무들이었다.

하지만 악운이 강했던 것인지 그는 살아남았다. 그 어떤 어려움에 닥쳐도, 그 어떤 죽음의 위기에서도 그는 살아 남았다.

병사들이 전멸하고, 함께했던 기사들이 몰살을 당했을 때에도 그는, 그만은 언제나처럼 무사히 돌아와 또다시 전장을 향했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 돌아온 것은 죽지 않는 기사에 대한 칭송이 아닌, 다른 이들을 모두 죽이고 홀로 살아남은 기사에 대한 멸시와 조소였다.


‘이번에도 혼자 살아 나왔다지?’


‘같이 갔던 이들 중 제대로 살아남은 이가 없다더군.’


‘죽음을 몰고 다니는 게야.’


‘언제나처럼 다른 이들을 모조리 집어삼키고 혼자 살아남은 것이겠지.’


‘쉿, 들을라.’


그 냉대와 멸시 속에서도 견딜 수 있었던 것은 오직 하나, 사랑하는 아내와 자신을 보며 맑게 웃어주는 아들의 모습뿐이었다.

하지만, 그것조차 그에게는 허락되지 못했다.


* * *


“말도 안 되는 소리!”


그것이 신적한이 처음, 계약을 하러 온 이에게 했던 말이었다.


“그게 말이나 되는 가격이라고 생각하는 겁니까!”


20억. 이 나라 굴지의 기업이라는 태정이 제시한 금액이었다.

조건은 관련 특허 및, 사용권의 완전한 포기. 후에 있을지도 모르는 관련 연구 권한의 포기.


“이게 무슨 연구인지 당신들은 설마 모른다는 것인가!”


세상을 바꿀 수도 있는 그런 연구 결과. 누가 본다 하더라도 가히 나라 하나와 비견될 수 있는 연구 결과였지만 태정의 협상자는 비릿한 조소만을 흘릴 뿐이었다.


“그 정도면 과분할 텐데?”


“말도 안 되는 소리! 그 따위 조건이라면 차라리 다른 곳을 알아보겠소!”


“힘들텐데?”


“흥, 이 기술이라면 다른 그 어떤 기업에서도 사지 않고는 배길 수 없소.”


그래, 그랬다. 그의 기술은 그런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과거, 에디슨이 고집했던 직류전류를 혁신한 테슬라의 교류전류와도 같은 그런 기술.

하지만 태정의 눈에는 그저 먹기 좋은 먹이감일 뿐이었다.

시작은 사소했다. 증권가에 루머가 흘렀다. 아주 작은, 사소한 이야기들. 하지만 그것이 덩치를 불리고 불려 신적한의 투자자들이 자금을 회수해 갔다.

신적한은 한순간에 연구 자금은커녕 연구실을 운영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그것은 시작이었을 뿐.

얼마 지나지 않아 세무조사가 들어오고, 신적한은 들어보지도 못한, 자신이 하지도 않은 업무상 배임과 횡령이라는 죄목으로 징역을 살아야만 했다.

그렇게 길지는 않았지만 2개월의 옥살이는 그의 정신을 극도로 피폐하게 만들었다.


“여보······”


하지만 그럼에도 사랑하는 부인이, 가족이 있었기에 웃을 수 있었다. 태어나지도 않았지만 아이 덕에 견딜 수 있었다.

오기가 치솟았다.


“절대, 절대 너희에게는 팔지 않는다. 절대.”


하지만 그에 비례해 생활은 힘들어져만 갔다. 자금은 말라 붙었고, 대출의 상환은 돌아오고 있었고, 어음이 돌아오고 있었다.

하지만 그에게 기술을 사겠다는 기업은 그 어느 곳에도 없었다.

쾅!


“제기랄······!”


팔기 싫었다. 자신의 피와 땀이 어린 연구 결과였다. 자신의 시간이, 노력이 고스란히 담긴 기술이었다.

하지만 고작 이런 협잡질에 무너지고 있었다.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라도 팔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팔아야만 했다. 어떤 금액을 받든 일단 팔아야만 했다.

어제, 사람들이 들이닥쳐 집안 곳곳에 붉은 딱지를 붙였다. 말로만 듣던 압류 딱지. 거기에 어디에서 데려온 것인지 덩치들이 집에 들이닥쳤다.


“순순히 돈이나 내놓는 것이 좋을 거요. 그렇지 않으면, 저기 부인께서 어떤 험한 꼴을 볼지 나도 모르니까. 어쩌면 크흐흐, 그런 부류의 변태에게 좋은 값에 팔려 나갈지도 모르지.”


그 미소가 더럽고 추잡하고 구역질이 났다. 하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자신은 그저, 힘없는 신생 벤처 기업의 사장일 뿐이었으니까.

그래서 복종해야 했고, 그래서 분했다. 그래서, 결단이 늦고야 말았다.


* * *


그녀는 지쳐갔다. 그가 험하고, 힘든 곳에만 불려 나간다는 것은 그녀 역시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그것이 마치, 그의 능력이 인정 받은 것 같아 기뻤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의 주변을 떠도는 악의적인 말들에 그녀는 겨우,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는, 미움을 받고 있었다. 아주, 아주 높은 이에게.

그리고 머지 않아, 그것을 확신할 수 밖에 없었다.


“흐음, 이곳이 그 계집이 사는 곳인가?”


어느날 찾아온 손님. 과거, 몇번 먼 발치에서 본 적이 있는 이 영지의 다음 대 주인이 그녀의 집 앞에 도착해 있었다.


“대공자께서 이 누추한 곳에는 어인 일이십니까.”


예의에 어긋나지 않게 예를 갖추었지만 그의 시선은 파충류의 그것같이 서늘했고, 짐승의 그것 같은 포악한 욕망이 넘쳐났다.

본능적으로 진저리가 쳐지며 아이를 끌어 안았다. 그 모습에 오히려 대공자는 슬그머니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알 수 있었다. 깨달을 수 있었다. 자신의 남편, 사랑하는 이. 한스는 미움을 산 것이 아니다.

그저, 그저 과분한 것을 감당하려 하고 있을 뿐.


‘바보 같은 사람.’


어째서 미리 말을 해 주지 않은 것인지, 어째서 자신에게는 일언반구도 없었던 것인지 원망이 치솟았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자신을 위해, 이제 막 옹알이를 하는 아이를 위해 그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어떤 것을 희생하고 있는 지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렇기에 참았고, 묵묵히 뒤에서 바라보기만 했다. 그래서, 지칠 수 밖에 없었다.


“로즈.”


그가 돌아온 그날. 처음으로 싸움이라는 것을 했다. 언제나 화목하고, 행복했던 가정에 처음으로 고성이 오갔다.

그리고 끝끝내 울음을 터뜨리는 부인의 모습에 한스는 그녀의 가녀린 몸을 끌어 안고 작게 속삭였다.


“미안해. 하지만 조금만 참아 줘. 조금만, 조금만 더 있으면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그 말에 로즈는 깨달았다. 자신이 그렇게 쉽게 알게 된 것을 그가 모르고 있을 리가 없었다는 것을.

그가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그래서 기다렸다. 참고, 참으며, 아무리 추악한 욕망에 토할 것 같아도 겉으로는 웃으며, 또 웃으며 연기를 했다.

자신이 그렇게 하면 할수록 한스는 안전해 질 것이고, 시간을 벌기도, 준비를 마치기도 용이할 것이기에.

그리고 마침내 준비가 끝난 그날, 한스가 그녀를 옆에 세우고, 아들을 안아 들었다.


“가자.”


그날, 한스의 일가는 영지를 떠났다. 하지만 그건 그저 할일 없고, 짐승의 욕망을 가진 이의 놀이였을 뿐이었다.


“그럼, 사냥을 시작해 볼까.”


도주를 시작한 지 불과 사흘. 그 사흘 만에 로즈는 쇠약해져 갔고, 끝내는 추적자들이 바로 뒤에까지 따라 붙었다.

자세한 상황을 파악할 수는 없었지만 하나는 분명했다. 자신이 함정에 빠졌다는 것. 그리고, 애초에 왔을 파국이 조금 더 빠르게 찾아 왔다는 것.

있는 힘을 다해 로즈를 이끌던 그의 손에서 로즈의 손이 빠져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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