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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fle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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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nifle
작품등록일 :
2016.03.19 09:17
최근연재일 :
2019.04.04 19:57
연재수 :
266 회
조회수 :
201,532
추천수 :
2,609
글자수 :
1,493,079

작성
17.02.16 18:00
조회
281
추천
7
글자
12쪽

169화-신의 자취(3)

DUMMY


결계를 들어서는 순간, 강렬한 빛이 시야를 덮쳤다. 너무 밝아서 오히려 어둡게 느껴지는 그런 빛에 잠시지만 눈을 감았고, 다시 눈을 뜬 순간 보인 것은 생전 처음 보는,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익숙한 누군가의 모습이었다.


“......”


방금 전처럼 망막을 태우는 것 같은 빛은 아니었지만 여전히 밝은 그 빛에 어렴풋이 그 존재가 인간과 유사한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만 겨우 알 수 있었다.

자신을 가만히 바라보는 존재의 시선에 잠시 주변을 둘러본 아인즈는 작게 인상을 찡그렸다.

아니나다를까. 다른 이들의 모습은 어디에도 찾을 수 없고, 이 끝도 없이 새하얗기만 한 공간에 자신과 눈앞의 존재만이 있다는 것 정도만 알 수 있었다.


“......당신은, 누구지? 신인가?”


-......d......rn......d


“음?”


-dj......dkeo......eemdl......


전혀 알 수 없는 소리에 아인즈의 인상이 한층 찌푸려지자 존재가 잠시 팔을 휘저었다. 무언가의 방법을 가지고 조치를 취한 것처럼 보였지만 달라진 것은 전혀 없었다.

여전히 소리는 무엇인지 알 수 없었고, 고장난 라디오처럼 잡음이 잔뜩 끼어들어 있었다. 결국 포기한 듯, 팔을 축 늘어뜨리는 존재의 모습에 아인즈는 무언가가 떠오르는 것을 느꼈다.


“당신, 이 결계와 관련이 있군?”


아인즈의 말은 정확하게 전달이 되는 것인지 존재가 작게 고개를 갸웃거리다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어딘지 모르게 기쁨마저 느껴지는 그 몸짓에 살짝 웃음이 나오려 했지만 속으로 삼키고 아인즈는 질문을 이어 나갔다.

어떻게 된 노릇인지는 모르지만 저쪽은 이쪽에 정확한 의사전달이 불가능했고, 이쪽은 가능했으니 결국 자신이 주도하는 수 밖에 없었다.


“그럼, 내가 질문을 하고 그쪽이 답을 하는 것으로 하지. 복잡한 것은 어려우니 간단하게 그렇다, 아니다로만. 동의하나?”


끄덕.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존재의 모습에 작게 고개를 끄덕인 아인즈가 입을 열었다.


“당신은 신인가?”


긍정.


“그렇다면 이 결계는 당신이 만든 것인가?”


부정. 그리고 다시 긍정. 그 반응에 잠시 미간을 모은 아인즈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상대가 신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으니까.


“누군가의 청원에 의해 당신의 힘으로 구성된 곳이다. 맞나?”


긍정.

과연, 이라고 해야할까. 하기야, 신이 자신의 따르는 신도의 청원을 위해 결계를 만드는 정도의 일은 드문 것도 아니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강렬한 청원에 힘이 스스로 움직여 그 원을 이루어 준 것이라고 하는 것이 맞을까.

결계의 정체를 확인한 아인즈가 다시 질문을 이어 나갔다.


“당신은 아직 온전히 존재하는 신인가?”


부정.


“그렇다면 이곳이 당신이 잠들어 있는 곳인가?”


부정.


“당신은 다시 깨어나고자 내게 모습을 드러낸 것인가?”


부정.


“이곳은 위험한가?”


침묵.

불편한 침묵이 이어지고, 잠시의 시간이 흐르자 존재가 팔을 들어 올렸다. 존재의 손가락이 아인즈를 향하고 고개를 내저었다.

그 의미를, 아인즈는 분명히 알 수 있었다.


“내게는 위험하지 않다?”


긍정.


“그렇다면 나와 함께 들어온 일행은? 그들에게도 위험하지 않은가?”


긍정.


“위험하지 않은 것인가?”


긍정.


그 답에 일단 아인즈는 안도했다. 조금 찝찝했던 기분 탓에 마음 한구석이나마 불편함이 남아 있었는데 그것이 완전히 해소된 느낌이었다.

적어도 이곳을 만든 주인이 그것을 부정했으니 위험할 가능성은 일단 배제된 셈이었으니까.

다음 질문으로는 무엇을 해야할까, 잠시 고민하던 아인즈의 시야에 문득, 공간에 가늘게 금이 간 것이 들어왔다.

크게 표시가 나지는 않았지만 이내 그 크기를 키우고, 곳곳에서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해 공간 전체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시간이 얼마 없군.”


그 말에 역시 동의하는 듯 주변으로 시선을 던지던 존재가 아인즈를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한걸음 두걸음 가까워지는 존재의 모습에 아인즈 역시 존재를 바로 응시했다.

그리고 마침내 한걸음 정도의 거리를 두고 마주한 둘은 잠시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서로의 존재를 바라보고 있다가, 얼굴이 온통 흐릿한 존재가 아인즈에게 손을 뻗어왔다.

어느새인가 바로 근처까지 뻗어온 균열의 가지에 아인즈의 손이 주저 없이 자신을 향해 뻗어온 손을 마주 잡고, 여태껏 들리지 않았던 목소리가 선명하게 들려 왔다.


-......아이를 부탁한다.


“그게 무슨......?”


하지만 그것이 최후의 힘이었던 듯, 말을 끝내자 마자 서서히 흩어져 가는 존재의 모습에 작게 한숨이 새어 나왔다.

아무런 징조도 없는 만남에 이런 밑도 끝도 없는 부탁이라니. 거기에 멋대로 사라지는 모습에 아인즈가 방금 전까지 잡았던 손의 감촉을 떠올리며 쥐었다 펴는 것을 반복했다.

그러기를 잠시, 어느새 완전히 공간을 뒤덮은 균열에 유리장이 깨져나가는 것처럼 공간이 무너져 내리고 원래 있었어야 할 공간의 모습이 깨져 부서져 내리는 새하얀 공간의 파편 너머로 모습을 드러냈다.

대륙 중부라면 어디를 가건 흔히 볼 수 있는 숲의 전경. 잠시 주변을 둘러보던 아인즈는 잠시 멈춰 있다 이내 움직이기 시작하는 세계의 모습에 피식, 웃음을 흘렸다.


“어? 어라? 뭐가 조금 이상한데?”


“꼭, 뭔가 잠시 정신을 잃었던 것 같은......”


확실히 세계수와 위대한 위에 올라선 이의 감각은 예민한 것인지 신의 개입조차 일부 감지해 내는 모습에 아인즈가 손벽을 마주쳐 주의를 환기했다.


“자, 다들 별 문제는 없는 것 같으니 가자. 루그란씨는 벌써 먼저 간 것 같으니 우리도 늦지 않게 가야지?”


그에 스피카와 에아가 잠시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이내 앞서 걷는 아인즈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걸음을 옮기던 중에 소매를 붙잡는 손길이 느껴져 시선을 아래로 내리자 언제나처럼 투명한 눈동자로 자신을 바라보는 솔리투도의 모습이 시야에 담겨왔다.


“......”


비록 아무런 말도 않고 있었지만 알고 있다는 그 모습에 살짝 미소를 지은 아인즈가 검지를 가만히 입술게 가져다 대었다.


“쉿. 말하면 안돼?”


도리도리.

작게 고개를 내젖는 모습이 전혀 뜻밖이라 아인즈의 얼굴이 당황으로 물들때, 솔리투도가 팔을 뻗었다.

그 작은 몸짓에 담김 의미를 알아챈 아인즈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래,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 된다? 알았지?”


끄덕.

그제야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솔리투도의 머리를 헝클어뜨린 아인즈가 딸의 작은 몸을 들어 품에 안았다.

무척이나 흡족하다는 듯, 얼굴에 드러날 정도로 진하게 미소를 짓는 솔리투도의 모습에 아인즈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아앗! 아빠! 나는!”


거기에 언제 다가온 것인지 샘난다는 얼굴로 칭얼거리는 에아와, 제법 우쭐한 얼굴로 만족감을 드러내 보이는 솔리투도의 모습에 결국, 아인즈는 큰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언제나처럼 평화로운 이 한때의 모습이 언제나 계속되기를 바라면서.


* * *


처음 결계에 들어선 루그란은 잠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들어설 때에 약간 따끔한 기분이 들기는 했지만 그건 결계에 포함된 신성력과 자신의 사기가 충돌해 벌어지는 당연한 현상이었고, 적어도 방향 감각을 흐리는 정도의 효과는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결계는 그저 이상력과는 관계가 없는 일반인을 물리는 정도의 효과와 안쪽의 모습을 숨기는 정도의 간단한 효과만을 가지고 있었다.


“뭐야 이게. 너희는 설마 이정도의 결계 때문에 그렇게 쩔쩔매고 있었던 거냐? 그렇게 지레 겁을 집어먹고?”


가지고 있는 특징이라고는 공존할 수 없는 두 개의 특질이 함께 있다는 것 뿐인, 정말이지 초보적인 수준의 결계를 두고 지원을 요청한 애송이들을 한심한 시선으로 일별하고, 루그란은 탁 풀려버린 긴장에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 그렇지. 내 주제에 흥미진진하고 질하지 않은 긴긴 휴가는 무슨. 그래, 이게 다 내 팔자지.”


애초에 기대할 것을 기대해야 했다. 겨우 이정도의 수준을 가진 결계를 가지고 일주일 이상 외근을 했다가는 무슨 소리를 들을지 모르는 상황.

결국 이번 외유는 그저 벽을 부수고, 더 높은 곳을 향할 토대를 쌓았다는 것으로 만족해야 할 듯 싶었다.


“에휴, 그래도 뭐. 조사는 하기는 해야 되겠지. 안에 뭐가 있는지.”


차라리 금방이라도 목숨이 위험하고, 칼날 위에서 춤추는 것 같은 위태함을 느끼게 하는 곳이었다면 좋았으련만.

그저 가장 기초적이고 상반되는 특질 두 개가 공존하는 매커니즘 정도나 가치를 가지는 결계에 관심도, 흥미도 뚝 떨어져 버렸다.

결국 이곳에 들어설 때까지만 해도 힘으로 가득차 있던 그의 걸음이 세상을 다 포기한 듯한 터덜거리는 걸음으로 변하고, 그의 어깨 역시 축 쳐져버렸다.

터벅, 터벅.

둔중한 발소리가 한쪽으로 쭉 나있는 오솔길을 울리고, 한순간에 모든 흥미를 잃어버려 무력감조차 느끼는 그와 달리 뒤에서 따라오는 마법사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다행이다.’


‘정말, 이런 행운도 흔치 않지.’


‘우린 할 일도 덜고, 고위 마법사분들도 만나고. 좋은 기회였어.’


사실, 결계를 해주하는 작업을 할 때에 위험에 가장 먼저 위험에 노출되는 것은 자신들과 같은 하위의 마법사들이었다.

가장 위험한 부분은 물론 고위 마법사가 맡게 되지만 아무리 위험해진다고 한들 이미 예전에 능구렁이가 되어버린 고위 마법사들은 제 한몸 건사할 수단은 항상 구비 중이고, 언제나 죽어나가는 것은 자신들과 같은 미숙한 이들이었다.

그렇기에 이번과 같이 고위의 마법사들과 안면을 익히고, 아무런 위험조차 느껴지지 않는 소위 ‘꿀’ 사안에 그들은 득의의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무력감과 실망감에 어두침침한 기운을 뿌리며 앞에 가는 루그란과, 뜻밖의 행운에 즐거워하며 시시덕거리는 세 젊은 마법사는 이내 오솔길을 벗어나 드러난 전경에 나직하게 감탄을 내뱉었다.


“호오......”


“이런 곳에 마을이?”


오솔길을 따라 작은 산의 정상에 올랐던 것인지 아래쪽, 산들로 둘러쌓인 자그마한 분지에 자리 잡은 마을이 한눈에 들어왔다.

이제막 식사 준비를 하고 있는 곳인지 곳곳에서 피어오르는 연기에 잠시 마을을 바라만 보던 그들의 작은 침묵은 곧이어 이어진 누군가의 말에 의해 끝났다.


“그럼 저 결계를 친 사람이 저 안에 있다는 거 아닐까요?”


그 말에 잠시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던 넷은 곧장 미소를 그리고는 마을을 향해 발을 재게 놀리기 시작했다.

마을의 위치로 보아 저 안에 결계를 펼친 마법사가 있을 확률이 높았고, 그렇게 되면 조사는 간단하게 끝나게 된다.

그렇다면 조사라는 명목으로 일주일은 추가로 더 쉴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루그란의 뇌리를 가득 채웠고, 젊은 마법사들 역시 그것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서로의 이해가 맞아 떨어져 얼굴 가득 미소를 그린 이들이 제각기 바람과 작은 욕망을 담아 빠르게 마을에 닿았고, 그들은 이내 멍한 얼굴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뭐야, 이거.”


마을은 분명 평범했다. 어디를 가나 흔히 있는 통나무집. 어디를 가나 흔히 있을 법한 깔끔하지만 일반적인 수준의 거친 옷을 입은 아이들.

그래, 딱 거기까지인 것이 문제였다.

마을 어디에도, 이런 산 안에 자리 잡은 마을이라면 분명히 마을 입구에서부터 보여야 할, 밭에도 자리하고 있어야 할 이들이 없었다.


“왜 아이들만 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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