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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nifle
작품등록일 :
2016.03.19 09:17
최근연재일 :
2019.04.04 19:57
연재수 :
26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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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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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93,079

작성
16.12.23 18:00
조회
388
추천
8
글자
11쪽

155화-외전-두개의 세계, 두명의 남자(2)

DUMMY


“아악!”


“로즈!”


언제부터 있던 것일까. 그녀의 발을 뚫고 송곳이 튀어나와 있었다.


“아, 아아아······”


로즈가 몸을 떨었다. 신경을 태워나가는 그 아득한 고통에 신음 외에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순간 자신을 향해 돌아오려는 한스와 그의 품에 안긴 아이가 보였다.

사랑하는 남편과, 사랑하는 아이. 그녀가 이를 악물었다.


“오지마!”


“로즈!”


“가요! 어서! 이대로 나는 버리고 가란 말이에요!”


“어떻게 당신을 버리고 가!”


“이대로 가면 얼마 안 가서 다 죽어요! 그러니까 당신이라도 도망치란 말이에요!”


“로즈!”


“그래서, 그래서 아이라도 살려 줘요. 제발, 내 부탁이에요 한스.”


그녀의 말에, 그 진심에 이를 악문 한스가 비통함으로 대지를 디디며 다시 앞으로 나아갔다. 분하고, 슬펐지만 그녀의 말이 맞았다.

지금은 아이라도 살려야 했다.

멀리로 사라져가는 둘의 모습을 보며 로즈는 가만히 눈을 감았다. 뒤편에서 들려오는 발자국 소리와 쇠가 마찰하는 소리가 점점 가까워 옴이 느꼈다.

아마도 이대로라면 잡혀가 대공자에게 바쳐질 터였다.


‘그럴 수는 없어.’


소리는 점점 가까워 왔지만 그녀는 오히려 미소를 이었다. 목숨을 포기한 탓일까. 마음이 가벼웠다.


“태초의 어머니 릴리트(Lilith)이시여. 여기 그대의 딸이 간절히 원하나이다.”


그녀의 말이 시작됨과 동시에 어디에선가 불어온 바람이 그녀를 스치고 지나갔다.


“여기, 이곳에서 제가 간절히 바라옵건데, 부디 마녀의 딸을 탐하려는 이에게 가하는 벌을 허락하여 주옵소서.”


금속성이 가까워 오고, 바람에 비릿한 냄사가 묻어 났다. 그 소름 돋는 향기에 로즈가 짙은 미소를 그렸다.


“감사합니다. 나의 어머니 이시여.”


그 말이 끝남과 함께 바로 뒤편에 나타난 인기척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는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큭, 크걱!”


언제 튀어 나온 것인지 그의 가슴, 심장이 있을 바로 그곳을 뚫고 검은 검이 죽음에게 비죽이 인사를 하고 있었다.

그 잔혹한 향기에 그가 간신히 고개를 돌려 보았지만 이미 살아있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그는 볼 수 있었다.

밤을 뭉쳐 놓은 것만 같은 검으로 자신의 심장을 찌르고 있는 여인의 모습을, 미소를 그리며 만족스럽게 죽음을 환대하는 그 모습에 한스의 동료 기사인 그는 나직한 탄식을 최후의 숨결로 내뱉었다.


“마······녀······!”


* * *


결단을 내리고 그것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 신적한이 병실에 들렀을 때에, 병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있는 것이라고는 그저 차갑게 식은 침구와 그것을 정리하는 간호사의 모습뿐. 치미는 불안감을 억누르며 그가 다급하게 물었다.


“김해연 환자분 보호자께서 데리고 퇴원하셨는데요?”


“예?”


얼빠진 되물음 뒤로 불길했던 기억이 살아났다.


‘후회하실 겁니다.’


“설마, 설마!”


아니길 바라며, 부디 아니길 바라며 부인을 찾았지만 이미 늦어 있었다.

온몸에 가득한 상흔과 능욕의 흔적에 신적한은 그저 떨리는 손으로 해연의 얼굴을 쓰다듬는 것 외에는 할 수 없었다.

이미 싸늘하게 식어가는 몸으로 겨우 숨을 이어가고 있던 그녀가 힘겹게 웃으며 그 손에 자신의 손을 가져가 올렸다.


“여보······우, 리딸······잘, 부탁해요······”


“해연아······”


“엄, 마가······같이, 못······있어 줘서······미, 안 하다고······정말, 미안, 하다고······그렇게, 얘기······해 줄, 수······있, 죠?”


“그래, 그럴게. 그렇게 할게. 그러니까 제발······!”


“다, 행······”


그 말과 함께 그녀의 몸에서 완전히 생기가 빠져 나갔다.


“해연아! 해연아! 안 돼! 제발! 이럴 수는 없어! 이럴 수는 없다고! 해연아, 일어나 봐, 제바알-!”


싸늘하게 식어버린 해연의 몸 앞에서 오열하고 있는 그의 곁으로 켜져 있던 핸드폰이 울음을 토해내며 익숙한 목소리를 내뱉었다.


“후후, 제법 즐거웠습니다. 의외로 능력이 좋으시군요? 아, 따님이 태어나셨더군요. 축하 드립니다. 이야, 어머니를 닮았다면 그 아이도 분명 미인으로 자라나겠지요? 정말이지 기대가 됩니다.”


그 징그럽고, 구역질 나는 목소리에 신적한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간헐적으로 몸을 떨 뿐.

이내 일어선 그의 눈에서 귀화(鬼火)가 타올랐다.


* * *


“로즈······”


한스의 떨리는 목소리가 싸늘하게 식은 로즈의 시신 위로 힘없이 내려 앉았다. 언제나 밝고, 맑았던 그녀는 온데간데 없이 이제는 그저 푸르게 식은 시신만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로······즈!”


그녀의 시신 곁에는 어린 아기의 시신 역시 함께 뉘어져 있었다. 어디에서 다친 것일까. 아기의 강보는 온통 피로 젖어 있었고, 그것은 한스의 몸 역시 마찬가지였다.

최선을 다해 도망쳤지만 그것은 그저 추적대를 따돌린 것일 뿐. 로즈의 죽음도 아무런 의미가 없이 아이 역시 짧은 생애를 끝으로 눈을 감고 말았다.


“윽, 크윽······!”


소리 없는 오열.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기에, 그 어떤 울음보다도 가슴 아픈 소리가 공터를 가득 메웠다.

과거에는 동료였으나 얼마 전에 적이 된 이들의 시신 가운데에서 고고하게 그 모습을 유지한 아내의 시신과 그 곁에 너무나 잘 어울리는 아이의 시신.

하지만 그 안에 자신은 없었다.

그들은 죽었고, 자신은 살아 있었으니까. 그것이 너무나 슬프고, 가슴 아팠다.


“편히······잠들라······”


얼마의 시간을 먹지도, 자지도 않고 울었을까. 멍하니, 기계적인 움직임으로 한스의 손이 땅을 파고, 돌을 쌓아 올렸다.

손톱은 깨져, 빠진지 오래고, 손가락은 이미 곳곳에 하얀 뼈가 드러나 있었다. 하지만 아무런 통증도 느끼지 못하는지 한스는 그저 묵묵히 손을 움직여 돌을 쌓아 무덤을 완성해 나갔다.

탁.

그리고 마지막을 장식하는 최후의 돌을 얹고서야 자리에서 일어난 한스가 무겁게 한마디를 내뱉었다.


“미안해. 여보.”


복수는 할 수 없었다. 불합리한 이 세계를, 그 대공자를 모조리 부수고 없애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녀는 이 세상을 사랑했고, 그 영지를 사랑했다. 그 영지 안의 인연을 사랑했다.

비록 그들은 모른척하고 있었지만 이해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그들은 그저 살고 싶었을 뿐이니까.

자신 역시 살고 싶어 도망을 쳤으니 그들과 자신이 다를 것은 없었다. 그저 다른 점이라면 로즈는 죽었고, 그들은 살아 있는 것 정도.

복수를 할 수 없다는 그 마음에 최후의 눈물이 흘러 내려 무덤에 떨어져 돌을 적셔 나갔다.


“복수는······못할 것 같아.”


그가 곁에 있던 검을 뽑아 들고 머리 위로 치켜 올렸다. 검날에 겨울의 싸늘한 햇살이 차갑게 부서져 내렸다.


“하지만, 어떻게든 바꿔는 볼 수 있겠지.”


휘익, 챙강!

맑은 소리와 함께 돌에 부딪힌 검이 맥없이 부러졌다. 그 조각을 주워 손잡이쪽을 로즈의 무덤에, 검첨을 아직 이름조차 지어주지 못한 아이의 무덤에 꽂았다.

그것이 묘비를 대신해 줄 터였다.


“나중에, 나중에 꼭, 다시 만나······그때에는······”


그의 얼굴이 슬픔으로 일그러져 나갔다.


“······꼭, 내가, 지켜줄게······!”


오열이 숲을 지나 바람을 타고 흘러 갔다. 저 멀리, 하늘에 닿을 때까지.


* * *


그날 이후, 신적한은 미친 듯이 일했다. 뒤는 돌아보지 않았다. 주위도 살피지 않았다. 있는 것은 그저 하나의 길 뿐인 듯 무조건 앞으로만 나아갔다.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고, 하루하루가 지옥이었다.

그 일정에 맞추지 못하고 수많은 직원들이 떨어져 나갔다. 그리고 종래에는 결국 혼자만 남았지만 그는 신경쓰지 않았다.

주위를 살필 신경이 필요 없어졌으니 오히려 그만큼 연구를 늘려 나갔다. 그리고 차근차근 실적을 쌓아 나갔다.

한걸음 한걸음. 작은 걸음이 모여 큰 한걸음을 만들고, 큰 걸음을 모아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걸음을 만들었다.

그리고 복수했다.

자신의 연구를 탐냈던 태정은 이미 산산히 부서져 수상에 흡수되었다. 그 모든 일을 주도했던 총수 일가는 갈갈이 찢어 개의 먹이로 주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멈추지 않았다. 자신을, 해연을 이렇게 만든 것은 재텅이 아니라 바로 이 세상이었으니까.

그렇기에 복수를 하기 위해 그는 쉬지 않고 달렸다. 지칠때에는 관성으로 자신을 밀어 오히려 속도를 높였다.

그리고 마침내 만났다.


* * *


그날 이후, 한스는 달라졌다. 아니, 한스는 사라졌다. 평범하게 세상을 살아가던 기사 한스는 더 이상 세상에 없었다.

그리고 그 자리를 흑마법사 크라텐이 채웠다.

그는 광인이었다. 하지만 그는 현자이기도 했다. 그는 언제나 생각하고, 궁리했다. 어떻게 하면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리고 결론을 내렸다. 이것은 인간의 힘으로, 인간의 군집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고.


“그렇다면 내 힘으로라도 해 보일 것이다.”


인간이 가진 힘으로 할 수 없다면 다른 힘을 끌어오면 된다. 그 힘으로 사회를 바꾸는 것이 아닌 세계, 그 자체를 바꿀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아마도 로즈처럼, 자신의 아이처럼 희생되는 이들은 생겨나지 않을 터였다.

그렇기에 그는 미쳤다. 그렇기에 그는 현명해졌다.

광인의 광기와 현자의 지혜가 만나 수 없이 많은 이치를 분석하고, 이해했다. 하지만 벽은 높았다.

그는 애초에 평범한 존재. 비록, 그 스스로가 틀을 깨고 나왔지만 그 틀이 애초에 작았다. 너무나 뚜렷한 한계에 좌절하려 할 때에, 만남이 이루어졌다.


* * *


신적한이 물었다.


“너는, 누구지?”


크라켄이 답했다.


“그러는 너는 누구지?”


하지만 답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둘은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 그 둘의 주변으로 수 없이 많은 풍경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갔다.

어디에서는 대장장이였고, 어디에서는 과학자였으며, 어디에서는 노예였고, 또 어디에서는 살인마, 교사, 강도, 도적, 의사, 신관, 마법사, 농부였다.

그리고 그보다 더 많은 모습들이 그 둘을 스쳐 지나갔다. 아니, 실상 둘이 서로를 인식하고, 자신을 인식하고 있을 뿐.

어쩌면 저 풍경들 중 하나를 자신들이 스쳐가고 있을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신적한이 입을 열었다.


“어리석군. 하지만 현명해.”


크라켄 역시 입을 열었다.


“너 역시 어리석다. 하지만 명확하군.”


“나는 복수를 하고, 완전히 세상을 손에 넣어 진정한 복수를 이룰 것이다.”


“나는 손에 넣어 세상을 바꾸어 복수를 이룰 것이다.”


과정도, 결과도 달랐지만 둘은 같았다. 둘은 모두 복수를 원하고 있었다. 비록, 그 종류도, 의미도 달랐지만 복수를 원한다는 공통점이 있기에 둘은 손을 맞잡았다.


“협조하지.”


“나 역시.”


“때는, 두 세계를 손에 넣을 때까지.”


“때는, 두 세계를 손에 넣을 때까지.”


둘의 악수에 정지했던 세계가 다시 흘러가기 시작한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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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

  • 작성자
    Lv.46 한민구
    작성일
    16.12.23 19:03
    No. 1

    이 남자가 본편의 아인즈와 연관이 있나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5 nifle
    작성일
    16.12.23 21:14
    No. 2

    큰 관련이 있죠. 참고로 신적한은 주인공의 소꿉친구인 신정현의 아버지입니다. 저어, 앞에 나온 외전에 나온적이 있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5 핀하트
    작성일
    16.12.24 13:32
    No. 3

    마법과 과학이 결합해 만들어진것이 차원이동장치 인가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5 nifle
    작성일
    16.12.24 21:26
    No. 4

    거기에 주인공의 아버지 능력과 신의 권능이 합쳐졌습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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