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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fle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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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nifle
작품등록일 :
2016.03.19 09:17
최근연재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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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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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93,079

작성
16.11.24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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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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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글자
12쪽

134화-일곱 기둥(9)

DUMMY


약 한시간 가량이 흐른 후. 아인즈는 겨우 페르미스와 정상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뭐, 여전히 페르미스의 얼굴이 잘 익은 사과마냥 붉어져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대화에는 별 무리가 없으니 아인즈는 아무래도 좋았다.


“익히 아시겠지만 저는 바벨로 가기 위한 열쇠가 필요합니다. 제 개인적인 사정으로 제법 여유가 부족하니 빠르게 처리를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조속히 처리를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어, 어? 어. 그래야지.”


저렇게 말을 두어번 반복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면.

완전히 패닉 상태였던 것을 간신히 회복해 자리에 앉게는 만들었지만 이제야 본론을 꺼낼 수 있게 된 것도 다 그런 탓이었다.

여태 페르미스는 얼굴을 붉힌 상태로 아인즈를 흘끔거리기 바빴으니까. 도대체 나이를 어디로 먹은 건지. 하며 속으로 중얼거리던 아인즈가 품에서 안경을 꺼내 쓰며 페르미스를 직시했다.

솔직히 안경이 필요한 시력은 아니었지만 이 안경의 용도는 어디까지나 장식.

사각에 가까운 금속테 안경을 쓰면 자신의 인상이 날카로워 보인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기에 상대에게 압박을 주기 위해 종종 써먹는 용도의 물건이다.

확실히 갑자기 바뀐 분위기에 놀랐는지 움찔하는 페르미스의 모습에 내심 흡족한 미소를 그린 아인즈가 질문을 던졌다.


“왜 그렇게 저를 보시는 건지요? 제법 불쾌하려고 합니다만?”


“아, 아?”


그 질문에 당황하며 팔을 이리저리 휘젓고 있는 모습을 보자니 괜히 방향을 틀어서 시간만 더 지나가게 된 것이 아닌가, 후회가 드려는 찰나 페르미스의 입가가 말려 올라가며 기질이 변화했다.


“어머~ 우리 아가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어~?♥”


방금 전까지 얼굴을 붉히고 있던 귀여운 소녀가 맞는지 의심할 수 밖에 없을 정도로 극적인 변화.

하지만 아인즈는 전혀 아무렇지도 않았다. 애초에 마녀는 그런 존재들이니까. 다만, 이후의 상황은 조금 예상 밖이었다.


“우훗~♥”


“······뭐하시는 겁니까.”


“응~? 뭐냐니~?”


탁자 위를 미끄러지듯 기어서 다가온 그녀가 옆에 착 붙어서는 귀에 바람을 불어 넣었다.


‘도대체 뭘 어쩌라는 건지.’


어느 정도 예상도 했고, 마음의 준비도 하고는 있었지만 이건 너무 심했다.

방금 전까지 알몸을 보인 것으로 얼굴만 잔뜩 붉힌 채 패닉에 빠져 있던 소녀가, 외모는 전혀 변하지 않은 채 이제는 퇴폐적인 분위기마저 풍기고 있었다.

아인즈의 입장에서는 외양이 어린애나 마찬가지지만 그녀의 계속되는 희롱은 무척이나 불편했다.


“우훗~♥우리 아기. 뭘 어떻게 관리를 하면 이렇게 머리결이 좋을까~? 거기에 어머, 이 피부좀 봐♥ 나보다 더 좋은 것 같애~♥”


아무래도 영 틀린 것 같다. 아까 전보다 상황이 적어도 두배는 나빠진 것 같았다.

방금 전에는 그나마 느리고 답답해도 어찌어찌 대화는 이어졌지만 이 상황에는 입을 여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되었다.

차라리 무력이나 지력으로 싸우는 것이 낳지. 이런 식의 심리고문은 사양하고 싶은 것이 아인즈의 마음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럴 생각은 없는 것 같았다.


“어머, 어머~♥어떻게 해~ 나 반할 것 같앙♥”


‘아니, 이미 반한 것처럼 보입니다만은.’


이제는 숫제 말에 담긴 하트들이 눈에 보이려 하는 지경이었지만 그녀의 손은 여전히 아인즈의 몸을 더듬고 있었다.


“하아······정말 너같이 완벽한 남자는 처음이야. 다른 녀석들은 순 냄새 나고, 바보에 천치였는데 너는 달라♥”


그녀가 자신의 얼굴을 아인즈의 얼굴에 가져갔다.


“정말······멋져. 반할 것 같아♥”


그리고 가까워지는 입술. 하지만 그녀의 목적은 이루어지기 직전 무산되고 말았다.


“응?”


자신의 입술을 밀어내고 있는 마력장에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귀엽게 갸웃거리자 아인즈가 안경을 추켜 올리며 건조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쯤 하시죠. 피차, 아니, 피차는 아니겠지만 저는 갈 길이 바쁩니다.”


“웅?”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듯 눈웃음을 치며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아인즈의 시선은 오직 한곳, 그녀의 두 눈을 응시하고 있었다.

한치의 흔들림도, 파장도 없는 차가운 이성의 눈. 아인즈의 눈동자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본 페르미스가 탁자 위로 쓰러졌다.


“아아아~ 이게 뭐야아~ 재미없게. 이래서 눈치 빠른 것들이란······”


여섯살배기 어린애마냥 팔다리를 휘저으며 칭얼대는 그녀의 모습은 무척이나 귀여웠지만 정작 그 모습은 지켜보는 아인즈는 그녀의 입술이 닿은 손가락을 손수건으로 닦아낼 따름이었다.

그리고 그 모습이 페르미스의 심기를 긁었다.


“야! 그거 왜 닦아! 네 손가락보다 내 입술이 몇배는 깨끗하거든! 하나도 안 더럽거든!”


그래, 그녀는 제법 결벽증에 가까운 성향을 가지고 있는 데다 방금 전까지 엘릭서로 온몸을 씼고 있었는데 더러울 리는 없었다. 하물며 그것이 손과 입술 정도의 차이임에야.

하지만 아인즈의 생각은 전혀 달랐다.


“틀렸습니다.”


“뭐?”


“제 손가락이 훨씬 깨끗합니다. 적어도 무균실이 아니면 제 손가락보다 깨끗하다고 할 수는 없겠죠.”


“뭐, 뭐?”


그제야 그녀의 시선에 포착되는 아인즈의 주변의 비 정상적인 형태. 그것을 본 그녀는 기가 막혔다.


“야! 이 미친 놈아! 어떻게 인간이 자기 주변을 무균지대로 만들어놓고 온몸에다가 멸균설정을 해 놓냐! 이거 순 미친 놈 아냐?”


못 볼 것을 봤다는 듯 질색을 하는 그녀였지만 정작 아인즈는 태연했다. 그에게는 이것이 무척이나 당연하고, 필수적인 것이었으니까.

아인즈의 주변에는 일반적인 인간보다 다른, 이 종족이 훨씬 많았다.

그리고 그것은 인간과는 전혀 다른 면역체계를 뜻했기에 언제나 아인즈는 자신의 능력과, 마법을 활용해 자신과 자신의 주변을 무균상태로 만들어 지내고는 했다.

혹여, 만에 하나, 억에 하나라도 세계수나 호문클루스, 마족에게만 작용하는 치명적인 요소가 있어 자신의 가족이, 가솔이 죽는다면 아인즈는 견딜 수 없을 테니까.

언제나 준비하는 마법사로서, 아인즈는 완전한 만전을 기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이 페르미스의 눈에는 완전히 미친 놈처럼 보였다.


“우와, 우와. 그렇다고 마력으로 피부를 얇게 포를 떠서 떼 내는 건 또 뭔데? 그 정도로 더럽진 않을 거거든? 거기에 마력 샤워까지? 진짜 미친놈이잖아?”


“별말씀을.”


완전히 담백한 목소리에 결국 페르미스는 맥이 탁 풀리는 것을 느꼈다. 자신도 자신이지만, 눈 앞의 인간은 ‘진짜’ 마법사였다.

무슨 뜻이냐고? 자신이 ‘진짜’ 마녀이듯, 아인즈 역시 ‘진짜’ 마법사. 간단히 말해서 그녀 스스로 자신이 미쳤다는 것과, 아인즈 역시 만만치 않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너어······됐다, 됐어. 미친 놈이랑 싸우면 나만 손해지.”


“아시니 다행입니다.”


“우와, 진짜 짜증나.”


골이 아픈 듯, 머리를 짚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뭐라 의례적인 걱정의 말이라도 해 주련만. 자신의 일이 더 급한 아인즈는 곧장 잊혀진 본론을 끄집어 냈다.


“그래서, 저는 통과입니까?”


그 마이페이스적인 무신경함에 페르미스에게서 감탄이 터져 나왔다.


“우와······진짜 자기 멋대로. 너 그러다 평생 솔로로 산다?”


“괜찮습니다. 이미 장래를 약속한 연인이 있으니까요.”


사실은 이미 딸도 둘이나 있지만. 그 사실을 모르는 그녀는 그저 한 단어로 자신의 모든 감정을 표현했다.


“짜증나.”


“저는 통과 입니까?”


“아씨! 그래! 통과다 통과! 통통통통통통통통! 만족하냐? 엉? 아주 좋아 죽겠냐? 어? 어? 어?”


“예.”


“아아악! 짜증나아!”


결국 폭발하는 그녀를 두고 다음 탑으로 떠나기 위해 걸음을 옮기려던 아인즈는 문득, 생각나는 바가 있어 시선을 다시 페르미스에게로 향했다.


“이건 다분히 사적인 질문입니다만······어째서 그렇게 순순히 통과라고 하신거죠?”


“엉? 뭐야, 통과를 해 줘도 불만이야? 그럼 어디 끝까지 가 볼래? 엉? 마녀의 변덕 좀 부려봐 오늘?”


잔뜩 삐진 기색이 역력한 그 말에 피식, 웃은 아인즈가 고개를 저었다.


“아뇨, 진심으로 그저 궁금해서 물은 겁니다.”


“에이 씨이. 좋아, 내가 말해준다 말해줘. 너한테 반해서 그랬다 왜?”


“네?”


순간적으로 자신이 뭘 잘못 들었나 싶어 청력을 의심하던 찰나 못마땅한 기색의 페르미스의 이어지는 말이 들려왔다.


“아, 진짜. 이건 말하기 쑥쓰러운데, 넌 내가 좋아하는 어떤 사람을 꼭 닮았거든.”


“제가요?”


“그래.”


“하지만 저와 닮은 이는 거의 없을 텐데요.”


이 세계에서는 거의 없을, 제로에 가까운 동양적 외모에 대한 의구심에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자 페르미스가 고개를 저었다.


“내가 말하는 건 외양이 아니라, 내면. 그러니까 본질 쪽의 이야기야.”


“본질······아, 그렇군요.”


그제야 그녀의 말의 의미를 깨달은 아인즈가 고개를 끄덕였다.

본질. 검사, 정령사, 마법사, 마녀를 가리지 않고 스스로를 다듬고, 더 높은 곳을 향해 격을 올리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가지게 되는 일종의 특성이다.

그 중에서도 아인즈의 특성은 별. 그것도 단순한 하나의 별이 아닌 별들이 수없이 모이고 모인 찬란히 빛나는 무대. 성해(星海).

포이멘의 일반적인 이들이 단순히 어떤 별, 혹은 별자리가 본질인 것에 비하면 어마어마하 격의 차이가 있다.

거기에 생각이 머무르자 문득 궁금해졌다. 본질이 닮았다고 하면서 반할 정도라면 분명 거의 흡사한 본질일 터. 과연 성해라는 초 상위의 개념을 본질로 가진 것이 누구일까?

그의 눈에 떠오른 호기심을 읽은 페르미스는 왠지 배알이 꼬이는 것을 느꼈다.

왜 자신이 이런 시시콜콜한 개인사까지 이야기를 하고 있어야 하는 것인가? 그것도 방금 처음 본 이에게.

개인 감정이 가장 중요한 마녀답게 그녀의 반응은 빠르게 나타났다.


“몰라! 말 안 해줄 거야! 그러니까 넌 그냥 가! 꺼지라고!”


다시 탁자에 드러누워 발버둥을 치기 시작하는 그녀의 모습에 실소를 흘린 아인즈가 하늘 길에 발을 올렸다.


“그럼, 안녕히.”


“꺼져어-!”


끝까지 제멋대로에 아이나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을 하며 아인즈가 탑으로부터 멀어져갔다.


* * *


“제가 좋은 계약 건수가 있는데 전 개인적인 사정으로 하지를 못하거든요. 어때요? 한번 해 보실래요?”


수 없이 많은 시신이 산처럼 쌓여 있고, 피는 강을 이루어 흐르는 죽음의 벌판에서 자신에게 찾아온 소년이 한 첫 말이었다.

뭘까? 그런 생각이 들기도 전에 소년은 빙그레 미소를 그렸고, 그것에 한순간에 마음을 빼앗겼다.


“어.”


무심코 나온 말. 아니, 필연적으로 나올 수 밖에 없었던 말이었다.

자신은 마녀. 그 어떤 것보다 자신의 감정이 중요하고, 오직 자신의 즐거움만을 위해 움직이는 존재였으니까.

그렇기에 그녀는 한순간에 반하고 만 그의 제안을 조금의 주저도, 생각도 없이 받아들이고 말았다.


“정말요? 감사합니다!”


그 웃음은 또 얼마나 아름답고, 매혹적이던지. 그 순간 그녀는 그에게 모든 마음을 바치고 말았다.

별. 아니, 그보다 더 아름다운. 그래, 별들이 모이고 모여 바다를 이루어 찬란히 빛나는 성해. 그것에 그녀는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다.

하지만 이제와 생각해 보면, 그때는 정말 내가 미쳤지······하고 종종 생각을 하고는 한다.


“아아아아~ 지루해애-!”


특히 지금처럼 아무런 할 일도, 흥미로운 일도 없을 때에는 더더욱. 하지만 그녀는 오늘도 관리자의 책임을 벗어나지는 않는다.

그가 약속했으니까.


“다시 볼수 있을까?”


“예? 그럼요. 제가 언제 꼭 한번 들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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