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nifle 님의 서재입니다.

Image Maker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완결

nifle
작품등록일 :
2016.03.19 09:17
최근연재일 :
2019.04.04 19:57
연재수 :
266 회
조회수 :
201,619
추천수 :
2,609
글자수 :
1,493,079

작성
16.11.21 21:00
조회
399
추천
8
글자
12쪽

131화-일곱 기둥(6)

DUMMY


하늘 길을 따라 아인즈가 도착한 별의 탑은 특이한 곳이었다. 탑은 탑이되 하늘이 아니라 지하를 향해 솟아있는 탑이라고 해야 할까.

그곳에 도착하고서야 아인즈는 별의 주시함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었다.


“이런 뜻이었나.”


별의 탑이 있는 곳은 다름 아닌 가이츠의 암경매가 열리던 신화시대의 유적. 그곳이 바로 탑을 감싸고 있는 외벽처럼 탑을 지키고 있었다.


“분명, 아르고스라 했지.”


신화로 전해지는 거인. 수백의 눈을 가지고 모든 시간, 모든 시점을 감시하는 파수꾼. 그리고 이름을 딴 시스템 아르고스.

무엇을 감시하기 위해 여전히 구동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런 것, 궁금하지도 않았다.

존재감을 드러냈음에도 관리자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으니 남은 것은 강압이든 무엇이든 일단 잡아서 열쇠를 얻어내면 될 터.

아인즈의 감각이 공간을 넓혀가기 시작했다. 마력의 운용이 아닌 순수한 감각권의 확장. 드래곤조차 기함을 토할 말도 안 되는 규격의 확장은 이내 멈춰섰다.


“찾았다.”


순간에 아인즈의 모습이 사라지고, 무심한 중얼거림만이 남았다.


* * *


그곳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공간? 아니, 공간이라는 개념조차 애매했다. 애초에 공간이 성립되지 않으니 묘사할 단어가 존재하지를 않는다.

다만 분명한 것은 무척이나 혼란스럽고, 아무것도 확실한 것이 없는 부정형의 장소라는 것.

그 안에서 불쾌한 중얼거림이 흘러 나왔다.


“이게 뭐하는 짓인지.”


이미 마력을 흘리기도 수 차례. 하지만 잠시 뻗어나가던 마력은 이내 집어삼켜지기라도 한 것처럼 곧 사라졌다.

감각 역시 마찬가지. 아직 스스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할 수 없는 아인즈의 감각은 다른 모든 존재가 그러하듯 세계의 개념에 기대어야만 성립한다.

하지만 애초에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는 곳에서는 감각조차 마찬가지. 감각권이라는 개념이 성립되지 못하고 오히려 몸의 감각마저 침습당하고 있는 형편이다.

설령 대륙 16성이라고 해도 얼마 지나지 않아 정신을 놓아버릴 만큼의 잔혹성이 돋보이는 장소에 벌써 상당한 시간을 흘려 보내야만 했던 아인즈의 미간이 찡그려졌다.

능력이 움직이고 있으니 몸의 감각이 모두 사라져 자신의 존재를 잊는 최악의 상황은 면하고 있었지만 공간이라는 개념이 성립되지 않으니 5m라는 제한을 가진 능력은 아무런 의미조차 가지지 못하고 있었다.


“슬슬 짜증이 나는데.”


얼마나 시간이 흐른 것일까. 1시간? 하루? 열흘? 가늠조차 되지 않는 시간개념에 점점 감정이 끓어 오르고 있던 참이다.

애초에 조급해하고 있던 참인데 이제는 이런 재미 없는 장난질까지. 이끼리 맞물린 마찰음이 울렸다.


“이렇게 나온다면 다 수단이 있지.”


비록 마력을 끌어다 쓰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자체 생산은 충분했다. 세계수의 씨앗은 굳이 섭취하지 않더라도 이런 곳에서조차 일부, 개념을 확립하고 하나의 작은 세계를 만들어내는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으니까.

결정을 내린 아인즈의 품에서 에아가 건네준 씨앗이 떠오르고 공간의 개념이 생겨난 작은 공간에서 아인즈의 의지에 따라 마력이 조합되기 시작했다.

많지 않은 마력이니만큼, 천천히, 정교하게. 부족한 마력을 오로지 설계만으로 커버할 정도의 정교한 설계가 끝나고 마침내 준비된 술식이 하나의 목적을 가지고 존재를 드러냈다.


천좌 25성

공간 붕괴형 술식

아인즈 자작

천붕(天崩)


시작은 아주 작은, 조그마한 균열이었다.

씨앗에 의해 유지되고 있던 작은 공간에 실금이 가기 시작하고, 어느 시점이 되는 순간 균열은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위에서 아래로, 좌에서 우로, 우에서 좌로, 앞에서 뒤로.

물에 떨어트린 잉크마냥 번져나가던 균열이 어느 순간 멈춰서고, 그 순간 아인즈의 건조한 음성이 들려왔다.


“부서져라.”


!!!!!

정의할 수 없는 어떤 소리와 함께, 금이 간 곳곳에서 태피스트리가 깨지는 것처럼 조각들이 하나 둘,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씨앗의 작은 세계뿐 아니라 그 주변의 혼돈에도 번져나간 균열과 붕괴는 깨끗하게 혼돈을 걷어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아인즈가 작게 코웃음을 쳤다.

애초에 혼돈이라는 것은 가장 근본적인 태초의 형상. 아무리 작은 혼돈의 조각이라 한들 일단 개념을 가지고 완전히 정립된 존재가 닿기만 하면 그대로 근본의 혼돈으로 환원되기 마련이다.


“겨우 이 정도의 눈속임으로 속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나 보지?”


냉소를 지은 아인즈가 뒤에서 느껴지는 기척에 천천히 몸을 돌렸다. 자신에 비하면 상당히 격이 떨어지는 술수이기는 했지만 평범하게 천재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는 이들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기예.

그것을 구현한 것은 분명, 관리자일 터였다.

그리고 마침내 완전히 시야에 들어오는 관리자로 추정되는 이의 모습에 아인즈의 얼굴에 금이 갔다.

검은 머리칼, 검은 눈동자, 십대와 이십대에 미묘하게 걸쳐있는, 자신과 닮은 얼굴.

마디가 새하얗게 변할 정도로 주먹을 움켜쥔 아인즈의 입에서 이가 갈리는 소리가 났다.


“네놈······이게 도대체 무슨 개 같은 짓거리지?”


눈 앞에 있는 이미 죽어버린 누이, 연영의 모습에 끓어 오르는 분노를 억누르며 나직하게 으르렁거리는 그를 아랑곳 않고, 연영은 자신의 모습을 이리저리 살폈다.

마치 처음 육체를 가지게 된 것 같은 모습. 하지만 아인즈의 눈에는 그저, 자신의 가장 소중한 기억을 가지고 장난치는 것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네놈, 죽여 버리겠다. 그 존재 한 티끌, 조그마한 흔적도 남기지 않고 완전히 죽여 버리겠다!”


발작하듯 외친 아인즈가 한걸음을 내딛고, 마력으로 강화된 주먹이 단숨에 연영의 모습을 하고 있는 존재를 꿰뚫었다.

그리고 곧장 이어지는 마력의 분출과 폭발!

몸의 안에 들어간 주먹에서 난폭한 폭력의 마력이 존재를 갈가리 찢어 놓았다.


“후우, 후, 흐, 흐으······”


분노로 잘게 떨리는 호흡을 다스리며 아인즈의 시선이 주변을 훑었다. 분명 타격을 주기는 했지만 극히 미약한 수준.

마스터 정도의 수준만 되어도 곧장 일어설 타격을 가지고 관리자씩이나 되는 이가 죽었을 리는 없다.

몸은 분노를 견디지 못해 비명을 지르고 있었지만 오히려 그만큼 더 날카로워진 이성이 주변의 공간을 빠르게 파악해 나갔다.

분명 어딘가에 있을 어떠한 존재를 목적으로 감각이 움직이는 도중, 이변이 발생했다.

그저 검은 바탕만이 존재했던 곳에 하나둘, 빛이 생겨나더니 빛들은 이내 색을 갖추고, 형태를 갖춰 나갔다.

회색의 건물, 파랗게 반짝이는 유리들, 검은 도로와 그 위의 하얗고 노란 선들, 바쁘게 걸음을 재촉하는 사람들의 모습.


“서······울?”


그것도 집 근처의 사거리의 풍경이었다.


“어째서······?


환각이라고 생각은 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하기에는 감각이 너무나 사실적이었다. 탁한 공기, 여기저기서 들리는 여러 소음들, 희박한 마력.

오히려 서울보다 더 서울 같은 그 느낌에 잠시 혼란을 느끼던 아인즈를 깨운 것은 익숙한 목소리였다.


“오빠!”


반갑게 손을 흔들며 얼굴 가득 미소를 짓고 있는 소녀와 여인의 경계에 선 연영이 횡단보도의 끝에서 자신을 부르고 있었다.

반사적으로 아래를 내려다 보자 언제 바뀐 것인지 자신이 즐겨 입던 검은 니트와 청바지가 자연스럽게 몸에 입혀져 있었다.


“하!”


어떤 면에서는 기가 막혀 헛웃음을 터뜨리자 어느새 다가온 연영이 팔에 매달렸다.


“오빠, 왜 그래? 뭐 기분 나쁜 일이라도 있어?”


“······”


“또, 또! 왜 그런 이상한 표정으로 날 보는 거야?”


반가움, 혼란, 어색함, 슬픔 같은 여러 감정들이 혼재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현휘의 모습에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던 연영은 이내 얼굴 가득 웃음 짓고는 그의 팔을 끌었다.

그저, 오늘은 주식에서 손해를 조금 봐서 그런 건가,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로 했다.


“아, 맞다! 오늘 상금 받았다! 그러니까 오늘은 내가 쏠 테니까 나랑 놀수 있는 영광을 주도록 하지! 어때, 이 동생이 좀 멋져 보여?”


“······그래.”


“후훗!”


거드름을 피워 보이는 귀여운 누이의 모습에 아인즈의 눈동자에는 아련함과 혼란이 여전했지만 일단은 연영이 끄는 대로 움직였다.

이것이 환상이건 어쨌건, 그런 건 아무래도 좋을 것 같다. 이렇게, 이렇게 건간하고 생기 넘치는 동생의 모습을 다시 한번 볼 수 있으니 그것으로 족했다.


“가자!”


신나게 외친 연영과 함께한 하루는 무척이나 즐거웠다. 영화를 보고, 인형뽑기를 하고, 저녁을 먹고, 집에 돌아와 그냥 자려는 연영을 억지로 씻겨서 자게 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일상의 평범한 행복. 하지만 어째서일까? 눈물이 흘렀다. 이러고 싶지 않은데, 그저, 그저 즐거워하고 싶고, 웃고 싶은데, 눈에서는 그저 눈물이 쉴새 없이 흘러 나왔다.


“하, 하하. 왜······이러지?”


어째서일까? 어째서? 어째서 자신은 이 작은 행운조차 마음껏, 아무런 생각 없이 그저 즐기고만 있을 수는 없는 것일까? 어째서?

아아, 그래. 그 이유는 하나다. 자신은 누이의 죽음을 완전히 인식하고 있고, 전에 수없이 다짐했다.

물러서지 않는다고, 피하지도 않는다고, 멈추지도 않겠다고.

그런데 여기서 이런 행운에 취해있는다면 그게 물러서는 것과, 피하는 것과, 멈추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밤을 적신 현휘는 날이 밝아 잠에서 깬 연영을 이끌고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오빠, 오빠 오늘 되에게 이상한 거 알아? 응? 얼마나 날렸길래 어제부터 계속 저기압인거야? 설마 사채라도 쓴 거야? 응? 응?”


곁에서 연영이 수없이 재잘거렸지만 현휘에게는 그에 답해 줄 틈이 없었다. 지금 격랑하고 있는 감정을 수습하고 있는 것만 해도 이미 충분히 힘든 상태였으니까.

그렇게 어느새, 현휘의 걸음이 한 곳에 머물렀다. 그저 어디에 가나 볼 수 있는 평범한 교차로. 하지만 현휘에게는 전혀 평범하지 않았다.

이곳은


“네가 죽은 장소다.”


“에? 그게 무슨 소리야?”


갑작스러운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뜬 연영의 얼굴에 현휘는 애써 담담한 신색을 유지하며 오래된 상처를 끄집어 냈다.


“그날, 너는 내가 보는 앞에서 죽었다. 차에 치여 어떻게 손을 써볼 틈도 없이 바로 죽어버렸지. 그리고 그 탓에 나는 도망쳤다.”


“오······빠?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고?”


떨리는 목소리로 자신의 팔을 잡아오는 연영의 손을 마주 잡아가며 현휘가 쓰게 웃었다.


“애석하게도······내게는 이런 작은 행운조차 그대로 누릴만한 여유가 없구나. 그때에는 내 가족이라고는 너 하나 뿐이었지만 이제는 나만 바라보고 있는 이들이 너무나 많구나.”


“오······빠?’


빠-앙!

거세게 흔들리는 연영의 눈동자를 무시하고 아인즈는 그 팔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이제, 꿈에서 깰 때가 되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가짜라는 것을 알면서도 시려오는 가슴은 왜일까.


“미안하다.”


“오......”


휘익. 아인즈에 의해 연영의 몸이 허공을 날았고, 이내 길 위에 떨어져 내렸다. 그리고 이미 코앞까지 다가온 화물차의 모습.


“······빠?”


콰앙!

거친 충격음과 함께 연영의 연약한 육체가 허공을 날고, 이내 힘없는 소리를 내고 바닥에 떨어져 내렸다.

잠시 꿈틀거리던 육체는 이내 움직임을 멈췄고, 모든 것을 지켜보던 현휘는 질끈 눈을 감았다.

더럽다. 너무, 더러웠다. 아무리 환상이라고는 해도 이 정도로 생생한 감각이라면 현실이나 다를 바가 없다.

침음을 흘리며 눈을 감고 있던 현휘는 발목에서 느껴지는 이질감에 눈을 떴다. 내려다 본 아래에는 온몸에서 피를 흘리며 사지가 부러진 채 자신의 발목을 잡고, 올려다 보는 연영이 있었다.


“오······빠, 왜, 왜······그, 랬어? 내, 내가······미웠, 어?”


그게, 한계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Image Maker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49 148화-학원제(3) +2 16.12.14 443 8 13쪽
148 147화-학원제(2) 16.12.13 415 8 14쪽
147 146화-학원제(1) +1 16.12.12 426 8 12쪽
146 145화-친구(3) +1 16.12.09 402 6 13쪽
145 144화-친구(2) +2 16.12.08 532 8 12쪽
144 143화-친구(1) +1 16.12.07 479 8 12쪽
143 142화-새 일상(3) 16.12.06 501 7 13쪽
142 141화-새 일상(2) +1 16.12.05 481 9 12쪽
141 140화-새 일상(1) +1 16.12.02 550 8 15쪽
140 139화-진실(2) +2 16.12.01 510 8 12쪽
139 138화-진실(1) +1 16.11.30 398 9 14쪽
138 137화-재회 +1 16.11.29 384 9 11쪽
137 136화-지혜의 탑 +1 16.11.28 396 10 13쪽
136 135화-일곱 기둥-(10) +2 16.11.25 388 8 14쪽
135 134화-일곱 기둥(9) +1 16.11.24 380 10 12쪽
134 133화-일곱 기둥(8) +2 16.11.23 482 8 12쪽
133 132화-일곱 기둥(7) +2 16.11.22 395 8 13쪽
» 131화-일곱 기둥(6) +1 16.11.21 400 8 12쪽
131 130화-일곱 기둥(5) 16.11.18 413 10 14쪽
130 129화-일곱 기둥(4) +2 16.11.17 405 9 14쪽
129 128화-일곱 기둥(3) +2 16.11.16 387 9 15쪽
128 127화-일곱 기둥(2) +6 16.11.15 440 7 12쪽
127 126화-일곱 기둥(1) +1 16.11.14 539 8 13쪽
126 125화-잠자는 숲속의 공주(3) +1 16.11.12 559 8 12쪽
125 124화-잠자는 숲속의 공주(2) +1 16.11.11 529 8 18쪽
124 123화-잠자는 숲속의 공주(1) +2 16.11.10 494 9 12쪽
123 122화-대회전(大會戰)(5) +2 16.11.09 529 7 17쪽
122 121화-대회전(大會戰)(4) 16.11.08 384 8 11쪽
121 120화-대회전(大會戰)(3) +2 16.11.08 496 10 14쪽
120 119화-대회전(大會戰)(2) +2 16.11.04 563 11 1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