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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님의 서재입니다.

도망치지 못한 왕은 주나라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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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작품등록일 :
2022.10.28 17:21
최근연재일 :
2024.09.14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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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3.08.0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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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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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07화 일을 키우는 것도 방법이다

DUMMY

307화 일을 키우는 것도 방법이다


“이게 무슨······.”


도착하여서 일단 일본에서 여정도 끝나간다고 안심하는 것도 잠시, 생각지도 못한 청에 심기원은 당황을 금치 못했다.


“이 검상, 일단 좀 일어나게.”

“영감, 죄송하지만 저는 양심에 따라 이러고 있으니 그럴 수 없습니다.”


일단 조금이라도 자리를 편하게 하고자 엎드린 의정부 검상 이만영을 향해 말했으나 그는 요지부동하여 몸을 일으킬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에 심기원은 또 다른 쪽, 시로타를 보았다.


‘끄응.’


이쪽은 일어나라고 하면 그건 다시 말해 승낙이든 거절이든 정했다는 소리니 아예 말하기 거리낌이 들었다.


그러나 마냥 이렇게 엎드린 두 사람을 보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 심기원은 몇 번인가 두 사람을 번갈아 본 후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골치 아픈 일이야. 하지만 이용할 길이 있지 않을까.’


유구국에 가는 일이야 시기를 보아서 적당히 말하여 어렵지 않게 승낙을 받기는 했다.


하지만 언제고 저들이 이쪽을 의심할 수도 있으니 적당히 눈을 돌릴 일이 필요하다고 여기던 참인데, 이 일이 마침 그러한 일로 적당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렇게 가만히 생각하던 심기원은 문득 방금 들은 말 가운데 매우 형편 좋은 말이 있었음을 떠올리며 입을 열었다.


“시로타라고 했지.”

“예, 그렇습니다.”

“가족을 구하려는 그 마음은 실로 훌륭하니 돕지 않으면 어찌 사람다움을 좇는 사대부라고 할 수 있겠는가?”


심기원이 긍정적인 말을 입에 담으니 시로타는 바닥에 시선을 주면서도 저도 모르게 기대하며 얼굴 표정을 주체하지 못했다.


그러나 아직은 아니라는 듯이 말이 이어지니 시로타는 다시금 긴장했다.


“다만 하나는 네가 약조해 주어야겠다. 아니 둘인가?”

“둘이 아니라 스물이라도 구해만 주신다면 뭐든 하겠습니다.”

“그럼 기탄없이 말하마. 일단 하나, 네 개를 빌려야겠다.”

“예? 시로를 말입니까?”


무엇이든 하겠다고 말하였지만 막상 가족이나 다름이 없는 개를 내어놓으라고 하니 주저하는 마음이 든 것인지 시로타는 상황도 잊고 의문이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그러나 그도 잠시 시로타는 다른 가족들을 생각하며 다시 고개를 숙였다.


“원하신다면 귀한 분께 시로를 드리겠습니다. 부디 험한 꼴만 보지 않게 하여주십쇼.”

“뭔가 오해가 있는 거 같구나. 그저 이번 일을 해결하는 동안 빌리고자 할 뿐이다. 그런 영물 같은 개를 내가 굳이 뭐 하러 못되게 하겠는가? 아무리 말도 못하는 미물이라고 하나 들은 바에 따르면 어지간한 사람보다 나은 것을.”

“가, 감사합니다.”


일단 칭찬하니 감사하다고 하긴 했지만 이것이 맞는 대답인가 다소 아리송하니 시로타는 마음에 미혹이 차올랐다.


그런 미혹은 이어지는 심기원의 말에 절정으로 차올랐다.


“그리고 하나 더. 그대는 죽은 사람이 되어주어야겠다.”



***



“참의 영감, 감사합니다.”


몇 마디 더 말을 나눈 후에 사람을 불러 시로타를 물린 심기원은 제 귀에 들리는 말소리에 피식 웃었다.


“감사할 거 없네.”

“하지만······.”


송구스러움을 얼굴에 그대로 드러내며 말하는 이만영을 향해 고개를 돌려 시선을 맞춘 심기원은 진지하게 입을 열었다.


“일이나 잘해주면 그걸로 족해. 생각하는 바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니 말이야.”

“생각하는 바가 있으시다고요?”


이만영은 이 말에 잠시 묘한 표정이 되더니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영감,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그 생각이 혹시 어떤 것인지 들을 수 있겠습니까?”

“미안하지만 그건 어렵겠군. 이건 또 다른 일과 관계된 일이라 나로서는 발설하기 어렵네.”


다른 공무가 얽혀있다는 말에 이만영은 안도하면서도 아쉬움을 느끼니, 기실 그는 심기원이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을까 기대했던 참이었다.


“검상, 이 일은 그저 우리가 해결하려면 피곤하니 여러 사전 준비가 필요하네. 그건 자네에게 맡겨도 되겠지?”

“물론입니다.”


돕고자 나선 일이다.


그저 심기원에게 맡기고 나 몰라라 하면 처음부터 돕지 않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여긴 이만영은 긴장한 얼굴로 말을 기다렸다.


“좋아. 그러면 사람을 보내게.”

“어디에 말입니까?”

“내가 알기로 막부에서 보낸 사람이 있는 걸로 알고 있네.”


심기원이 이르는 말에 한 사람 머리에 떠오른 이만영은 곧장 대답하면서도 그것이면 충분한지 물었다.


“그렇습니다. 그쪽에만 보내면 됩니까?”

“으음, 당장은 그쯤이면 좋을 거 같군. 내용은 내가 따로 쓰지. 오늘 말과 사람을 보내어 시급히 움직이게. 그리고 청나라 친왕 전하께는 내가 잘 설명드리겠네.”

“그쪽에도 알리실 생각이십니까?”


청나라에 알린다고 하는 것은 조선에서 약점을 드러내어 빚을 만드는 것처럼 여겨지니 이만영으로서는 다소 껄끄러운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심기원은 외려 이상하다는 얼굴로 물었다.


“그러면 이만한 일, 전혀 알리지 않고 해결할 생각인가?”

“아니, 이만한 일이라니요. 영감, 이거 분명 작은 일은 아니지만 저는 그렇게까지는 생각지 않았습니다. 혹여 제가 잘못 생각한 겁니까?”


이만영이 묻는 말에 심기원은 고개를 흔들었다.


“허어, 이 사람이 아직 덜 여물었군그래. 동지사까지 다녀온 친구가 왜 이리 생각이 딱딱한가.”

“제가요?”


당황하며 되물으니 심기원은 당연하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잘 기억해두게. 때로는 일을 작게 하는 게 아니라 크게 하는 것이 더 나을 때도 있는 법이라네.”


일을 크게 하다니, 이만영은 생각지도 못한 말이었다.


“그, 그게 말이 됩니까?”

“때로는, 일세. 어디까지나 매우 한정적인 일이지. 하지만 보통 이런 일은 그렇게 하면 여러 과실이 떨어지는 법이니 기억해두어서 손은 없을 게야.”


심기원은 그렇게 말하며 자신만만한 얼굴로 웃으며 말을 덧붙였다.


“가만있자, 사람을 보내고 답을 보내는 일은 한 삼일이면 충분하겠지?”



***



“엉? 이건 뉘 집 개인데 여기에 있어?”

“오셨어요.”


일을 마치고 집으로 오니 집 앞에 웬 처음 보는 개가 있길래 장동이는 당황하며 중얼거렸다.


마침 돌아온 것을 알고 내자가 나와서 인사하니 장동이는 곧장 그녀에게 물었다.


“임자, 우리 개를 키우기로 했어?”

“사람 먹을 것도 부족한데 무슨 개는. 그거 관청에서 사람이 와서 이르길 잠시 맡아두래요.”

“개를?”


생각지도 못한 일에 장동이는 더욱 당황하여 개를 보았다.


‘대체 왜?’


제법 똘망똘망하게 생겨서 개가 친근하게 보이긴 했지만 그와 별개로 관청에서 맡길 정도라니, 도무지 장동이의 머리로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들으니 무슨 기특한 개라고 조선으로 데려간다고 하데요. 주인이 죽을 때까지 지키고 사람들을 데리고 와서 알렸다고요.”

“끄응.”


내자가 하는 말에 장동이는 묘한 기분이 들어서 개를 바라보았다.


‘보고 배우라, 이건가?’


기실 따지고 보면 장동이며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나라에 불충한 이들이다.


지금이야 그렇지 않으나 전에는 그로 인해 큰일이 터질 뻔하였으니 말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이 개가 그며 동네 사람들보다 나은 면이 있다고 해도 할 말이 없었다.


“수고한다고 저기 쌀도 조금 내어주더라고요. 떠날 때까지만 잘 돌보래요.”

“······쌀을 줬어?”

“이만큼 줬어요.”


내자가 팔을 벌려서 적지 않게 받았다고 이르니 장동이는 그대로 머리에서 찜찜함이며 묘함을 떨쳐냈다.


“아, 그러면 당분간은 우리 가족이지. 잘 돌봐줘.”

“걱정일랑 말고 올라와서 어서 식사나 하세요. 밤일 가려면 바쁘잖아요.”

“참, 그랬지.”


장동이는 아직 일이 남았음을 떠올리며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컹! 컹!


“으잉?”


그때 갑자기 개가 짖기 시작하니 장동이는 걸음을 옮기다 말고 고개를 돌려서 사방을 살폈다.


“아무것도 없는데? 아니지, 개가 짖었으니 냄새든 뭐든 맞았을 거고······으음.”


아무리 둘러보아도 사람 그림자는 보이지 않았다.


개도 몇 번 짖더니 그대로 멈춰서 제 털을 핥기 시작하니 아무래도 그가 확인하기 전에 그게 누구든 무엇이든 물러간 모양이었다.


“설마 낮에 들은 맹수인가?”


일을 도로 하러 가던 중에 그런 말을 들었던 걸 떠올리며 장동이는 겁에 질린 얼굴로 사방을 보았다.


그러나 여전히 보이는 것은 없으니 장동이는 괜스레 불안한 마음에 외쳤다.


“임자! 불씨 좀 가져와!”

“왜요?”

“들으니 무슨 맹수가 돌아다니는 거 같아! 불을 피워서 못 들어오게 해야겠어!”

“에구머니.”


장동이의 말에 그녀는 재빨리 불씨를 얼마간 챙겨서 그릇에 담았다.


“여기 있어요.”


가져다준 불씨로 바깥이 더 밝게 하고 연기가 나게 한 장동이는 그제야 조금 안심하며 걸음을 옮겼다.


안 하는 것보다 나은 일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가 한 일은 차라리 하지 않는 게 나았다.


이 ‘낭인’이라는 맹수는 불이며 연기 같은 것에 개의치 않는 것들이었으니 말이다.



***



“찾았습니다.”

“그래?”


흔적을 쫓다가 결국 조선인들이 거하는 곳까지 도착한 타몬은 반색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놈이 있는 곳은 어디지?”

“그, 유추는 했지만 확신은 할 수 없습니다.”

“그게 뭔 소리야?”


찾았다고 말하고는 확신을 할 수 없다니, 타몬은 이놈이 자신을 놀리나 싶어서 그대로 험악하게 얼굴을 구겼다.


“놈이 데리고 있던 개를 발견했습니다. 하지만 그 집에서 사람들이 나오고 들어가는 건 조선인으로 보이는 남성 하나가 답니다.”

“그런데 어떻게 확신한 건데?”

“시야를 가리지 위함인지 연기를 피웠습니다.”

“호오.”


그제야 상황을 이해한 타몬은 멀리 조선인들이 거하는 곳이 있는 방향을 보았다.


“들어가서 치면 될 거 같냐?”

“그놈만이면 모르겠는데 조선인들이 방해하면 어려울 거 같은데요.”

“우리가 많으면 모르겠는데 그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다 벤다고 쳐도 칼이 못 버틸 겁니다.”


타몬이 묻는 말에 부하들은 하나 같이 고개를 흔들었다.


말들이 하나하나 틀리지 않으니 타몬은 못마땅하게 여기면서도 그들을 탓하진 못했다.


확실히 그들이 말한 것처럼 그들은 숫자가 부족했다.


“흐음, 아직 마츠쿠라에서 일하던 놈들이 근처에 있을까?”

“다 죽었지 않을까요.”

“찾아보면 있을 수도 있죠. 우리도 살았는데요.”


상반된 말이 연이어 들리니 타몬은 슬쩍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허면 찾아볼까. 우리 땅에 자리 잡은 조선 놈들을 쳐서 한몫 잡고 홋카이도로 튀자고 말이지.”

“혀, 형님!?”

“아, 아무리 그래도 그런 일을 벌이면 당장에 막부에서 추격자가 붙을 겁니다!”

“맞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건 너무 위험해요!”


몇몇이 발작하듯 다급히 말리니 타몬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에 그나마 그가 귀를 기울이는 지로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모아도 원하는 시간 내에 많은 수를 모으기는 어려울 겁니다.”

“어렵다?”

“예. 그러니 양동으로 쓰시죠.”

“양동?”


흥미가 생기는 말에 타몬이 손짓하니 지로는 천천히 그에게 다가가 귀에 대고서 몇 마디를 속삭였다.


점차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타몬의 얼굴에는 기쁜 기색이 서리더니 이윽고 지로가 말을 마치니 더는 그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흐흐, 아주 좋은 방법인데. 그렇게 되면 패물이든 비단이든 사라져도 이상하게 생각하진 않을 거 아냐?”

“그렇죠. 하지만 빨리 해야 합니다.”


걱정 어린 지로의 말에 타몬은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하지 마라. 아주 기똥 차게 시선을 끌 방법이 있으니까. 소문을 내고 삼일, 삼일이면 충분해.”


작가의말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kkatnip님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후원하여 주신 기대에 응해 더욱 좋은 글을 쓰도록 정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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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2 331화 산이 높다 하여 보고만 있으면 오를 수 없다 +5 23.09.01 324 21 15쪽
331 330화 백가쟁명 +7 23.08.31 322 27 15쪽
330 329화 왈가왈부 +2 23.08.30 322 20 14쪽
329 328화 나누어 퍼진다 +5 23.08.29 319 21 15쪽
328 327화 천자와 황제 +3 23.08.28 342 24 14쪽
327 326화 크다고 하여 위에 있지 않다 +4 23.08.27 319 21 14쪽
326 325화 자만은 눈을 가린다 +2 23.08.26 305 21 12쪽
325 324화 사방과 교류하면 사방 소문이 들어온다 +1 23.08.25 311 19 12쪽
324 323화 번국과 이웃 +4 23.08.24 322 20 14쪽
323 322화 어울림과 편함은 별개다 +8 23.08.23 318 20 13쪽
322 321화 돌아온 시기 +6 23.08.22 344 19 12쪽
321 320화 피할 수 없다면 궁리해야 한다 +3 23.08.21 293 15 12쪽
320 319화 내방 +2 23.08.20 304 22 11쪽
319 318화 각각의 법도 +3 23.08.19 311 20 15쪽
318 317화 분노는 사람을 움직이게 한다 +3 23.08.18 315 23 13쪽
317 316화 배는 나아간다 +4 23.08.17 319 25 12쪽
316 315화 사람을 얻는 방법 +3 23.08.16 327 20 13쪽
315 314화 역린은 만지면 반드시 죽는다 +4 23.08.15 330 24 15쪽
314 313화 삼인성호 +3 23.08.14 329 24 15쪽
313 312화 책임을 효과적으로 지우는 법 +4 23.08.13 314 21 15쪽
312 311화 천운 +4 23.08.12 320 18 12쪽
311 310화 욕심의 끝 +4 23.08.11 322 20 13쪽
310 309화 미끼 +5 23.08.10 316 18 13쪽
309 308화 조짐 +2 23.08.09 320 22 14쪽
» 307화 일을 키우는 것도 방법이다 +4 23.08.08 312 18 12쪽
307 306화 벗어날 수 없는 신세 +3 23.08.07 324 24 12쪽
306 305화 증오는 멋대로 자란다 +3 23.08.06 284 20 12쪽
305 304화 변하는 것은 쉽지 않다 23.08.05 305 22 15쪽
304 303화 약자의 비애 +2 23.08.04 307 17 13쪽
303 302화 옛 땅과 새 땅 +3 23.08.03 333 2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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