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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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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후
작품등록일 :
2013.10.09 10:20
최근연재일 :
2020.02.06 06:00
연재수 :
6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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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29
추천수 :
178
글자수 :
493,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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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1.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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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1쪽

#00. 아르테미스 공방전 - 05

DUMMY

주변 분위기부터 서둘러 읽었다.

밀러 형이나 녹라, 미리 누나에 우리 길드원들이 한 쪽에 골고루,

반대쪽으로 이 정신나간 놈 사람 대략 열 명 언저리.

술렁이···는 건 이미 꽤 진작에,

그렇다기보단 날카로운 경계의 날이 바짝 서 있어서 서로를 겨누고 있는 듯한 대치구도,

거기에 피차 인상이 잔뜩 썩어 있음으로 봐선,


‘대충 알겠군.’


지금 우리가 본 그대로의 상황이란 말이다.

즉, 불청객.


“누구시죠···?”


다짜고짜 내놓으란다고 어울릴 필요가 없다.


“하. 이젠 모른 척 하시겠다?”


이거 또라이 아니야?

별 미친 놈을 다 보겠네.

보다 못해 나섰다.


“아니,

남의 집 쳐들어와서 누군지도 안 밝히고 상황 설명도 없이 다짜고짜 무례하게 구는 데. 저희 더러 뭘 어쩌라는 건데요.

이딴 식으로 굴거면 우리도 딱히 예의 차릴 필요 없을 것 같은데?”


“뭐야, 이 새끼야?”


하?


“새끼?”


“몽이.”


그 남자 뒤쪽에 있는 다른, 좀더 나이 들어 보이는 남자가 슬쩍.


“빠져봐.”


그 말에 잠깐을 머뭇거리다 깔끔하게 물러서는 거다.

즉, 저 남자가 여기 실세라는 뜻.


“너 나중에 두고 봐?”


근데 빠지면서 굳이 안 해도 될 사족을 들이민다.

아니 얼탱이가 없네.


“뭐? 두고 봐?”


누가 내 어깨를 붙잡은 거 같은데 뿌리치고 앞으로 나서서 그 자식 정면으로 딱 가리키고 쏘아붙였다.


“딱 봐도 궁수 나부랭이 같은데,

윗 상성한테 이렇게 대놓고 깝친다는 건.

혹시 당신 뒤지고 싶으세요?”


“아니, 근데 이 새.”


“몽아.”


“······.”


말 한번 참 잘 듣네.


“그 쪽도 그만 하시죠.”


지들이 잘못해 놓고 뭐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는,


“그래. 바람아 좀 진정해.”


아, 그래.

내가 다 잘못했지.

어깨 으쓱거리며 그냥 까딱거리고 잠자코 있기로 했다.


“나이트 길드의 길드마스터, 리버즈라 합니다.

먼저 자기소개부터 드렸어야 했는데.

상기 결례에 대해서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그제서야 말이 좀 통하는 것 같다.

그것도 길드마스터가 직접,


“흑사자 길드의 이스칼입니다.

일단 앉으시죠.

대충 보아하니 서서 얘기할 만한 얘기는 아닌 것 같으니까.”


그러고서 로비라운지의 빈 자리로 권해,


“일단 앉으시죠.”


“감사합니다.”


말 잘 통하는 둘을 따라 군중이 우르르.

나 역시 거기에 섞여 쪼르르.


“나이트 간부 일도양단입니다.”


“흑사자 길마 밀러입니다.”


상대 간부 한 명과 밀러 형도 스르르.

그 주변을 다시 이 군중이 빙 둘러싸니 퍽 무슨 영화에서나 보던 조폭들 회합처럼 보인다.

허나 번지르르한 말관 달리 차츰 살벌함을 더해가는 분위기 가운데,


“아오···.”


나는 대략 이스칼 바로 뒤 쯤에 섰는데 옆에 선 게 누군가 했더니 녹라, 르제.

더 옆 쪽으로 파티마나 미리 누나까지.


“고생했어.”


“후···. 고생하셨어요.”


뭔가 털어놓을 게 많아 보인다.

사람들의 틈 속에 소곤소곤 물었더니,


“어떻게 된 거야?”


“아니, 무슨.

오자마자 멱살 잡고 다짜고짜 내놓으라는 거 아녜요?

당연히 이스칼 형도 안 계시고 저희끼리 대답 못한다니까,

길마 어디갔냐니.

여기 있다니.

그럼 왜 대답 못 준다니 하다 보니 이렇게 된 거죠.”


그런 거였구만.


“그 전엔 뭐하고 있었어?

다른 사람들은?”


이 자리에는 없는 사람들의 행방도 궁금해서 그렇게 물었더니.


“뭐, 이스칼 형이 사람들 직업 별로 그룹을 만들어 놓으라 길래 그거 하고 있었죠.

홍라랑 다른 사람들은 그거 물품 사는 거 같이 하고 있고,

여긴 대충 한 90명쯤.”


그런 것치곤 자리에 없는 사람이 꽤 많아 보이는데.

그러는 중에 슬슬 얘기가 시작된다.


“이거, 저희도 아직 공사 중인지라 이렇게 손님이 오셨는데 차 하나 못 낸다는 게 유감스럽습니다.”


이스칼이 먼저,


“이해합니다.”


상대도 적당히.


“나이트 길드면 최근에 폭발적인 성장을 하고 있다는 유력 길드라 익히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런 겉치레 말을 주고받자 마자 이스칼이 자세를 낮추며 곧바로 본론으로 성큼.


“그런데 그런 길드에서 저희 길드엔 무슨 용무로 오셨는지···?”


얼추 양측 합쳐 백 명 이상의 사람이 긴장해서 듣는 가운데,


“오늘은 다름이 아니라 여기 서광대로 3번가 1번 토지 및 건물 소유권에 대한 항의 목적으로 이렇게 들르게 됐습니다.”


“그러시군요.”


이스칼은 그러고 만,

무턱대고 들이밀지 않고 한 발자국 쉬었고,


“그 쪽 길드분들께서야 모험가 조합으로부터 길드 활성 공로를 인정받아 받은 걸로만 알고 있으시겠지만,

실제로는 그 시점에 이미 저희 측에서 입찰을 마쳤었습니다.

즉, 엄연히 저희 땅인 상황에서 여러분들께 잘못 증정이 된 것이죠.”


어디까지나 공교롭다는 식의 말투.

나는 이 남자를 빤히 쳐다봤다.

나 말고도 그랬다.

90명이나 되는 시선을 한 몸에 받고서도 눈 하나 깜빡 안 하는 여유가 참.

이스칼은 밀러 형 쪽으로 슬쩍.


“혹시 저희 형님께는 어떻게 들으셨습니까.”


“혼자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하시더군요.”


상대, 리버즈도 슬쩍.


“그렇지요? 길드마스터이신 밀러 님?”


차분하게는 말했는데 엄연히 밀러 형이 그것 하나 못하는 길마 냐는 돌려까기.

여기까진 알면서도 찍소리 하나 못할 상황이었는데,


“나참. 무슨 길마가···.”


그 몽이라는 유저가 툭 뱉은 걸로,


“뭐야?”


“지금 그 말씀 무슨 뜻이신데요?”


기름 끼얹은 불길 마냥 순식간에 번져 가려는 순간,


“제발.”


누군가 했는데 리버즈,

근데 그 시선의 끝은 이 쪽이 아닌.


“죄송합니다.”


몽이.

진짜 사람 성질 살살 긁는 게 이거 일부러 이러나.


- 까드득.


내 옆이며 뒤며 여기저기서 길드원들이 반응하는 게 들린다.

어, 내 손에서도 나는 소리였네.


“다들 오해가 좀 있으신 것 같은데.”


그 미묘한 분위기를 이스칼이 정리하려는지 재빠르게.


“이 건에 대해서는 제가 주관하고 있던 프로젝트여서

밀러 형님 입장에선 그럴 수밖에 없으셨음을 미리 밝혀 둡니다.”


“허허. 그럴 수도 있죠.”


참, 진짜 능구렁이들끼리 싸우는 걸 보는 게 꽤나 익숙해져 있는 줄 알았는데.


“우선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저희로서는 뭔가 해드리기 어려운 입장입니다.

저희로서도 본래 입찰 계획은 분명히 있었는데

조합 쪽에서 먼저 제안해준 덕에 무산이 됐었습니다.

그러니 마냥 나이트 길드 분들께서 그 입찰을 따내셨을 거라 보긴 좀 어려울 듯싶고.”


이건, 한 방 제대로 먹이는 구만.


“뭐?”


잠자코 있던 일도양단? 이 재깍 반응한다.

근데 정작 그 리버즈는 실실거리기만 하고 있고.


“뭐, 실제론 어땠을 지 모르는 부분이니까요.

아무튼 여러분들 입장은 이해가 갑니다만,

저희로서는 조합에서 그렇게 전달받았고,

공사도 착수했고,

정식으로 등기부에까지 기재가 되어있고.

또 실제로 그 왜, 아무래도 저희 길드로 인계가 된 지도 시일도 꽤 지난 탓에···.”


이스칼의 선제공격.


“만약 여러분들께서 그러한 일이 있으셨다면 처음부터 조합으로 문의해 보시는 편이 순서 아니겠습니까.”


여기서마저 이 리버즈는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심지어 저 실실거리는 것조차 여전한 채로.


“사실 그 시일이 지난 것도 전부 조합에 항의하느라 걸린 시일입니다.

저희로서도 가급 빠른 시일 내에 여러분들께 고지하고 싶었으나,

아시다시피.

조합의 일처리가 좀 그러해서.”


흠···. 그러면 또 말이 되는 것 같고.


“귀 길드께서 그간 들인 수고에 대해서는 저희로서도 진심으로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귀 흑사자 길드에서 여기 토지에 대한 입찰이 일절 없었던 이상,

여러분들께서 여기 토지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할 수는 없는 거겠지요.

의도치는 않으셨겠으나,

이건 여러분들과 조합 사이에서 우발적으로 일어난.”


리버즈가 슬쩍 다리를 꼬면서 거만하게 쳐다보기를.


“사기에 해당합니다.”


와. 사기?

지금 사기라고 했어?


“미친.”


“와. 이런 개 억지가 또 어딨어.”


“사기? 사기라고?”


그 한 마디로 이 쪽은 완전히 어수선해지,


“흠흠.”


는 걸 일단은 잠재운다.

이스칼.

사기래.

어쩔 거야?


“비약이 좀 심하시네요.”


“허허. 비약이라니요.”


“뭐······. 요지는 잘 알겠습니다만,

그건 어디까지나 여기 토지가 공공 소유였을 때나 해당되는 해석이죠.

근데 틀림없이 그 토지의 소유는 모험가 조합이라는 법인의 소유였으며,

그 토지를 매도할 대상을 정하는 것 역시 소유자인 조합의 의향이 최우선시되는 건 당연한 일.”


이스칼 역시 지지 않고 소파에 거의 눕듯이 뒤로 기대며 턱을 팔걸이에 걸친 주먹에 괴놓으며 실실.


“안타깝긴 한데···.

개인적으로 귀 길드의 주장은 논리적으로 어폐가 있는 듯 하군요.”


그렇지!


“충분히 공손하게 설명 드렸다고 생각합니다만.”


더 이상 이 리버즈의 얼굴에서도 여유가 쫙 사라져 버린다.


“그건 저희 쪽도 마찬가지입니다만.”


“귀 길드의 소유가 되기 이전에 이미 저희 길드 소유였다고···.”


“그건 귀하의 개인적인 견해일 뿐,

실제로 낙찰 받아서 진행되진 않았을 텐데요.

그러니 저희가 이 토지를 어떻게 받은 들,

그쪽 분들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뜻입니다만.”


“하. 시발.”


“옳지!”


“말 잘한다~.”


사실상의 논리전 항복,

리버즈의 이 한 마디 덕분에 우리 길드원들 전원의 얼굴이 탁 편다.

동시에 이스칼 녀석도 확실하게 잡은 승기를 꽉 잡고 놓아주질 않고서,


“하실 말씀은 이게 전부이신지요.”


그 승기를 꺼지라는 걸 돌려 말하면서 완전히 굳혀 버린다.

와.

진짜 얄밉긴 해도 이럴 땐 진짜 이보다 더 든든할 수가 없다, 진짜.


“와!”


험악한 저 쪽,


“역시!”


그리고 술렁이는 이 쪽.


“와. 저 사람 누구예요?”


라운지의 테이블을 기점으로 확연하게 다른 분위기에 생전 처음보는 길드원들까지 덩달아 들떠,


“이스칼이라고, 저희 길드 간부인데.”


“그냥 간부라긴 좀 그렇고 참모죠. 사실상.”


“참모 인정.”


이쯤 되면 이미 승리를 자축하는 수준에 가까웠다.


“와······.”


“괜히 1위 길드가 아니었네···. 대박.”


“햐. 가입 진짜 잘한 것 같다, 여기.”


“가입 되서 진짜 다행이다.”


길드원들이 저마다 웅성웅성 대는 사이,


- 벌떡.


“시발, 진짜.”


리버즈···인줄 알았는데 리버즈가 아니라 일도양단 쪽.

대뜸 그러고 일어서서 잠깐 정적.


“염치가 없는 것도 정도껏이어야지.

그냥 배째라는 거 아냐!”


“아. 거 욕 좀 그만 하시면 안됩니까?”


이에 지지 않고 녹라가 쏘아붙였고,


“맞아. 얼렁뚱땅 쳐들어와서 생떼만 부리네.”


이름 모를 여성 길드원.


“일단 당신들 행동이 예의라는 것에서 많이 벗어난 건 아셨으면 좋겠네요.”


르제까지.

90명이 쏘아보며 한 두마디씩 쏘아붙이니

불과 열 명 남짓으로서는 분위기에 눌릴 수 밖에 없겠지.


“말로 안되니까 깽판 부리시겠다?”


내친 김에 나도 한 마디 던져봤다.

이 사람 저 사람이 야유하고 또 해댄 끝에 다시 잠잠해 졌을 때.


“여기서 이러시지 마시고.

정 억울하시거든 조합에 정식으로 항의하세요.”


이스칼이 특유의 재수 없는 실실거림으로 마지막 일침을 놓는다.

물론 바로 뒤에 있어서 그 표정이 보인 건 아닌데.

이 녀석 그 표정 지을 때마다 하는 거만한 몸짓,

그걸 바로 뒤에서 생으로 보이니까 괜히 나까지 재수없어서 그렇다.

하지만,


“우리 땅이니 내놓으라고.”


90명의 야유를 일방적으로 몰매 맞아 놓고도 굴하지를 않는다.


“볼 일 다 보셨으면 나가시지요.

경비대 부르겠습니다.”


“하. 그래.

실력으로 자신 없으니까 경비대나 부르겠다?”


버티기만 하는 게 아니라 아예 물고 늘어지기까지.

더럽고 치졸하긴 한데 어떻게 보면 참 대단하다 싶기도 하다.

다른 건 몰라도 정신력 만큼은 인정해줘야겠구만.


“실력?”


“이야. 자신 있으신가보다~.”


“저기 몽이라고 했던 궁수님?

이제 저한테 맞아 죽으실 텐데.

괜찮으시겠죠?”


“하. 이젠 별 듣보새끼가 기어오르네.”


그 때 누군가 어깨 톡톡 친다.


“형, 형.”


녹라였다.


“왜?”


“저기···. 저 일도양단이랑 저 몽이라는 사람이 주몽인 거 같은데···.”


주몽?

제 주제에?


“둘 다 자기 직업 랭킹 1위예요.”


“······랭킹···.”


“···1위?”


아무리 상성상 유리하더라도 랭킹 1위라니 지레 움츠러들게 되는 와중에 한편.


“실력에 자신이 없는 건 아닌데 굳이 저희가 거기에 어울려줄···.”


“말이 참 기네? 왜 그렇지?”


전사 1위 일도양단의 시선이 갑자기 이스칼에서 밀러 형 쪽으로······?


“아하. 길드마스터가 허수아비라서 그런 건가?”


와, 미.


- 벌떡.


“뭐라고? 너 지금 한 말 다시 해봐.”


갑자기 날아든 핵폭탄급 한 마디에 밀러 형을,


“형, 진정하세요.”


녹라가 애써 재빨리 앞에 나가 말려는 보는데.


“풉.”


이 코웃음에.

형의 남은 이성의 끈이 완전히 끊어진다.


- 우당탕.


주먹을 내밀려는 지 어깨가 다 들썩이는 걸 녹라가 등 뒤에서 바짝 잡고선,


“다들 뭐해요! 좀 말려봐요!”


그제서야 멍하니 구경만 하던 길드원들이 구름같이 달라붙는다.


“야이 시발 새끼야. 어디서 개 ㅈ도.”


나도 거기에 가세해 형을 좀 진정시키려 했고,


“형, 형!”


심지어 옆에 이스칼까지 합세했으나,


“형, 이런 싸구려 도발에 넘어가지 말···.”


“놔 봐.

뭐 이런 거지 같은 것들이 다 있어?

앙?”


채 진정이 될 줄을 몰랐다.

물론 그 이유는,


“길마한테 따지러 왔더니 길마는 모르겠다,

일개 간부가 그걸 담당하고 있어서 잘 모른다,

정작 그 일개 간부가 얘기를 전부 다 하니까 허수아비지,

그럼.

허수아비가 아니야?”


식을 만하면 살살 긁어 대는 저 상대방의 오만방자한 태도가 가장 큰 이유였다.


“풉.”


어떻게 봐도 일부러 하는 가식적인 헛웃음.

그런데 거기에 저 쪽 길드원들까지 덩달아,


“킥킥.”


“큭큭큭큭.”


형의 멘탈을 완전히 깨뜨려 놓는다.


뭐지?

갑자기 상황이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이상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다.


‘···이건···.’


중간부턴 노골적으로 도발.

이게 이상하다.

여기서 우릴 설득해야 할 입장인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대놓고 도발한다는 건···.


‘노리는 게 있다···.’


뭣 때문에?

일단 이렇게 도발한 이상 우리랑 협상할 생각은 완전히 날라가는 건데?

이스칼의 말에 따르면 법적 효력이 있는 등기부에까지 정식 등록 되어 있을 텐데.

뭘 어떤 수이길래 이런 극단적인 수를 두는 거지?

그게 승산이 있으니까 그랬겠지.

그럼 어떻게 이 모든 불리한 조건을 다 뒤집을 수 있다고 판단한 거지?


“놔 봐!!!!!!”


일단 어쨌든.

확실한 것 하나가 있다면,


“길드 참 잘 굴러 갑니다?”


“다리 잡아, 다리!”


“아오, 뭔 놈의 힘이.”


“기사들,

보고만 있지 말고 좀 잡아요!”


감쪽같이 말려들었다는 것.


‘···개판이구만.’


“놔라고!!!!!!”


그 때였다.


- 짝!


이 공간 전체에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소리,

분명히 어디선가 들어본 적 있는 이 소리는···.


“······.”


뺨 때리는 소리.

눈이 휘둥그레져서 봤다.

맞은 사람은 밀러 형.

그리고 때린 사람이,


“오빠.”


바로 미리 누나.


“진정 좀 해요?”


잔뜩 성이 난 걸 꾹 참고 있는 누나의 표정과 상반되게,

밀러 형의 표정은 그야말로 어처구니가 없어 벙찐 표정,

뿐만 아니라 옆에서 꽉 붙잡고 말리던 사람들까지 같은 표정으로 물들어 있는 사이.


“지금 오빠가 저 새끼들 값싼 도발에 넘어가서 말려 들잖아요.”


그러고는 이스칼을 슬쩍.


“얘가 이렇게 고생해서 다 찌발라놨는데.

판 엎지 마요?”


뭐······.

근데 솔직히 밀러 형 입장도 이해는 간다.

이스칼은 유능하지,

길마가 자신이더라도 녀석의 의견 하나하나를 수렴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

그간 긁혀왔을 프라이드를 이 상황 이 시점에서, 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대놓고 뭉개버렸으니.

같은 상황 같은 입장이라면 누구였어도 저런 반응이 어쩔 수 없었을 거다.

한 켠에는 그런 생각이 들었으니 아무도 형을 비난하지 않았던 거겠지.

근데 그걸 한 거다.

그것도 상대방과 완전히 똑같은 방식으로.


“!”


밀러 형의 손이 올라간다.

순간 나 포함 모두가 경악을 금치 못한다.


“형!”


“설마 여자를···?”


“안돼요!”


시시각각 올라가는 그 손을 본 미리 누나는 그저 그 자리에서 그대로 눈 질끈 감고 고개만 푹 숙인 채 어떤 반응이든 숙연하게 받아들이려 했는데,


- 탁.


근데 막상 형은 누나의 머리 위로 손바닥을 얹어만 놓는다.


“······?”


모두가 의아해하는 가운데,

살짝 쓰다듬으면서,


“땡큐. 덕분에 정신차렸네.”


“······.”


완전히 진정된 목소리로 감사하기까지 하니

다 같이 동시에 벙쪄 누구 하나 말 꺼내지 못하는 상황.

미리 누나는 거기서 고개를 푹 숙이기만 한 채,


‘···뭐지?’


뭔가 도망치듯이 후닥닥 자리를 벗어나 버린다.

그 모습이 좀 이상하다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말씀마저 하시죠.”


어수선한 틈을 타 리버즈가 다시 달라 붙는다.


“하······.”


군중은 참 끈질기다 싶어 저절로 한숨을 내뱉었는데,


‘그래서······. 뭘 노리고 이런 거지?’


“···아직 할 말이 남으셨어요?”


근데 여기서 이스칼은 단순히 노골적으로 성가셔 하기만 하는 게···.


‘···눈치채지··· 못했다?’


이스칼이 지금 상황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런 게 눈에 확연하게 들어온다.

그걸 전하려,


“저기 이스···.”


“일단 앉으시죠.”


고는 했는데 군중의 웅성거림,

상대방의 독선적인 진행에 묻혀 버린다.


“하, 참···..”


- 털썩.


“들어는 보겠습니다만.”


그냥 꺼지라고 하면 될 것을,

이걸 굳이 들어는 준다고?

의도적으로 시간 벌이 한 이 놈들이 무슨 짓을 벌이려는 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아까 모험가 조합의 소유이니 조합 마음대로 정해도 된다고 하셨었지요?”


“뭐, 요약하자면 뜻이 다르진 않겠습니다만.”


“모험가 조합이라고는 하나 사실상 이 게임의 운영자,

이를 공공의 소유로 보지 않는 건 오히려 일방적인 그 쪽의 의견 아닌지요?”


과연.

일도양단이 분란을 일으켜 시간을 끈 사이 조용히 생각만 하던 티가 나는 준비된 대답.


“모험가 조합은 어디까지나 사적인 단체를 표방하는 것일 뿐,

엄연히 트라팔가 온라인,

본 게임의 관리자입니다.

그 쪽분께서는 조합을 법인이라 표현하셨었는데,

법인이라 보기엔 분명히 무리가 있습니다만?”


하지만 이걸론 약하다.

이것마저 시간 벌기에 불과.

진짜 노리는 것은 따로 있을,


“하······.

정 그러시다면 아까도 말씀 드렸지만···.”


- 덜컥.


···텐···데···.


갑자기 문이 열린다.

쏟아지는 빛 무리 사이로 보이는 두 사람의 그림자.


‘···설마···.’


“형님! 모셔왔습니다!”


둘 중 하나가 헐레벌떡 들어와서 헥헥.

분위기는 순식간에 어수선해져 버린다.


“이건 또 뭔······.”


그리고 그 뒤를 이어 들어오는 남자 하나가 있었으니,


“모험가 조합장이자 본 게임 관리의 총책임자인 ‘GM트라팔가’라 합니다.

저희 조합으로 인해 불미스런 일이 생겼다고 들어 이렇게 찾아 뵙게 됐습니다만······.”


이런 미친.


‘···이거였구만.’


“조합···장?”


여태까지의 분위기가 완전히 상반되게 뒤집힌다.

나이트 쪽이 환호, 우리 쪽이 통째로 벙쪄 있는 가운데,


“총······.”


“책임자?”


그제서야 이스칼이 눈 질끈 감는다.

전에 백수형에게 말렸을 때나 본 적 있는 ‘당했다······.’는 그 표정,

녀석도 여태 이 자식들이 왜 그런 짓을 했었는지 알아차린 것 같다.

많이.

늦어버렸지만.


- 벌떡.


여태까지의 침묵을 깨고서 드디어 리버즈가 움직인다.


“먼 길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GM트라팔가에게 이렇게 던져 놓곤,

일어선 채로 이스칼을 내려다본다.


“그래서 굳이 모셔와 봤습니다.”


여지껏 숨겨오기만 했던 그 간사한 이빨을 드러내 보이면서.


“지금부터 어디 한번 삼자 대면이란 걸 해보죠.”


작가의말

그러게 빨리 내쫓았어야지 ㅉㅉ


ps. 091130 14:00 수정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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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00. 아르테미스 공방전 - 07 +8 19.12.09 50 3 14쪽
57 #00. 아르테미스 공방전 - 06 19.12.04 66 5 21쪽
» #00. 아르테미스 공방전 - 05 +2 19.11.28 59 3 21쪽
55 #00. 아르테미스 공방전 - 04 19.11.24 51 3 13쪽
54 #00. 아르테미스 공방전 - 03 19.11.19 61 3 18쪽
53 #00. 아르테미스 공방전 - 02 19.11.15 62 3 20쪽
52 #00. 아르테미스 공방전 - 01 19.11.11 66 2 24쪽
51 #00. 로베아 가도 - 18 19.11.06 61 3 27쪽
50 #00. 로베아 가도 - 17 19.11.02 64 2 20쪽
49 #00. 로베아 가도 - 16 19.10.29 60 3 17쪽
48 #00. 로베아 가도 - 15 19.10.28 59 2 21쪽
47 #00. 로베아 가도 - 14 19.10.21 59 4 15쪽
46 #00. 로베아 가도 - 13 19.10.16 70 2 11쪽
45 #00. 로베아 가도 - 12 19.10.12 74 3 15쪽
44 #00. 로베아 가도 - 11 19.10.08 83 3 21쪽
43 #00. 로베아 가도 - 10 19.10.04 60 1 16쪽
42 #00. 로베아 가도 - 09 19.10.01 98 2 13쪽
41 #00. 로베아 가도 - 08 19.09.27 83 2 15쪽
40 #00. 로베아 가도 - 07 19.09.24 71 2 25쪽
39 #00. 로베아 가도 - 06 19.09.19 69 2 15쪽
38 #00. 로베아 가도 - 05 19.09.15 118 4 18쪽
37 #00. 로베아 가도 - 04 19.09.11 82 2 19쪽
36 #00. 로베아 가도 - 03 19.09.07 92 2 25쪽
35 #00. 로베아 가도 - 02 19.09.03 94 2 13쪽
34 #00. 로베아 가도 - 01 19.08.31 89 3 17쪽
33 #00. 라파스 영지 - 12 19.08.28 89 4 30쪽
32 #00. 라파스 영지 - 11 19.08.27 98 4 16쪽
31 #00. 라파스 영지 - 10 19.08.24 97 3 15쪽
30 #00. 라파스 영지 - 09 19.08.23 119 2 17쪽
29 #00. 라파스 영지 - 08 19.08.16 104 2 17쪽
28 #00. 라파스 영지 - 07 19.08.14 98 3 13쪽
27 #00. 라파스 영지 - 06 19.08.12 91 2 18쪽
26 #00. 라파스 영지 - 05 19.08.08 120 3 16쪽
25 #00. 라파스 영지 - 04 19.08.06 102 3 17쪽
24 #00. 라파스 영지 - 03 19.08.02 161 4 21쪽
23 #00. 라파스 영지 - 02 19.07.31 92 2 17쪽
22 #00. 라파스 영지 - 01 19.07.29 113 1 13쪽
21 #00. 모든 사건의 서막 - 19 19.07.25 118 1 23쪽
20 #00. 모든 사건의 서막 - 18 19.07.23 116 4 18쪽
19 #00. 모든 사건의 서막 - 17 19.07.19 114 3 25쪽
18 #00. 모든 사건의 서막 - 16 19.07.16 120 3 9쪽
17 #00. 모든 사건의 서막 - 15 19.07.14 118 1 14쪽
16 #00. 모든 사건의 서막 - 14 19.07.09 116 2 15쪽
15 #00. 모든 사건의 서막 - 13 19.07.04 136 1 15쪽
14 #00. 모든 사건의 서막 - 12 19.06.25 142 1 15쪽
13 #00. 모든 사건의 서막 - 11 19.06.24 144 2 12쪽
12 #00. 모든 사건의 서막 - 10 19.06.18 153 1 19쪽
11 #00. 모든 사건의 서막 - 09 19.06.17 163 2 11쪽
10 #00. 모든 사건의 서막 - 08 19.06.16 199 2 13쪽
9 #00. 모든 사건의 서막 - 07 19.06.14 185 3 12쪽
8 #00. 모든 사건의 서막 - 06 19.06.05 213 2 17쪽
7 #00. 모든 사건의 서막 - 05 19.06.02 211 4 12쪽
6 #00. 모든 사건의 서막 - 04 19.05.30 257 3 19쪽
5 #00. 모든 사건의 서막 - 03 19.05.29 299 4 19쪽
4 #00. 모든 사건의 서막 - 02 19.05.27 400 5 25쪽
3 #00. 모든 사건의 서막 - 01 19.05.26 529 8 24쪽
2 #00. P-2 붕괴 19.04.24 642 6 18쪽
1 #00. P-1 상실, 그것은 늘 그렇듯 느닷없이 시작된다. 19.04.19 1,090 11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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