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이문후

트라팔가 온라인

웹소설 > 일반연재 > 게임, SF

이문후
작품등록일 :
2013.10.09 10:20
최근연재일 :
2020.02.06 06:00
연재수 :
62 회
조회수 :
9,127
추천수 :
178
글자수 :
493,252

작성
19.11.19 12:47
조회
60
추천
3
글자
18쪽

#00. 아르테미스 공방전 - 03

DUMMY

어느덧 서광대로 2번가,

슬슬 주변 풍경들이 으리으리해지고 저택들이 즐비하기 시작한다.

모험가들이 올 일이 잘 없는 방향이다 보니 한결 어수선한 분위기도 조금은 거리가 멀,


“물럿거라!”


···다고 생각했는데.

여기는 기사며 병사들이 오가는 탓에 되려 한술 더 떴네.

길 한 복판을 병사들의 행진으로 가득 메우며 일제히 어디론가로 이동하는 사이,

나와 이스칼은 인도의 틈새를 비집으며 나아간다.

그러는 중에 귓가에 저절로 들려온다.

바로 이름 모를 다른 모험가들의 불안.


“이게 우리랑 상관있을까?”


“서버 내린다잖아.”


“에이. 오픈한 지 얼마나 됐다고 설마 진짜 내리겠어.”


“NG소프트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겠지.”


“···그건 그러네.”


“그래도 가망도 없이 서버 내리는 조건을 걸진 않았을 것 같은데···.”


“에이. 우리 같은 개미들이 뭘 할 수 있겠어.

기껏해야 화살받이 정도로 데려다 쓰고 말겠지.”


그 말에 괜히 나까지 술렁이게 되 어째 인상이 구겨진다.


곧 우리는 꽤 널널한 해자가 빙 둘러싼 서광대로의 끝자락,

굳건하게 닫힌 문과 그 너머의 으리으리함의 끝을 보여주는 아르테미스 내성에 도착했다.


“멈추거라, 이방인.”


여기까지라면 그나마 아직 익숙한 세계,


“흑사자 길드의 이스칼입니다.

2왕자 님을 알현하러 왔습니다.”


그러고 내미는 증표,

왕실을 상징하는 사자가 그려진 새하얀 석판을 확인한 문지기,


“충성! 들어가시지요.”


의 태도가 꽤나 깍듯.

늘상 같은 토착민이 여기 붙어있는 건 아니어도 띠꺼운 것만큼은 늘 일관적이었는데.

슬슬 낯설기 시작한 게,


- 드르르르르륵.


미지의 세계로 들어가는 입구에라도 선 것 같다.

이를 테면 지옥이라던가.


“가자. 들어가서는 아무 말도 하지 말고.”


또, 여기서조차 태연한 녀석의 이 태도가 대단히 이질적이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온갖 휘황찬란한 장식과 깃발,

영화에서나 나오던 으리으리한 기둥이 쭉 늘어진 홀을 지나 요리조리 쭉쭉 들어가던 이스칼을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웬 방 하나에 도착한다.


물론 왕궁이니 그 앞을 지키는 메이드,

우리를 힐끔 쳐다보던 그녀는 이스칼을 알아보고는,


“아뢸까요?”


“부탁드립니다.”


얼마나 자주 왔으면 이렇게 얼렁뚱땅 들어갈 수 있는지.

녀석이 든든하면서도 어째 두렵다고 생각하는 와중에,


“저하.

흑사자 길드의 이스칼 대령했사옵니다.”


“들라하라.”


분명 유럽 배경의 유럽 건물인데 말하는 건 또 사극 같네.


- 끼이이이···.


목조이나 퍽 고풍스런 문이 활짝 열리면서,

일순간 환해지더니 탁 트인 공간,

홀과 비슷한 기둥 몇몇,

밝은 색조의 거대한 스테인드글라스,

마지막으로 홀을 수직으로 관통하는 붉은 융단의 끝자락에,


“왔는가.”


살면서 본 것 중 가장 훌륭한 목조 책상,

아니 조각품에 가까운 것 너머로 낯익은 얼굴.

2왕자가 앉아있는 게 눈에 들어온다.

분위기 자체가 그랬지만 나도 일전에 면식 정도는 있어 단번에 알아보는 것쯤은 어렵지 않았는데,


“저하. 이스칼 외 1인 대령했사옵니다.”


“···가까이 오게.”


어째 썩 내켜 하는 내색이 아니다···?

싶었는데,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단순히 기분 탓만이 아니었음이 확실해진다.


한편,

아무리 토착민인들 이 곳에서는 왕자이니 뭔가 적당한 예식을 갖춰야 할 것은 같은데,

그 적당한 게 떠오르는 게 없어 허둥대는 도중에,


“이리 와 편히 앉게.”


다행히 그 쪽에서 먼저 권해준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2왕자가 물끄러미 날 쳐다본다.


“그런데 이 친구는···?”


어떻게 보면 그럴 법은 하다.

내가 낄 자리가 아닌 것 같긴 해서,

뭐라 둘러댈 지 떠오르지 않아 다소 내가 허둥대는 사이.


“제가 가장 신뢰하고 있는 친구입니다.

믿을 만한 친구이니 심려치 않으셔도 괜찮으실 겁니다.”


이건 좀 의외였다.

빈 말인 거 알고 있더라도 좀 당황스러워,


“? 왜?’


나도 모르게 녀석을 빤히.


“아냐.”


“흠. 그런가.”


2왕자는 그러고는 역시나 조각물인지 책상인지 분간 어려운 그 위에 놓인 서류를 슥슥.

멀리서는 몰랐는데 그 옆으로 상당한 서류가 쌓여 있다.

2왕자는 시선을 그 쪽으로만 둔 채 얘기를 시작했다.


“그래서.

오늘은 어떤 연유로 들렀는가?”


“긴히 드릴 말씀이 있어 이렇게 찾아 뵙게 되었습니다.”


그러고 잠깐을 다시 묵묵부답,

시시각각 까딱거리는 펜대만이 이 자리에 있는 것 중 유일하게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가운데,


“내, 늘 자네의 얘기라면 흥미로운 점이 많아 항상 귀담아 들으며 반기기는 하나.”


뉘앙스가 어째···.


“지금은 때가 좋지 못한 것 같군.

내가 지금 겨를이 없네.

어제부터 밤새 숨쉴 틈도 없이 바쁜 탓에 차 한 잔 할 여유조차 없다네.”


그렇군.

영 달갑지 않아 했던 건 그런 이유에서 였구만.

왕자께서 그러시다는데 그럼 우린 슬슬,


“중요한 일입니다.

잠깐이면 되니 혹 자리를 물러 주실 수 있으신지요.”


···이걸 정면돌파 한다고?

이거 봐, 이거 봐.

2왕자 표정도 미간이 살짝 까딱거리는 게 영 성가셔 하는 눈치다.

굳이 이렇게까지 해서 해야 할 말인지도 모르겠고,

이 말은 대충 저기 뒤에 있는 하인 잠시 내보내 달라는 말 같은데.


“하···.”


꽤 고민하던 끝에 그래도 아량을 베풀더라.

나였으면 씨알도 안 먹혔을 텐데.

대체 어떻게 구워삶은 거지.


“좋네. 단, 잠깐만 일세.”


“감사합니다.”


이스칼이 몸을 낮춰 예를 표하는 사이,


“잠시 물러가 있거라.”


뒤에서 대기하던 메이드들이 스르르 물러나며,


- 철컥.


문을 닫는 것으로 밀실이 완성된다.

그걸 확인한 이스칼이 곧바로 입을 뗀다.


“혹시 지금 뭐하고 계셨는지요.”


“군량의 조달처를 물색하고 있었네.

그런데 자네.”


2왕자가 깍지까지 끼며 이 쪽을 바짝 쳐다보며 묻기를,


“지금 혹시 그거 물으러 자릴 물러달라 했는가?”


“왕자님.”


그래, 제발 부디 별 일 아닌 게 아니어야 할 거야.

안 그럼 너랑 나랑 사이좋게 지하감옥 갈 것 같으니까.


“지금 고작 그런 일에 매진하실 때가 아니실 텐데요?”


하하하하하.

이건 확실하게 갈 것 같다.

2왕자까지 벙쪄 있는 가운데에 얘기가 이스칼에 의해 멋대로 진행된다.


“왕자님께선 지금 이대로의 상황으로 만족하시는 지요.”


이건 또 뭔 소리지?

근데 이 말 자체가 꽤나 의미심장한 말인지,

돌아오는 대답이란 지극히 조심스러운 태도였다.


“지금···.”


뭔데.

나도 같이 좀 알자.

감옥 갈 땐 가더라도 왜 가는 지 정도는 좀 알자.


“네. 지금 떠올리신 그것입니다.”


“하.”


2왕자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다.

답답하고 실망한 기색으로 뺀질나게 이리갔다 저리갔다.

그러다 멈춰 서선,


- 쾅.


책상 위로 자세를 낮춰 쭉 뺀 몸으로 눈을 우리의 코앞에까지 들이댄다.


“자네 지금 나더러 반역을 도모하라는 것인가?”


바···바바반역?


“꼭 반역이 아니어도 충분히 가능한 줄 아룁니다.”


아···. 그럼 여태 했던 이 말들이 전부 이 사람을 왕으로 만들겠다···?

뜻은 좋은데 당사자는 전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이니 무기징역은 확정이겠고.

하하···.

나 지금 눈물 날 것 같애.


“자네도 그런 부류일 줄은 몰랐구만.”


근데 2왕자의 태도는 마치···.

뭔가 자제를 한다는 느낌?


“왕자님께선 그럴 생각이 전혀 없으신 모양입니다?”


“하. 듣게.

한 때 그런 꿈을 꿔 매사에 충실하고 독하게 노력에 노력을 거듭해

아바마마의 총애를 얻고 성군의 자질을 기르려 했던 적도 있었지.

하지만 말이야.

법도는 법도,

내 그것까지 어길 수는···.”


“뭔가 착각을 하고 계시는 군요.”


“무···?”


“이건 왕자님께 있어서는 생존의 문제와도 직결되는 부분입니다.”


“······.”


2왕자가 잠깐을 명치라도 얻어맞은 듯이 꼼짝도 못하는 것이다.


‘가만. 이거 설마?’


여기서 이스칼은 한번 더 쏘아붙인다.


“이대로 가면 왕자님께서도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 지 쯤은 예상해 보셨을 텐데요.”


그리고 거기에 울컥한 2왕자를 기점으로 분위기가 과열되어만 간다.


“자네 지금···.

내 형님 전하를 의심하라는 건가?”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만약 저 자신이 1왕자 저하의 입장이었다면 가장 먼저 해야만 할 일이 바로 그것이겠습니다.”


- 쾅!


“지금 어느 안전이라고 그딴 망언을 지껄이고 있는 게냐!”


확실한 건,

지금 여기서 이 2왕자를 구스르지 못하면,

우리 전부 아주 아주 큰일났다는 것이다.


“1왕자 저하께선 틀림없이 저하를 통제할 수 없을 거라 생각하십니다.”


“닥치거라! 거기 누구 없느냐!”


아··· 안 돼···.


“왕자님께서 워낙 뛰어나시고 지나치게 출중하신 탓에

1왕자 저하 입장에선 가장 큰 위협이 되신다는 걸

스스로 모르실 분이 아니시지 않습니까!


아무리 저하께서 그렇게 믿으려 하신들,

상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사실 또한 알고 있으시지 않습니까!”


“이 ㅈ···.”


- 끼이이이···.


그리고 아까의 메이드가 스르르 들어온다.

눈은 분명히 깔고 있지만, 일순간 이 쪽을 힐끔.

대충 분위기는 파악하고서 낮고 침착한 특유의 목소리로 확실하게 묻는다.


“부르셨는지요”


망했다.

이거 진짜로 끌려갈 기세다.


“······.”


그럴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상하게 2왕자가 주저하고 있다.

그 기회를 이스칼은 놓치지 않는다.


“소인의 눈에 지금 저하께선 정말 모르셨던 게 아닌,

그런 척을 하고 계시는 것에 가까워 보입니다.”


바로 옆이 아니었다면 들을 수 없을 정도의 조곤조곤,

하지만 또박또박한 그 한 마디에 주저한다.

망설인다.

스스로의 신념이 어디로 쏠리는지 그는 고민했다.

충분히 그럴 만했다.

구체적인 사정 하나 모르는 내가 듣기에도 이 문제는 그에게 있어 굉장히 중요한 문제.


“······저하?”


앞으로 그의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

나아가 이 일 하나로 왕국의 역사까지 뒤바뀌게 되겠지.

덤으로 우리의 앞으로의 게임 생활까지.


“저하께선 역사에.

이 왕국의 역사에서 어떤 모습으로 남으실 생각이십니까?”


와. 진짜 이런 말을 주눅 하나 안 들고 잘도 하네.


이윽고 2왕자는 결정을 내린다.

내리는데,

아무래도 이 마지막 한 마디가 거의 결정타가 된 것 같다.


“나가 있거라.”


메이드가 멀뚱멀뚱.


“나가 있으라 하질 않았느냐!”


거기에 화까지 내며 호통치는 걸로 메이드는 꾸벅 몸을 낮춰 예를 갖추고는 스르르 다시 나간다.


- 끼이이이··· 철컥.


나간 걸 확인하고서,

이번에는 2왕자 쪽에서 먼저 반응을 내민다.


“후······.”


고개를 들고 딴 곳을 쳐다보며 근심 섞인 한숨 뒤로,


“받아들이려는 것이 아니야.

아끼는 자네를 잘 타이르려 메이드를 물렀네.”


물론 내 귀에조차 영 신빙성있게 들리지 않았다.


“물론 앞으로의 걱정을 한 적이 없는 건 아닐세.

하지만 내 하늘이 두 쪽 나도 내 손에 형제의 피를 볼 수는 없네.”


거의 둘러대는 것에 가까운.

하지만,


“이상하군요.”


여기서 호락호락 놓아줄 이스칼이 아니다.


“소인은 단 한번도 피를 보시라고 한 적이 없사옵니다만.”


“······.”


대체 어떤 신통한 방법을 들고 있는 지는 모르겠으나,


“이제야 이렇게 진심을 털어놓으시니 저도 아룁사옵니다만,

저하께선 한 켠에는 이런 생각 또한 품고 계셨으리라 판단 되옵니다.”


“듣고 있네.”


진짜.


“어떻게 하면 이 나라를 과거 찬란했던 제국 시대의 영화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인가.”


“······.”


사람 홀리는 것 하나만큼은.


“왕실의 일원으로서 한 시도 잊으신 적이 없으셨을 거라 감히 아뢰옵니다.”


“······.”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난 놈이다.


“그리고 그럴 능력이 스스로 갖추고 있으신 것조차 자각하셨을 테지요.”


“······.”


이렇게 얘기해 버리면 2왕자로선 도저히 빠져나갈 수가 없지.


“주변국인 렌씨야와 겔마르.

이 두 국가를 어떻게 규합할 것인지,

동북 3국이라는 작금의 역사적인 오명을 어떻게 벗을 것인지.”


“······.”


이건 치사하다고 해야 할 지,

말빨이 화려한 건지 모르겠고.

이런 게임 내 역사 같은 것에 관심 없던 나로서는 완전 처음 들어보는 그런 이야기들 뿐이다.


“한때 폭룡 칼라드리아스로부터 멸망된 제도 아폴론을 어떻게 복구할 것이며."


“······.”


근데 확실한 건.

좀 전부터 2왕자가 이 거창하기 짝이 없는 얘기에 정말 찍소리 하나 못하고 일방적으로 듣고만 있다는 점이야말로 제대로 끌리고 있다는 그 증거.


“아직은 가난한 현실에서 벗어나 부국강병을 이뤄,

나아가 저 강성한 비르트 제국과 어떻게 정면으로 맞서 싸울 것인지.”


자고로 왕을 목표로 했다면,

아니 남자라면 누구라도 한번쯤은 해봤을 원초적인 대망.


“이 모든 게 늘 왕자님의 머릿속에 맴도는 오랜 근심이셨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기에 지금 이 자리에서 간언드리는 것이옵니다."


“············.”


녀석은 지금 그걸 자극하고 있었다.


“물론 이대로는 불가능합니다.

허무맹랑할 뿐인 덧없는 꿈에 지나지 않겠지요.

시드미어 왕국이 이대로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해서는,

지금 당장 밀고 들어오는 고블린의 대군을 격퇴하지 못해서는,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사치와 향락에만 흥미를 보이시는 1왕자 저하께서 즉위하셔서는.”


근데 확실한 건 이렇게 1왕자 헐뜯은 내용이 밖으로 새나가면 여기 2왕자까지 셋이서 ㅈ되겠구만.

심심하지는 않겠어?


“그리고 왕자님께서 이대로 주어진 천명을 부인하고 외면하시기만 하셔서는.

틀림없이 허무맹랑할 뿐이겠지요.”


와, 천명?


“저하.

저희 모험가들은 과학,

이 곳에서의 연금술을 극한으로 갈고 닦아 하늘을 날고 저 태양과 달에까지 그 문명력을 전파한 곳에서 온 자들이옵니다.

저희 문명의 지식과 기술을 토대로 곡식이 더 잘 자라게 하거나

렌씨야와 맞닿은 국경까지 하루 만에 도달할 수도,

지금 이 대륙에선 상상치도 못하는 무기를 만들어 낼 수도 있사옵니다.”


그건 맞지.

맞는데,

너 그런 것도 할 줄 아니?

난 모르는데.


문득 2왕자가 손바닥 내밀며,


“잠깐.

잠깐만 기다리게.”


너무 많은 얘기를 단번에 쏟아냈으니 영 혼란스러워한다.

뭐, 그렇지.

중세 설정의 왕자한테 지금 산업혁명부터 현대 핵전쟁 시대까지 모조리 때려 박았으니까.

외계인한테 납치당해서 세뇌된다면 딱 이런 기분이겠지.


“그대의 말이 너무나도 달콤해 내 혼란스러워 도무지 믿을 수가 없네.”


지당하다.


“어떻게 하면 소인을 믿어 주시겠사옵니까?”


“이 자리에서 증명해 보이게.”


갑자기?


“이 자리에서 그대 세계의 기술을 이 두 눈으로 볼 수만 있다면

나 아벨 아서 시드미어는 그대 모험가 이스칼을 믿고 내 운명을 맡겨보겠네.”


그런데 빛나는 두 눈.

여태 근심과 망설임으로만 가득하던 눈에 샛별과도 같은 총기가 넘실거린다.

그리고,


‘이건···?’


실실 웃고 있다?

우리가 아직 뭔가 보여주지도 않았는데,

내 느낌으로는 이미 벌써 확신하고서 이스칼을 전적으로 믿고 있는,

그러니까 그 확인은 엄연히 구실에 가깝다는 그런 느낌.


“좋습니다.”


이 녀석은 그걸 또 받아들이고 있다.


“···방법이라도···.”


있는 거냐고 물으려 속닥거렸는데

중간에서 말 끊고 고개만 까딱거리고는 창 띄워서 뭔가에 열중하기를.


‘···코톡?’


다가가서 보니 길드 단톡방이다.


- 이스칼 : 백수형.


- 이스칼 : 지금입니다.


여기서 백수형이라고?


“바람아.”


창 끄고 부드럽게 웃으며,


“저 쪽.

창문 좀 열어줄래?”


슬쩍 2왕자도 쳐다봤는데 그 역시 고개를 끄덕.


“블링크로.”


하.

진짜 하여튼 간에 이런 데 써먹으려고 나 부른 거였구만.


“후.”


이스칼이 말한 그 창문 쪽을 응시하고는,


- 피용.


블링크로 이동했다.


“허! 이 무슨···.”


그리고 열었다.


- 드르륵.


“창 밖을 보시지요.”


그렇게 열자 마자 눈에 들어오는,


“이건···.”


아니 눈 앞을 가득 메우는 무언가.

흔히 보거나 타본 적이 없는 데다 순간 당황한 나머지 그 이름이 바로바로 안 떠올랐다.

그건 바로,


“허······.”


“하늘을 나는 열기구란 것입니다.

왕국의 여건상 제대로 구현할 방법이 없어 마법공학의 힘을 빌어 만들어 봤습니다.

속도가 느려 거의 떠있는 게 전부이긴 하나.”


그래, 열기구.

큰 풍선에 웬 불 때워서 공중에 둥둥 떠다니는 거.

미친,

그럼 백수형한테 말했던 게 이거였어?


2왕자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당연하다.

이걸 본 적이 있는 나조차 설마 여기서 볼 줄이라곤 생각도 못했으니까.


“이번 전쟁에선 꽤나 유용하게 쓰일 거라 생각합니다.

폭탄을 뿌리거나 정찰용으로 사용한다면 그 효과는 확실하겠지요.”


그 말을 기점으로 줄곧 망설이던 그 눈빛이,


“좋네.”


순식간에 신뢰와 확신의 빛깔로 물들어 번져간다.


“내, 자네만 믿고 내 목숨, 운명, 그 천명이라는 데에 전부 걸어 보겠네.”


와.

진짜.

여태 내 눈으로 봐놓고서도 도저히 안 믿긴다.


“의외였습니다.

소인은 저하께서 고민할 시간을 좀더 달라고 하실 줄로만 알았습니다.”


이걸 이렇게 가능하게 하네.

순간 여태 녀석에게 품었던 부의 감정들이 모조리 부질없게만 느껴진다.


“어차피 처음부터 그럴 시간 줄 생각도 없지 않았는가?”


“제가 정말 제대로 찾아뵌 것 같아 마음이 놓입니다."


뭐. 얼마나 신통한 방법인 지는 몰라도,

일단 여기서 확실한 건 그래도 한 시름은 놓았다고 봐도 될 것 같다.


‘휴···.’


모두가 각자 흡족해 하는 가운데,


“그래. 무엇부터 하면 되지?”


그 말에 녀석은 피식 웃는다.


작가의말

안돼요 왕자님;

님 지금 사기당하는 거라구여;;;


ps. 또 실패한 분량 조절; 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트라팔가 온라인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개작 안내 +2 19.04.19 321 0 -
62 #00. vs 나이트 길드 - 03 +1 20.02.06 55 3 14쪽
61 #00. vs 나이트 길드 - 02 +2 20.01.09 65 3 19쪽
60 #00. vs 나이트 길드 - 01 20.01.06 38 2 11쪽
59 #00. 아르테미스 공방전 - 08 19.12.16 46 2 14쪽
58 #00. 아르테미스 공방전 - 07 +8 19.12.09 50 3 14쪽
57 #00. 아르테미스 공방전 - 06 19.12.04 66 5 21쪽
56 #00. 아르테미스 공방전 - 05 +2 19.11.28 58 3 21쪽
55 #00. 아르테미스 공방전 - 04 19.11.24 51 3 13쪽
» #00. 아르테미스 공방전 - 03 19.11.19 61 3 18쪽
53 #00. 아르테미스 공방전 - 02 19.11.15 62 3 20쪽
52 #00. 아르테미스 공방전 - 01 19.11.11 66 2 24쪽
51 #00. 로베아 가도 - 18 19.11.06 61 3 27쪽
50 #00. 로베아 가도 - 17 19.11.02 64 2 20쪽
49 #00. 로베아 가도 - 16 19.10.29 60 3 17쪽
48 #00. 로베아 가도 - 15 19.10.28 59 2 21쪽
47 #00. 로베아 가도 - 14 19.10.21 59 4 15쪽
46 #00. 로베아 가도 - 13 19.10.16 70 2 11쪽
45 #00. 로베아 가도 - 12 19.10.12 74 3 15쪽
44 #00. 로베아 가도 - 11 19.10.08 83 3 21쪽
43 #00. 로베아 가도 - 10 19.10.04 60 1 16쪽
42 #00. 로베아 가도 - 09 19.10.01 98 2 13쪽
41 #00. 로베아 가도 - 08 19.09.27 83 2 15쪽
40 #00. 로베아 가도 - 07 19.09.24 71 2 25쪽
39 #00. 로베아 가도 - 06 19.09.19 69 2 15쪽
38 #00. 로베아 가도 - 05 19.09.15 118 4 18쪽
37 #00. 로베아 가도 - 04 19.09.11 82 2 19쪽
36 #00. 로베아 가도 - 03 19.09.07 92 2 25쪽
35 #00. 로베아 가도 - 02 19.09.03 94 2 13쪽
34 #00. 로베아 가도 - 01 19.08.31 89 3 17쪽
33 #00. 라파스 영지 - 12 19.08.28 89 4 30쪽
32 #00. 라파스 영지 - 11 19.08.27 98 4 16쪽
31 #00. 라파스 영지 - 10 19.08.24 97 3 15쪽
30 #00. 라파스 영지 - 09 19.08.23 119 2 17쪽
29 #00. 라파스 영지 - 08 19.08.16 104 2 17쪽
28 #00. 라파스 영지 - 07 19.08.14 98 3 13쪽
27 #00. 라파스 영지 - 06 19.08.12 91 2 18쪽
26 #00. 라파스 영지 - 05 19.08.08 120 3 16쪽
25 #00. 라파스 영지 - 04 19.08.06 102 3 17쪽
24 #00. 라파스 영지 - 03 19.08.02 161 4 21쪽
23 #00. 라파스 영지 - 02 19.07.31 92 2 17쪽
22 #00. 라파스 영지 - 01 19.07.29 113 1 13쪽
21 #00. 모든 사건의 서막 - 19 19.07.25 118 1 23쪽
20 #00. 모든 사건의 서막 - 18 19.07.23 116 4 18쪽
19 #00. 모든 사건의 서막 - 17 19.07.19 114 3 25쪽
18 #00. 모든 사건의 서막 - 16 19.07.16 120 3 9쪽
17 #00. 모든 사건의 서막 - 15 19.07.14 118 1 14쪽
16 #00. 모든 사건의 서막 - 14 19.07.09 116 2 15쪽
15 #00. 모든 사건의 서막 - 13 19.07.04 136 1 15쪽
14 #00. 모든 사건의 서막 - 12 19.06.25 142 1 15쪽
13 #00. 모든 사건의 서막 - 11 19.06.24 144 2 12쪽
12 #00. 모든 사건의 서막 - 10 19.06.18 153 1 19쪽
11 #00. 모든 사건의 서막 - 09 19.06.17 163 2 11쪽
10 #00. 모든 사건의 서막 - 08 19.06.16 199 2 13쪽
9 #00. 모든 사건의 서막 - 07 19.06.14 185 3 12쪽
8 #00. 모든 사건의 서막 - 06 19.06.05 213 2 17쪽
7 #00. 모든 사건의 서막 - 05 19.06.02 211 4 12쪽
6 #00. 모든 사건의 서막 - 04 19.05.30 257 3 19쪽
5 #00. 모든 사건의 서막 - 03 19.05.29 299 4 19쪽
4 #00. 모든 사건의 서막 - 02 19.05.27 400 5 25쪽
3 #00. 모든 사건의 서막 - 01 19.05.26 529 8 24쪽
2 #00. P-2 붕괴 19.04.24 642 6 18쪽
1 #00. P-1 상실, 그것은 늘 그렇듯 느닷없이 시작된다. 19.04.19 1,090 11 1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