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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룡 님의 서재입니다.

환려제국(桓麗帝國)

웹소설 > 자유연재 > 대체역사

중룡
작품등록일 :
2023.05.04 12:14
최근연재일 :
2023.07.19 00:14
연재수 :
7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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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7
추천수 :
20
글자수 :
425,602

작성
23.07.16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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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75. 성선제국의 천재지변

DUMMY

그것도 손도영이 없는 시간에,


“이곳에 성선제국에서 온 여인들이 있다고 들었다. 내 안채에 있을 테니 데려오너라.”

“예, 황보상신왕 전하!”


손도영의 집에서 일하던 사람들은 모두 긴장하여 어쩔 줄을 몰랐다.


“황보상신왕 전하! 아기씨들을 데리고 왔습니다.”

“들라 하고 차를 들여라.”

“예, 황보상신왕 전하!”


손평은 손도영이 군부의 장수들이 집에 오면 맞는 접객실에 앉아있었다.


“황보상신왕 전하! 인사 올리겠습니다. 저는 정옥희라 하고 여기는 제 동생인 정선희라 합니다.”


긴장한 얼굴의 두 자매가 실내로 들어왔다.


“앉으시오.”

“예, 황보상신왕 전하!”


접객실의 문이 열리고 차를 든 여인이 들어왔다.


“드시오.”

“예, 황보상신왕 전하!”

“크-흠! 낭자들은 성선제국의 만경현에서 왔다고 들었는데 선고장(先考丈:부친)의 함자는 어떻게 되시오?”


차를 한모금 마신 굳은 표정의 손평이 물었다.


“예, 황보상신왕 전하! 선친의 함자는 정 우자 식자입니다.”


정옥희가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흠-음! 우자 식자라? 혹시 선고장께서 만경현에서 원외랑을 하시지 않았소?”

“어머! 맞아요.”


긴장하고 있던 정선희가 손평이 자신의 아버지를 아는 듯 묻자 큰 소리로 대답했다.


“죄송합니다. 황보상신왕 전하!”


정선희의 대답에 얼굴이 빨개진 정옥희가 머리를 숙였다.


“허허허! 괜찮소. 나는 낭자들의 아버지와 만산(晩山) 김동균 어른께 동문수학한 사이요. 비록 같은 시기는 아니지만 김동균 어른께 낭자들의 아버지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었소.”


손평은 돈 때문에 김동균의 서당을 석 달을 다닌 것이 전부였지만 정우식에 대해서 들은 기억이 있었다.


“황보상신왕 전하! 저희가 무작정 환려제국에 오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폐를 끼치게 되었습니다. 여러모로 송구합니다.”


정옥희가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아니요, 잘 왔소, 그런데 과년한 두 낭자가 홀로 사는 남자의 집에 오래 머무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오. 그러니 우리 집으로 갑시다.”

“황보상신왕 전하! 그래도 되는지요?”

“그렇소, 우리 집을 찾은 객이 많으니 할 일도 많을 터, 남도 아니니 부담을 갖지 않아도 되오.”

“감사합니다. 황보상신왕 전하!”


정옥희와 정선희가 손평을 따라나서려고 준비를 하러 간 사이 퇴궐을 한 손도영이 집에 도착했다.


“형님! 우리 집에는 어쩐 일이십니까?”

“이놈아! 바람에 실려 온 소문이 나를 네 집으로 불러들였다.”


얼굴에 미소가 가득한 손평이 대답하자,


“예? 소문이라니요?”


의아한 표정의 손도영이 물었다.


“네가 백왕리에서 색시를 구해 돌아왔다는 소문 말이다.”

“예? 형님! 도대체 누가.....,?”

“허허허! 도영아! 언니라는 낭자 말이다. 네 색시로 부족함이 없어, 그래서 네 형수에게 데리고 가서 좀 더 가리킨 다음 너와 혼례를 올렸으면 하는데 네 생각은 어떠냐?”

“뭐, 저야.....,”

“더욱이 낭자들의 아버지인 정우식 원외랑은 내가 조금 아는 사람이다. 흠이라면 너무 곧은 것이 흠이지!”

“아, 그래요?”

“도영아! 최대한 빨리 서둘 테니 너무 섭섭해하지 말아라.”

“하하! 형님도 참,”


정옥희와 정선희가 손평을 따라 손도영의 집을 나가니 손평이 준비한 가마가 기다리고 있었다.

가마를 탄 두 사람이 손평의 집에 도착하자 손평의 처 조형미가 둘을 반갑게 맞았다.


****


“머지않아 우리 성선제국에 장마와 가뭄이 동시에 온다는 것이 정말입니까?”


주세진은 서운관(書雲觀:현 기상청)에 있다가 상단의 서기로 들어온 정연술의 말에 재차 물었다.


“그렇습니다. 상단주님! 한쪽에서는 수많은 수재민이 발생하여 익사자들이 생길 것이며, 또 한쪽에서는 가뭄으로 농작물이 타들어 많은 아사자(餓死者)가 생겨날 것입니다.”


정연술은 한 치의 과장도 없다는 듯 단호하게 말했다.


“휴-우! 큰일이구나, 어떻게 대비를 해야 하나?”


주세진은 하늘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갈이천정(渴而穿井)이라 했으니, 닥쳐서 허둥대는 것보다 미리 준비하자.’


“최행수! 우리 금구상단의 모든 상선은 내일 당장 상행을 떠날 준비를 하라 하십시오.”

“상단주님! 갑자기 급한 일이 생긴 것입니까?”


주세진은 최법성 행수를 상단주실로 불러 말했다.


“그렇습니다. 백성들의 안위와 성선제국의 존폐가 달린 일이니 이보다 더 큰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최법성 행수는 주세진의 말에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밖으로 나갔다.

주세진은 상단주실의 비밀 금고에서 모든 금괴를 꺼냈다.

‘어차피 이럴 때를 위해서 비축해 놓은 것이니 재물에 연연하지 말자. 이 재물 또한 많은 백성으로 인해 모은 것이니,’

상단주실로 행수들을 부른 주세진은,


“이 금괴는 백성들의 목숨줄입니다. 곡물을 취급했던 행수들은 곡물을, 목재를 취급했던 행수들은 목재를 사 와야 합니다.”

“상단주님! 우리 상단에 비축한 곡물도 넘쳐나는데 갑자기 곡물이라니요? 자세히 설명해 주십시오.”


주세진의 말에 곡물을 담당한 나병용 행수가 물었다.


“올해 성선제국에 닥칠 가뭄과 홍수는 단군 이래 최악의 재앙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우리 상단에서라도 최대한 빨리 대비를 해서 백성들의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하여 성선제국의 기반이 흔들림 없도록 하여야 합니다.”


웅성-웅성!

주세진의 말이 끝나자 행수들의 웅성거림이 있었다.

탁-탁!


“행수들이 무엇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몰라도 곡물과 목재는 무상으로 백성들에게 공급될 것입니다. 그러니 서둘러 떠날 준비를 해 주십시오.”


탁자를 두들긴 주세진이 단호하게 말했다.

그리고 주세진의 무상이라는 말에 행수들도 공감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몇 달이 지나자 금구상단의 창고에는 곡물로 가득 찼고, 창고로 들어가지 못한 곡물은 공터에 쌓이기 시작했다.


“최행수! 곡물은 계속해서 들어오는데 저장할 공간이 부족하니 성선제국 각지에 창고를 지어야겠습니다. 선박건조장의 목수들을 파견해서 고지대에 비바람을 막을 수 있는 많은 창고를 짓게 해 주십시오.”

“예, 알겠습니다. 상단주님!”


엄청난 양의 쌀이 안남국(安南國)과 환려제국의 남만(南蠻)에서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돌기상단에서는 주세진의 요청으로 직물값을 콩과 옥수수로 보내왔다.

성선제국 각지에 창고들이 지어지고 그 창고에는 곡물로 채워졌으나 주세진은 일부 창고를 비워두게 했다.

바쁘게 돌아다녔던 금구상단의 상행이 잠시 한숨을 돌리고 있었다.


칠월칠석(七月七夕)!

견우와 직녀가 일 년에 한 번 까마귀와 까치가 날개를 펴서 만든 오작교를 건너 만나는 날이다.

투-투-툭!

하늘을 바라보던 주세진의 이마에 굵은 빗방울이 때리기 시작했다.

하늘의 진한 먹구름으로 인해 사위(四位)가 캄캄해지기 시작했다.

쏴-아-아!

한낮인데도 앞을 분간하기 힘든 어둠으로 변한 하늘에서 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건 예사 비가 아니다!’

상단의 처마 밑으로 들어온 주세진의 눈앞에 지붕에서 흘러내리는 물은 마치 저수지의 물이 범람하듯 흘러내리고 있었다.

‘모든 창고를 고지대에 지었고, 특히 빈 창고에 저지대의 백성들을 대피하게 했으니 일단 지켜보자.’

삼남 지방에는 물이 쏟아지는 반면, 삼남 지방의 위쪽으로는 폭염으로 인해 대지가 달아오르고 있었다.

한낮이지만 시전은 물론 그 어디에도 돌아다니는 백성들은 보이지 않았다.


삼남 지방,

하루가 지나자 넓은 평야가 바다로 변했다.

백성들은 발을 굴리며 안타까워했지만 불어버린 물로 인해 들판으로 나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삼남 지방 이북,

갈라진 들판에 농작물이 타기 시작하더니 우물물마저 마르기 시작했다.


****


이른 새벽 성선제국의 어전,

폭염을 피하기 위해 새벽에 어전회의가 열리고 있었다.


“폐하! 이곳 한성과 달리 삼남 지방에는 홍수로 인해 많은 백성이 산 위에 지어진 창고로 피신했다고 하옵니다.”

“좌찬성(左贊成)! 산 위의 창고라니? 그게 무슨 말이오?”

“예, 폐하! 목포진의 주현령이 비가 올 것을 예측하여 산 위에 창고를 지어 백성들의 대피는 물론 많은 곡물을 보관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요? 허-어! 참으로 현명하고 훌륭한 자로다!”


입술을 깨문 광고황제는 한쪽 눈을 감았다.

“그리고 폐하! 삼남 지방의 위쪽에도 창고를 지었는데 각 창고에는 곡물로 가득하다고 하옵니다.”

“그럼 가뭄도 예측했단 말이오?”

“그렇사옵니, 폐하!”


‘황제인 나는 신진사대부를 견제하느라 백성들의 안위를 내팽개치고 있었는데, 역시!’


“오늘 어전회의는 그만 파합시다.”


황좌에서 일어난 광고황제가 말했다.


우-우-욱!

대전을 나와 편전에 든 광고황제의 입에서 진한 각혈(咯血)을 했다.

‘아! 폐(肺)가 굳어 가는지 호흡이 점점 거칠어져서 짐의 지병을 숨길 수가 없겠어! 오 년은 더 살아야 하는데.....,’


“폐하! 황의(皇醫)를 부르겠사옵니다.”

“그만! 짐은 잠시 쉴 것이니 물러가라.”


광고황제는 내료감을 편전에서 내보냈다.

잠깐 눈을 붙인 광고황제는,


“내료감은 호위장을 불러오라.”

“예, 폐하!”


편전 입구에 있던 내료감이 광고황제의 호위장을 데려왔다.


“폐하! 찾아계셨사옵니까?”

“가까이 오라.”


광고황제는 호위장인 홍수명에게 나직하게 말했다.

광고황제의 호위장인 홍수명은 홍자용 장군이 죽기 몇 년 전에 받아드린 의자(義子)로 오로지 광고황제에게만 충성을 바치는 성선 제일검이었다.


“수명아! 아무도 모르게 독한 사삼주(沙蔘酒)를 구해오너라.”

“예, 폐하! 폐하께서 장복(長服)하시고 쾌차하실 영험(靈驗)한 사삼주를 꼭 구해오겠사옵니다.”


홍수명이 물러가자 광고황제는 눈을 감았다.

‘지나치게 창백한 짐의 낯빛 때문에 사삼주가 필요하다. 특히 어전회의가 있는 날이면 반드시 사삼주를 마셔서 짐의 낯빛을 바꿔야 한다.’

폭우와 가뭄은 삼 개월 동안 계속됐다.

주세진의 대책으로 인해 다행히 물에 빠져 죽은 익사자는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영원할 것만 같았던 장마가 서서히 그치기 시작했고 삼남 이북에서도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성선제국 전체가 황폐화가 됐지만 주세진의 목재와 곡물로 인해 백성들은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위해 힘을 내고 있었다.

그러나 한 개인이 오랜 기간 백성들 전체에게 곡물을 지원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주세진의 구휼미가 소진될 즈음 환려제국에서 백만 섬의 구휼미를 보내왔다.


“오랑캐 놈들이 쌀을 보내왔다고 하던데 왜 보냈을까?”

“이 사람아! 환려제국은 오랑캐가 아니라 우리와 같은 배달족이라서 보낸 걸세, 어디 가서 제발 그런 말 좀 하지 말게, 다들 무식하다고 할 걸세.”


성선제국의 백성들은 환려제국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도 있었다.

백성들의 처절한 재건이 서서히 끝날 때 즈음 성선제국의 어전회의에서는,


“짐은 천도를 하고자 한다. 우리 성선제국의 황도를 광주목(光州牧)으로 할 것이니 대신들은 이에 맞춰 천도를 추진하라.”


황금색 철릭을 입고 황검(皇劍)을 찬 홍안(紅顔)의 광고황제는 평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폐하! 천재지변으로 인해 국난을 맞이한 절박한 시기에 천도라니요? 명을 거둬주시옵소서.”

“명을 거둬주시옵소서.”


좌참찬(左參贊) 강정곤의 말에 신진사대부의 대신들이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호위장은 이들을 옥에 가두어라, 어전회의가 끝나면 곧바로 처형할 것이니,”


호위들이 들어와 강정곤과 신진사대부들을 끌고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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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76. 폭정 23.07.18 8 0 12쪽
» 75. 성선제국의 천재지변 23.07.16 13 0 12쪽
74 74. 인연 23.07.16 12 0 12쪽
73 73. 환려종족 23.07.15 14 0 12쪽
72 72. 모스크바공국 23.07.13 15 1 12쪽
71 71. 대마도 23.07.13 17 0 12쪽
70 70. 성선제국으로 온 총통 23.07.12 16 0 11쪽
69 69. 환려제국의 번왕 고다 23.07.11 19 0 12쪽
68 68. 교토성 함락 23.07.10 17 0 12쪽
67 67. 왜의 성선제국 침략 23.07.09 16 0 13쪽
66 66. 황제의 동생 염천광 23.07.08 24 0 12쪽
65 65. 황제와 왈패 23.07.06 17 0 12쪽
64 64. 대도 점령 23.07.06 18 0 12쪽
63 63. 주세진을 만난 황제 23.07.05 18 0 12쪽
62 62. 해전 23.07.04 17 1 13쪽
61 61. 다시만난 손평과 이자준 23.07.03 19 1 13쪽
60 60. 염천인의 흉계 23.07.02 15 1 12쪽
59 59. 직물기와 범선 23.07.01 16 1 13쪽
58 58. 안토니오 황제 23.06.30 18 0 12쪽
57 57. 통사랑 주세진 23.06.29 19 0 12쪽
56 56. 연애 23.06.28 18 0 12쪽
55 55. 고려군의 분열 23.06.27 25 0 13쪽
54 54. 공짜 소금 23.06.26 22 0 12쪽
53 53. 환려제국의 영토 23.06.25 40 0 12쪽
52 52. 우여곡절 23.06.24 20 0 13쪽
51 51. 서운관 감후 차승춘 23.06.23 22 0 12쪽
50 50. 구양수의 죽음 23.06.22 22 0 12쪽
49 49. 장춘성 23.06.21 18 0 12쪽
48 48. 환려제국의 신무기 23.06.20 2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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