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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룡 님의 서재입니다.

환려제국(桓麗帝國)

웹소설 > 자유연재 > 대체역사

중룡
작품등록일 :
2023.05.04 12:14
최근연재일 :
2023.07.19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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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5,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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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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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55. 고려군의 분열

DUMMY

잠시 후,

병사들의 웃음소리와 함께 돼지의 단말마(斷末魔) 비명이 들려왔다.


“장군! 고기가 다 익었습니다.”

“그래! 자네가 수고가 많았네.”


부장과 함께 자신의 군막에서 나온 복창술 장군은 군영의 뒤쪽으로 갔다.


“허허! 내 처가 집을 떠나 외지에 있으면서 기루에 가지 말라고 준 화주단지 일세.”


땅속에서 화주단지를 꺼낸 복창술 장군이 부장에게 화주단지를 건네면서 한 말이었다.

화주는 군영의 병사들 모두가 마시고도 남을 양이었다.

푸석푸석한 얼굴에 돼지기름으로 입술만 번들거리는 병사들의 얼굴에 미소가 생겨났다.


“부장! 고기가 부족한가?”

“아닙니다, 장군!”


병사들이 먹는 접시에는 병사들의 낯빛과 같은 색깔의 삶은 내장만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럼 고기를 먹지 왜 내장만 먹고 있는가?”

“그...그게 고기는 장군과 소장에게만 주고 고기는 식사 시간에 국이라도 끓여야 한다고 해서.....,”

“그러면 쓰나? 당장 고기를 삶도록 하게!”

“예, 장군!”


복창술 장군은 고기가 다 삶아질 때까지 화주만 들이켰다.

십여 일이 지났다.

정용군 군영에 중방의 의형대(義刑臺)가 들이닥쳤다.

의형대 병사들은 장군들도 입지 못하는 화려한 갑옷을 입고 어피(魚皮)와 상아(象牙)로 장식된 검을 들고 있었다.


“복창술! 복창술은 어디 있나?”

“너희들이 중방의 의형대면 의형대지, 감히 정용군의 장군께 무슨 말버릇이냐?”


퍼-억! 캑!


“크-악!”


의형대 병사 중 한 명이 발로 부장의 복부와 턱을 차버렸다.


“내가 정용군의 장군 복창술인데 무슨 일로 의형대가 이곳까지 와서 행패를 부리느냐?”

“의형대는 죄인을 포박하라!”

“충!”

“왜 나를 압송하려는지 중방의 명을 말하라?”

“너는 고려의 죄인들이 환려제국으로 도망치도록 방관한 직무유기의 중죄를 범했다. 뭐 하고 있느냐? 빨리 복창술을 포박하라!”


의형대의 대정(隊正)으로 보이는 무관이 외치자 병사들이 복창술에게 달려들었다.


“장군의 몸에서 떨어져라!”


강계에 주둔한 정용군의 모든 병사가 창과 검을 들고 복창술 장군을 포박하려는 의형대를 에워쌌다.


“너희들 모두 죽고 싶은가?”


안색이 일변한 의형대의 대정이 소리쳤다.


“복창술 장군은 우리들의 어버이와 같다. 모두 같이 죽자!”


정용군의 병사들이 살기등등한 기세로 변했다.


“의형대는 물러나라! 복창술! 지금 함주에는 우리와 같이 온 의형대원들이 있다. 우리가 다시 이곳으로 오면 네놈은 물론이고 이곳 병사들 모두를 참할 수 있다. 그러니 빨리 우리를 따라나서라!”

“안 됩니다. 장군! 만약 장군이 저들을 따라간다면 우리는 모두 자결할 것입니다.”


복창술 장군에게 말을 하는 부장의 노안에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오늘은 돌아간다!”


눈물을 흘리는 부장의 말에 의형대의 대정이 의형대를 이끌고 군영을 나갔다.

의형대가 떠난 정용군의 군영에 정적이 흘렀다.


“후-우! 짐작은 했지만, 이곳에도 의형대의 숨은 눈이 있었네.”

“장군! 대체 누가?”


복창술장군은 정용군의 군영과 약간 떨어진 마을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저 마을에서 우리와 환려제국을 동시에 감시하는 날카로운 눈을 보았었다. 그래서 이제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장군! 선택이라 하심은?”

“고려의 백성들처럼 환려제국으로 갈 것인가? 아니면 여기서 죽음을 맞을 것인가? 우리에게는 이 두 가지 선택만 남았을 뿐이네.”


말을 마친 복창술 장군은 입술을 깨물었다.


“장군! 저는 환려제국으로 가겠습니다.”

“저도 가겠습니다.”

“저도.....,”


병사들은 모두 환려제국으로 가기를 원했다.


“장군! 이렇게 하면 어떻겠습니까?”


한동안 생각에 잠겼던 부장이 말했다.


“어떻게 말인가?”

“우리가 먼저 환려제국으로 간 뒤, 발 빠른 병사들을 고려로 보내 남은 가족들을

환려제국으로 데려오는 겁니다.”

“음! 그렇게 하세.”


복창술 장군이 힘없는 목소리로 최종 결정을 했다.

정용군의 병사들은 서둘러 환려제국으로 떠날 준비를 했다.


“부장! 내가 환려제국의 목염 장군을 만나고 올 것이니 병사들에게 잠시 기다리라고 하게,”

“예, 장군!”


복창술 장군은 말을 타고 국경으로 갔다.


“나는 고려군 정용의 복창술 장군이다. 환려제국의 목염 장군을 만나러 왔으니 길을 열어라.”


복창술 장군의 외침에 병사들의 후미에서 목염 장군이 나왔다.


“허허허! 복창술 장군! 술이라도 생각나서 오신 것이오?”

“그..그..것이......,”


복창술 장군은 환려제국의 수많은 병사가 쳐다보고 있자 말을 하지 못했다.


“본인의 군막으로 갑시다.”


복창술 장군은 말에서 내려 목염 장군의 군막으로 갔다.


“예? 장군! 국경에 주둔하고 있는 정용군 전체가 환려제국으로 오겠다니요?”


복창술 장군의 말에 목염 장군이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


“대신 우리에게 조건이 있소.”

“무엇이오?”

“우리가 환려제국으로 가면 당분간 살 집과 먹을 것을 줄 수 있겠소?”

“그건 염려하지 마시오. 환려제국의 황보상신 영감은 환려제국을 건국하기 전부터 자신이 세운 마을에 다른 사람이 이사를 오면 어미 양 열 마리와 함께 집을 지을 수 있는 목재, 그리고 일 년간 먹을 곡식을 내주었소.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으니 그 부분은 염려하지 않아도 되오.”

“고맙소이다! 지금 군영으로 가서 병사들과 함께 다시 오겠소.”


목염 장군의 말에 복창술 장군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정용군의 군영으로 돌아갔다.

잠시 후,

환호성을 내지른 정용군의 병사들이 복창술 장군을 따라 환려제국의 국경을 넘었다.


****


각 지역의 장군들과 병사들을 소집한 이자준은 자신의 사조직인 중대군(重大軍)의 병사들을 동원하여 자신의 의사와 반하는 장군들과 대신들을 잡아드렸다.

잡아드린 사람 중에는 미래에 자신의 의사와 반할 우려가 있는 노회(老獪)한 장군들과 명문가의 대신들도 포함되었다.

결국 이자준의 칼날 아래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이자준의 쪽에 선 장군들과 젊은 관료들뿐이었다.

자신의 일인 천하가 되자 이자준은 아들인 열여섯 살의 이성균을 고려의 삼십 삼대 황제로 추대했다.

그리고 자신은 정일품 삼중대광 겸 숭군대부(崇軍大夫)를 하여 관부(官府)와 군부(軍府)의 권력을 두 손에 쥐었다.

그래서 군. 관의 임명장은 물론이고 지방에서 올라오는 상소까지 이자준의 손을 거치게 되어 이자준은 고려 최고의 절대 권력자가 되었다.


“주세진? 이자가 누구인가?”


이자준은 자신의 부관인 종삼품 중정대부(中正大夫) 조경춘에게 물었다.

조경춘은 이자준의 아내인 조연재의 동생으로 이자준에게는 처남이었다.


“예, 삼중대광영감! 그자는 물량군에서 상단을 운영하는 자로 원나라에서 온 고려인입니다.”

“핫-핫-핫! 그래서 이름이 낯설지 않았군!”

“아는 자입니까?”

“알다마다! 인연이라면 꽤 깊다고 할 수 있지. 그런데 왜 이자의 이름이 상소문에 나와 있지?”

“나주목사인 홍익교의 말에 의하면 이자는 매달 삼천 섬의 소금을 세금으로 낸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자에게 호장(戶長) 정도의 명예직 벼슬을 하사해달라는 홍익교의 주청입니다.”

“그래? 어차피 명예직인데 호장 정도로 되겠어? 이왕 주는 거 정구품 통사랑(通使郞)으로 임명하도록 해!”

“예, 삼중대광 영감!”


‘쯧쯧! 나보다 더 굴곡진 삶을 사는 놈이야!’

주세진을 생각하자 이자준은 자신이 세상과의 싸움에서 통쾌한 승리를 거둔 기분이 들었다.

조경춘이 물러가자 이자준은 새로운 정국 구상에 골몰하고 있었다.


“삼중대광 영감! 큰일 났습니다.”

“큰일이라니?”


응양군(鷹揚軍) 일령(一領)의 장군으로 봉해진 옥정영이 이자준의 집무실로 뛰어 들어왔다.


“환려제국과 국경인 강계에 나가 있던 복창술 장군과 복창술 장군의 휘하에 있는 정용군의 병사들이 모두 환려제국으로 넘어가 버렸습니다.”

“뭐야? 왜 그들이 환려제국으로 넘어갔어?”


옥정영 장군은 이자준에게 과정을 설명했다.


“오늘 강계로 갔던 의형대의 대정을 소환하여 복창술를 놔준 죄를 묻고 강계의 국경에는 육 위의 사십 이령 중에서 옥장군이 장군 한 명을 추천해서 보내.”

“예! 삼중대광 영감! 분부 받들겠습니다.”


‘휴-우! 잠잠한 날이 없어!’

이자준은 황제의 침전에 들러 이성균의 얼굴을 보고 궁을 나왔다.


****


몇 달이 흘러 인광황제를 찾은 선교사가 있었다.

바로 이탈리아를 다녀온 안토니오였다.


“폐하! 오랜만에 뵙사옵니다.”

“하하하! 안토니오! 어서 오세요.”


인광황제는 환려제국을 다시 찾은 안토니오를 반갑게 맞았다.

인광황제는 묻고, 안토니오는 답하며 두 사람은 종교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안토니오! 얼굴에 수심이 가득한데 걱정이라도 있어요?”


안토니오는 잠깐의 침묵이 흐르자 침울한 표정이 되었었다.


“예, 폐하!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저의 가문이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해 있사옵니다.”

“안토니오! 안토니오의 조국 이탈리아는 평화로운 나라라고 하지 않았나요?”

“예, 폐하! 원래 저의 집안은 나폴리라는 시뇨리아를 다스리는 세습이 되는 시뇨레였습니다.”

“안토니오! 시뇨리아는 무엇이고 시뇨레는 무엇인가요?”

“예, 폐하! 이곳 대륙으로 비교한다면 시뇨리아는 작은 국가이고 시뇨레는 작은 국가를 다스리는 군주라고 할 수 있사옵니다.”


안토니오의 말을 들은 인광황제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아! 주(周)나라의 봉건제와 비슷한 제도이군요.”

“그렇사옵니다. 저의 형인 카를로가 아버지께 시뇨레를 물려받아 나폴리를 다스리고

있었는데 엔초라고 불린 용병대장이 나타났습니다.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카를로 형과는 달리 엔초는 강력한 군대를 바탕으로 하는 억압정치를 추구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카를로 형과 엔초는 통치방식을 두고 부딪치게 되었고 엔초의 칼에 카를로 형이 죽임을 당하게 되었습니다. 형이 죽고 나자 엔초는 용병들을 동원하여 죄 없는 수많은 시민을 죽였고 지금도 사람들을 죽이고 있습니다. 폐하! 저에게 총통과 응조를 빌려주시면 포악한 엔초와 용병들을 제거하여 평화스러운 나폴리를 만든 후 폐하의 황은에 반드시 보답하겠습니다.”

“휴-우! 그래서 안토니오의 얼굴에 참기 힘든 고통이 있었군요! 그러나 안토니오! 내가 황제라 해도 이런 중대한 사항은 혼자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가 없어요. 내일 아침 대신들과 의논하여 결정하겠으니 내일 오후에 다시 황궁으로 오세요.”

“예, 폐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하옵니다.”


안토니오가 물러가자 인광황제는 내료 왕명뢰를 불러 대신들에게 연락을 취해 내일 아침 특별조회에 모두 입조(入朝)하게 했다.

‘주나라가 멸망하게 된 이유도 봉건제이고 원나라의 세력이 급격히 약화 된 이유도 봉건제다. 만약 안토니오가 엔초와 용병들을 제거하고 시뇨리아를 통합하여 이탈리아의 새로운 황제가 되면 우리 환려제국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아침,

환려제국의 대전에는 많은 대신이 입조했다.


“짐이 특별조회를 열게 된 이유는 안토니오라는 이탈리아인 때문이에요. 안토니오는........,”


인광황제의 긴 설명이 끝났으나 대신들은 침묵했다.

손평은 인광황제의 첫 외교라고 생각되어 찬성하고 싶었으나 황보상신의 신분인 자신이 먼저 입을 열기에는 적절하지 않았다.


“폐하! 신 곽도형이옵니다. 폐하! 소신의 생각에는 총통과 응조를 우리 환려제국에서

개발했으나 언제까지 총통과 응조의 비밀을 지킬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차라리 이번 기회에 총통과 응조를 안토니오에게 빌려주어 안토니오에게 빚을 지게 한 뒤 황제가 된 안토니오에게 유럽의 신문물을 달라고 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옵니다.”


환려제국에서 가장 강단 있는 장군으로 소문난 곽도형 만호장이 말을 하자 대전에 모인 장군들이 머리를 끄덕였다.


“폐하! 곽도형 만호장의 말이 옳다고 생각하옵니다.”

“그렇사옵니다. 폐하!”


문관들도 곽도형 만호장의 말에 동의했다.


“폐하! 신 황보상신이옵니다. 지금 화통감에서 새로운 화약 무기의 개발이 막바지에

이르렀으니 총통과 응조를 안토니오에게 빌려주기보다는 그냥 팔아 유럽의 신문물을

요구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옵니다.”


손평의 말이 끝나자 여러 대신이 웅성거렸다.


“그래요? 그럼 총통과 응조는 안토니오에게 파는 것으로 하겠어요. 그리고 오늘은

모처럼 대신들이 모였으니 짐이 연회를 베풀지요.”


인광황제의 말을 끝으로 조회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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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72. 모스크바공국 23.07.13 15 1 12쪽
71 71. 대마도 23.07.13 16 0 12쪽
70 70. 성선제국으로 온 총통 23.07.12 16 0 11쪽
69 69. 환려제국의 번왕 고다 23.07.11 19 0 12쪽
68 68. 교토성 함락 23.07.10 17 0 12쪽
67 67. 왜의 성선제국 침략 23.07.09 16 0 13쪽
66 66. 황제의 동생 염천광 23.07.08 24 0 12쪽
65 65. 황제와 왈패 23.07.06 17 0 12쪽
64 64. 대도 점령 23.07.06 18 0 12쪽
63 63. 주세진을 만난 황제 23.07.05 18 0 12쪽
62 62. 해전 23.07.04 17 1 13쪽
61 61. 다시만난 손평과 이자준 23.07.03 19 1 13쪽
60 60. 염천인의 흉계 23.07.02 15 1 12쪽
59 59. 직물기와 범선 23.07.01 16 1 13쪽
58 58. 안토니오 황제 23.06.30 18 0 12쪽
57 57. 통사랑 주세진 23.06.29 19 0 12쪽
56 56. 연애 23.06.28 18 0 12쪽
» 55. 고려군의 분열 23.06.27 25 0 13쪽
54 54. 공짜 소금 23.06.26 22 0 12쪽
53 53. 환려제국의 영토 23.06.25 40 0 12쪽
52 52. 우여곡절 23.06.24 20 0 13쪽
51 51. 서운관 감후 차승춘 23.06.23 21 0 12쪽
50 50. 구양수의 죽음 23.06.22 22 0 12쪽
49 49. 장춘성 23.06.21 18 0 12쪽
48 48. 환려제국의 신무기 23.06.20 2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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