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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룡 님의 서재입니다.

환려제국(桓麗帝國)

웹소설 > 자유연재 > 대체역사

중룡
작품등록일 :
2023.05.04 12:14
최근연재일 :
2023.07.19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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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5,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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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23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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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51. 서운관 감후 차승춘

DUMMY

나무 궤짝 하나가 이삿짐 전부였다.


“허허허! 당신이 이삿짐을 잘 꾸려서 당신과 아이들은 우마차를 타고 가도 되겠소.”


우마차에는 황인설과 딸인 차희주와 아들 차희철이 탔다.


“부인! 출발하겠소.”

“예, 영감! 가다가 힘들면 제가 교대를 할 테니 힘들면 말씀하세요.”

차승춘의 가족이 탄 우마차가 서서히 환려제국으로 향했다.


****


“커-허-헉!”


이자준은 불에 덴 듯한 통증에 침상에서 벌떡 일어났다.

‘또 그 늙은이로군!’

장춘성을 빠져나오던 날,

허벅지에 탄환이 박힌 순간이 통증과 함께 자주 꿈에 나왔다.

특히 비가 오거나 날씨가 흐리면 다리가 끊어질 듯 아파 술을 마시지 않으면 맨정신으로 견디기가 너무 힘이 들었다.

‘구양수! 그 늙은이가 우리 척후들의 손에 죽었다니 다행이지만 깡마른 몸에 길게 기른 수염이 무척이나 험상궂은 늙은이였어, 휴-우!’

밖은 아직도 어둠이 걷히지 않은 새벽이었다.


****


주세진은 염전과 정용군의 군막이 완성되자 일에 참여한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해 많은 사람을 불러 잔치를 열었다.

김재순도 외손자의 잔치에 참석했다.


“첨설영감! 오셨습니까? 중랑장 신휘섭입니다.”

“예, 장군! 장군께서 우리 손자를 많이 도와주셨다고 했는데 인사가 늦었소이다.”


신휘섭 중랑장은 첨설직의 벼슬을 가진 김재순과 서로 공손하게 인사를 주고받았다.


“허허허, 장하구나! 내 손자!”


인사가 끝나자 김재순의 눈은 주세진에게로만 향했다.

‘고려에 누가 있어 우리 손자처럼 이런 일을 벌이겠어? 암!’

주세진은 잔치에 참석한 모든 사람에게 마포(麻布) 한 필을 지급하고 신휘섭 중랑장에게는 따로 비단 두 필을 선물로 건넸다.

그러자 염전과 군막을 짓는 일에 무관한 배가 고파 모여든 많은 사람이 주세진을 칭송했다.

특히 부하들의 녹봉과 함께 식량 걱정이 없어진 신휘섭 중랑장의 기쁨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연로한 김재순이 잔치 도중 간다고 하자 신휘섭 중랑장은 네 명의 병사들에게 김재순의 가마를 호위하게 했으니 주세진에 대한 신휘섭 중랑장의 마음을 알 수 있었다.

잔치가 끝나자 주세진은 남은 음식들을 잔치에 오지 못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라고 한 뒤 염전이 있는 곳으로 갔다.

염전의 바닥에는 과거 대리석으로 유명한 대리국이 지배했던 운남성에서 가져온 것으로 검은색의 대리석을 깔아 염수를 저장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벌써 소금꽃이 피고 있었다.

‘하하하! 바닥을 대리석으로 하느라 돈은 많이 들어갔지만 벌써 꽃이 피다니? 내 짐작이 틀리지 않았어!’

주세진은 손을 뻗어 염수를 만져보았다.

밤이 된 지 오래되었는데도 염수는 아직도 따뜻했다.

‘내가 사는 곳에는 절대 배고픈 사람들이 있어서는 안 돼,’

주세진은 잔치에 참석한 사람들의 미소를 떠올리며 염전을 떠났다.

사흘이 지나자 최법성 행수가 주세진을 찾아왔다.


“상단주님! 첫 소금 수확이 끝났습니다.”

“오! 그래요? 양은 얼마나 됩니까?”


명안과 함께 장부를 보던 주세진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물었다.


“놀랍게도 만 섬(현100톤)입니다.”

“하하하! 모두가 최행수와 염부들이 고생한 덕분입니다.”


주세진은 최법성 행수와 함께 소금가마니가 있는 곳으로 갔다.


“최법성 행수! 육천구백 섬을 운반선에 싣게 하십시오.”

“예, 알겠습니다. 상단주님!”


육천구백 섬의 소금이 운반선에 실리자 주세진은 다시,


“최법성 행수! 수레에 백 섬의 소금을 실어 정용군의 군영에 가져다주면 됩니다.”

“예, 상단주님!”


저녁이 되자 금구상단으로 신휘섭 중랑장이 찾아왔다.


“주상단주! 우리 군영으로 온 소금이 너무 많아서 찾아왔네.”

“하하, 장군! 처음 장군과 약속했던 일 푼의 소금입니다.”


신휘섭 중랑장은 일 푼의 소금이라는 말에 할 말을 잃고 입을 벌렸다.


“주상단주! 결초보은(結草報恩)이라는 말이 생각나네. 자네는 우리 정용군의 은인이네. 보내 준 소금은 절대 허투루 소비하지 않고 오직 군영을 위해서 사용하겠네.”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장군!”


다음날,

수레와 함께 나주목에 소속된 병사들이 염세를 받으러 왔다.

그러나 수레는 턱없이 부족했다.

겨우 오백 섬을 싣고 나니 빈 수레가 없었다.

그래서 주세진은 상단의 수레를 빌려주어 병사들이 소금을 운반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이리 오너라!”


주세진이 상단에서 늦은 저녁 식사를 하고 있는데 누군가가 찾아왔다.

주세진이 빌려준 수레와 함께 비단으로 된 관복을 입은 관원이 상단의 마당에 서 있었다.


“저는 금구상단의 상단주 주세진이라 합니다.”

“나는 나주목사(羅州牧使) 홍익교라고 하네. 그런데 상단주가 아주 젊네그려,”

“예! 나리! 어서 오십시오.”


주세진은 허리를 굽혀 홍익교를 맞았다.


“본관이 밤늦은 시간에 자네를 찾은 이유는 자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기 위함이네. 정말 고맙네!”


홍익교도 주세진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나리! 오셨는데 차라도 드시지요.”

“아니네. 내 마음도 전했으니 그만 가야지, 관인이 늦은 시간에 상단을 찾은 것 자체가 사람들의 의심을 살 일이거늘,”


홍익교는 주세진이 배웅할 틈도 주지 않고 밖으로 나갔다.

‘꽤 깨끗한 인물이구나!’

상단 밖으로 나온 주세진은 병사들과 함께 멀어져가는 홍익교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


다음날,

주세진은 소금 육천구백 섬이 실린 운반선에 올랐다.


“상단주님! 이 소금은 어디로 가는 겁니까?”


주세진과 함께 운반선에 오른 나병용행수가 물었다.


“이 소금은 요녕성으로 갈 것입니다.”

“벌써 대륙과 교역을 시작하신 겁니까?”

“아닙니다. 오늘의 나를 있게 한 사람들이 있어서 찾아가는 겁니다.”


주세진의 대답에 궁금증이 커진 나병용 행수였다.


“영감! 우리 세진이가 도착하려면 멀었어요?”


요녕성의 파속부(婆速府현:단동시)로 주세진을 만나기 위해 나온 김소라가 주초일에게 물었다.


“글쎄요? 육로가 아니어서 약간 늦을 수도 있으니 기다려봅시다.”


주초일의 대답이 끝나자,


“허허허! 강한 분이니 파도를 가르고 금방 오실 겁니다.”


환려제국에 몸을 의탁한 곽도형 만호장이 웃으며 말했다.

곽도형 만호장의 곁에는 놀랍게도 손평이 서 있었다.

김소라의 걱정과 달리 얼마 되지 않아 금구상단의 운반선이 파속부의 포구에 닻을 내렸다.

그리고 마음의 평안을 찾아 한층 더 헌앙해진 주세진이 배에서 내렸다.


“세진아! 흑흑흑!”


김소라가 주세진을 안았다.


“아버지, 어머니! 그동안 잘 계셨습니까?”

“그래! 오느라 수고가 많았다.”

주초일 역시 주세진을 안았다.


“할아버지! 오랜만에 뵙습니다.”

“주..주..구..운, 오냐! 오랜만이구나! 크-흑흑!”


‘주군께서 나를 할아버지라고 부르셨다!’

주세진의 인사를 받은 곽도형 만호장이 눈물을 쏟았다.

손평과 환려제국의 사람들에게 인사를 한 주세진은 나병용 행수에게 소금하역을 지시하고 사람들과 함께 주루로 향했다.


“영감! 우리 세진이가 왜 환려제국에 소금을 바치는 걸까요?”

“글쎄요, 우리와는 보는 눈이 다르니 지켜봅시다.”


김소라의 물음에 주초일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사실 환려제국에서는 소금이 귀했다.

그리고 유목민들과의 교역에 꼭 필요한 것은 소금이었다.


“황보상신 영감! 오늘 가져온 소금은 제가 인광황제폐하께 바치는 진상품입니다.”

“이보게, 진상품으로 하기에는 너무 많지 않은가?”


주세진의 말에 손평은 깜짝 놀랐다.


“오늘의 저를 있게 한 사람 중에 폐하와 황보상신 영감의 영향이 컸으니 부담 없이

받아주십시오.”

“고맙네! 우리 환려제국의 첫 번째 교역 상대는 무조건 자네로 생각하겠네.”

“감사합니다. 황보상신 영감!”


두 사람의 대화를 곽도형 만호장이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하룻밤을 파속부의 객잔에서 보낸 주세진의 가족들은 눈물로 헤어짐을 아쉬워했다.

물량군으로 돌아온 주세진은 또 많은 사람을 고용했다.

소금이 풍부해졌으니 해산물을 가공해서 바다를 통해 먼 내륙지방에서 팔기 위해서였다.

그러다 보니 수많은 어선이 물량군의 포구로 몰려들었고 포구에는 자연스럽게 객잔과 주루가 생겨났다.

그래서 물량군의 포구에는 공터가 없어졌다.


****


“폐하! 원나라에서 사신이 오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요. 잘 알았습니다. 아버님!”


손평은 원나라의 사신이 온다는 보고를 받자 인광황제가 있는 편전으로 달려가 인광황제께 아뢰었으나 인광황제의 무덤덤한 표정에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톡-톡-톡!


“아버님! 사신단과 영토협상을 하실 때 석림호특(錫林浩特현:시린하오터시)까지 환려제국의 영토라고 하십시오.”


대륙의 지도를 보며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들기던 인광황제가 손평에게 말했다.


“예? 폐하! 갑자기 영토라니요? 혹시 사신단이 오는 이유를 알고 계셨습니까?”


인광황제가 갑작스럽게 영토 부분을 거론하자 손평의 생각은 미궁 속으로 빠졌다.


“아버님! 소자는 사신단이 오는 이유를 짐작만 할 뿐 정확히 알지는 못합니다.”

“석림호특이라면 염천인의 목덜미 부분에 해당하는 지역인데 사신단이 과연 받아 드릴까요?”

“안 받아 드리면 이번에는 우리 환려제국이 대도로 진군한다고 하십시오.”

“허! 알겠습니다. 폐하! 폐하께서 오랜만에 쉬시는데 신이.....,”


편전을 나온 손평은 갑자기 머리가 어지러웠다.

‘아버지! 불편하시더라도 이해해 주세요.’

인광황제는 어깨가 축 처져 편전을 나가는 손평의 뒷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


****


“영감! 내일이면 환려제국에 도착하는데 막상 환려제국에 정착하려고 하니 두려운 마음이 앞서네요.”

“아무려면 산 입에 거미줄 치겠소? 내가 알아서 할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오.”


차승춘은 아내인 황인설의 걱정에 말은 자신 있게 했지만 자기 역시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때 차승춘의 눈에 들어온 것은 자신의 처와 아이들을 먼 이곳까지 태우고 온 우마차였다.

‘휴-우! 우리 가족에게 남은 것은 저기 소 한 마리가 전부인데 저걸 팔면 얼마나 견딜 수 있을까?’

차승춘은 자리에서 일어나 손으로 풀을 뜯어 소의 입에 물려주었다.

새벽부터 발걸음을 재촉한 차승춘의 가족은 아침이 되기 전 장춘성이 내려다보이는 고개의 정상에 도착했다.

‘송악과 견주어보아도 별 차이가 없을 정도구나!’

장춘성을 덮고 있는 아침 안개와 아침밥을 짓느라 나오는 연기가 섞여 있어서 묘한 신비감을 주었다.


변복(變服)한 손평은 법주를 들고 장춘성의 외곽으로 나왔다.

‘이곳이 할아버지와 가끔 나왔던 곳이다!’

사신단이 온다는 말에 답답해진 손평이 찾은 곳은 조형미가 싸준 음식을 가지고 와서 구양수와 가끔 술을 마시던 장소였다.


“여보! 거기를 잡으시오.”

“영감! 이렇게요.”

“맞소!”


손평이 가려는 나무 밑의 장소에는 누군가가 우마차의 지붕을 덮고 있었다.

‘날씨도 좋은데 왜 힘들게 우마차의 지붕을 덮고 있을까?’

손평은 두 부부의 행동을 지켜보았다.


“휴-우! 다 되었소. 여보!”

“예, 영감! 수고하셨어요.”


서로를 바라보면서 웃으며 말하는 두 부부가 무척이나 좋아 보였다.


“크-흠! 일이 끝났으면 같이 술 한잔합시다.”


갑작스럽게 나타난 손평을 보면서 두 부부는 긴장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남자가 잠시 망설이는가 싶더니,


“그럼 초면에 신세를 지겠소이다.”

“아니요, 이쪽으로 앉으시오.”


손평은 술과 함께 조형미가 싸준 음식 보따리를 풀었다.

그러자 주위는 금방 고소하고 향기로운 음식 냄새로 가득했다.


“자, 먼저 받으시오.”

“예!”


손평은 먼저 사내의 잔에 술을 따라주고 자신의 잔에 술을 채웠다.


“자, 듭시다.”


손평이 잔을 들자 사내도 잔을 들었다.

손평이 술을 마시고 젓가락으로 육전을 집어 먹자 사내도 똑같이 육전을 먹었다.

그리고 우마차가 있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가족들에게 걱정이라도 있는 것인가?’

다시 손평은 사내의 잔에 술을 따랐다.

그리고 술을 마신 뒤 이번에는 삶은 닭고기를 집어 먹었다.

그러자 사내도 닭고기를 집어 먹더니 우마차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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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72. 모스크바공국 23.07.13 15 1 12쪽
71 71. 대마도 23.07.13 17 0 12쪽
70 70. 성선제국으로 온 총통 23.07.12 16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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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59. 직물기와 범선 23.07.01 16 1 13쪽
58 58. 안토니오 황제 23.06.30 18 0 12쪽
57 57. 통사랑 주세진 23.06.29 19 0 12쪽
56 56. 연애 23.06.28 18 0 12쪽
55 55. 고려군의 분열 23.06.27 25 0 13쪽
54 54. 공짜 소금 23.06.26 22 0 12쪽
53 53. 환려제국의 영토 23.06.25 40 0 12쪽
52 52. 우여곡절 23.06.24 20 0 13쪽
» 51. 서운관 감후 차승춘 23.06.23 22 0 12쪽
50 50. 구양수의 죽음 23.06.22 22 0 12쪽
49 49. 장춘성 23.06.21 18 0 12쪽
48 48. 환려제국의 신무기 23.06.20 2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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