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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낙서의 서재입니다.

여사친들이 자꾸 늘어난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게임

김낙서
작품등록일 :
2022.05.11 17:08
최근연재일 :
2022.06.03 06:00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738
추천수 :
27
글자수 :
108,498

작성
22.05.2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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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015 교환일기와 모험가 (2)

DUMMY

A와 교환일기 파트너가 된 첫날, 오후.


나는 집무실에서 교환일기를 작성할 것이다. 그리고 그걸 친구들이 구경할 예정이다. 엘리제가, 칼린이, 줄리엣이 말이다. 내 주변에 둘러서서 테이블에 올려놓은 일기장을 펼치길 기다리고 있다.


남의 일기를 엿보다니 무례한 것이 아닌가 싶다가도, 얘들이 그냥 내 sns를 열람하는 거구나 하고 생각하면 나름 납득이 안 가는 것은 아니다.


내 친구들. 심심했구나.


딸랑. A의 일기가 도착했다. 나는 일기장을 펼쳤다.


[안녕히 주무셨나요, B? 오후에 하는 아침 인사라 이상하죠? 저는 설레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해서 잠을 제대로 못 잤어요. 그래서 아침에 겨우 잠이 들어서 이 시간에 일어났네요. 교환일기 너머에 내가 사랑하는 B가 있다고 생각하니 너무 두근거려요. 일기장을 끌어안고 펼쳐보기를 반복했어요. B가 남겨준 글을 몇 번이고 다시 읽었답니다. 그러다 그만 밤을 지새워버렸어요. 하암. 조금 피곤하네요.]

[저런. A. 잠은 충분히 자는 게 좋습니다. 오늘부터는 꼭 일찍 주무세요.]

[헤헤. 알겠습니다. 상냥하셔라. B. 오늘은 무슨 이야기를 할까요?]


내 옆에서 일기장을 실시간으로 읽어본 줄리엣이 반응했다.


“오. 질문해. 질문. 말 못할 비밀을 막 털어놓으라고 해 봐.”

“그런 걸 말하겠냐?”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뭐든지 말할 수 있지. 바로 그 점을 노리는 거야.”

“노리긴 뭘 노려. 조용히 구경이나 해.”

“우후후. 알았어.”


딸랑. 메시지가 도착했다.


[좋은 생각이 났어요! 오늘은 서로 자기소개하는 거 어때요?]


자기소개?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나는 답글을 썼다.


[괜찮은 제안입니다. 우리는 아직 서로를 모르니까요.]

[좋아요! 그럼 저부터 소개하겠습니다!]


A는 바로 자기소개를 이어갔다.


[저는 이름은 그냥 A라고 알아주시고요. 직업은 모험가예요.]

[모험가? 어떤 직업인가요?]

[모험을 하는 직업이죠, 제가 사는 이쪽 세상에 한 100년 전쯤에 신대륙이 발견되었어요.]

[신대륙이요?]

[네! 무려 새로운 마법과 마물이 가득한 거대한 땅이에요! 보물들도 가득 있고! 설레고 풍요롭고 위험천만한 곳이죠!]

[그곳에서 모험을 하면 모험가인가요?]

[네! 모험가 길드에 가입해서 왕국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하거나 의뢰하는 여러 가지 활동, 그러니까 ‘퀘스트’를 하면 보수를 받을 수 있어요.]

[퀘스트라. A는 지금껏 어떤 퀘스트를 하셨나요?]

[지도 작성, 호위 활동, 마물 퇴치 같은 걸 했어요.]

[전부 성공하셨나요?]

[아뇨. 성공한 건 절반 정도였어요.]

[어쩌다가 실패하셨나요?]

[···대부분 제 실수로 실패했어요. 실수가 쌓이고 나니 골칫덩어리로 소문나서 파티를 구하기 힘들어졌어요.]

[죄송합니다. 제가 그만 예민한 걸 물어봤네요.]

[아, 아니에요. 어차피 언젠가는 이야기할 생각이었어요. 어떤 실패였는지도 전부 이야기할 생각이었어요. B가 들어주기만 한다면.]

[들어도 괜찮은 이야기인가요?]

[네. 당신은 제가 사랑하는 B니까요. 아무 데도 소문내지 않으실 거잖아요.]


순간 나는 내 주변을 둘러보았다. 줄리엣과 칼린과 엘리제는 내 시선을 피했다. 이대로 일기 내용을 더 공개하는 것은 실례일 것 같다. 나는 A에게 사실을 말했다.


[미안합니다, A. 실은 제 친구들이 이 일기장을 함께 보고 있습니다.]

[으악! 정말이요? 창피해요!]

[정말 죄송합니다. 지금이라도 물러가게 할까요?]

[···그 친구들, 좋은 친구들인가요?]

[좋은 친구 둘에 나쁜 친구 하나입니다.]


좋은 친구는 엘리제와 칼린이고, 나쁜 친구는 줄리엣이다. 줄리엣은 머쓱해서 뒷목을 긁었다. 나는 이어서 답글을 적었다.


[그런데 그 나쁜 친구도 최근에는 좋아졌어요. 결론은 셋 다 좋은 친구들입니다.]


내 답글에 감동했는지, 줄리엣은 내 볼에 가볍게 키스를 했다. 딸랑. 답글이 왔다.


[그러면 이렇게 해요. 저는 그 세 친구도 함께 사랑할게요! 그러면 제 부끄러운 이야기를 다 들어도 괜찮아요. 어때요?]


나는 마음속으로 놀랐다. 그렇게 막 사랑해도 좋은 건가?


[친구들에게 물어볼게요.]


나는 주변에 둘러서 있는 친구들에게 물었다.


“A가 너희들을 사랑하고 싶다는데, 어떻게 생각해?”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J(줄리엣)는 언제든지 사랑할 준비가 되어있어.”

“C(칼린)도요, 주인님.”

“E(엘리제)도 괜찮아요, 오라버니.”


하여간, 다들 사랑이 가볍다니깐. 나는 A에게 모두를 소개했다.


[모두들 사랑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합니다. C, E, J를 간단히 소개하겠습니다.]

[네! 와! 와! 기대돼요!]

[네. 먼저 C는 저의 하녀입니다. 보육원 원장을 오랫동안 한 적 있습니다.]

[보육원장 출신의 하녀라니, 특이하네요.]

[그리고 E를 소개합니다. 저의 여동생입니다. 박식하고 뛰어난 마법사입니다.]

[마법사라니, 반가워요! 저도 마법사예요! 모험가 마법사!]

[마지막으로 J입니다. 이웃 동네의 백작입니다.]

[귀족이군요! 저도 귀족 출신이에요. 몰락했지만요.]

[이 정도 소개면 될까요?]

[아, 아뇨! B님도 자기소개해주셔야죠!]

[아. 그렇죠. 네. 저는 그냥 대공입니다. 넘어가죠.]


잠시 침묵. 그리고 답변이 왔다.


[대, 대에에에고오오오옹? 공왕인가요? 대공 전하인가요? 나라를 다스리는 귀족인가요?]

[네. 맞습니다.]


어디까지나 게임 ‘가문의 영광’에서 부여한 등급 명칭이 대공인 거지만. 귀족의 일 따위 하나도 모른다. 명색이 대공국의 통치자인데 왕도 황제도 못 만나봤다고. 왕이나 황제로 진급할 수 있는 확장 업데이트 버전을 개발하고 있다는 소식만 듣고 이쪽 세계로 넘어왔다. 그래서 진급은 대공이 끝이다.


A가 답글을 보냈다.


[아. 잠시 흥분해서 죄송해요. 제가 너무 놀라서.]

[놀라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아녜요. 무례하게 멋대로 놀란 제 탓이죠, 뭐. 그런데 여러분하고는 여러 가지 공유하는 경험이 있네요.]

[공유하는 경험이라면?]

[저는 원래는 고아 출신이었고, 하찮은 실력의 마법사이고, 지금은 몰락한 백작가에 입양되었던 몰락 귀족이고. 그렇게 되었네요.]

[경험이 비슷한 만큼 말이 잘 통하겠네요.]

[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 B님 예리해요!]

[하하.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차.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되었네요. 내일 오후에 다시 뵙죠.]

[아. 그럼 저도 내일 오후까지는 답글 보내는 걸 삼갈게요. 오전에는 무슨 일을 하시죠?]

[궁을 관리하는 간단한 업무를 보고 댄스를 배웁니다.]

[댄스! 사교모임에서 하는 춤이죠?]

[맞습니다.]

[저도 춤추는 거 좋아해요! 저도 B님과 언젠가 함께 춤출 수 있으면 좋겠어요!]

[미리 춤을 열심히 배워야겠습니다. 언젠가 함께 춤출 그날을 위해.]

[그날을 위해! 그럼 제 실패담은 내일 오후에 들려드릴게요!]

[기대하겠습니다. 그럼 이만.]

[네! 저도 이만!]


답글은 더 이상 오지 않았다. 나는 교환일기를 덮었다.


교환일기라더니, 무슨 메신저처럼 짧은 글 토막을 주고받았다. 아마도 이 노트에 붙어있는 방울 때문인 것 같다. 하긴, 이렇게 쓰는 것도 나쁘진 않지만.


내일부터는 A의 실패담을 들을 수 있으려나.


* * *


다음날.


춤을 배우고 점심을 먹고 오락실이 아닌 집무실로 왔다. 어제의 멤버였던 엘리제와 줄리엣과 칼린이 모였다.


딸랑. 메시지가 왔다. 노트를 펼쳤다.


[오늘은 바쁜 일이 있어서 오후의 환담을 저녁 10시 정도에 할까 하는데, 괜찮으실까요?]

[네. 괜찮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이따 봬요!]


나는 둘러선 친구들에게 말했다.


“이런 관계로 저녁때 모이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칼린이 말했다.


“주인님. 제안이 있어요.”

“뭐지? 말해 봐.”


칼린은 충격적인 제안을 했다.


“오늘 저녁엔 주인님의 방에서 파자마 파티를 하면 어떻겠어요?”


뭣?


그 말을 들은 엘리제와 줄리엣이 격하게 놀랐다.


“파파파파파, 파자마 파티요?!”

“그거 여자들끼리 하는 거잖아! 거기에 남자를 끼운다고?!”


칼린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거북하시면 빠지셔도 되고요.”

“!!!”


엘리제와 줄리엣은 급소를 찔린 것처럼 놀랐다. 입을 뻐끔거리지만, 말이 나오지는 않았다. 이렇게 도발하면 물러설 수 없다.


우리는 교환일기에 얽힌 운명공동체다. 여기서 빠진다는 것은, 스스로 A가 사랑할 사람에서 제외되고 소외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 일기를 집필하고 있는 나는 이 모임의 핵심이다. 내가 빠진다는 것은 나와 A가 함께 빠지는 것을 의미한다. 내가 빠지면 모임 전체가 와해된다.


칼린, 대단한데. 이런 계략을 꾸밀 줄 아는 사람이었다니.


칼린은 엘리제에게 물었다.


“빠지실 건가요?”

“아, 그게, 잠시만요. 고민 좀 해 보고···.”


칼린은 줄리엣에게 물었다.


“빠지실 건가요?”

“크윽. 이 승부, 물러날 수 없겠군.”


너무 긴장한 나머지, 줄리엣은 무리수를 던졌다.


“하, 하자고! 까짓거 란제리 파티로 가는 건 어때?!”

“라, 란제리 파티?!”


이번에는 엘리제 혼자 놀랐다. 칼린은 콧방귀를 뀌었을 뿐, 별로 놀라지 않았다.


“아차···!”


줄리엣은 이내 너무 무리한 카드를 낸 것을 후회했다. 아무리 줄리엣이라도 이건 감당하기 힘든 모양이다.


“오라버니···!”


엘리제는 불쌍한 표정으로 간절하게 내 쪽을 돌아봤다. 좀 말려달라는 거지?


알았어.


“란제리 파티는 하지 말자. 그냥 파자마 파티로 가자.”


내 제안에 엘리제와 줄리엣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칼린은 쳇 하고 혀를 찼다. 그리고 내게 작게 속삭였다.


“주인님, 겁쟁이.”


난 칼린의 비난을 듣고 말았다. 그런데 파자마 파티라니.


칼린에게 이런 과감함이 있었다니. 앞으로도 주의해야겠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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