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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낙서의 서재입니다.

여사친들이 자꾸 늘어난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게임

김낙서
작품등록일 :
2022.05.11 17:08
최근연재일 :
2022.06.03 06:00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725
추천수 :
27
글자수 :
108,498

작성
22.05.1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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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006 하극상의 하극상

DUMMY

다음 날. 나는 늦잠을 잤고, 아침 식사를 걸렀고, 점심 식사를 했다. 엘리제와 함께. 엘리제가 불평했다.


“오트밀 지겨워요오오.”

“썩 맛있다고 할 수는 없는 요리네. 요리장한테는 미안하지만.”

“식자재를 구입할 돈이 없어서 그런 거잖아요. 요리장이 이래 보여도 요리 솜씨는 참 좋은 사람이에요.”

“잔고에 돈은 채워졌으니 식재료 주문만 하면 되겠네.”

“네. 아마 내일부터는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을 거예요. 오늘은 참으세요.”

“그래. 이것보다 더 맛없는 밥도 먹고 살았는걸.”

“냉장고에 들어있던 볶음밥···. 전자레인지에 데워먹으면 그럭저럭 먹을만했는데요.”

“전자레인지가 고장 나고 가스도 떨어져서 찬밥으로 먹어야 할 때는 정말 맛이 없었지.”

“맛없는 밥은 이제 안녕을 고할게요. 오라버니도 저도 이제부터 맛있는 것만 먹고 살아요.”

“물론이지. 오늘은 배가 고프니 어쩔 수 없이 먹어야겠지만.”


그래도 두 그릇이나 먹었다. 먹다 보니 맛이 썩 나쁘진 않았다. 이 오트밀도 부족한 재료로 낼 수 있는 요리장 나름의 최선의 결과일 것이다. 감사히 먹자. 그러나 내일부터는 이런 요리는 거들떠보지도 않을 것이다.


우리 남매는 식사를 마치고 정원으로 나갔다. 그런데 누군가가 기다리고 있었다.


“오호호. 웨니아 가문은 몰락했나? 몰락한 거지? 망했지?”


이 무례하신 분은 인접한 영지를 가지고 있는 줄리엣 바닐로퀜티아 백작.


“무슨 용건으로 오셨나요, 줄리엣 바닐로퀜티아 백작님?”

“무슨 일이긴. 미천한 웨니아 준남작가가 몰락하는 걸 보러 왔지.”

“왜 몰락하죠?”

“어제까지 빚을 갚지 못하면 망할 예정이었잖아. 전부 차압 당할 예정이었잖아. 안 그래?”


빚이라. 그런 일도 있었지.


“보시다시피, 망하지 않았습니다만.”

“뭣? 정말? 안 망했어? 어째서?”


줄리엣 바닐로퀜티아 백작. 앞으로 이 여자에게 존칭은 생략한다. 이 무례한 졸부귀족 줄리엣은 남이 망하는 걸 구경하는 것이 취미. ‘가문의 영광’ 게임 플레이 도중에 틈틈이 등장하여 짜증을 유발하는 NPC다.


“빚을 갚았으니 안 망했죠.”

“빚을 갚았다고? 한두 푼도 아닌 빚인데, 그걸 어떻게 갚아? 어디 다른 데서 또 빌려서 돌려막기한 거야? 아하. 실은 망한 건데 아닌 척하고 있는 거지?”

“글쎄 아니라니까요. 부채는 빌리지 않고 제대로 벌어서 상환했습니다.”

“정말? 정말정말? 거짓말 아니고?”

“정말입니다.”


줄리엣은 대단히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아깝네. 화려한 몰락 쇼를 볼 수 있나 싶었는데.”

“고작 그 목적으로 제 영지까지 건너오신 건가요? 고작 준남작의 몰락을 보려고?”


줄리엣은 헛기침을 했다.


“어흠. 흠. 그건 아니지. 내가 온 목적은 이거야!”

“웬 서류를···. 백작가의 명령장이네요?”

“그래. 바닐로퀜티아 백작의 명령이나 다름없는 명령장이야!”

“보통 명령장은 대리인이 가져오는 거 아닌가요? 왜 본인이?”

“웨니아가의 몰락을 보려고 직접 들고 왔지. 자. 읽어봐.”

“네. 읽어보겠습니다.”

“큰 소리로 읽어.”

“네.”


명령장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혀있었다.


“웨니아 준남작가는 바닐로퀜티아 백작가가 영지에 인접한 곳에서 출몰하는 마물들을 퇴치하기 위해 출정하는데 필요한 병력이나 자금을 즉시 지원하여 충성심을 증명하라.”


내 앞에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다음 중 하나를 고르십시오. 라는 질문창이 떴다.


[1. 백작가에 병력 100명을 지원한다.]

[2. 백작가에 자금 100다이아를 지원한다.]

[3.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일단 1번. 군대를 거느리고 있지 않으므로 지원할 병력은 전혀 없다. 그리고 2번. 자금은 있지만 주기 싫다. 100다이아는 환산하면 10만 캐쉬, 즉 10만원이다. 그런 거금을 낼름 빼앗길 이유가 전혀 없다. 그러므로 3번.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를 선택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겠습니다.”

“그래. 그럴 줄 알았어. 힘도 없고 돈도 없으면 할 수 있는 것이 없지.”

“그렇죠.”

“그러나,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명령 불복종이고 하극상이야. 벌을 받아야지.”

“어떤 벌을 주실 건가요?”

“그건 집행관이 오면 정하도록 할게. 볼기짝 100대 맞기가 좋을까? 아니면 내 구두를 깨끗하게 혀로 핥게 만들까? 우후후후.”


줄리엣은 창을 띄워서 집행관을 부르는 버튼을 눌렀다. 집행관은 왕실 직속 관리로, 귀족들간의 위계질서를 흐트러뜨리는 자에게 벌을 내리는 NPC다.


“자. 이제 3분 뒤에 집행관이 올 거야. 숨어도 피해도 다 찾아내니까 도망갈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아.”


옆에서 잠자코 지켜보던 엘리제가 내게 물었다.


“오라버니. 혹시 ‘그거’ 하시려는 건가요?”

“응. ‘그거’ 할 거야.”


우후후후후. 우리 남매는 입을 손끝으로 살짝 가리고 줄리엣을 향해 비웃었다. 줄리엣은 무슨 상황인지 몰라 어리둥절했다. 이 남매가 동시에 미친 건가? 엘리제는 저택에 대고 외쳤다.


“우리 저택 식구들 모두 나와봐! 재밌는 거 구경하고 싶으면!”


엘리제의 말을 들은 사용인들은 전부 집 밖으로 우르르 나왔다. 아주 바빠서 나오지 못한 사람들 빼고 전부 나왔다. 거의 다 나오는 데 1분 걸렸다. 빠르다. 집행관이 오기까지 2분 남았다. 집사가 내게 오며 의아해했다.


“주인님. 이게 대체 무슨 일인지···.”

“아. 집사. 잘 왔어. 시킬 게 있는데.”

“분부하십시오.”

“저택 업그레이드를 할 거야.”

“아. 저택 업그레이드. 그렇군요. 저택 업그레이드라···. 돈이 충분히 있으니 해볼 만하죠. 분부대로 화면을 띄워드리겠습니다.”


[Upgrade: 다이아 10개를 사용해서 준남작 저택을 남작 저택으로 승급합니다.]


보면 알겠지만, 지금 내가 소유하고 있는 저택의 등급은 ‘준남작 저택’이다. 저택의 등급이 올라가면 작위 등급이 올라가게 되어있다.


“그럼 시작한다. 엘리제. 잘 봐둬.”

“네. 똑똑히 지켜보고 있어요.”


버튼을 눌러서 다이아 10개를 사용했다. 두두둥. 효과음과 함께 공사 화면이 떴다.


[공사 중. 24시간 뒤에 남작 저택이 완성됩니다.]

[즉시 완공하려면 다이아 24개가 필요합니다.]


줄리엣은 그런 나의 모습을 보고 비웃었다.


“흥. 준남작이 남작이 되는 것이 뭐가 대단한 일이라고.”

“과연 그게 끝일까?”


나는 즉시 완공 버튼을 눌렀다.


[공사 완료. 주인님의 작위가 준남작에서 남작으로 승급되었습니다.]


“엇, 공사 즉시 완료? 설마···?”

“뭘 할지 짐작이 가? 자. 지켜보라고.”


[Upgrade: 다이아 50개를 사용해서 남작 저택을 자작 저택으로 승급합니다.]

[공사 중. 24시간 뒤에 자작 저택이 완성됩니다.]

[즉시 완공하려면 다이아 120개가 필요합니다.]

[공사 완료. 주인님의 작위가 남작에서 자작으로 승급되었습니다.]

[Upgrade: 다이아 100개를 사용해서 자작 저택을 백작 저택으로 승급합니다.]

[공사 중. 24시간 뒤에 백작 저택이 완성됩니다.]

[즉시 완공하려면 다이아 240개가 필요합니다.]

[공사 완료. 주인님의 작위가 자작에서 백작으로 승급되었습니다.]

[Upgrade: 다이아 500개를 사용해서 백작 저택을 후작 저택으로 승급합니다.]

[공사 중. 24시간 뒤에 후작 저택이 완성됩니다.]

[즉시 완공하려면 다이아 1200개가 필요합니다.]

[공사 완료. 주인님의 작위가 백작에서 후작으로 승급되었습니다.]

[Upgrade: 다이아 1000개를 사용해서 후작 저택을 공작 저택으로 승급합니다.]

[공사 중. 24시간 뒤에 백작 저택이 완성됩니다.]

[즉시 완공하려면 다이아 2400개가 필요합니다.]

[공사 완료. 주인님의 작위가 백작에서 후작으로 승급되었습니다.]

[Upgrade: 다이아 5000개를 사용해서 후작 저택을 공작 저택으로 승급합니다.]

[공사 중. 24시간 뒤에 공작 저택이 완성됩니다.]

[즉시 완공하려면 다이아 12000개가 필요합니다.]

[공사 완료. 주인님의 작위가 후작에서 공작으로 승급되었습니다.]

[Upgrade: 다이아 10000개를 사용해서 공작 저택을 대공궁으로 승급합니다.]

[공사 중. 24시간 뒤에 대공궁이 완성됩니다.]

[즉시 완공하려면 다이아 24000개가 필요합니다.]

[공사 완료. 주인님의 작위가 공작에서 대공으로 승급되었습니다.]


순식간에 준남작 저택이 대공궁으로 업그레이드되었다. 그와 동시에 내 계급은 대공이 되었다. 우후후후. 우리 남매는 동시에 음흉한 웃음소리를 냈고,


“말도 안 돼···!”


백작 부스러기인 줄리엣은 경악한 채로 그대로 굳어버렸다.


3인의 집행관이 도착했다.


“하극상 신고가 접수되어서 찾아왔습니다만. 신고하신 분은 누구인가요?”

“저기, 하얗게 굳어버린 백작이야.”

“어떤 하극상인가요?”

“직접 물어봐.”


집행관은 줄리엣에게 물었다.


“무슨 일로 신고하셨나요?”

“저기, 저 주, 준남작이 내 명령을 듣지 않았어···.”

“준남작이요? 저기 계신 분은 대공 전하입니다만?”

“그, 그렇지. 방금 승급했더라고.”

“그렇다는 것은 결과적으로는 백작님이 대공 전하를 상대로 하극상 신고를 한 것이군요.”

“그게, 그렇게 되네? 결과적으로는.”

“네. 결과적으로는.”


줄리엣은 황당하고 애절한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보았다. 나와 엘리제는 동시에 이빨을 씨익 드러내고 웃었다.


이건 버그도 에러도 오류도 아닌, 숨겨진 플레이 요소다. 어떤 제작사측 개발자가 이런 플레이도 있다며 방송으로 보여준 적이 있는 상황이다. 집행관이 말했다.


“즉 이 건은 하극상의 하극상이라는 전대미문의 상황입니다.”

“그, 그럴 리가 없는데.”

“그러면 저희들은 현장의 판단으로 백작님을 하극상 죄로 징벌하겠습니다.”

“안돼에에에에! 이거 버그 플레이야! 운영자한테 신고할 거야!”

“그런 불만은 운영자에게 따지시고요. 연락이 닿는다면요.”

“운영자에게 연락이··· 닿았다는 이야기는 못 들었지···. 으으.”

“그렇습니다. 자! 벌을 선택하십시오! 1번. 벌금 1000다이아. 2번. 볼기짝 1000대. 3번. 피해자인 대공 전하의 뜻에 따른다. 이상 3가지입니다. 어떤 벌을 받으시겠습니까?”


줄리엣은 풀썩 주저앉았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답했다.


“3, 3번···.”

“3번을 택해주셨군요! 대공 전하가 자비를 베풀어주실지 궁금합니다. 웨니아 대공 전하. 바닐로퀜티아 백작에게 어떤 벌을 내리시겠습니까?”


엘리제는 내 어깨를 붙들고 고개를 숙이고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웃음을 참느라. 나는 해사하게 웃으며 말했다.


“어떤 벌을 내려줄까···?”

“히이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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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007 보육원 화재 사건 (1) 22.05.17 33 1 10쪽
» 006 하극상의 하극상 22.05.16 43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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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002 세 개의 게임이 하나로 (2) 22.05.12 75 6 9쪽
1 001 세 개의 게임이 하나로 (1) 22.05.11 142 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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