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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낙서의 서재입니다.

여사친들이 자꾸 늘어난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게임

김낙서
작품등록일 :
2022.05.11 17:08
최근연재일 :
2022.06.03 06:00
연재수 :
2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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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4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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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1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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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 보육원 화재 사건 (3)

DUMMY

다음날, 오전 11시. 엘리제는 던전 진입 전에 작전 점검을 했다.


“작전 인원 점검이에요. 오라버니, 칼린, 그리고 나. 이렇게 3명. 이상 없죠?”

“이상 없어요.”

“응. 이상 없어.”

“이번 작전의 목표는 지하 61층 던전에 진입해서 나이아스를 만나 나이아스의 항아리를 빌려오는 거예요. 작전 세부 사항은 숙지했죠?”

“네. 숙지했어요.”

“응. 숙지했어.”

“준비물도 이상 없이 전부 준비했죠?”

“네. 준비했어요.”

“응. 준비했어.”

“좋아요. 그럼 지하 61층으로 가요.”


우리는 지하 1층의 던전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61층에 도착했다.


“와···.”


지하 61층은 별천지였다.


높은 천장 위에 군데군데 마광석이 박혀있어 대낮처럼 밝았다. 숲을 이루는 나무들은 저마다 다채로운 열매를 맺고 있었다. 냇물이 끊임없이 흘러내리고, 민물고기들이 끊임없이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고 있었다.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청량함을 더해주었다. 숲 바깥에는 다채로운 꽃들이 만개해 있었다. 평화롭고 풍요로운 곳이었다. 칼린은 놀라며 내게 말했다.


“이런 환상적인 곳이 지하 던전에 있었다니. 놀라워요.”

“나도 지금 놀라고 있어. 이렇게 좋은 곳이라면 자주 와도 좋지 않을까.”


엘리제는 일행을 인솔하며 말했다.


“오라버니. 저쪽으로 조금 더 가서 자리를 잡는 게 좋겠어요.”

“그러자. 저 언덕 위가 좋을 것 같아.”


우리 일행은 꽃밭 너머 초원에 자리를 잡았다.


“좋아. 여기서 작전을 개시하자.”


나는 배낭에서 장작을 꺼내서 쌓았다. 칼린은 직화구이용 석쇠를 설치했다. 엘리제는 그 위에 재료를 가지런히 깔았다.


오늘 준비한 요리는 표고버섯 버터구이다.


엘리제는 마법으로 장작에 불을 붙였다.


버섯이 익기 시작했다. 뒤집어놓은 버섯 머리의 안쪽에 소금을 뿌리고 버터를 채워 넣은 건데, 향긋한 버터 냄새가 금세 던전을 가득 채웠다. 엘리제는 입맛을 다시며 묘한 주문을 외웠다.


“맛있어져라~ 맛있어져라~!”

“엘리제 아가씨. 그런 주문을 외우면 더 맛있어질까요?”

“실제로는 어떨지 몰라도 맛있어지는 기분이 들어요. 자. 칼린도 같이 외워봐요. 오라버니도!”


우리 셋은 “맛있어져라~!” 주문을 외우며 버섯을 익혔다. 버섯은 금방 구워졌다. 나와 엘리제는 젓가락으로 버섯을 집어먹었다.


“음~! 너무 맛있어요!”

“정말 맛있다. 칼린도 먹어 봐.”


그러나 칼린은 버섯을 먹지 못했다.


“···저는 젓가락질을 할 줄 몰라요.”


아차. 이럴 줄 알았으면 포크라도 챙겨오는 건데. 엘리제가 말했다.


“오라버니가 칼린 입에 넣어줘요.”

“그럴까?”


나는 버섯 하나를 집어서 후 후 불어서 식혔다. 그리고 칼린에게 내밀며 말했다.


“자. 아~! 해봐.”

“네 주인님. 아···.”


쏙. 버섯이 칼린의 입속으로 들어갔다. 칼린의 눈이 크게 떠졌다.


“······.”

“어때. 맛있지?”


칼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입으로 우물거리면서 손가락으로 버섯과 자기 입을 번갈아 가리켰다.


“더 달라고?”


끄덕끄덕. 나는 칼린에게 버섯 몇 개를 더 먹였다. 칼린은 눈을 질끈 감고 콧소리를 냈다. 눈물이 글썽일 정도로 맛이 있었던 모양이다.


엘리제는 준비된 버섯을 더 많이 구웠다. 좋았어. 여기 온 김에 질리도록 먹어 보자.


그때였다.


“삐뽀삐뽀. 불을 끔. 불을 끔.”


작은 항아리를 머리에 이고 있는 작은 요정이 날아왔다. 쇽. 요정은 항아리 안에 들어있는 물을 장작 위에 부었다. 활활 타오르던 불이 단숨에 훅하고 꺼져버렸다.


물의 요정, 나이아스다.


“앗. 불이 꺼졌다.”


모두들 불이 꺼진 것을 아쉬워했다. 나이아스는 항아리를 흔들며 말했다.


“나이아스가 사는 곳에선 불은 금지. 불은 금지.”

“흐엥. 맛있었는데.”


나이아스가 물었다.


“여기에 인간이 들어온 것은 처음. 무슨 일임?”


나이아스의 항아리를 빌리러 왔다···고 지금 단계에서 이야기해버리면 안 된다. 작전이 망가진다. 나는 나이아스에게 말했다.


“우리는 나이아스에게 맛있는 것을 맛보여주러 왔어.”

“나이아스는 맛있는 거 평소에 충분히 먹음. 여기서 먹는 과일도 술도 맛있음.”

“그래? 표고버섯 버터구이 맛있는데. 먹어 본 적 없지?”

“없음. 그게 그렇게 맛있음?”

“직접 먹어 봐. 아~.”


나는 나이아스의 입에 버섯구이를 넣어주려고 했지만 나이아스는 거절했다.


“싫음. 불에 조리한 음식은 먹으면 안 됨.”

“왜 안 되는데?”

“다른 나이아스들한테 놀림 받음. 물의 요정이 불에 조리한 음식을 먹다니, 꼭 고양이가 강아지 흉내 내는 것 같음.”

“놀림 받지 않게 우리끼리의 비밀로 해줄게. 향기 좋지 않아? 먹음직스러운 냄새 나지 않아?”

“으음. 신기하게 군침이 도는 향이긴 함. 맛은 어떨지 모르겠음.”

“자. 먹어봐. 아~.”

“으으음. 곤란함.”

“아.”

“으으으음. 곤란함.”

“아.”

“으으으으으음.”


진한 버터향이 작은 나이아스를 괴롭혔다. 이건 원래 한입에 넣어서 먹어야 맛있는데, 작은 나이아스에게 버섯은 너무 컸다. 이걸 과연 먹을 수 있을까 걱정이 되긴 했는데. 기우였다.


쵸쵸쵸춉. 나이아스는 빠른 동작으로 버섯구이를 연속으로 베어 물었다. 우물우물. 나이아스의 양쪽 볼이 풍성하게 부풀어 올랐다.


우물우물우물우물. 나이아스는 버섯을 열심히 씹어 삼켰다. 눈이 휘둥그레 커지고 황홀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뭐, 뭐가 이렇게 맛있음? 또 먹어도 됨?”


좋았어. 작전은 잘 되어가고 있어. 나는 배낭에서 쿠키가 들어있는 봉지를 꺼냈다.


“이것도 먹어봐. 갓 구운 건 아니지만 식어도 맛있는 초코칩 쿠키.”

“그것도 맛있음?”

“맛있어.”


나이아스는 내 손에 든 쿠키를 휙 빼앗아 갔다. 그리고 파파팟 먹어 치웠다.


“이것도 불로 구운 거임?”

“응. 오븐에 구워서 익혔지.”

“왜 이렇게 맛있음?”

“불로 구웠으니까.”

“흐으음. 나이아스는 불을 못 피움. 불로 만드는 요리는 못 만듬.”

“그거 안됐네.”

“초코칩 쿠키 더 주면 좋겠음.”

“봉지째로 가져가도 돼.”

“잘 받아 가겠음!”


휙. 나이아스가 쿠키 봉지를 집으려고 달려들었지만, 나는 이리저리 그녀의 손길을 피했다. 나이아스는 화를 냈다.


“다 준다고 했잖음! 왜 안 주는 거임?”

“줄게. 주는데, 조건이 있어.”

“조건?”

“지금 네가 머리에 이고 있는 그 항아리 좀 빌렸으면 하는데.”

“항아리?”


나이아스는 두 손으로 항아리를 안아 들었다. 꼭 끌어안으며 말했다.


“이, 이건 못 빌려줌. 없으면 곤란함.”

“어떻게 곤란해지는데?”

“물동이 없는 나이아스라고 놀림 받음.”

“그래? 아쉽네. 빌려주면 다른 음식도 맛보여주려고 했는데.”

“다른 음식?”

“케이크라고 들어봤어?”

“모, 모름! 그것도 불로 만든 거임?”

“응.”

“맛있는 거임?”

“응. 케이크 중에서도 치즈 케이크라는 게 있는데.”

“치즈 케이크?”

“정말 맛있어.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케이크야.”

“흐읍.”


순간 엘리제와 칼린은 내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시선을 보냈지만 무시했다. 최고로 맛있다고 허풍을 질러놓아야 나이아스가 설레지 않겠는가.


“으으으. 갈등 됨.”

“길게 생각할 필요 없어. 항아리를 며칠만 빌려주면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치즈 케이크를 먹을 수 있어.”

“흐어어어···.”


나이아스는 괴로워했다. 내가 죄책감이 들 정도로.


나이아스는 눈을 질끈 감고 항아리를 내게 내밀었다.


“자! 마음 변하기 전에 어서 빌려 가는 거임!”

“오. 감사.”


나는 항아리를 넘겨받았다. 말이 항아리지, 소주잔 정도의 크기다. 작전 성공이다!


우리는 3일 뒤에 이 언덕에서 다시 만나자고 약속하고 나이아스와 헤어졌다. 돌아가자마자 요리장에게 치즈 케이크를 만들어달라고 해야겠다.


엘리제는 환호성을 질렀다.


“끼얏호! 오라버니! 작전 성공했어요!”

“그래. 이제 칼린의 전생을 바꾸기만 하면 돼.”


칼린은 미소를 지으며 내게 말했다.


“정말 감사해요, 주인님. 이렇게까지 해주시다니.”

“감사하긴 일러. 아직 시작 단계잖아.”

“그러면 모든 일이 무사히 이루어지면 많이 감사할게요.”

“하하. 그렇게 해.”


* * *


다음 날 아침.


나와 엘리제와 칼린은 프렌디우스의 동상이 있는 분수대 앞에 모였다.


“이제 우리는 칼린의 전생으로 가서 칼린의 과거를 바꿀 거야.”


칼린이 물었다.


“저기, 그 전에 질문이 있어요.”

“응? 뭔데?”

“잘은 모르겠는데··· 과거를 바꾸면 미래가 영향을 받아서 바뀌지 않나요?”

“오. 예리한 질문. 엘리제. 대답해줘.”


나는 엘리제에게 질문을 넘겼다. 엘리제는 칼린에게 답변해주었다.


“여기 대공궁에 계신 분들의 전생은 모두 평행세계에서 일어난 일이에요. 즉 모두 다른 우주에서 왔기 때문에 이쪽 우주의 현재에 영향을 주지 않아요.”

“아. 그렇군요.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엘리제 아가씨.”

“좋은 질문이었어요. 궁금한 건 뭐든지 물어보세요. 아는 건 모두 답해드려요.”


칼린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시작할게. 칼린. 준비됐지?”

“네, 주인님. 준비됐어요.”


나는 분수대에 금화 한 닢을 던지고 프렌디우스님을 불렀다.


“프렌디우스님! 저희들이 칼린의 전생으로 갈 수 있도록 문을 열어주세요!”


드드드드드드드드.


분수대 안에서 커다란 문 하나가 솟아올랐다. 문짝이 없는 문 안쪽에 빛무리의 소용돌이가 일렁였다. 나는 칼린에게 손을 내밀었다.


“자. 함께 들어가자.”

“네, 주인님.”


나와 칼린은 낮은 분수대 테두리를 계단 오르듯 넘어서 문 안쪽으로 들어갔다.


온 세상이 하얗게 밝아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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