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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낙서의 서재입니다.

여사친들이 자꾸 늘어난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게임

김낙서
작품등록일 :
2022.05.11 17:08
최근연재일 :
2022.06.03 06:00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727
추천수 :
27
글자수 :
108,498

작성
22.05.1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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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007 보육원 화재 사건 (1)

DUMMY

나는 바닥에 주저앉은 줄리엣에게 다가갔다. 줄리엣은 앉은 채로 슬금슬금 뒤로 물러났다.


“히이이··· 오지 마··· 세요!”

“어떤 벌이 좋을까. 무슨 벌이 좋을까. 후후후후.”

“으앙, 엄마아···.”


줄리엣은 눈물을 글썽였다. 이렇게 살펴보니 상당히 미인이었다. 특히 울먹이는 표정이 아름답고도 수려했다.


엘리제는 내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하는 건 어때요?”

“천잰데?”

“제가 좀 천재죠.”

“엄청 좋은 아이디어이긴 한데, 그게 가능할까?”

“가능성은 반반일 것 같지만, 한 번 해봐요, 오라버니.”

“그럴까?”


줄리엣은 우리 남매가 대화하는 모습을 보고 더욱 두려움에 떨었다. 나는 시선을 줄리엣에게 고정한 채로, 집행관에게 귓속말로 물었다. 끄덕. 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나는 엘리제에게 엄지를 치켜세워 보였다. 엘리제도 엄지를 들어 올렸다. 줄리엣은 만취한 사람이 중얼거리듯 망가진 발음으로 더듬더듬 말했다.


“뭘··· 그렇게 상의를 하는 거야···? 나한테 무슨··· 짓을 하려고···?”


집행관은 주머니에서 티켓 모양의 수첩을 꺼냈다. 그리고 그 안에 뭔가를 적어서 한 장을 뜯어서 내게 주었다. 줄리엣은 수첩을 알아보았다.


“그거 징벌 티켓이잖아!”

“맞았어. 징벌 티켓이야. 언제든지 어디서든지 이 티켓을 제시하고 벌을 주고받으면 알아서 소멸하는 징벌 딱지.”

“뭐라고 적었는데? 징벌 내용이 뭔데?”

“엘리제. 백작한테 말해줘. 네 아이디어니까.”

“네, 오라버니.”


엘리제는 화사한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


“이 티켓의 소유자는 줄리엣 바닐로퀜티아 백작에게 아래에 적힌 벌을 줄 수 있다.”

“아래엔 뭐가 적혔는데에?!”

“아래는 빈칸이에요. 아무것도 안 적혀있어요.”

“엥? 빈칸?”

“네. 빈칸. 이게 무슨 의미인지 아시겠어요?”

“모, 몰라! 그딴 거!”


엘리제는 잠시 나를 바라보더니, 다시 줄리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잘 들으세요. 저의 오라버니이신 마커스 웨니아 대공은 원하는 장소, 원하는 시각에 원하는 내용의 징벌을 백작님한테 내릴 수 있어요. 빈칸에 어떤 벌이든 적기만 하면 돼요.”

“그, 그런 게 가능해?”

“가능해요. 원래 집행관이 할 일의 일부를 합법적으로 양해받은 거예요. 어차피 그 공백 안에는 마커스 오라버니의 뜻이 적히게 될 거였으니까요.”

“그럴 수 없어! 인정 못 해!”

“아아. 이 티켓에 맺힌 마나를 보세요. 아름답지 않나요? 이 티켓은 분명 적힌 그대로의, 적힐 그대로의 효력이 있어요.”


티켓 주변에 모래알처럼 자잘하게 반짝이는 빛무리가 감돌았다. 이 반짝임이 마나인 것 같다.


줄리엣은 바닥에 팔다리를 쭉 펴고 누웠다. 그리고 버둥거렸다.


“아아아악! 이게 무슨 낭패야! 원래 내 계획은 웨니아 가문이 무너지는 꼴을 보는 거였는데, 어쩌다가 이런 꼴이 된 거야?!”


줄리엣은 언제 어떤 벌을 받을지 몰라서 불안한 여생을 살아야만 한다. 나는 인벤토리에 티켓을 보관했다.


나는 구경꾼들에게, 그리고 줄리엣에게 외쳤다.


“자! 오늘의 구경거리는 여기까지! 해산! 각자 자기 위치로! 백작도 집으로 돌아가! 오늘 벌 안 줄 거니까 돌아가!”


우리 저택의, 아니, 우리 궁궐의 사용인들은 해산했다. 집을 업그레이드한 뒤라 그런지 구경꾼이 훨씬 늘어난 것 같다. 어디 보자. 집사를 통해 확인해보니 153명이었던 사용인이 1044명까지 늘었네. 멋지다.


집행관은 용무를 마치고 돌아갔고, 줄리엣도 쓸쓸히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


1시간 뒤.


아직 점심시간은 되지 않았고, 사용인들은 분주히 바삐 움직였다.


오전은 대체로 청소나 세탁 등의 잡일을 한다. 이때 하인들은 무늬가 있는 밝은색의 유니폼을 입는다. 나는 신축한 궁궐 건물 구석구석을 대충 훑어서 구경했다. 내 집이지만 다 구경하는데도 기일이 꽤나 걸릴 것 같았다.


엘리제는 궁궐 내의 도서관에서 기쁨의 비명을 질렀다. 지식과 지혜에 대한 열망이 충만해진 것은 토요일의 반지 덕분일까. 엘리제는 최고의 마법사가 되리라 다짐하고 도서관 안에 콕 처박혀 있는 중이다. 기대된다. 엘리제.


나는 중앙홀로 가서 하녀들이 청소하는 것을 구경했다. 하녀들은 내가 구경하는 것을 경계했다. 이들이 겪은 마커스 웨니아는 내가 이 몸에 빙의하기 전의, 친구 없는 망나니일 적의 마커스다. 그래서 나를 극도로 경계한다. 꼬투리라도 잡혔다간 무슨 불벼락을 맞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최대한 내 시선을 피해서 자기 할 일에 열중했다. 괜히 마음이 쓸쓸해진다. 이미지 쇄신이 필요하다.


하녀들은 반짝거리다 못해 거울처럼 반사되는 대리석 바닥을 닦고 또 닦았다. 이 정도면 굳이 청소를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내가 지켜보고 있어서 일을 그만두지 못하는 것 같다. 괜히 구경했나 싶어도 구경을 멈추지 않았다. 나는 사용인들이 일을 하는 모습이 궁금하단 말이다.


“메이드 여러분, 나 신경 쓰지 말고 편하게 일하세요.”


그 말을 들은 하녀들은 “네!” 하고 짧고 굵게 복창하고는 더욱 빠르고 힘차게 바닥과 벽을 닦았다. 이런, 이런. 이럴 의도가 아니었는데.


열심히 하는 하녀들 중에서도 특출하게 열심히 하는 사람이 있었다. 몸집이 작고 안경을 쓴 밀색 머리의 하녀인데, 동작이 무척 빨랐다. 다른 하녀들의 두 배는 빨리 움직였다. 흡사 화면을 고속 재생하는 것 같은 신속함이었다. 이름을 모르므로 잠시 안경 하녀라고 부르도록 하겠다.


“이봐, 그렇게 빨리 움직이지 않아도···.”

“네!”


날카로운 복창과 함께, 빨리 움직이던 안경 하녀의 인상이 점점 더 일그러졌다. 그리고 속도는 평속 대비 3배속으로 빨라졌다. 우와아. 신기하기도 하지만 위험해 보였다. 그때였다.


팅. 빙글. 흐느적. 자세가 무너졌다. 아이고. 역시나 한계였구나. 곧 쓰러질 것처럼 보였다. 쿵. 안경 하녀는 기둥 옆의 진열대에 부딪혔다. 진열대 위의 큰 항아리가 밑으로 떨어지려고 한다. 저거 저대로 떨어지면 안경 하녀가 크게 다칠 것이다.


나는 안경 하녀에게 몸을 날렸다. 그리고 하녀를 밀쳐냈다. 쿵. 둔탁한 충격이 내 뒤통수를 강타했다.


나는 기절했다.


30분 뒤.


눈을 떴다. 내가 눈을 뜬 곳은 내 방이었다. 방 안에는 나와 엘리제와 안경 하녀가 있었다. 엘리제는 다짜고짜 내 멱살을 잡아서 흔들었다.


“오라버니! 죽을 뻔했잖아요!”

“켁. 켁. 숨막혀, 엘리제.”

“제가 오늘 공부한 것이 치유마법이 아니었다면 오라버니는 죽었을 거라고요!”

“엘리제가 날 살려준 거야? 고맙네.”

“하다못해 오라버니가 금요일의 반지나 일요일의 반지를 끼고 있었다면 괜찮았잖아요!”

“아, 그 반지들 말인데. 계속 끼고 있으니 정신적인 부담이 좀 오더라고. 그래서 빼고 있었어. 안 그래도 왜 그런지 엘리제에게 물어보려고 했었는데.”

“흐음. 그렇군요. 알았어요. 한 번 알아볼게요.”

“응. 부탁해, 엘리제. 아. 맞다. 이것들도 가져가.”


나는 인벤토리에서 수요일의 반지와 목요일의 반지를 꺼내서 엘리제에게 넘겨주었다. 수요일의 반지는 MP 한도를 높여주고, 목요일의 반지는 MP를 초당 1퍼센트씩 자동으로 회복시킨다. 엘리제는 반지를 끼웠다. 겉보기에 특별한 변화는 없지만 엘리제는 크게 만족한 것으로 보였다.


나는 몸을 일으켜서 안경 하녀에게 물었다.


“어디 다친 데는 없어?”

“···없어요. 덕분에 살았어요. 감사합니다.”


하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 감사를 표하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내 희생은 헛되지 않았어···.”

“정신 차려요! 오라버니는 희생되지 않았어요!”

“아, 그랬지. 아무튼 무사해서 다행이야. 이름이 뭐지?”

“···칼린이라고 합니다.”


그때였다. 칼린의 이마 앞에 ‘인연의 파편’이라 불리는 보석 조각이 나타났다. 칼린은 놀랐다.


“어, 이, 이게 뭘까요?”


칼린은 보석 조각을 더듬어보고는 떼어내려고 했다. 떨어지지 않았다. 엘리제는 파편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놀라지 말아요. 칼린의 이마에 인연의 파편이 떠올랐다는 것은, 지금 막 칼린의 마음이 오라버니에게 열렸다는 것을 의미해요.”

“그, 그런가요? 부끄럽네요.”

“망나니 같던 오라버니의 모습만 보다가 위험을 무릅쓰고 칼린을 구조한 것을 겪었으니까요. 마음이 열린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거 아닌가 싶어요.”


‘천사 같은 친구들’의 주인공 마커스는 망나니처럼 살았던 과거를 후회하고 프렌디우스에게 친구 좀 생기게 해달라고 100일 동안 빈다. 이에 프렌디우스는 닫혔던 마음이 열린 상대의 이마에 ‘인연의 파편’이 떠오르게 만들었고, 그 파편을 마커스가 건드리면 상대의 운명에 간섭하게 된다. 파편을 건드렸을 때 일어나는 현상은 때에 따라 다르다.


나는 칼린에게 물었다.


“그러면, 실례가 안 된다면 이 파편을 건드려봐도 될까?”

“이, 이걸 건드리시면 무슨 일이 일어나나요?”

“그건 나도 몰라. 겪어봐야 알아.”


칼린은 잠시 생각하더니, 내가 파편을 건드리는 것을 허락해주었다.


“네. 주인님께서 원하신다면.”

“그럼 실례 좀 할게.”


나는 파편을 건드렸다. 나와 칼린의 의식은 파편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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