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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낙서의 서재입니다.

여사친들이 자꾸 늘어난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게임

김낙서
작품등록일 :
2022.05.11 17:08
최근연재일 :
2022.06.03 06:00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741
추천수 :
27
글자수 :
108,498

작성
22.05.1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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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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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0쪽

003 세 개의 게임이 하나로 (3)

DUMMY

“정말요?”


엘리제의 두 동공이 커졌다.


“오라버니가 어떤 멋진 플레이를 할지 기대되는걸요? 믿을게요!”

“응. 맡겨줘.”


나는 일단 집사를 불렀다. 집사가 찾아왔다.


“집사.”

“예, 주인님.”

“쿠폰 코드 입력을 하려고 하는데.”

“···!”


집사는 조금 당황하며 물었다.


“쿠폰 코드요? 알고 계신 코드가 있습니까?”

“있지. 그것도 아주 많이.”

“알겠습니다. 여기에 입력해 주십시오.”


집사는 쿠폰 코드 입력창을 내게 띄워 보였다. 게임 유통사에서 홍보용으로 인터넷에 퍼뜨린 선물 쿠폰 코드를 여기에 입력하면 된다. 나는 시중에 알려진 코드를 전부 외우고 있다.


나는 허공에 떠 있는 자판을 터치해서 코드를 하나씩 입력했다.


HOUSEKEEPER, LADY'S MAID, NURSE MAID, WAITING MAID, STILLROOM MAID, PALROR MAID, SCULLERY MAID···.


“아, 맞아, 맞아! 이거! 이거!”


엘리제는 쿠폰을 입력하는 내 모습을 보고 신나게 짧은 제자리뛰기를 콩콩 뛰었다. 다경이에겐 이 모습을 한 번 보여준 적이 있다. 다경이와 함께 게임 할 때, 신기한 거 보여주겠다고 하면서 쿠폰 코드를 모두 외워서 연속으로 입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던 것이다. 다경이는 우와! 굉장해! 오빠 최고! 하면서 신나는 반응을 했다.


그때와 똑같이 쿠폰을 연속해서 입력하니, 엘리제는 그때의 기억이 떠올라서 신이 났다.


그렇게 해서 320개의 다이아를 손에 넣었다. 광고를 클릭해도 1시간에 2개밖에 안 주던 귀한 다이아였다. 집사는 놀라워했다.


“오오, 이렇게 많은 다이아를 버시다니. 놀랍습니다.”


상태창에 다이아 320개가 채워진 것이 보였다. 바로 옆에 ‘빚 갚기’ 버튼이 반짝거렸지만, 나는 그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


“그리고 이쪽으로 가면···!”


나는 인벤토리창을 띄웠다. 소지품이 텅 비었다. 하나만 빼고. 다이아 320개가 들어있는 가죽 주머니 한 개가 있었다. 나는 다이아를 꺼내 들어보고 내용물을 대충 확인했다. 엘리제가 물었다.


“오라버니, 이 다이아로 빚을 갚으실 건가요?”

“아니. 이걸로 빚 안 갚아.”

“그럼 어쩌시려고요?”

“보기만 해.”


나와 엘리제는 지하실로 갔다.


남자 하인들이 곤봉을 들고 고블린들과 대치중이었다. 내가 내려가니 고블린들이 일제히 나를 노려보았다. 나는 슬금슬금 그들 사이로 발걸음을 옮겼다.


“자, 나는 싸울 생각 없어. 잠시만 지나갈게.”


하인 중 한 명이 물었다.


“주인님, 어디에 가시나요?”

“지하에 볼일이 좀 있어서. 너희들은 계속 자리 지키고 있어.”

“예!”


하인들이 일제히 답했다. 우리는 엘리베이터 앞으로 무사히 건너갔다. 약간 옛날식의 엘리베이터의 창살 문을 촤르륵 열고 들어갔다. 안에는 0~9의 숫자를 맞출 수 있는 두 개의 다이얼이 있었다. 엘리제가 말했다.


“와. 지하 엘리베이터 타보는 건 처음이에요, 오라버니.”

“나도 처음이야. 게임 화면으로는 봤지만.”

“저도 게임 화면이라면 봤어요.”


나는 두 개의 다이얼을 3으로 맞췄다. 그리고 이동 레버를 내렸다. 철컹 끼끼끼끽.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엘리베이터는 지하 33층으로 내려갔다. 문이 열렸다.


지하 33층은 전투지역이 아니다. 선량하고 성실한 드워프들이 사는 마을이 그 안에 있었다. 엘리베이터에서 사람이 나오거나 말거나, 드워프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할 일을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나는 간판들을 살피며 아이템 상점을 찾았다.


아이템 상점에 들어서니 살짝 늙은 드워프가 담배를 뻑뻑 피우며 나와 엘리제를 맞이했다.


“어서오슈, 손님들. 인간이 손님으로 들어오는 것은 처음 보겠슈.”

“그런 것치고는 별로 놀라지는 않네?”

“살면서 별꼴을 다 봐서 그렇슈. 용건을 말하슈. 뭐 사러 오셨슈? 아니면 팔러 왔슈?”

“팔러 왔어.”

“허허. 뭘 팔러 왔슈?”

“이거.”


나는 다이아몬드 자루를 내밀어 보였다. 드워프는 다이아 몇 개를 꺼내서 돋보기로 품질을 꼼꼼히 살폈다.


“최상급 다이아구만유. 다이아는 유용한 자재유. 장식용으로도 쓰구 화폐 대용으로도 쓰구 마법에도 쓰구.”

“전부 320개인데, 다 팔면 얼마지?”

“320개면 3억2천만 캐쉬. 괜찮슈?”

“3억2천만 캐쉬, 콜.”

“기다리슈. 돈 보따리 좀 꺼내오겠슈.”


드워프는 잠시 자리를 비웠다. 그리고 옆을 살펴보니 엘리제가 입을 떠억 벌리고 있었다.


“3억2천만 캐쉬···!”

“놀랐어?”

“오라버니! 3억2천만 캐쉬는 말 그대로 3억2천만원이잖아요!”

“‘가문의 영광’에서는 그렇지.”

“그럼 그 돈으로 뭘 하시게요?”

“다시 다이아를 사야지. 빚도 갚고.”

“게임 제작사에서 큰절을 올리겠어요! 그런 무지막지한 현질을 하다니!”

“그럴지도. 어, 드워프 아저씨 돌아왔다.”


드워프는 작은 수레를 끌고 왔다. 그 위에는 돈보따리가 가득 쌓여있었다.


“자! 100만 캐쉬 주머니가 3200개유! 세어보시겠슈?”

“인벤토리 슬롯이 꽉 차겠는데?”

“서비스로 인벤토리 확장도 해드리쥬. 슬롯 백만 개로 해드리면 되겠슈?”

“충분하지. 고마워, 드워프 아저씨.”

“내가 감사하쥬. 이런 최고급 다이아를 이 가격으로 살 수 있다니. 횡재했슈.”


나는 인벤토리에 320개의 돈주머니를 담았다. 그리고 상태창을 살폈다.


3억2천만 캐쉬. 틀림없이 들어있었다.

“그럼 또 올게.”

“또 오슈. 댁이라면 용건 없이 놀러 와도 환영이유.”


나와 엘리제는 상점을 빠져나와서 엘리베이터를 탔다. 엘리제는 저택으로 돌아가는 내내 들떠서 내게 매달렸다.


“이제 돈 갚으러 가는 거죠? 정말이죠?”

“응. 돈 갚자.”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1층에서 내렸다. 고블린들을 슬슬 피해서 저택 2층으로 돌아갔다. 집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집사는 놀라워하고 있었다.


“방금 잔고에 3억2천만 캐쉬가 들어있는 걸 확인했습니다. 이게 대체 어찌 된 일입니까?”

“드워프한테 다이아를 팔았거든.”

“다이아를 팔았다고 그 정도 거금이 나오다니요.”

“원래 다이아는 귀한 보석이잖아.”


엘리제는 조금 흥분했다.


“오라버니. 우리 빚 갚아요. 갚자고요. 지금 당장.”

“알았어. 갚을 테니까 잘 봐. 침착해.”

“네, 오라버니!”


엘리제는 애써 침착하려고 했지만 잘 안되는 모양이었다. 나도 그렇다. 지긋지긋한 도박 빚을 청산한다고 생각하니, 전생의 한풀이를 하는 기분이 들 정도였다. 아니, 한풀이 맞다.


나는 상태창을 켜고, 가지고 있는 캐쉬 전부로 다이아를 구입하려고 캐쉬 금액을 3억2천만으로 입력했다. 999만 캐쉬 이상은 입력할 수 없다고 거부되었다. 현질의 한계를 넘은 것이었다. 나는 다시 침착하게 999만 캐쉬를 입력했다.


짤랑. 한없이 가벼운 동전 소리와 함께, 9억 9천 9백만 개의 다이아가 충전되었다. 백만 개의 다이아 보따리 9990개가 생겼다. 갚아야 할 빚은, 1500개. 애걔걔···.


나는 기쁜 마음으로 빚 갚기 버튼을 눌렀다.


펑! 폭죽이 터졌다. 그리고 알림창이 떴다.


[Mission: 빚 갚기 미션을 클리어하셨습니다.]


잠시 정적. 나도, 엘리제도, 집사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흥분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꺄아아악!”

“우와아악!”


엘리제는 비명을 질렀다. 나도 질렀다. 빚을 다 갚았다. 지긋지긋한 빚을 다 갚았다. 이제 아무것도 빼앗기지 않아도 된다.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다. 엘리제와 나는 서로 부둥켜안고 빙글빙글 돌며 기뻐했다. 이게 꿈이 아니기를. 이게 전부 현실이기를 간절히 기원했다.


우리는 지칠 때까지 돌고 돌았다. 그리고 쓰러졌다. 귀족의 품위 따위 알 게 뭐냐. 빚을 갚았다고! 세상에 이런 게 가능하다고! 언젠가는 갚는 날이 오는데 그게 지금이라고! 엘리제는 바닥을 구르며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헉. 헉. 기분이 너무 좋아서 미치겠어요, 오라버니.”

“나도 미칠 것 같아. 그런데 우리가 지금 이러고 있을 때는 아니지.”

“아, 그렇네요. 이제 미션 세 개 중의 하나를 클리어했으니까요.”


그렇다. 이제 두 개의 미션이 남았다. 현재 시각은 오후 4시. 2시간 이내에 클리어해야 한다. 엘리제가 물었다.


“다음은 어떤 미션을 클리어하실 건가요?”

“지하실의 던전 브레이크를 닫아야지.”

“그거 기대되네요.”

“이번 미션은 어렵지 않게 클리어할 수 있을 거야.”

“정말요?”

“응.”


난 지금 엄청난 액수의 다이아를 소유한, 엄청난 부자가 되었으니까. 우리는 다시 지하 1층으로 갔다. 다시 고블린들을 살살 피해서, 엘리베이터에 탑승해서, 지하 33층으로 갔다. 그리고 아까 갔던 아이템 상점으로 들어갔다. 드워프 아저씨가 우릴 반겼다.


“또 오란다고 벌써 또 오셨슈?”

“이번에는 물건을 좀 사러 왔어.”

“어떤 물건을 사시려고?”

“이 가게에서 제일 비싼 거.”


드워프는 멀뚱히 우리를 쳐다보았다. 뒤통수를 조금 긁적이더니, 안쪽 진열장을 보여주었다.


“자. 이게 우리 가게에서 제일 비싼 무기하고 방어구가 되겠슈.”

“아니, 이거 말고. 더 비싼 거 있잖아.”

“더 비싼 거 없슈.”

“반지들. 있잖아.”

“······!”


드워프 아저씨는 그걸 어떻게 알았냐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말했다.


“‘반지들’은 파는 물건 아니유. 돌아가슈.”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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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001 세 개의 게임이 하나로 (1) 22.05.11 144 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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