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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담(松潭) 님의 서재입니다.

강호풍운록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완결

송담(松潭)
작품등록일 :
2007.06.26 18:12
최근연재일 :
2007.06.26 18:12
연재수 :
7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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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2,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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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28,485

작성
07.05.27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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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55
추천
89
글자
11쪽

강호풍운록(해남전 海南戰 4)

DUMMY

안윤은 혈을 제압당해 눈알만 뒤룩뒤룩 굴리고 있는 사내를 분노가 가득담긴 눈으로 노려보았다. 왕삼이 누워있는 침상 옆에 사내는 무릎을 꿇고 있었다. 불안과 공포에 주눅이 들은 사내는 인상이 오락가락하며 어쩔 줄을 모르고 있었다. 안윤의 시선을 감당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사내를 왕삼은 멍하니 바라보기만 하고 있었다. 몸을 움직일 수 없는 까닭이었다. 안윤이 벽에 기대주고 받쳐주어 간신히 앉아 있는 상태였다. 그렇게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힘에 부치는 왕삼인 것이다.


안윤이 입을 열었다. 이를 악물고 하는 말이었다.

“네 놈은 알아볼 수 있겠느냐?”

사내는 말을 할 수 없었다. 안윤의 말이 그를 더 깊은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벌써 잊은 것이냐? 네 놈들의 단순한 유흥 때문에 저렇게 되었다. 지금 저 모습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드느냐? 객잔하나 의지하고 살아온 사람이다. 헌데 객잔은 다 부서지고 사람 또한 운신을 못하게 되었다.”

말을 하던 안윤이 스스로의 노화를 감당하지 못하고 사내를 걷어차고 있었다. 얼마나 분한 감정이 담겨있었던지 사내는 벽으로 날아가 부딪힌 뒤 방바닥으로 나뒹굴고 있었다. 입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꽤나 고통스런 표정을 짓고 있는 사내였다.

그런 사내의 표정이 안윤을 더욱 자극하고 있었다.

“아픈가? 네 놈은 기껏 그 정도 가지고 아픔을 느낀단 말이냐? 네 놈에게 당하던 사람들의 고통을 생각해 본 적이 있느냐? 이제 네가 당하고 보니 어떻더냐? 아픔이 느껴지느냐?”

안윤은 더 이상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심장이 터질 것 같은 분노 때문이었다. 그의 몸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내를 향한 움직임이었다. 온갖 분노가 담긴 안윤의 몸짓에 사내는 퍼덕거릴 뿐이었다. 사내의 모습은 어느새 왕삼을 닮아가고 있었다.

왕삼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통한의 눈물이었다.

허나 이제 와서 무슨 소용이 있을까? 저자가 자신처럼 고통을 당한다고 해서 뭐가 달라질 것인가? 자신의 객잔은 이미 기능을 상실했다. 또한 자신도 이렇게 침상에 누워 얼마나 있어야 할 지 알 수 없었다. 몸이 회복된다고 해도 다시 객잔을 꾸려나가기에는 힘이 부칠 것이었다. 앞으로의 삶이 걱정되는 것이다. 그런 왕삼의 눈길이 사내를 향했다. 그의 눈에는 체념과 더불어 연민의 빛으로 가득 차오르고 있었다. 사내가 의외로 불쌍하다는 생각도 드는 것이다.

“끄으으아아악! 허어어엉.....!”

“끅, 끄으...”

왕삼이 울부짖음이 홍구무관을 울리고 있었다. 사내가 고통에 겨워 신음을 흘려냈다. 폭우는 무심하게도 그런 소리들을 묻어버리고 있었다.


연휘의 손이 내려지고 있었다. 그의 손짓에 따라 대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공격이 시작된 것이다. 허나 그들의 공격에는 소리가 따르지 않았다. 동작은 빨랐지만 그만큼 은밀했던 것이다.

제압은 일단 경비조부터 시작되었다. 경비는 모두 다섯이 서고 있었다. 교대한 지 일각이 조금 지나는 시점이다. 긴장이 서서히 풀리고 있을 시간인 것이다.

폭우가 시야를 가리고 있었다. 게다가 축시가 지난 시간인지라 어둠이 짙게 깔려있는 것이다. 삼장 앞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그리고 그들이 볼 수 있는 한계점 너머에서 화살이 날아들었다. 화살이 공간을 가르는 소리는 빗소리에 묻혀 들리지도 않았다.

경비조 다섯이 거의 동시에 목숨을 잃고 만 것이다. 그들의 심장을 깊숙이 뚫고 들어간 화살이 아직도 떨고 있을 때, 어둠에 몸을 감추고 있던 의혈문도들이 객잔으로 난입하고 있었다.

깨어있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그들에 의해 해남의 문도 이백여 명은 눈을 떠보지도 못한 채, 죽어가고 있었다. 외곽 공격 때와는 달리 살수를 썼다. 단순히 제압만 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했던 것이다.

객잔 두 곳의 공격이 마무리 되었을 즈음 요란한 호각 소리가 울렸다. 길고 날카로운 소리였다. 그와 함께 홍구전체가 들썩거리기 시작했다.


호각을 분 것은 안윤이 다녀간 객잔의 경비조원이었다. 교대할 때가 되자 자연스레 몸이 반응을 보이며 눈을 뜨게 된 자였다.

마침 소피도 볼 겸 교대하러 나온 그에게 경비조가 눈에 띄질 않았다. 처음에는 그냥 들어가 자는가 보다 하고 넘겼다. 그래도 객잔주위를 한 번 돌아볼 필요는 있었다. 그리고 건물을 돌아서면서 목이 떨어진 동료를 발견한 것이다.


의혈문이 객잔 두 곳을 제압하고 다음 공격대상을 향해 이동을 하는 순간이었다. 연휘를 비롯한 의혈문도들의 눈에 당황함이 어리기 시작했다.

연휘가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소혜는 없었다. 안전을 이유로 공격에서는 빠져 있었던 것이다. 그녀가 있는 곳은 외곽의 객잔이었다.

객잔까지 다녀오기에는 상황이 너무 급박했다. 적들은 곧 자신들을 발견하게 될 것이었다. 고민할 여유 따위는 없었다.

“이 단계를 시작한다. 조찬! 곽우! 이백씩 이끌고 옆으로 빠져라. 조찬이 우측, 곽우가 좌측을 맡는다. 거리는 객잔으로부터 십장이다.”

“충!”

연휘의 말이 다급하게 들리고 대원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허나 불안함은 보이질 않았다. 다만 잠시 당황했을 뿐인 것이다,

연휘가 직접 이끄는 이백의 대원들이 가장 앞으로 나섰다. 어차피 쏟아진 물이었다. 빠르게 적을 제압하는 것 외에 다른 길은 없는 것이다.


호각소리가 울림과 동시에 대부분의 적들이 깨어나고 있었다. 그러나 공격대상 이었던 객잔의 적들은 미처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연휘의 공격을 받아야만 했다. 소리를 죽일 이유가 없었다. 전면전으로 가는 것이다.

적들이 무기를 들고 방문을 나오려 했을 땐 이미 일층에 있던 적들은 궤멸당한 상태였다. 일백이 한 참 넘는 수가 줄어든 것이다.

연휘가 몸을 띄우며 이층으로 올라서고 있었다.

“열 명만 따르고 나머지는 바깥을 맡아라!”

“충!”

뒤를 따르는 열 명의 대원과 이층에 올라서자 우르르 몰려나오는 적들이 보였다. 한꺼번에 나오다 보니 서로의 몸이 걸리고 있었다.

연휘의 손이 품에 들어갔다 나오며 비도가 뿌려지고 있었다. 복도가 좁아 맨 앞에는 대 여섯의 해남문도만이 달려 나오던 중이었다. 그들이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고 있었다.

“으윽, 컥!”

하지만, 이내 발소리에 묻혀 그들의 비명은 사라지고 말았다. 계속 밀려나오는 동료들의 발길에 목숨을 잃은 것이다.

그렇게 연휘의 대원들이 차례로, 비도를 뿌려대고 있었다. 서너 명이 비도를 뿌리고 나자 복도가 적들의 시체로 쌓이고 말았다.

창문 부서지는 소리가 들리며 복도를 포기한 적들이 밖으로 뛰어내렸다. 허나 그들은 밖에 있던 대원들에 의해 차례로 죽음을 맞이해야 했다.

거의 정리가 되어갈 무렵 수많은 적들의 발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빗소리가 적들의 발소리에 묻혀가고 있는 것이다.

“십인대 별로 산개한다. 거리는 오장이다.”

“충!”

섞이게 되면 혼전 중에 적아를 구분하기가 어려울 것이었다. 허나 의혈문도들은 그 와중에도 적아를 구분해 낼 수 있었다. 싸우는 방식이 비슷하기 때문인 것이다. 하지만 적들은 그것을 알지 못할 것이다. 그 차이도 전투에 꽤나 영향을 미칠 것이었다.


“어찌 된 일이냐!”

“적이 내습했다 합니다. 외곽에 있던 문도들이 수습하고 있습니다.”

남명이 자다 일어나 수하에게 묻고 있는 것이다.

“허어, 감히 어떤 놈들이기에... 간이 배 밖으로 나온 놈들이 아니고서야 대 해남을 무시한 처사가 아니겠느냐?”

“들어가시지요, 장문. 아이들이 잘 처리할 것입니다.”

“너는 가서 정황을 살피고 오너라. 사형께서는 일어난 김에 술이나 한잔 하십시다. 다시 잠을 청하기에도 그러니”

수하를 보내고 곽치와 술상을 펼친 남명이었다. 곽치와는 사형제 지간이었다. 그것도 한 사부 밑에서 배운 것이다.

“대체 어떤 놈들인지 참 어이가 없는 일입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어찌 이런 일이... 그 동안 본 문이 너무 얌전히 지냈던 모양입니다. 이참에 아예 본문의 무서움을 보여줘야 할까 싶습니다.”

곽치의 말에 남명이 본때를 보이자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나저나, 비가 어서 그쳐야 할 텐데 말입니다. 일정에 차질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 됩니다.”

“우기도 아닌데 벌써 나흘째 이렇게 쏟아지고 있으니...”

밖의 전황에는 아예 관심조차 보이지 않고 있는 그들이었다. 그만한 자부심도 있었고 실력도 있는 까닭이었다. 허나 그들은 상대를 몰랐다. 날씨 와 맹주선출에 대한 얘기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있는 그들이었다.


호각소리는 안윤에게도 들려왔다. 그에 따라 비장함이 어리는 안윤의 얼굴이었다. 발각된 것이다.

“들켰구나...”

빗속에서 모든 흔적이 지워졌다 생각하고 있었지만 혹시라도 모를 일인 것이다. 그에 의해 다 죽어가던 사내가 꿈틀거리는 것이 보였다. 이쯤 했으면 왕삼의 분도 어느 정도 풀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후 처리를 해야 하는 것이다. 아직 해남파에서는 가닥을 잡지 못하고 있을 것이었다. 그가 사내를 들쳐 메고 있었다.


연휘는 밖에 있던 수하들 중에서 일백을 불러들였다. 건물을 이용해 적을 공격하려는 것이다. 남은 일백은 전면을 비워두고 양쪽 끝으로 숨어들었다. 그들의 전통엔 화살이 가득 들어있는 것이다. 화살 공격이 끝나면 혼전이 벌어질 것이었다.

적들의 움직임 소리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최대한 확보할 수 있는 시야는 사장까지였다. 오장의 거리는 보이지가 않는 것이다. 그나마 사장도 어림잡을 뿐이었다.

연휘는 적들이 삼장 앞으로 다가올 때까지 보고만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이장까지 들어서자 대기하고 있던 화살이 그들을 꿰뚫기 시작했다.

“쉭, 쉬쉬쉬쉭.”

“컥!, 커억! 풀썩, 주르륵 끄으윽!”

선두의 바로 뒤에서 달려오던 적들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쉭, 쉬쉬쉭. 쉬쉬쉬쉭.”

“커컥! 크으, 매복이다! 끄윽!”

미리 대비하지 못한 그들 역시 대다수가 화살에 의해 목숨을 잃고 말았던 것이다. 허나 그들의 희생으로 동료들은 일단 살아남을 수 있었다.

해남문도들의 움직임이 멈췄다. 앞에선 동료들의 죽음을 본 것이다. 일순 빗소리가 다시 들리기 시작했다.

“산개한다. 전면은 일대가 맡는다. 최대한 자세를 낮추고 건물로 진입하라. 이대는 우측, 삼대는 좌측으로 우회하고, 나머지는 일대의 진입에 맞춰 일제히 공격한다. 가라!”

해남문도들의 지휘를 맡은 자가 의외로 침착하게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폭풍단주인 선풍협(旋風俠) 주익이었다. 무공으로만 놓고 본다면 해남파에서 손에 꼽히는 실력자인 것이다.

그의 명에 따라 해남의 문도들이 일사분란하게 산개하고 있었다. 술에 취해 패악을 일삼던 모습과는 확연히 다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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