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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담(松潭) 님의 서재입니다.

강호풍운록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완결

송담(松潭)
작품등록일 :
2007.06.26 18:12
최근연재일 :
2007.06.26 18:12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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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8,485

작성
07.05.19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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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강호풍운록(추적 追跡 3)

DUMMY

“가주님!”

다급하게 들리는 수하의 놀란 소리가 심상치 않았다. 최초의 사체가 발견된 곳으로부터 이틀을 더 간 지점이었다. 사체들이 발견되면서 선두로 나와 있는 언치성이다.

순식간에 소리가 들린 곳으로 다가간 그가 자신의 눈을 비벼대고 있었다. 그리고 수하의 몸을 밀쳐내고는 사체를 확인했다.

아이들이었다. 그들이 입고 있던 옷이었다. 정신이 없었다. 결국 두 눈으로 확인하고야 만 것이다.

실로 참혹했다. 이제까지 보았던 수하들의 죽음도 물론 그러했지만, 아들들의 죽음은 그에게 더욱 심한 모습으로 비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끄으으으 우와아악!”

말이 나오지 않았다. 아이들의 죽음에 일시적으로 언치성의 신체가 굳어버린 것이다.

굵직한 동맥들이 심하게 요동치며 피부를 뚫고 나오려 했다. 시퍼런 혈관들이 마치 험준한 산맥처럼, 그렇게 그의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있는 것이다. 마침내 눈 꼬리가 찢어지며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가슴이 터졌다. 심장이 폭발하며 온 혈관에 과도한 피가 공급되고 있었다. 그의 뇌혈관도 넘쳐나는 피로 인해 어쩔 줄을 모르고 있었다.

“죽여 버릴 테다아아! 어디냐! 어디 숨어있냔 말이다!”

그는 현재 미쳐있었다. 이성은 이미 분노에 묻혀 사라져 버렸다. 아이들의 부패된 몸뚱이가 눈으로 확대되어 들어왔다.

그의 광기가 주변을 휩쓸고 있었다. 오랜 세월을 고고하게 버티고 서있던 나무들이 숨을 죽이며 가지를 늘어뜨리고 있었다.

수하들도 이미 말을 잃었다. 이곳까지 오면서 보았던 수많은 동료들의 죽음과, 지금 눈앞에 있는 삼형제의 죽음은 비교조차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제 가주의 분노를 감당할 자는 아무도 없을 것이었다.

사방이 초토화 되었다. 언치성의 주변 사십여 장이 어느새 공터로 변해버렸다. 언제인지 그는 아이들의 앞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아들들의 부패해버린 몸뚱이를 부여잡고 언치성은 한없이 울기 시작했다. 쏟아지는 빗줄기에 섞여 그의 눈물이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그는 통곡을 하고 있는 것이다.

파벌의 일원이기 전에 한 가문의 수장이기도 전에 그는 부모였던 것이다. 어느 부모가 자식의 죽음 앞에서 초연할 수 있을까마는 특히나 언치성의 자식에 대한 애착은 더욱 심했던 것이다.


그 시각 무맹의 장로원이다. 불과 백일 앞으로 다가온 맹주선출로 인해, 모두들 정신없이 상대편의 정황을 파악하기에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지금 이곳엔 한가한 사람이 하나도 없는 것이다.

남궁 파벌의 회의실에서 격한 음성들이 오가고 있었다.

언자청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채, 맞은편에 앉아 자신을 쏘아보는 정진도장(靜眞道長)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는 무당의 원로였다.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입니까! 이미 모두가 찬성해서 결정된 사항을,이제야 번복하는 이유가 대체 무엇이란 말입니까!”

“이미 말씀드렸잖소. 이왕이면 좀 더 젊은 사람이 맹을 이끌어 나가는 것이 무림의 발전에 도움이 될 거라 했지 않았소.”

자신과는 딴 판으로 차분하게 말을 이어가는 정진도장이었다. 그러자 분기를 참지 못하고 탁자를 쳐대며 흥분하는 언자청이다.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라는 것을 도장도 잘 알고 있을 것 아닙니까! 제갈가에서 이미 이십년을 집권해 온 상황이란 말입니다”

“그러니까 더더욱 젊은 사람으로 바꿔야 한다는 말씀이잖소. 크게 보시오. 우물 안 개구리마냥 좁은 시각을 버리란 말씀이오.”

“뭣이라! 우물 안 개구리! 말 다했습니까!”

“그럼 달리 뭐라 불러드리리까? 기존에 갖고 있던 생각들을 버리지 않는다면 이번에도 실패할 것이 빤히 보이는데. 생각을 바꾸시오 생각을!”

둘의 언쟁이 정도를 넘어서고 있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팽팽한 평행선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참다 못 한 팽완이 둘 사이에 끼어들고 있었다. 팽가에서 가장 강한 무인이며 또한 당금 십대고수의 일인인 그가 나선 것이다.

“두 분 모두 잠시 진정하십시다. 우리끼리 싸울 이유가 뭐란 말입니까? 차분히 얘기해도 쉽지 않은 것을 이렇게 우격다짐으로 한다면, 결국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고 마는 아낙네들의 싸움과 다를 것이 없지요.”

언자청이 아직도 감정을 가라앉히지 못한 채 팽완의 말에 대꾸를 하고 있었다. 모두들 껄끄러워 하는 팽완인 것이다.

“우리가 황보가를 끌어들였다지만, 실질적으로 대주급 이상을 보면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것을 팽장로도 알고 있지요?”

“그래서 젊은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씀드렸잖소. 제갈가의 장기집권을 막기 위해서는, 젊은 대주급들의 호응을 받아야만 한다는 것을 누누이 강조하지 않았소.”

정진도장이 또 다시 언자청의 말을 끊고 뛰어들었다. 그로인해 팽완의 입장이 묘하게 되어 버렸다. 끼어들기는 했는데 말을 하기에 애매한 순간이 되어 버린 것이다.

자고로 하북 팽가하면 성질 급하기로 둘째가기 서러운 가문이었다. 또한 그들의 큰 특징 중 하나가 말 잘하는 상대를 싫어한다는 것이었다. 머리 쓰는 것과는 거리가 먼 팽가인 것이다.

팽완의 얼굴이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언자청과 정진도장은 그런 팽완을 볼 수 없었다. 이미 서로를 향해 독기 서린 눈빛을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정진의 말이 이어지고 있었다.

“앞으로는 경륜이라는 것 하나만으로 젊은 사람들의 호응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오. 그것이 대세란 말씀이외다.”

“나는 반대요. 절대 그리 할 수 없소”

정진이 계속 젊은 맹주를 강조하고 있었다. 허나 언자청에게는 절대 용납될 수 없는 일이었다. 만일 정진의 말처럼 그리된다면 자신의 입지는 더욱 약해질 수밖에 없고, 그러다가 일선에서 물러나야 하는 상황까지 올 것이기 때문이었다. 반면에 정진의 기세는 욱일승천(旭日昇天)하게 될 것이었다. 그것만은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언자청이었다.

“일단 그렇게 해서 맹주를 배출하고 난 다음 차기에 남궁장로를 밀면 쉽게 일이 될 것이란 말이오. 그리만 되면 이십년 아니라 삼십년 집권도 가능할 것 아니겠소.”

정진이 다시 한 번 언자청을 밀어 붙이고 있었다.

그러나 언자청은 이미 그의 말을 흘려버리고 있었다. 단지 꼬투리를 잡을 뿐이었다.

“차기? 그럼 차기를 나현이 하면 될 것 아니오. 이미 남궁장로를 후보로 선출하기로 한 마당에, 이렇게 자꾸 나현을 미는 것이 아무래도 다른 뜻이 있는 것 같소이다.”

언자청의 말에는 가시가 있었다. 그들이 이리도 서로의 후보에 대해 양보를 않는 것은 주도권 다툼이었다. 조금이라도 더 실권을 움켜쥐고자 하는 때문인 것이다.

나현은 종남의 장로였다. 허나 아직 사십대의 젊은이였던 것이다.

둘의 언쟁이 끝나지 않을 것처럼 보이는 이때, 결국 참아왔던 팽완의 성질이 폭발했다. 그들 앞에 놓여있던 탁자가 부숴 지며 찻잔들이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던 것이다.

“이런 썅! 대체 뭐 하자는 짓이야! 말로 떠들지 말고 둘이 싸워서 이기는 쪽에서 맘대로 하던지 하란 말이야. 성질나서 못 앉아 있겠네. 에이”

회의실 문을 박차고 나가는 팽완의 기세에 잠시 적막이 흘렀다.


그러나 이것은 비단 남궁파벌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제갈쪽에서도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그들은 오히려 남궁파벌보다 더 심했다. 세력에서 열세였던 까닭이었다. 맹주 후보의 선출은 맹주선발일로부터 삼 개월 전까지 해야만 했다. 이제 열흘밖에 남지 않은 것이다.


이런 혼란 속에서 모용숭이 맹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아무도 그를 주시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미 권력에서 밀려난 모용숭이다. 그를 눈여겨 볼 사람은 없었던 것이다.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채, 한손에 술병을 들고 비틀거리는 그의 모습은 술주정뱅이와 거의 다름없었다.

그렇게 모용숭이 맹으로 들어서고 있는 것이다.


연휘가 둥지를 틀은 이곳에도 비가 내리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한 달에 한번정도 비가 쏟아졌다. 한번 내리기 시작한 비는 보통 열흘은 기본이었다. 길면 보름까지도 계속 쏟아지는 것이다.

연휘의 앞에는 광도와 검마 그리고 철권이 있었다. 연휘의 집무실인 것이다. 세 사람은 연휘의 입만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 어디까지 왔나?”

연휘의 묵직한 저음에 다들 마른침을 삼키고 있었다. 그리고 검마의 대답이 바로 이어졌다.

“산기슭까지 사흘거리라고 했습니다. 언치성이 광분하는 바람에 하루의 시간이 더 지체 된 것입니다. 완전히 미쳤다고 합니다.”

“그들의 상태는?”

“지칠 대로 지쳐있다고 합니다. 다만, 동료들과 언가 쌍둥이의 죽음을 목격한 후에, 복수하겠다는 일념 때문인 지 기운이 좀 강해진 것 같다는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검마의 말을 들으면서 연휘는 철권을 보고 있었다. 이윽고 검마가 말을 마치자 철권에게 물었다.

“괜찮나? 어렵다면 이번 전투에서 제외하도록 한다.”

쉽게 대답이 나오질 않았다. 위동구는 내심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자신이 이제 더 이상 언가에 몸담고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동료였던 자들이었다. 그들을 적으로 돌리고 제대로 전투를 할 수 있을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같이 훈련하며 생활했던 예전의 동료들이었다. 그런 그들과 칼을 맞대고 싸울 수 있을까하는 생각에 쉽게 대답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연휘가 그런 그에게 확실한 해답을 안겨주고 있었다.

“너희들은 아직 그들에게 칼을 빼들지 못한다. 예전에 동료였다는 사실 때문인 것이지. 반면 그들은 너희들을 향해 가차 없이 공격을 해 올 것이다. 그들의 관점에서 너희들은 배신자이기 때문이다.”

위동구의 가슴이 아려왔다. 또한 서늘한 한기가 가슴을 침범하고 있었다. 배신자라는 연휘의 말 때문이었다.

“언가가 더러운 배신자라며 공격을 해올 때 제대로 대항을 할 수 있을까? 백이면 백 모두가 변명 따위를 늘어놓거나 아니면 피하려고 하겠지. 그러다가 죽어 갈 것이고”

위동구의 고개가 숙여지고 있었다.

“그것이 인간이다.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누구나 갖고 있는 감정이란 것이야. 부담 갖지 말고 이번엔 쉬도록. 며칠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기회에 다른 대원들과의 격차를 줄일 수 있도록 노력을 해봐”

그것으로 이번 전투에 동원될 인원이 결정되었다. 이제 그에 걸 맞는 작전을 짜고 실행하는 일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아직도 비는 계속 내리고 있었다. 인간사와는 전혀 상관없다는 듯이 그렇게 묵묵히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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