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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담(松潭) 님의 서재입니다.

강호풍운록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완결

송담(松潭)
작품등록일 :
2007.06.26 18:12
최근연재일 :
2007.06.26 18:12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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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8,485

작성
07.05.22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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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강호풍운록(귀주 貴州 3)

DUMMY

곽우의 주위로 일백의 수하들이 모여 들었다. 그가 무진을 본 날로부터 사흘이 지나기도 전인 것이다. 모두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던 까닭이었다. 애초에 이곳 귀주로 올 때 무진을 찾느라 흩어지긴 했었지만 수시로 연락을 취하고 있었던 터였다.

“대주님을 뵙습니다.”

부대주 안소전 이었다. 곽우와는 흑풍조 시절부터의 인연이었다.

“다들 모인건가?”

“결원은 없습니다.”

“지금부터 상황을 설명할 것이다. 모두 주의해서 듣도록”

곽우의 얘기가 이어지고 있었다. 대원들 역시도, 방송의 말에 따라 변화하던 곽우의 모습과 전혀 다를 바 없었다. 개중에는 울분을 참지 못하고 땅을 쳐대는 자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일단 둥지로 연락을 취했다. 이틀이면 명이 떨어질 것이다. 그 때까지 지부의 사정을 정확히 파악해 두어야 한다. 그들 개개인의 성향은 물론 세인들의 평까지 사소한 것 하나라도 놓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예전에 무진과 안면이 있던 대원들은 그를 만나도 좋다. 많이 쇠약해진 상태니까 주의하도록 하고, 이만 해산.”

곽우의 수하들은 해산 명령이 떨어졌음에도 쉽게 발길을 돌리지 못하고 있었다. 무진의 얘기가 아직도 가슴에 남아있는 까닭이었다.

진무상단의 장원은 이들 멸사대가 머물기에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일백의 사내들이 들어와 있음에도 전혀 표가 나지 않는 것이다. 멸사대원들이 장원 깊숙한 전각에서 은밀히 사라지고 있었다.

그들이 가장 먼저 조사에 착수한 자들은 기루에서의 흉수들이었다. 그리고 흉수들이 속한 백인대를 조사한 후 나머지 백인대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것이었다.


귀주지부는 운남과는 달랐다. 운남이야 어차피 버려지는 자들이었기 때문에 백인대가 하나밖에 존재하지 못 했었지만, 귀주는 달라도 너무 달랐던 것이다. 이곳에는 열 개의 백인대가 온전히 존재하고 있었다. 총 인원 일천에 달하는 부대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들 외에도, 지부의 행정을 담당하는 자들과 호법들까지 더하니 무려 일천이백의 인원이 지부를 지탱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들 일천이백에 대한 정보가 속속들이 모아지고 있었다. 곽우가 임시로 쓰고 있는 숙소에는 시간이 갈수록 서류가 쌓이고 있는 것이다. 그것을 보는 곽우의 미간에 골이 깊게 파일 수밖에 없었다.

‘허어, 이걸 어찌 한단 말인가... 머리가 필요하다는 문주님의 말씀을 새삼 떠올리게 만드는구나... 방단주께 부탁을 해볼까?’

방송을 생각하자 갑자기 마음이 급해지는 곽우였다. 이미 야심한 시각임에도 불구하고 그가 방송의 거처로 향하고 있었다.


연휘의 둥지에서는 곽우가 보낸 한 장의 전서로 인해 한참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출정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모두들 들떠 있는 것이다. 언가와의 전투를 마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전투라는 말만 들으면 피가 끓는 천생 무인들인 까닭이었다.

집무실이다. 이제는 척사단주가 된 광도와 정보단주라는 자리를 차지한 검마, 그리고 임시이기는 했지만 문파를 선언한 것과 함께 대주로 승급한 일곱의 사내가 모여 있었다.

“지금 귀주와 전면전을 치를 수는 없습니다. 타초경사(打草驚蛇)의 우(愚)를 범하게 되는 까닭입니다”

“어차피 문파도 열었으니까 한 번쯤 실력을 보여주는 것도 괜찮다고 봅니다. 너무 몸을 사릴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분위기는 자유스러웠다. 연휘를 비롯해 광도나 검마의 눈치도 볼 필요가 없었다. 대주들은 자연스럽게 의견을 내 놓고 있었다.

“무조건 공격은 안 됩니다. 일단 정황 파악부터 해야 합니다.”

“파벌에 속해 있으면서도 권력을 남용하지 않고 오히려 민생을 살피는 자들도 있습니다. 그런 자들은 대상에서 제외되어야 합니다.”

대주들은 기탄없이 의견을 제시하고 있었다. 서로의 의견에 동조하기도 하고 또한 반대 의견도 서슴없이 내놓고 있는 것이다. 허나 의견충돌로 인한 분쟁은 일어나지 않고 있었다. 비록 반대 의견일지라도 타당한 이유가 있기 때문인 것이다. 무맹 장로원에서 회의 때마다 일어나는 파벌들 간의 알력에 의한 반대와는 달랐다. 반대를 위한 무조건적인 반대와는 차원이 달라도 한참 다른 것이었다.

“일일이 골라내면서 공격 할 수는 없습니다. 파벌에 들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공격대상으로 삼을 수 있습니다.”

“이번에 본때를 보여줘야 합니다.”

“그동안 당한 것들을 이참에 모두 풀어버리고 싶습니다.”

공격하는 것에 대해 그리고 방법에 대해 열띤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었다. 개중에는 상대에 대한 감정까지 곁들인 말도 섞여 나왔다. 그저 생각나는 대로 모두 뱉어내고 있는 것이다. 이러다보면 의견들이 좁혀질 것이고 어느 정도 정리가 되면 그때 연휘의 결정이 내려질 것이었다. 아직까지 연휘는 대주들의 얘기를 듣고만 있는 것이다.

“전면전을 벌이기 위해서는 멸사대 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원군을 파견해야 합니다.”

“그렇습니다. 최소한 삼개 대는 있어야 안전하게 승리할 수 있습니다.”

“아군의 희생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삼개 대는 필요합니다.”

“좀 더 여유를 가지고 진행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너무들 흥분하고 있습니다. 잠시 숨을 고르고 진행하십시다.”

이 때 연휘가 허리를 폈다. 허리를 깊이 묻어놓고, 팔걸이에 한쪽 팔을 걸친 채 대주들의 얘기를 듣고 있던 연휘였다. 그가 자세를 잡자 일순간 침묵이 흘렀다. 이제까지가 대주들의 허심탄회한 의견개진이었다면 지금부터는 문주의 결정이 내려지는 것이다.

“원군으로 암영대와 정보대를 파견한다. 최대한 빠른 시간에 합류할 수 있도록 하라. 멸사대주에게는 원군이 도착할 때까지 절대 자중하라는 전통을 넣어라. 마음이 조급해 지다 보면 허점을 노출 시킬 수 있는 것이다. 주공은 멸사대가 하고 조공은 암영대가 맡는다. 정보대는 적의 패퇴 시 도주하는 자들을 맡도록 한다. 이상”


내심으로 멸사대 단독공격을 기대했던 곽우의 얼굴엔 실망의 표정이 어리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자신들이 주공을 맡는다는 것이었다.

암영대는 그래도 조공의 역할을 맡았으니 잘하면 손맛을 볼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정보대는 눈만 껌벅인 채 전투가 끝나는 것을 구경할 수밖에 없을 것이었다.

물론, 아예 출전조차 못하는 다른 부대에 비한다면 그래도 낫다고 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런 부대들을 생각하며 조금이나마 위안을 삼고 있는 곽우인 것이다. 그의 눈에 굳은 의지가 서리고 있었다.

원군이 둥지에서 이곳까지 오려면 빨라도 보름은 걸릴 것이었다. 그동안 조금이라도 더 세밀하게 정보를 모아야 하는 것이다.

명령서에는 대원들에 대한 것도 있었다. 사망불가 중상불가였다. 자신도 겪었던 것이다. 죽은 자들은 말이 없었지만 그들을 보내는 자들의 아픔이 얼마나 큰 것이었는지를. 이번엔 절대로 그런 아픔을 겪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곽우였다.

명령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발품을 팔아야 했다. 진무상단의 정보력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상대방에 대해 철저히 조사할 것이다. 전서가 도착한 것이 둥지에서 보낸 날로부터 삼일 후였으니, 아직도 열흘 넘게 시간이 있었다.

곽우의 처소에 쌓여있던 서류들은 가지런히 정리가 된 채 한쪽 탁자위에 놓여 있었다. 그리고 새로 들어오는 정보들은 방송의 딸이 정리해서 곽우에게 넘겨주고 있었다. 의외의 성과였다.

방송을 만난 날 그는 자신의 딸이라고 소개하며 작게나마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었다. 당시에는 조금 미덥지 못하다고 생각했던 곽우였다. 여인인 까닭이었다. 하지만 그의 생각이 바뀌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불과 몇 시진 만에, 그렇게도 복잡해 보이던 서류를 깔끔하게 정리해 버린 것이다. 그 뒤로 그는 서류에서 해방되었다.

그녀가 아니었다면 지금쯤 그는 쓰러지고 말았을 것이다. 지금도 서류더미만 생각하면 머리가 지끈 거리는 곽우인 것이다.


귀주지부의 대원들은 가관이었다. 이들이 진정 협의를 알고 정도를 걷는다는 무맹원 인지 회의가 들 정도였다. 계속된 조사에 의해 그들의 악행이 전말을 드러내고 있었다.

폭행과 강탈은 기본이었다. 인신매매와 강간 그리고 살인멸구까지 어지간한 흑도인들 조차도 혀를 내 두를 정도로 심했던 것이다.

그런 그들 중에서도 악행을 일삼지 않고 다른 대원들과 어울리지 않는 자들이 꽤 있었다는 것은 의외였다. 숫자도 꽤 되었다. 이백이 넘는 것이다. 하지만 패악을 일삼는 자들에게 휘둘려 주변을 맴돌고 있을 뿐이었다. 그들은 차마 상대들을 징치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기에는 그들이 너무도 미약한 때문이었다. 대세는 패악을 행하는 자들이 쥐고 있었던 것이다.

귀주의 백인대원들이 연무하는 모습은 지금까지 한 번도 볼 수 없었다. 그동안 세세하게 정보를 수집하면서도 단련에 매진하는 무맹원은 찾아 볼 수가 없었던 것이다. 썩어버린 까닭이었다.

곽우는 귀주지부에서 외면당하는 자들을 따로 분류했다.

원군이 이틀거리까지 왔다고 전해졌다. 이제 슬슬 준비해야 할 것이었다.


무진은 허망한 눈빛으로 창밖을 보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눈은 밖을 향하고 있었지만 머릿속에서는 그녀를 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를 생각하는 한 눈의 기능을 상실하고 있는 것이다.

곽우가 들어왔다. 문이 열리고 사람이 다가서는 기척이 있었음에도 무진은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마치 실어증이라도 앓고 있는 사람처럼 주위를 완전히 차단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무진을 보며 곽우가 말을 하고 있었다. 듣는다 생각하고 하는 말은 아니었다. 무진이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고 싶어 하는 까닭인 것이다.

“무진, 이제 하루 남았네... 내일이면 자네를 옭아매고 있던 사슬들이 풀리게 될 것이라네... 아니지, 자네의 삶만이 아니라네, 우리들 모두의 삶이라 해야 하겠지... 사슬을 끊고야 말 것이네...”

곽우의 눈에 물기가 어리고 있었다. 감정이 격해 지는 것이다.

“자네뿐만 아니라 우리 대원들, 나아가 힘없고 배경 없는 수많은 사람들의 운명을 바꿀 일보가 펼쳐질 것이네. 특히 그놈들 열 놈은 자네 앞에서 처참한 운명을 맞게 만들고 말 것이라네... 하루만 참아주게, 무진... 그럼 내일 보세나.”

기어코 떨어지고야 마는 눈물이었다. 그것을 손등으로 닦아내고 무진의 곁을 떠나는 곽우에게서, 살기가 진하게 풍겨 나오고 있었다.


언제부터인지 무진의 멍하던 눈이 촉촉하게 젖어 들기 시작했다. 곽우의 말에 반응을 보인 것이다. 그러나 그것뿐이었다. 그리고 소리 없이 흐르던 눈물이 어느새 말라가고 있었다.

손가락이 꿈틀거렸다. 밤이 깊어가는 만큼 조금씩, 아주 조금씩 그의 몸이 돌아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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