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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담(松潭) 님의 서재입니다.

강호풍운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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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송담(松潭)
작품등록일 :
2007.06.26 18:12
최근연재일 :
2007.06.26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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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26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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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강호풍운록(해남전 海南戰 1)

DUMMY

의혈문의 연무장이다. 일천이 넘는 무인들이 두 무리로 나뉘어 대치하고 있었다. 새로 편입된 귀주출신과 언가의 무사들이었다.

단상에서는 연휘를 비롯한 수뇌부들이 기분 좋은 웃음을 지은 채,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무한전투가 시작된 것이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운남 출신은 전혀 보이질 않는다는 것과 집단전의 양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검마의 제안으로 이루어진 결과였다. 이렇게 함으로써 귀주출신들은 물론, 언가 출신들마저도 자신들의 현재 실력을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본 것이다.

한쪽에서는 불안해하면서도 한 번 해보자는 식이었고 귀주 쪽에서는 자존심을 구겼다며 실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찬성했었다.

연무장 주변으로는 의혈문의 나머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서로들 응원도 하고 구경도 하며 때 아닌 축제 분위기가 된 것이다.


검마의 손이 올라가고 있었다. 모든 이들의 시선이 그의 손으로 집중되었다. 이윽고 검마가 우렁찬 목소리로 시작을 외쳤다.

“와아아아!”

양쪽 진영에서 함성을 지르며 서로를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서로 엉켜들고 있었다. 여섯 배의 차이가 있었지만 그들은 팽팽히 맞선 상태였다. 언가 출신중에서 하나가 쓰러질 때 상대편은 대여섯이 쓰러지는 것이다. 갈수록 귀주 쪽에서 쓰러지는 자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위동구의 모습이 보였다. 언가 출신중에서 가장 빼어난 실력을 자랑하는 그였다. 그의 주변으로 다가섰던 자들은 미처 공격다운 공격도 못 해 보고 쓰러지고 있었다. 위동구를 비롯한 언가 출신들이 기존의 운남 출신들에게 당했던 바와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런 위동구의 앞으로 오탁이 나서고 있었다. 아무래도 수준이 다른 오탁이었다. 안소전에게 비록 패했다고는 하지만 고수였던 것이다. 위동구의 목울대가 크게 요동을 치고 있었다.

둘은 서로 모든 힘을 개방한 상태였다. 어줍지 않은 멋은 독약과 같은 것이었다. 그리고 대치상태가 잠시 이어지고 있었다.

오탁은 이런 수준의 고수들이 도대체 어디 있다가 튀어나온 것인지 궁금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에 신경을 써서는 안 될 일이었다. 그리고 그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찰나에, 위동구의 공격이 들어오고 있었다. 후회했지만 이미 늦은 것이다.

“휘익! 쉭!”

위동구의 모로 세운 손날이 오탁의 손목을 감아들고 있었다. 간신히 손을 빼낸 오탁이다.

“휘익! 치지직!”

손날의 공격이 무위로 돌아가는 순간, 위동구의 다리가 오탁의 발목을 후려치고 있었다. 이번에도 역시 어렵게 다리를 끌어당겨 피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어진 위동구의 반대편 발이 어느새 오탁의 안면을 가격하는 순간이었다. 다급해진 오탁이 무심코 팔뚝을 들어 막아갔지만 간발의 차로 당하고 말았던 것이다.

“파팡! 쩌억! 쿠구궁!”

오탁의 거구가 지면을 강타하고 있었다. 의식이 몽롱해졌다. 그런 한 편으로 웃음이 나왔다.

“허어, 허허허”

계속되는 패배로 오탁의 자존심이 무너지는 소리인 것이다.

숫적 우위는 크게 무용할 수밖에 없었다. 오탁이 쓰러지면서 귀주 출신들은 의욕을 잃고 말았던 것이다. 머리가 깨지고 코뼈가 부러졌다. 귀주에서 온 무인들이 쓰러진 모습이었다. 반면에 언가의 무사들은 비교적 깔끔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경험자와 그렇지 못한 자의 차이인 것이다.

이것은 전투가 아니었다. 무공수련이라 할 수도 없었다. 비무는 더더욱 아닌 것이다. 굳이 말을 하자면 집단끼리 붙어 서로 치고 받는 난투극이라 할 수 있었다. 실전에 준한 난투극인 것이다.

하지만 저들은 느끼고 있었다. 언가는 자신들의 실력이 상당해 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귀주의 무인들은 새로운 전투방식을 경험하며 이것을 통해 자신들이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연휘가 일어났다. 광도가 그를 따랐다. 이어서 기존 운남의 육백 명이 대오를 갖추고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출정인 것이다. 이들을 연휘가 이끄는 이유는 상대가 해남파였기 때문이었다. 여진의 복수를 직접 하고자 하는 까닭인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원수인 곽비는 이번 일행에서 빠져있었다. 그것이 조금 안타까울 뿐이었다.


광서성 홍구는 바다로부터 이틀거리에 있는 곳이다. 포구에서 성도로 가기위해 거치는 곳 중에서는 가장 번화한 도시였다. 광서에서만 본다면 다섯 번째 가는 대도인 곳이다.

이곳에 해남파의 문도들이 들어서고 있었다. 일만 이천의 인원 중에서 이번에 내륙으로 들어온 자들은 육천이나 되고 있었다.

그런 그들이 홍구에 들어선 것이다. 일시에 늘어난 사람들로 인해 갑자기 번잡해진 홍구였다. 육천의 인원을 한꺼번에 수용할 만큼 객잔은 많지 않았다. 웬만큼 크다는 곳은 해남의 문도들로 가득 차 버렸다. 그러고도 자리가 없자 작은 객잔들이 때 아닌 호황을 누리게 되었다. 문도들중에서 힘없는 자들은 작은 객잔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오늘은 홍구에서 머물기로 한 만큼 그들은 충분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문도들의 사기진작을 위해 금주령을 풀어주었던 것이다. 홍구 전체가 들썩거릴 정도로 해남의 문도들은 흥청거리고 있었다.


왕삼은 왕삼객잔의 주인이었다. 그는 오늘 모처럼 자신의 객잔이 꽉 들어찬 것을 보고 재신에게 감사를 드리고 있었다. 해남의 문도들이 허름한 이곳까지 들어서게 된 것이다.

이층으로 된 왕삼객잔은 일층에 탁자가 열 개 놓여있었다. 이층은 숙박용 방이 세 개였으며 자신들이 쓰는 방이 또한 세 개가 있었다.

열 개의 탁자가 해남무인들로 가득 찼다. 간단히 식사를 마친 그들의 술자리가 시작되고 있었다.

어느새 시간이 꽤 지났다. 술 취한 사내들이 내뱉는 소리로 객잔은 시끌벅적 했다. 바로 옆에서 하는 소리도 잘 들리지 않는 것이다.

“쥔장! 여기 술 좀 더 가져와!”

“아예 독으로 가져오라고! 감질나서 못 먹겠네!”

“크하하하! 맞아 술은 독채로 마셔야지 맛이 나는 법이지.”

술 한 번 시키며 몇 명이 떠들어 대는 지 정신이 없을 정도였다.

왕삼이 무거운 술독을 끙끙대며 가져가고 있었다. 간신히 탁자에 올려놓고는 허리를 잡으며 한숨을 쉬는 왕삼 이었다. 이때 술을 시켰던 사내가 왕삼에게 수작을 걸어왔다.

“어이 쥔장”

“예, 나으리.”

“이거 수놈들 끼리 술을 마시려니 재미가 없네 그려. 어디 같이 어울릴만한 처자 좀 없을까? 내 구전은 두둑이 줌세.”

왕삼이 허리를 구부리며 난처한 모습을 보였다.

“저... 이곳엔 그런 처자들이 없습니다요. 나으리. 기녀들도 모두 저쪽 번화가에 몰려 있습죠.”

사내가 짐짓 눈을 크게 뜨며 손사래를 쳐댔다.

“내 그걸 몰라서 하는 말이 아닐세.”

왕삼이 눈알만 굴리며 무슨 말이냐는 듯 쳐다보자 사내가 목을 가다듬고는 넌지시 운을 띄웠다.

“제법 참해 보이는 아낙네가 주방에서 일을 하는 것 같던데...”

“아, 나도 봤지. 꽤나 참해 보였지.”

“아이고, 그 사람은 제 안식구입니다요. 나으리. 주방에서 음식 만들기에도 정신없어서 밖에 나올 새도 없습니다요.”

사내의 말에 화들짝 놀란 왕삼 이었다.

“그런가? 내가 실례를 했구먼. 알았네. 없던 일로 하게나. 그냥 수놈들 끼리 마셔야지 별 수 없네 그려.”


왕삼은 의외로 눈치가 빠른 편이었다. 사내의 말로보아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날 것이 틀림없었다. 사내들이 아내를 노리고 있는 것이다.

아직까지는 별 문제가 없었지만 더 취하게 되면 언제 행패를 부리게 될 지 알 수 없는 것이었다.

점소이가 하나 있었지만 사내들의 수발을 들기에도 바쁜 것이다. 안절부절 어쩔 줄 모르는 왕삼 이었다.


사내들의 주문이 뜸해졌다. 이때다 싶은 왕삼이 주방으로 달려갔다. 아내는 정말 정신없이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런 아내를 부르는 왕삼의 눈에 애절함이 가득 했다. 남부끄럽지 않게 살아왔다고 생각하는 왕삼 이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그것은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다.


아내를 홍구무관으로 피신 시켜야 했다. 자신이 죽는 한이 있더라도 아내만큼은 지키고 싶은 것이다. 점소이도 보내야 할 것이었다. 괜히 점소이가 입이라도 열게 된다면 홍구무관 까지도 피해를 보게 되는 까닭이었다.

눈치를 보아 점소이도 불러 들였다. 급히 설명하고 뒷문을 통해 피신시킨 뒤 한숨을 쉬는 왕삼 이었다.


그의 아내가 떠나고 일각정도가 지날 즈음 그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사내였다.

“쥔장! 어이 쥔장 어디 갔나! 뭐야 이거!”

술이 많이 취했는지 이미 혀가 꼬부라져 있었다. 반쯤 감긴 눈에는 시뻘겋게 핏발이 서있었다.

“아이고, 나으리. 갑니다요.”

왕삼이 재게 발을 놀려 달려갔지만 시비를 걸기로 작정한 사내였다. 충혈된 눈으로 왕삼을 노려보던 사내가 갑자기 음식 타박을 하고 들었다.

“안주가 식었으면 데워 와야 할 것 아냐! 이걸 가지고 어떻게 술을 마시라는 거야! 장사를 하겠다는 거야 뭐야!”

“아이고, 나으리. 소인이 정신이 없어서 그만 깜박했습니다요. 금방 다시 올리겠습니다요.”

어차피 예상하고 있던 일인지라 왕삼의 행동은 재빠를 수밖에 없었다. 잽싸게 안주를 집어 들고는, 주방으로 달리는 것이다.

그의 행동에 사내가 오히려 말을 잃고 있었다.

“안주 대령했습니다요. 나으리. 맛있게 잡수십시오. 나으리.”

왕삼의 허리가 있는 대로 굽혀졌다. 온 몸에서 식은땀이 배어 나오고 있었다. 안주로 손이 가나 싶던 사내에게서 살벌한 기세가 풍겨 나오고 있는 것이다. 기세에 놀란 왕삼은 허리를 펴지도 못했다.

그런 그의 눈앞으로 사내의 손가락이 보였다. 그리고 그 손가락 끝에는 파리 한 마리가 올려져있었다.

왕삼의 눈에 체념의 빛이 떠올랐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나마 아내가 피신하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개구리 새끼로 보였나, 쥔장! 대 해남의 호협들이 먹는 음식에 파리새끼를 집어넣어!”

안주 그릇이 왕삼의 머리로 엎어지고 있었다.

“아이고 나으리. 잘 못 했습니다요. 금방 다시 해 올리겠습니다요. 나으리. 특급으로 다시 하겠습니다요.”

뜨거운 음식으로 인해 피부가 익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왕삼은 그것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더욱 허리를 굽히며 사내에게 사정을 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소용없는 몸부림일 뿐이었다.

왕삼의 뇌리에 눈물을 글썽이던 아내의 모습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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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강호풍운록(귀주 貴州 1) +17 07.05.21 16,783 10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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