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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담(松潭) 님의 서재입니다.

강호풍운록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완결

송담(松潭)
작품등록일 :
2007.06.26 18:12
최근연재일 :
2007.06.26 18:12
연재수 :
7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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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28,485

작성
07.05.22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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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강호풍운록(귀주 貴州 2)

DUMMY

곽우는 진무관이라고 적혀있는 현판을 보고 있었다. 접했던 정보대로 그가 여기 있다면 무려 십년 만에 만나는 것이었다.

연무장에서는 열 살 남짓한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었다. 수련을 보아주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마음껏 놀고 있는 것이리라. 잠시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섰던 곽우가 짐짓 헛기침을 하며 발길을 재촉했다.

자신의 어린 시절 모습이 쉽게 떠오르지 않았던 까닭이다. 그만큼 나이가 들었다는 얘기일 터. 보는 사람도 없는데, 어쩐지 계면쩍다는 생각이 들면서 서둘러 자리를 피하게 되는 것이었다.

건물에 다가서며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인기척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건물 안에는 아무도 없는 것이다. 막막했다. 마냥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뒤편으로 돌아가 보았다. 그 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건물은 달랑 한 채만 있었던 것이다.

몸을 돌리려던 그에게 담장 너머로 빛바랜 단청을 입은 작은 정자가 하나 보였다. 사람의 손길이 멈춘 지 꽤 오래인 듯싶었다. 곳곳에 거미줄이 늘어져 있고 썩은 나뭇가지와 낙엽들이 뒹굴 거리며 을씨년스런 모습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그가 찾는 사람은 정자에도 없었다.

다시 앞으로 돌아와 툇마루에 걸터앉았다. 아이들이 보이고 있었다. 다시 한 번 기억을 떠올리려 애써봤지만, 자신이 아이들과 같은 모습이었을 때 어떻게 하루를 보냈는지 가물가물 했다. 그것이 곽우를 우울하게 만들고 있었다. 사십이 넘었으니 삼십년쯤 전의 기억이 없는 것이다. 쉽지 않은 삶을 살았다고는 해도 어쩐지 허무했다.

해질 무렵이 되면서 놀던 아이들이 하나 둘 연무장을 나서고 있었다.

여전히 툇마루에 엉덩이를 걸친 그는 노을과 아이들의 모습에서 세월을 찾고 있었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그것을.


배가 고파왔다. 그냥 기다릴까 생각도 해봤지만 배를 채우고 다시 오던지 아니면 내일 다시 찾기로 작정했다. 밖으로 나서면 얼마 가지 않아서 객잔이 있었다는 것을 생각해내고 종일 툇마루에 붙여뒀던 엉덩이를 털어대는 곽우였다.

‘허허, 이 나이에 무슨 감정이 남았다고 세월을 찾을꼬...’

막 진무관을 나서고 있을 때였다. 낮에 연무장에서 놀던 아이 하나가 헉헉거리며 뛰어오고 있었다. 의아함에 잠시 걸음을 멈추는 곽우였다.

“아저씨! 아저씨!”

숨을 헐떡거리며 자신을 부르는 아이에게 다가갔다.

“나를 불렀니?”

아이가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왜?”

곽우의 물음에 아직도 가쁜 숨을 뱉느라 가슴을 치며 아이가 대답했다.

“저기 아저씨! 관주님 만나러 오신거지요?”

“흠... 진무관주가 내가 아는 사람인 것 같아서 들려봤단다. 혹시 관주님 존함이 무자 진자 아니더냐?”

“녜, 맞아요. 우리 관주님이 맞아요.”

아이가 환하게 웃으며 말하고 있었다.

“그럼 관주님은 어디에 계시나? 이곳엔 안 계신 것 같은데...”

곽우의 물음에 아이가 침울하게 대답하고 있었다.

“저... 지금 이곳에 안 계셔요. 매일같이 술만 잡수셨어요.”

아이 딴에도 술만 마시는 관주가 불쌍했던 것인지 울먹거리고 있었다.

“그럼 지금도 주루에 계시겠구나?”

“주루엔 안 계셔요. 지금 방 어른 댁에 계셔요. 방 어른 댁에서 아저씨를 모시고 오라고 하셨어요.”

“그래, 방 어른 댁이 어디지?”

“제가 알려 드릴 게요. 저를 따라 오셔요.”

마치 큰일이라도 해결하게 된 것처럼 좀 전의 울먹임을 잊고 곽우를 재촉하는 아이였다. 아이를 따라 걸음을 옮기는 곽우에게서 흐뭇함이 엿보이고 있었다. 세월을 되돌릴 순 없겠지만, 아이를 보고 아이의 기분을 같이 느끼면 되는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곽우는 오늘 내내 자신을 혼란케 만들었던 세월을 훌훌 털어버렸다.


방송의 집은 꽤 커다란 장원이었다. 점포수가 많아지면서 그만큼 부리는 자들도 늘어나게 되자 규모에 맞게 장원을 갖춘 것이었다.

규모가 크다 보니 장원으로 들어가서도 한참을 걸어야 했다. 그리고 결국 곽우는 방송을 만날 수 있었다. 무진을 찾을 수 있는 단서인 것이다.


“어서 오시지요. 진작 알았더라면, 그리 오래 기다리게 하지는 않았을 것을 그랬습니다. 진무상단을 운영하고 있는 방송입니다.”

인상이 꽤나 순후해 보이는 사십대의 사내다.

자신을 정중히 맞이하고 있는 상대였다. 곽우도 격식을 갖춰야만 했다. 예를 갖추는 자에게는 그에 합당한 예를 차려야 하는 것이다.

“곽우라 합니다. 운남에 둥지를 틀고 있습니다.”

곽우라는 이름에 방송이 의아한 얼굴을 하며 물었다.

“혹시... 무맹에서 흑검(黑劒)이라 불리던...”

“옛 일 이지요. 벌써 십년이 넘었습니다.”

“허허, 흑검대협께서 누추한 곳까지 찾아 주시다니 영광입니다.”

생각 외로 날카로운 눈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그가 짐짓 감탄을 하며 너스레를 떨고 있었다. 굳이 말을 섞을 필요가 없는 곽우였다. 어디까지나 그의 용무는 무진에게 있었던 것이다.

“단주께선 혹시 무진이라는 사내를 아시는 지요?”

여유를 갖지 못한 그의 물음은 상대가 오해하기 딱 좋은 것이었다. 무시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방송은 여유 있는 웃음을 보이며 곽우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크게 괘념치 않는 것 같았다.

“알고는 있지요. 헌데 곽대협께서는 그와 어떤 관계이신지...?”

“그는 지금 어디 있습니까? 아, 저는 한 때 무진과 같이 움직였던 동료입니다. 무진은 제가 조장으로 있던 흑풍조원 이었지요.”

“무맹을 떠난 대협께서 이렇게 먼 걸음을 하셨을 때는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 여겨집니다만...?”

말끝을 늘이는 방송의 어법은 상당히 교묘했다. 대답을 하지 않을 수 없도록 얽어매고 있는 것이다. 곽우는 난감했다. 굳이 대답 못 할 것은 아니었지만 방송과 무진의 관계가 어떤 것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단주께서는 무진과 어떻게 되시는 지...?”

곽우가 어느새 방송의 말투를 흉내 내고 있었다. 방송의 얼굴에 웃음이 더욱 짙어지고 있었다. 그러더니 호탕하게 한 바탕 웃어젖히는 것이다.

“허허, 제가 그만 실례를 했습니다. 곽대협께서 너그러이 봐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허허, 무진과는 형제의 연을 맺었습니다. 못난 제가 우형이 되었지요.”

잠시 허탈해진 마음을 추스르며 곽우가 다시 예를 차렸다.

“무진의 의형이시라니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운남 비문(秘門)의 멸사대주 곽우 입니다. 문내의 일로 무진을 만나 상의할 것이 있어 왔습니다.”

방송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생각하는 눈치를 보이고 있었다. 비문이란 문파를 처음 듣는다는 것 같았다.

어차피 비밀을 유지할 필요는 없었다. 자신들은 굳이 숨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곽우가 말을 이었다.

“두 달 전에 개파를 했습니다. 무맹 운남지부의 백인대가 주축이지요.”

“허... 명색이 상단을 운영한다는 제가 너무 민망합니다.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용서하십시오.”

“아닙니다. 문파를 입에 올린 것은 단주께 처음이었습니다. 아직은 누구도 모르고 있는 것이지요. 헌데 무진을 좀 볼 수 있겠습니까?”

“허허, 계속 실례를 하고 있습니다. 아우는 별채에 거하고 있지요. 기별을 넣을 것도 없이 같이 가시지요.”


곽우는 말을 잃었다. 피폐한 몰골을 하고 누워있는 사내 때문이었다. 무진이었다. 그러나 자신이 찾고자 했던 무진은 아니었다. 패기만만했던 모습은 전혀 찾아 볼 수 없었던 것이다.

“어찌 이렇게...”

방송이 옆에 있다가 자리를 권했다.

“흠... 어디서부터 말씀을 드려야 할 지...”


방송이 얘기를 하는 동안 곽우의 얼굴은 시시각각 변하고 있었다.

방송이 무진을 처음 만났다는 말을 했을 때에는 흐뭇해했다가, 사냥을 그만두라고 했을 때는 침울한 표정이 되었다. 무진의 아픔을 자신도 겪었던 까닭이었다.

진무관을 개관하는 부분에서는 기뻐하며 웃기까지 했다. 자신이 운남지부에서 지금의 모습으로 변하게 된 계기가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사랑이 시작되는 얘기에서는 애틋한 표정을 하고 있던 곽우였다. 자신은 아직도 못해본 것이었다.

그러다가 무진이 사별을 당하고 폐인이 되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는, 이성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분개 하고 있었다.

“지부 백인대의 복장 이었다고 하셨지요...”

이를 악다문 곽우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뛰쳐나갈 기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살아가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고 폐인이 되어가는 무진이었다. 이별의 아픔을 이겨내지 못한 그의 모습을 보며 곽우의 기세는 더욱 강해지고 있었다.

“으으으.”

그의 몸에서 발산되는 기운이 누워있던 무진에게 영향을 끼쳤는지, 신음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하지만 너무도 미약한 소리였다. 어지간한 사람은 듣지도 못할 만치 작은 것이었다. 워낙에 기운이 없다보니, 그저 간신히 목을 통과해 억지로 흘러나온 소리였던 것이다. 곽우의 기운을 감당하기에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는 피폐한 몸인 까닭이었다.

“무진! 깨어났는가? 이 사람아, 어찌 이런 모습을...”

무진이 깨어나며 신음을 흘린 것으로 생각한 곽우가, 가죽만 남은 그의 손을 잡은 채 반가움을 표현하고 있었다. 허나, 반응이 없는 무진으로 인해 허탈함만 더해질 뿐이었다.

십년만의 해후는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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