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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inLight 서재입니다.

신인 GODMAN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BrainLight
작품등록일 :
2019.09.20 09:55
최근연재일 :
2019.12.25 08:00
연재수 :
97 회
조회수 :
34,262
추천수 :
2,420
글자수 :
408,390

작성
19.09.22 09:50
조회
1,464
추천
55
글자
9쪽

영지靈地

DUMMY

"선배, 많이 기다리셨죠. 미안해요!"


예나는 주차장에서 이한정을 발견하자 뛰는 듯한 걸음으로 그에게 다가갔다.


"예나! 아니야, 많이 기다린 것도 아닌데."


한정은 입가에 가득 미소를 띠고 두 팔을 벌려 가볍게 예나를 안았다.


"근데, 우리 이게 얼마 만이지?"

"음... 일주일 만이죠. 화상에서 지난 주에 보았으니까요."

"화상으로 본 게 어디 본 거야? 얼굴을 마주봐야 본 거지."


한정은 예나의 가방을 트렁크에 넣고 차에 시동을 걸며 말했다.


"어디로 갈까? 오랜만에 바다를 보며 차 한잔 하는 게 좋겠지?"

"선배 괜찮아요? 늘 늦게까지 일하시는 것 같던데."


"그치. 그렇게 일하면서 내가 이 정도 시간도 마음대로 못쓰면 되겠냐?"

"네, 맞습니다!"


예나가 아는 한정은 항상 자신감과 활력이 넘치는 사람이었다. 그래선지 대학 때부터 지금까지 늘 지치고 힘들 때 한정을 만나면 왠지 모르게 힘이 나고 즐거웠다.


한정의 아버지와 형은 그가 가업을 이어 기업가가 되기를 원했다. 하지만 그는 어렸을 때부터 가상세계를 놀이터 삼아 자신만의 세계를 설계하며 지내던 컴퓨터광이었다.


0과 1이 만들어 내는 무한세계에서 최상의 유토피아를 구축하는 것이 그의 오랜 꿈이었다. 그런 한정에게 탐모라는 꿈을 현실로 만드는 절호의 기회가 분명했다.


"이번에 입국할 때는 어땠어? 지난 번보다 더 나아졌지?"


예나는 한정이 묻는 의도를 바로 알아채며 웃었다.


"선배가 만든 시스템인데 어련하겠어요.

그런데 오늘 가상화폐를 받았어요.

취재용이라고 하던데. 정말 이상하죠?"

"하하, 잘 들어갔구나."

"네?"


"내가 장난 좀 쳤지. 그럼 프로그램이 잘 작동한 거네."

"그게 무슨 이야기예요?"


"탐모라 취재를 오는 사람에게 실제로 국가시스템 상황을 체험할 수 있도록 가상화폐를 지급하자고 제안을 했거든. 그래서 들어 간 거야. 얼마 받았어?"

"TMC 300,000요"

"응, 제대로 들어갔네. 하하"


"그런 거였구나. 진짜 너무 놀랐어요.

돈을 준다고 하는데 받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런데 TMC 300,000 가치는 얼마나 되는 거에요?"

"현재 TMC와 한국원화는 1:1로 연동 되어있어.

아마 조금만 지나면 TMC 가치가 원화를 앞지를 거야."


"선배, 그런데 전 확실히 아날로그 체질인가 봐요.

기계가 저에게 친밀하게 대할수록 기계로부터 달아나고 싶은 생각이 들거든요."


한정은 그런 말을 하는 예나를 귀여운 듯이 쳐다보았다.


"그렇게 살가웠나? 그럼 성공한 거네.

애인하자고 네게 달려드는 것도 아닌데 뭘 달아나고 싶기까지 하냐? 단순한 일들은 로봇의 도움을 받아 효율적으로 처리할수록 좋잖아.


이젠 자신보다도 더 자신에 대해 알고 있는 로봇들이 나오면서 그들과 교감도 하며 도움을 받아 최선의 의사결정을 할 수 있으니 좋은 세상이 오는 거지. 곧 익숙해질 거야."


"저만 빼고 이용한 사람들 반응은 대부분 좋은가 봐요?"

"물론이지. 탐모라 국가시스템을 살피러 오겠다고 문의를 하는 해외 국빈들이 많아."

"선배가 꿈꾸던 날이 결국 이렇게 오네요."


한정은 용두암 해변가에 있는 카페로 차를 몰았다.

현대식으로 지어진 3층 건물이 모두 카페 전용 공간이었다.

입구의 문은 은빛 철제로 장식되어 있었다.


문을 열자 값비싼 원목, 천연 가죽들이 조합된 의자, 테이블, 장식용 수납장과 선반에 이르기까지 누가 보아도 장인이 만든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을 것 같은 가구와 장식들로 가득했다. 감각적이면서도 세련된 분위기를 풍기는 독특한 카페였다.


두 사람은 일렁이는 바다가 바로 내려다 보이는 2층 창가에 자리를 잡았다. 한정은 테이블에 붙은 스크린을 올리고 메뉴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익숙하게 예나가 좋아하는 수제 당근 케익과 제주녹차 라떼, 그리고 한라봉 차를 주문하고 바로 자신의 TMC 코드로 결제하려고 했다.


"선배, 잠시만요!"


예나가 한정을 멈추게 하고 자신의 스마트폰을 꺼내며 말했다.


"제가 받은 TMC로도 결제가 가능해요?"


한정이 웃으며 말했다.


"물론이지. 테스트 해 보고 싶어?"

"네"


한정은 예나가 직접 결제를 할 수 있도록 화면을 예나 쪽으로 돌려주었다.


"여기에 그 QR 코드를 대면 자동적으로 결제가 되는 거야."

"간단하네요."


예나가 웃었다.


"아주 간단하지."


한정도 만족한 표정으로 웃었다.


"이런 시스템이 탐모라 전역에 통용되고 있나요?"

"아직은 시범운영 중이야.

TMC가 적극적으로 유통될 수 있는 여러 단계가 필요하지."


"현재 어디까지 진행 중인데요?"

"지금부터 취재 시작하는 거야?

아니면 내가 하는 일에 대한 애정 어린 관심?"


"에~이 당연히 후자죠.

저야 늘 선배님의 유토피아를 응원하는 팬이잖아요."


사실 선배의 유토피아를 응원하기보다는 그런 유토피아를 꿈꾸는 선배를 오래전부터 응원해 온 거죠.


예나는 속으로 생각하며 한정에게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


"머지 않아 정부가 국민의 데이터에 가치를 지불하게 될 거야."

"엄청난데요. 국민 모두에게 말이에요?"

"응, 국민 모두에게. 데이터 공개 수준에 따라 지불되는 가치가 달라지게 되겠지만."


한정은 이야기를 하며 흘깃 예나의 손을 쳐다보았다.


"예나, 너..."


그는 다음 말을 삼킨 채 말 없이 창 너머 바다로 시선을 돌렸다. 예나도 한정이 한 말을 못들은 척하며 함께 바다를 바라보았다.


돌연 이야기가 끊긴 채 둘 사이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주문한 차와 케익이 나왔다.

예나는 케익의 한 모퉁이를 잘라 입에 넣으며 먼저 말을 꺼냈다.


"이 집 당근 케익은 정말 최고네요.

이번에 탐모라로 오면서 보니 김포 공항에서도 탐모라 공항에서도 예전에 보지 못했던 모습들이 눈에 꽤 띄더라구요. 단체로 온 승려나 수녀들도 많이 보이던데.


뭔 가요? 탐모라에 오래된 성지라도 발견된 건가요?"


"역시 우리 예나 예리하네. 성지라기 보다는 영지靈地라고 해야겠지."

"영지요?”


"응. 종교를 가진 사람들은 저마다 성스럽게 여기는 장소들이 다르잖아. 그런데 여러 종교인들이 모인다는 것은 그보다 더 포괄적인 의미가 있어야 하지 않겠어?


그래서 난 사람들에게 영적인 곳, 영지라고 소개를 해."


영지...


"그러고 보니 선배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아까 공항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눈 한 젊은 일행들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거든요. 다들 20대로 보였는데 '내면의 성스러움' 뭐 그런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그런데 자신들은 종교학 전공도 아니고 종교인도 아니라는 거예요. 그래서 더 놀랐죠."


한정은 건너편 테이블에 앉아 있는 두 남녀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타로 카드를 펼쳐 놓고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 보이지."

"네, 타로 카드점이야 대학가 근처에서 흔히 보는 건데요."


"그렇지. 한국에 타로 카드로 운세를 읽어주는 사람이 30만 명이나 된다는 거 알아?


사주, 관상, 손금을 보아주는 이들이 15만 명 정도가 되는데, 요즘에는 성형수술이 흔해서 관상을 보는 사람들이 사업을 하기가 많이 힘들어졌다고들 해.


그래도 전체 시장규모가 4조원 정도라고 추측되지. 그게 뭘 의미하는 것 같아?"

"글쎄요..."


"우리가 인생을 아는 것 같지만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면이야. 짧게는 눈 앞에 일어날 일을 걱정하고, 좀더 멀리는 태어남과 죽음에 대해 궁금해 하고.


한국은 복음주의 기독교인이 태반이고, 독실한 불교의 나라이기도 하지만, 존재의 이유를 깨달은 사람들은 아주 드물잖아."

"탐모라에서 타로 카드점을 보는 이들은 뭐가 다른데요?"


예나는 컴퓨터광으로만 알고 있는 한정이 삶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는 것이 낯설었다.


"그는 앞에 있는 사람에게 타로 카드로 리딩reading을 해주고 있는 거지."

"그게 뭐죠? 리딩?"


"영적인 능력의 하나야.

사람의 과거, 현재를 읽고 앞으로 일어날 일도 이야기해 주는 거야."

"초능력자란 말이에요?”


예나는 큰 눈이 더 커지며 물었다.

한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왜 카드를 쓰는 거죠? 카드가 없으면 리딩이 안 되나요?"

"아니, 앞에 있는 사람에게 확신을 주기 위해서지. 사람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정보는 잘 믿지 않으니까."


"매우 특별한 사람인 거네요. 아주 흔치 않은."

"그렇지 않아. 탐모라에서는 그런 류의 능력을 지닌 사람들이 많아. 여기서는 그들을 영능력을 지닌 수행자라고 부르지. 스스로는 신인神人이라고 하고."


"어떻게 그런 일이 그들에게 가능한 걸까요?"

"글쎄, 내가 말할 수 있는 건 신인들은 우리가 인위적으로 구축해 온 것과는 결코 비교도 할 수 없는 아주 거대한 데이터베이스에 접속하는 것이 틀림없어 보인다는 거야."


기억상실, 환상, 잠


예나는 비행기에서 읽은 동화가 떠올랐다.


왕자, 왕과 왕비, 진주

무지...


탐모라에는 분명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일어나고 있는 것 같아...




- 신인 GOD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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