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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inLight 서재입니다.

신인 GODMAN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BrainLight
작품등록일 :
2019.09.20 09:55
최근연재일 :
2019.12.25 08:00
연재수 :
97 회
조회수 :
34,257
추천수 :
2,420
글자수 :
408,390

작성
19.09.21 09:29
조회
2,062
추천
70
글자
11쪽

디어 마이 브레인 Dear My Brain

DUMMY

예나는 탑승대를 빠르게 걸어서 빠져나왔다.

입국장에는 3미터 정도 높이의 투명한 아치형 플라스틱 부스에 천정에 붉은 덮개가 씌워진 수십대의 무인 심사대가 내국인용과 외국인용으로 나뉘어 줄지어 있었다.


예나는 외국인 심사대 제일 끝 마지막 부스가 비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바로 이동해 비어 있는 심사대 부스 안으로 들어갔다. 예나가 들어서자 심사대 투명 스크린이 작동하면서 자막과 음성으로 동시에 안내가 시작되었다.


"두 발을 바닥의 그림에 맞추어 고정하십시오."


예나는 안내에 따라 바닥에 그려진 노랑색 발모양에 두 발을 올렸다.


"정면에 깜박이는 불빛을 바라보십시오."


예나가 정면 불빛에 시선을 고정하자 천정에서 가벼운 기계 작동 소리가 났다.


지잉~


순간, 레이저 불빛이 머리 끝에서부터 발끝까지 훑으며 온몸을 스캔했다.


"신예나 PD님,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탐모라 두 번째 방문을 환영합니다."


이렇게 신상을 확인하는구나.


"이번 취재에 도움이 될 도서관 및 관공서 안내자료를 보내드리겠습니다. 자료를 원하십니까?"


질문이 끝나자 스크린에 ‘예, 아니오’ 버튼이 떴다.

예나는 ‘아니오’를 눌렀다.


"감사합니다. 음성으로 답하셔도 됩니다. 신예나 PD님의 오늘의 건강상태입니다. 자료를 원하십니까?"


건강 상태까지?


신예나는 호기심에 ‘예’ 라고 음성으로 대답했다.

중앙 투명 스크린에 자료가 떴다.


T체온: 37.5도 정상

P맥박: 72회 (평균대비 다소 느림)

R호흡: 13회 (평균대비 다소 느림)

BP혈압: 121/81 정상

호르몬: 코티솔 과다

예상 증상: 피곤이 잘 풀리지 않아 아침에 몸이 천근만근입니다.

오후가 되면 피로도가 점점 높아지고, 저녁에 늦게 잠이 들며 깊은 수면을 이루기가 힘듭니다. 악몽을 꿀 수도 있습니다.


"신예나 PD님 건강에 맞는 탐모라 관광코스를 안내드리겠습니다. 자료를 원하십니까?"


이건 뭐 회사 상담의사보다 더 나은데!


"예"

"전송이 완료되었습니다."

"취재용 TMC를 준비하였습니다. 원하십니까?"


TMC?


"TMC가... 뭐지?"


예나는 의식하지 못한 채 질문을 던졌다.


"탐모라에서 발행하는 암호화폐입니다. 탐모라 전국 어디서나 사용이 가능합니다. 남은 TMC는 출국 후에도 TMW지갑에 저장해서 보관하실 수 있습니다. 원하십니까?"


돈을 준다는 말이야?

관광비용을 국가에서 대준다?

무슨 속셈이지...?

공개적으로 주는 돈이니 뇌물이라 할 수는 없구.


예나는 의도를 알 수 없는 돈이었지만 일단 받기로 했다.


"예"

"잠깐!"


그런데 암호화폐를 어디로 송금을 받는다?


"암호화폐 지갑이 없는데 만들어도 주나요?"

"물론입니다. TMW를 원하시나요?"

"예"


"대한민국, 신예나 PD님

TMW 820200020201001 생성완료

TMC 300,000 입금완료

결제 QR코드 전송완료

더 궁금하신 사항은 없으십니까?"


"그러니까 내 스마트폰에 전송한 QR코드로..."

"맞습니다. QR코드로 체크 카드처럼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다른 궁금하신 사항은 없으십니까?"

"예"


"이상 TM-AIRPORT-AI000889937 이었습니다.

탐모라에서 좋은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서비스 만족도 조사 설문지를 전송하였습니다.

좋은 평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선배가 말하던 시스템이 이렇게까지 진전되다니.


하지만 예나는 입국시스템을 벗어나면서 왠지 알 수 없는 거대한 시스템 속에서 마치 속살을 드러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약간 씁쓸했다.


스마트폰으로 전송된 관광자료와 결제 QR코드를 확인하며 수화물을 찾는 방향 표지를 따라 계속 걸었다. 그 사이 또 다른 문자가 도착했다.


신예나 고객님 짐 찾는 곳: B-007-*****


예나는 B구역으로 향했다.

걸으며 유난히 앞서 걸어가는 일행들이 눈에 들어왔다.


내릴 때가 되자 예나 바로 옆에 앉아 있던 체격 좋은 남자 학생이 먼저 일어나 선반 위에서 가방을 꺼내며, 남은 가방을 예나의 것이냐고 묻고 바로 꺼내 준 일을 떠올렸다.


내 옆자리에 나란히 앉았던 그 다섯 친구들이구나.


"미미야, 넌 이번이 세 번째이니 이제 고수라 할 수 있는 거야?"

"글쎄... 나름 고수라 할 수 있지. 그래도 교관님이 갈 길이 멀다고 하셨어."

"그래? 지금은 무슨 단계인데?"


보통 키에 통통하고 살결이 뽀얀 장희가 미미를 보며 말했다.


"초지初知!"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미미가 말했다.


"그럼 초지 고수인 미미가 기를 나누어 주면 우리도 좀 빨라질 수 있는 거 아니야?"


예나 가방을 꺼내 준 석호가 물었다.


"흠... 내게 잘 보이면 가능하지."

"초지가 진짜 높기는 높은가 봐!"


앞에서 걸어가며 왁자지껄하며 한바탕 웃는 소리에 예나는 특유의 직감이 발동했다.


기를 나누어 주는 고수?

이 친구들 탐모라에 무협 탐방하러 온 건가?

그런데 무협이라면 중국이 더 유명한데 왜 탐모라에...

정말 이상하군.


예나는 B구역에서 돌아가는 수화물벨트 위의 전광판 번호를 확인하면서 한편으로는 독특한 대화를 나누던 그들을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


"미미야, 얘들아! 여기가 007이야!"


예나 바로 옆에서 안경을 쓴 지훈이 천천히 걸어오는 미미 일행을 향해 소리쳤다.


다행이네.

같은 벨트라니.


예나도 지훈이 말하는 007벨트로 다가가 빙 둘러보았다.


아직 가방들이 안보이네.


그제야 수화물벨트로 막 짐이 하나 둘 튕겨져 나와 돌면서 차례로 투명 문 앞으로 정렬되었다. 짐이 하나씩 꽂힐 때마다 문 앞번호에 불이 켜졌다.


선배가 나와서 기다릴 시간이 넘었는데.


예나는 시간을 확인하고 한정에게 전화했다.


"선배, 잘 도착했어요. 아뇨, 아직 짐을 기다리는 중이에요. 공항에서 잠시 취재하고 싶은 사람들을 만나서요. 주차장에서 좀더 기다려 주시겠어요? 끝나고 바로 연락드릴 게요. 감사합니다."


미미 일행도 007벨트 주변을 계속 서성거렸다.


이들 짐도 아직 안 나온 모양인데?

그럼, 그 사이에 잠시...


예나는 얼른 미미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학생, 탐모라에 여러 번 온 것 같아 보이는데. 혹시 좋은 체험을 할 수 있는 정보를 알려줄 수 있나요? 나는 늘 가는 데가 가는 곳이어서 말이에요."

"그러세요? 저희는 신시神市에서 하는 프로그램을 예약하고 왔어요. 얘들은 다 처음이에요. 저만 여러 번 왔어요. 이번이 세 번째예요."


미미는 처음 보는 예나에게 별 거부감 없이 명랑한 표정으로 답했다.


"프로그램? 어떤?"

"'디어 마이 브레인 Dear My Brain'이란 프로그램이에요."


미미는 자신의 스마트폰을 꺼내 바로 예나에게 보여주었다.


"디어 마이 브레인?"


예나는 스마트폰을 빠르게 살펴보고 말했다.


"자기계발 프로그램인 것 같은데 맞나요?"

"네, 비슷해요. ‘뇌의 지도’라는 커넥톰connectome을 알게 되면서 전 늘 궁금했어요. 뇌의 기능에 대한 지식은 많은 데 정작 나의 90% 잠재된 뇌를 쓰는 방법은 알 수 없을까? 했어요.


그런데 ‘디어 마이 브레인’에 참가하면서 말그대로 나의 뇌와 커넥트 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몸과 마음 스스로 관리하는 방법도 차츰 터득하게 되었구요."


"주로 어떤 사람들이 많이 오나요?"

"다양한 사람들이 참가를 해요. 나이도 인종도 성별도 다양하구, 전 세계에서 오죠. 저처럼 습관을 고치려고 오는 사람들도 있구요, 독실한 신앙을 갖고 신을 만나고 싶어서 오는 사람들도 있어요.


그리고 사회적응을 위해 갱생 처방을 받아 참가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들었어요."


그렇다면 아까 같이 탑승한 해외 관광객들도 혹시?


"이걸 보니 ‘디어 마이 브레인’ 프로그램이 복잡하네요. 1단계에서 5단계까지. 거기다 단계별로 세부 프로그램도 많고."

"프로그램 구성은 그렇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말하면 몇 가지 테스트 후에 맞춤 프로그램을 안내받을 수 있어요. 그 중에서 선택을 하면 돼요."


"꽤 까다롭구나."

"절대 아니어요. 해보시면 알아요."


미미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주로 뭘 하죠? 뇌과학 상담?"

"뇌과학을 기반으로 하지만 사실 좀 많이 달라요."

"미미야, 네가 그랬잖아. ‘내면의 지성소'를 찾아간다고. 난 네가 한 그 말을 듣고 신청했는데."


곁에서 듣던 장희가 끼어들었다.


"전 그렇게 느꼈어요. 나의 뇌와 교류하면서 내면의 성스러움을 발견하는 느낌. 하지만 이건 순전히 제 느낌이에요. 사람마다 다르니까요."


뇌와 교류?

내면의 성스러움?

이들은 20대가 틀림 없는데 말이야...


"학생들 전공이 종교학인가요? 아니면 신학? 그것도 아니면 신경과학?"

까르륵


다섯 명이 일제히 웃었다.


"모두 다 아니예요. 아, 아까 제가 가방 꺼내 드린 분이시네요."


석호가 웃으며 강력히 부인했다.


"저와 장희는 취업 준비생이고요, 필룡이는 창업을 해서 1인 기업 대표예요. 미미와 지훈은 이제 막 새내기 직장인이구요."

"이번에는 축제도 열려요."


장희가 즐거운 듯 말했다.


"축제도 있어요?"

"매년 한 번씩 열리는 축제인데 ‘창조주와의 만남' 이라고 해요. 저희 모두 ‘디어 마이 브레인’ 프로그램 끝나고 축제에도 참가할 계획이에요."


미미가 다시 스마트폰에서 창조주와의 만남 안내를 찾아 예나에게 보여주었다.


"이거 유명한 축제인가요? 나는 왜 여태 몰랐을까?"

"제주도였을 때는 아는 사람들만 참가하는 작은 규모였어요. 그런데 탐모라가 되면서 특별한 체험을 원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퍼져 나가게 된 거죠. 그래서 아마 이번이 규모가 제일 클 거예요."


미미가 말했다.


"그런데 그 특별한 체험이란 무엇이죠? 아까 고수, 초지 뭐 그런 얘기들을 하는 것 같던데..."


예나는 멈추지 않고 계속 질문을 퍼부었다.


"얘들아! 가방 나왔다."


필룡이가 벨트를 지켜보다 말했다.


그러고 보니...


예나도 뒤늦게 가방을 찾지 않은 것을 기억하고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신예나 고객님 짐 찾는 곳: B-007-00144


"가방 찾는 것을 잊었네요. 잠시만요."

"저희도요."


미미와 장희, 석호, 지훈도 웃으며 필룡이 있는 곳으로 갔다.

예나는 144번호가 쓰여진 투명 플라스틱 문에 탑승 QR코드를 대고 문을 열어 가방을 꺼냈다. 미미 일행도 찾은 가방을 끌고 다시 예나에게로 모였다.


"내가 시간을 많이 빼앗았죠. 도움 고마워요. 시간 나면 언제든 연락주어요."


예나는 명함을 꺼내 다섯명에게 하나씩 주었다.


"방송 PD님이세요?"

"어쩐지..."


미미 일행은 예나에게 한 마디씩 하며 웃었다.


"고마워요. 다들 좋은 시간 보내요."

"신 PD님, 연락처로 아까 보신 자료들 공유해 드릴까요?"


미미가 받은 명함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그래 줄래요?"


미미 일행과 헤어지자 갑자기 예나는 갑자기 공항 주변에 있는 다른 여행자들까지 새삼 다른 느낌으로 보였다.


탐모라에서 일어나는 기이한 현상을 설명해 줄 실마리 하나를 드디어 찾은 건가...




- 신인 GOD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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