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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 GODMAN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BrainLight
작품등록일 :
2019.09.20 09:55
최근연재일 :
2019.12.25 08: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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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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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08,390

작성
19.12.17 08:00
조회
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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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글자
10쪽

가보家寶 (4)

DUMMY

"그럼 누님께서 말씀하신 가보란 서복이란 위인이 쓴 죽간입니까?"

"지금 내려오는 가보는 죽간은 아니에요. 황금색 비단에 씌여진 것이지요. 정확히 그때가 언제였는지는 알 수 없으나, 선조께서 죽간이 훼손될 것을 염려해 비단으로 옮겨 적어서 대대로 가보로 전해져 온 것은 분명해요."

"서복에 대해서는 저도 좀 들은 바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분이 그런 큰 도력을 지닌 분이란 이야기는 처음이네요. 그분을 기리는 신사도 몇 군데 있다고 하던데..."


"니키타 신사, 킨류 신사, 아스카 신사, 니아자키 신사들이지요."

"아주 소상히 알고 계시군요."

"가보와 관련된 위인의 행적이 있는 곳이니까요."

"그런데 그분이 죽간에 써서 준 내용은 무엇이었습니까?"

"'본심본태양앙명'이란 글귀였어요."

"본 심본태양앙명... 본심본태양 앙명... 본심 본태양앙명..."


송대준은 뜻을 풀이해보려고 여러 번 입으로 읊조리며 한참을 생각했다. 그러느라 벌써부터 나온 멜론 샤베트와 딸기, 포도 사과가 곁들여진 과일절임 후식을 먹는 것도 잊고 있었다.


"샤베트가 다 녹을 것 같아요."


미즈키가 심각한 표정으로 뜻풀이에 고심하는 송대준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이런, 정말 모르겠는데요. 대관절 무슨 뜻입니까? 본심본태양앙명이라는 것이."

"우리 가문에서는 태양을 중심으로 그 뜻을 새기고 익혀 왔지요. 태양신 아마테라스 오미카미天照大神의 신화를 송 회장도 잘 알고 있지요?"

"물론입니다. 일본 천황가와 관련된 신이니 자랄 때부터 들어 온 아주 익숙한 신화지요. 제가 아는 한 학자는 일본日本이라는 말 자체에서 이미 '日'자는 태양신 아마테라스를 가리키며, '日本'은 아마테라스의 자손이 통치하는 나라를 의미한다고 말하기도 하더군요."

"그렇죠. 관련한 여러 설들이 있지만, 초대 진무神武 천황이 새로 시작하는 천황제 국가에 아마테라스를 천황의 조상신이자 국가신으로 모셔서 그 권위와 정통성을 부여했다는 설이 유력한 이야기이죠.

문제는 태양신의 의미를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입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신가요? 어느 나라나 창세, 건국 신화가 있고 신화는 신화일 뿐이지 않나요? 태양신을 달리 어떻게 봐야 한다는 말씀이신지요."

"신화는 저마다 민족의 고유한 정신이 담겨 있지요. 그 정신을 어떻게 해석하고 보존하며 활용하느냐가 곧 민족과 국가의 정체성을 결정한다고 생각해요."

"그럼 아마테라스 태양신에 무슨 다른 의미라도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네, 가보를 통해 우리 가문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태양의 나라 일본이 '태양의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에요."

"태양의 마음? 그러고 보니 아까 본심본태양앙명과 일맥 상통하는 점이 있는 것 같은데요?"


송대준은 후식을 먹고서도 이야기가 길어지자 뒤늦게 맥주 한 잔을 추가로 주문하며 말했다.


"네, 맞아요. 신화를 보면 아마테라스가 동생 스사노오의 난폭한 행위가 두려워 동굴에 숨어 버리자 세상이 어두워졌지요. 그리고 신들이 아마테라스 여신을 동굴 밖으로 유인하기 위해 동굴 밖에서 춤을 추고 동굴 입구에 무언가를 두었었죠."

"아마테라스를 유인한 어령御靈 말씀이시군요. 야타노 가가미 八咫鏡란 거울 아닙니까?"

"맞아요. 그 어령, 말하자면 그 신기神器로 아마테라스 태양신이 자신을 비추어 보았고, 아마테라스가 동굴 밖으로 고개를 내밀자 어둠이 사라지고 다시 밝은 세상이 된 것이지요."

"그게 가보로 내려오는 비서秘書와 무슨 관련이 있습니까?"


송대준은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맥주를 한 모금 마시는 사이에 요리장이 자신이 내는 거라며 마른 안주를 담아 포도 모양의 유리 접시에 내왔다. 송대준이 좋아하는 와사비가 발린 땅콩, 멸치, 김에 말린 쌀과자가 가득 담겨 있었다.


"본심본태양은 즉, 자신의 내면에 있는 자기를 비추고 있는 밝은 태양을 찾아야 한다는 의미이죠. 우리가 외면하고 가려 온 마음 속의 밝은 태양, 본래의 마음을 밝히면 모두가 아마테라스와 같은 신神이 된다는 뜻이니까요."

"네?!!!"


송대준은 미즈키가 한 대담한 말에 너무도 놀라 입을 다물지 못하고 멍한 표정으로 미즈키를 쳐다보았다.


"아니, 그건 천황을 신으로 받들어 온 우리 일본에서 암묵적으로 금기시되는 이야기가 아닙니까? 어떻게 누님의 가문에서는 그런 이야기를 대대로 전하며 익혀 온 겁니까?"

"어쩌면 그게 우리 가문의 운명인지도 모르죠. 그 비서秘書를 오랜 세월을 간직하며 때를 기다려 세상에 공개하는 것이 사명이라면 사명이랄까. 철이 들면서 난 줄곧 그렇게 생각해 왔었죠."


그렇다면 그런 위험하고 중요한 이야기가 지금 이 시점에 내게 전해지는 것도 역시 운명인 걸까?


송대준은 미즈키의 이야기를 들을수록 더욱 생각이 깊어졌다.


"그동안 일본을 이끌어 온 수많은 통치자와 정치가들은 '태양의 나라'라는 이름으로 제국주의를 지향하며 무력을 써서 폭압적인 동양 평화를 이끌려고 해 왔었어요.

태양신과 태양신의 후손의 의미를 완전히 잘못 이해하고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왜곡시킨 때문이지요."

"신화에서 비롯한 일본의 정신을 말씀하신 이유가 이제 좀 이해가 됩니다."

"증조부께서는 '태양의 마음'이란 곧 '양심'이라고 하셨어요. 일찍이 우리 일본이 태양의 마음을 바르게 익혀 우리 나라가 지켜야 할 정신을 바르게 실현했다면, 지난 역사 속에서 돌이킬 수 없는 반인륜적 행위나 지금처럼 그것을 왜곡하고 합리화하려는 행태들이 결코 있을 수가 없었겠죠."

"태양의 마음...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정말 너무도 생각지도 못한 말씀을 듣는 것 같습니다. 태양의 나라, 양심..."


그러고 보니...


송대준은 탐모라 '창조주와의 만남'에서도 얼핏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그래서 지금에 처한 일본의 현실이 더욱 답답하다는 것이에요. 내가 부친의 뜻을 이어 받아 정치가가 돼야겠다고 결심한 이유도 바로 가보로 알게 된 일본의 참정신을 일본 국민들에게 알려야겠다는 신념에서였죠.


1990년대 초반부터 극우파가 내세우는 대표적인 주장들이 무엇이던가요? '일본은 침략전쟁을 하지 않았으며, 해방전쟁을 했다.'라는 거예요.

해방전쟁이라는 건 '백인의 지배 아래에서 아시아인을 해방시켰다.'라는 그들만의 식민지 합리화 방식이고 논리이지요. 침략전쟁을 인정하는 순간 자신들의 정체성을 유지할 수 없다고 느꼈기 때문이에요.


잘못된 역사관을 억지 신념으로 포장해서 일본이 건국 때부터 갖고 있는 숭고한 정신을 타락시키고 있는 거죠.

더욱이 일본 우익계가 타국에서 신종 비지니스를 만들어 내고 있는 사실을 알고 있어요?"

"우익이 비지니스도 됩니까?"


송대준은 처음 듣는 이념 비즈니스에 관한 이야기에 놀라며 물었다.


"네, 온라인으로 활동하며 조회수를 높여 광고비를 받거나 음성적으로 그 대가를 뒤에서 받는 행위들이에요.

돈이 되니까 새로운 친일파가 되어 신념보다는 당장의 눈앞에 보이는 이익만 좇으며 돈 몇 푼에 매국행위를 하는 사람들이 여러 나라에서 생겨나고 있어요. 세계 분열을 조장하는 우익의 비양심적인 행위들이지요."


송대준은 미즈키의 심각한 이야기에 새로 나온 차가운 맥주를 연거푸 마셔도 목이 타들어 가는 느낌이 들었다. 송대준의 맥주를 보고 미즈키도 네 번째 마가리타를 주문했다.


"가장 안타까운 점은 다른 누구도 아닌 우리 일본 국민들이에요. 정치가들의 야욕을 채우기 위해 이미 너무 오랫동안 무고한 희생양이 되어 왔으니.

일본 정치가들은 국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늘 국민들의 시선을 국외문제로 돌리려고 해 왔죠. 자신들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그들이 저지른 부정부패를 덮으려고 언제나 위협적인 공공의 적을 만들어 이용하며 국민의 눈과 귀를 가려 왔던 것이 사실이니까요."


예나 지금이나.


송대준은 갑자기 잊었다고 생각했던 오래전에 겪은 차별과 수모가 떠올랐다.


"그런 사회의 흐름을 과감하게 시정하려는 누님과 뜻을 같이 할 만한 정치인들은 더 없나요?"


송대준은 상황의 심각성을 느끼며 물었다. 미즈키는 대답대신 쓴웃음을 지으며 힘없이 고개만 좌우로 내저었다.


"그러면 누님은 제가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다시 한 번 만나세요."

"누구를요?"

"평화연구소 소장 예문호 박사."

"......."

"예 박사가 지구경영이라고 했다는데 지구경영이라는 게 무엇인 것 같아요?"


미즈키가 송대준에게 물었다.


"글쎄요, 물어보지 않았습니다. 그리 깊이 생각해보지도 않았구요."

"태양은 무엇 하나 가리지 않고 두루 비추어주지요. 빛, 온기, 생명을 조건없이 골고루 나눕니다."

"그렇죠."

"그게 바로 태양의 마음이 아닐까요? 만약 지구를 경영한다면 지구를 하나의 나라로 생각해보아도 좋지 않겠어요? 지구라는 나라에 일본은 하나의 번藩이라고 생각해보는 거죠."

"그럼 누님 생각으로 두 번째 탈번이란..."

"나는 그렇게 생각해요. 태양의 나라인 일본에서부터 누군가가 태양의 마음으로 일본을 넘어 지구 전체를 진정으로 평화롭게 할 위대한 선택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라고요."


태양의 나라...

태양의 마음...




- 신인 GOD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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