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藍淚人 님의 서재입니다.

도깨비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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藍淚人
작품등록일 :
2013.07.27 09:45
최근연재일 :
2013.09.13 00:11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24,523
추천수 :
597
글자수 :
138,041

작성
13.08.27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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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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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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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4장: 폭풍의 가장자리(2)

매주 화, 금 업데이트




DUMMY

벤치에 드러누운 지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뜨거운 나무판도 함께 달아오를 정도로 열기에 휩싸였던 내 몸도 서서히 식어갔다.

햇볕은 뜨거웠지만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땀을 식혀줬다.

잠깐 동안의 휴식은 갑작스럽게 피로감을 몰고 왔다. 덕분에 몸은 더욱 지쳐버렸다.

날카로운 햇살에 눈을 찌푸리다 겨우 몸을 옆으로 뉘었다. 가늘게 뜬 눈꺼풀 사이로 혼자 그네를 흔들고 있는 나빈이 보였다.

아직 흥분이 가라앉지 않은 듯 상기된 표정의 그녀.

귓가를 간질이는 시원한 바람, 그리고 하늘을 기둥처럼 받치고 있는 뭉게구름들.

무심결에 하늘에 뜬 구름을 하나하나 새면서 이름을 불러보았다.

‘이건 적란운, 저건 적운, 그리고 저기 있는 건… 음. 뭐더라?’

지구과학 시간에 배웠던 건데, 기억이 잘 안 나네. 저것들 비구름 아니었던가?

예전에 시골에서 봐왔던 선명한 파란 색 하늘 위에 떠 있던 구름이 생각났다. 금방이라도 내려와 세상을 하얗게 뒤덮을 것 같은 솜털 느낌의 구름. 하지만 지금 내 눈에 비치는 것은 오래되어 빛이 바랜 듯한 서울 하늘이다.

새하얀 구름만이 때 묻지 않은 그 때 모습으로 하늘을 수놓고 있다.

잠시 동안의 추억에 잠겨있는 사이, 거칠었던 호흡이 약간 진정되었다. 머리를 쥐어짜는 것 같던 느낌도 차차 잦아들었다. 혈관을 두드리며 거칠게 흐르던 적혈구의 느낌도 한 층 부드러워지면서 편안한 느낌이 들었다.

이제 나빈은 혼자 그네 타는 것도 지겨운 건지 열을 지어가는 개미 무리에 시선을 빼앗겼다. 저 녀석 무슨 생각으로 저러고 있는 거야? 얼떨결에 그녀의 손에 끌려 여기까지 왔지만, 앞으로 어떻게 할지 계획이 있는지 궁금했다.

그녀는 내 시선이 신경 쓰였는지 눈은 개미에 향한 채로 입을 걸었다.

“자. 이제 어디로 갈까?”

으음. 내가 물어보려고 한 건데…….

“혹시 아는데 있어? 부끄럽지만 내가 아는 곳이라곤 집 밖에 없어서.”

「다른 집」도 있지만 거긴 이야기 하지 말자. 내가 돌아갈 곳은 아니니까. 더군다나 나빈과 함께 라니. 절대로 안 될 일이다.

“있어! 김 서방 있는 데라면?”

“뭐? 네가 말하는 그 김 서방이라는 게 오늘 왔던 김달영이라는 안경잡이라면 절대로 피하고 싶은데…….”

설마, 너 나까지 코를 꿰게 할 속셈이냐? 거처를 제공하는 조건으로 강제로 계약서에 사인하라고 한다거나. 그건 절대 안 돼!

“에에. 그럼 없어.”

“너한테 기대를 한 내가 바보지.”

“음. 그래도 서울이 아니라면 나 알고 있는 사람이 몇 있긴 해. 지금쯤 아마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었을 텐데. 잘 있으려나?”

“가. 가만. 너 나이가 도대체 얼마…….”

“쉬잇! 최 서방! 여자의 나이는 함부로 묻는 게 아니라는 거 몰라? 인간이라면 기본으로 가질 상식이잖아.”

정색을 하는 나빈의 태도에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체중 말고도 나이도 신경 쓴다니. 영락없는 인간이네. 그럼 된 거 아닌가?

나빈의 나이가 얼마나 되는지 호기심이 일었지만 참기로 했다. 으음. 아무리 봐도 나 보단 어려 보이는데.

눈치 없는 내 질문 때문인지 금세 분위기는 냉랭해졌다.

아니, 이 상황에서 딱히 더 할 말이 없었다.

이대로 놀이터에 계속 못 박힌 것처럼 있어야하는 건가.

밥은? 잠은? 게임은?

마지막은 없어도 되긴 하지만, 뭐 암튼.

겨우 반나절 동안의 인연으로 더 이상 서로에 대한 간극을 좁히는 것은 어려워 보였다.

특히 나 같이 대화에 서툰 사람은.

우리는 그렇게 수십 분을 아무 말 없이 허공만 바라봤다.

‘그런데 인간의 기본이라……. 그런 건 나도 못 지키고 사는데 무슨 수로 인간이 되겠다는 건지.’

나빈이 도깨비라는 것과 인간이 되기 위해 내 심장이 필요하다는 것. 그것 외에 우리 사이를 연결해 주는 것은 없었다. 사실 아는 것도 없었다.

좀 예쁘다는 거?

피를 무서워 한다는 거?

빨간 색이 들어간 음식이 싫다는 거?

그런데, 뭐야 저 빨간 머리카락은. 거울을 보면 하루 수십 번도 기절 하겠네.

나빈의 정체는 분명 신비로운 것이긴 하지만, 관심을 가지기엔 두려웠다. 그리고 이것이 현실이 아닌 내 망상에서 나온 것이 아닌가 하는 불신이 여전히 가슴 속에 남아있다.

그 만큼 내가 날 못 믿는 다는 이야기지만.

다른 것 보다, 나빈이 나에 대해서 아는 게 있을까?

이름조차 재대로 부르지 않는데.

그저 옥탑방에 혼자 사는 남자라는 것과 달영이라는 정체불명의 안경잡이에게 지목되었다는 것. 내 심장이 필요하다는 것.

아마 그 정도 밖에는 모르겠지.

물론 방금 전까지의 소동은 꽤 흥미진진했다.

그녀의 입장에서도 즐거웠을 것 같다. 오랜 만에 몸도 실컷 풀었을 테니.

이런 저런 질문과 답을 스스로 내고 있었지만 분위기는 쉽게 바뀌지 않았다.

지루함에 죽을 지도 모르겠다.

폭풍 전야? 그건 아니고. 격렬함 뒤의 고요라고 해야 하나.

핸드폰이라도 가지고 나왔다면 모바일 게임이나 인터넷 검색이라도 했겠지만, 지금 주머니에 있는 것은 지갑도 열쇠도 아무 것도 없었다.

입고 있는 꼴도 티셔츠 한 장에 청바지, 그리고 슬리퍼만 신은 꼴이다. 누가 보더라도 백수가 잠깐 담배 피우러 나온 행색.

아무리 그래도 이런 꼴로 밖에 나오는 것은 피하고 싶었는데, 다른 사람의 눈에 내가 어떻게 보일지 슬쩍 겁이 났다.

아아. 이놈의 소심함은 언제 고쳐지려나.

좀이 쑤셔서 죽을 것 같다. 뭐라도 이야기꺼리를 만들어야지.

“…그런데 말이야.”

“응?”

개미 관찰도 이제 지겨운 것인지 혼자 맨땅에 그림을 그리고 있던 나빈이 날 향해 고개를 들었다.

“내가 행복해 지면 그 심장으로 네가 인간이 된다는 말. 그거 정말이야?”

“으음. 사실 나도 자세히는 모르지만, 김 서방이 일하는 곳에 대해서는 예전부터 소문을 들었어. 귀신이나 도깨비, 요괴 가릴 것 없이 의뢰만하면 인간으로 만들어 준다는 이야기 말이야. 열이면 열, 아홉이면 아홉, 거기서 하라는 대로만 하면 모두 인간이 될 수 있다고. 그런데 이상한 거는…”

이야기 하는 내내 김 서방 김 서방을 부르는 통에 누굴 말하는지 자꾸 헷갈렸다.

“이상 한 거라니?”

“들은 소문에는 의뢰한 사람마다 서로 다른 과제가 주어졌데. 단순한 심부름 같은 것부터 해서, 어떤 일을 하라거나, 누군가를 돕거나…….”

“너 같은 경우는 내 심장이 필요하다는 거…지?”

“응. 나도 처음에 계약서에 서명할 땐 심장이 필요하다는 것만 알았지 이런 건 줄은 몰랐어.”

“그 과제가 행복한 내 심장이라……. 거참 잔인하네. 흐흐.”

농담이라고 해도 내 심장을 멋대로 가지고 계약을 하다니. 다음에 안경잡이를 보면 좀 혼쭐을 내고 싶다. 어떤 식으로든.

“미안”

“응? 뭐가?”

“나 때문에 이상한 일에 휘말리게 돼서.”

“뭐. 내 쪽에서도 아침부터 정신없게 했지. 그 빗자루가 너였을 줄은 몰랐으니까.”

“그러게. 묘한 인연이네. 우연히 날 데리고 간 사람이 내가 찾던 최 서방이라니.”

「끄덕」

뭐 달갑지 않은 인견이었지만.

이 만남의 끝이 어떻게 흘러갈지 장담할 수 없었다.

확신이 드는 건, 나빈은 원하는 인간이 되지 못할 것이고, 난 여전히 불행한 채로 시간을 보내다 죽겠지? 내게 주어진 천수를 누리는 걸 바라는 건 사치일까?

차라리 달영의 말마따나, 기약 없는 내일을 포기하고 행복을 대가로 심장을 바치는 것은?

날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건 이제 아무 것도 없으니까.

젊으니까 앞을 보라고?

내 안에서 행복을 찾으라고?

그런 긍정의 마음이 없었던 건 아니다.

번번이 내게 돌아오는 좌절과 고통, 그리고 고독감은 내 안쪽부터 갉아먹더니 이젠 사람의 껍데기조차 유지하기 힘든 상황에 왔다.

그런 텅 빈 내 안에서 심장, 그것도 행복한 심장을 얻는 다는 것은 사막에서 저절로 얼음이 생기길 기대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뭐 내 입으로 한 말이지만, 닭 염통꼬치의 심장이 더 나을지도 모를 지경이다.

너 혹시 달영이라는 사람한테 크게 빚이라도 진거야? 크게 잘못이라도 한 거야?

너도 참 안 됐네. 하고많은 과제 중에 기껏 받은 것이 나 같은 불행 덩어리라니.

“하아. 이제. 정말 어떻게 할까?”

또 그 소리.

내 입에서 나오는 말이라는 게 다 이렇지 뭐.

일단 지금은 나빈을 달영에게 돌려보내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무지 다른 방법은 생각나지 않았다.

“우리 고모. 절대 포기 안하실거야. 한번 마음에 걸리는 건 끝을 보는 성격이거든. 어릴 적

에도 그랬어. 아버지랑 싸운 것도 그런 거고. 결국은…….”

“그 고모는 왜 최 서방을 그렇게 잡아갈려는 거야?”

“적어도 아버지는 닮지 말기를 바라는 거겠지. 좋아했으니까.”

“뭐?”

좋아했다는 표현을 다르게 들은 건가?

“좋아했다고. 이성적으로나 뭐 그런 건 아니지만, 저래보여도 오래전엔 나름 사이좋은 오누이였고 조카 고모 사이였어. 지금은……. 제길!”

갑자기 옛 생각이 떠오르자 욕지기가 치밀었다.

잊고 있었던 기억은 내 기분을 폭풍이 부는 바다 위에 홀로 떠 있는 돛단배처럼 바꿔놓았다.

감정이 그대로 들어난 내 표정이 나빈을 향한 것도 아니었는데, 긴장감이란 전혀 없을 것 같은 그녀의 안색을 바꿔놓을 정도로.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추천과 댓글 부탁드립니다.
쿠크○스 같은 작가의 멘탈 개선에 큰 힘이 됩니다. Attached Image

작가의말

약속드린대로 화요일이 되자마자 글을 올립니다.

갑작스럽게 일을 다시 시작해서 일정에 맞출 수 있을 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나름 충실하게 비축분을 만들고 있으니 어떻게든 되겠죠.

이번 이야기는 재미가 좀 없을 것 같아 조금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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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1장: 옥상 위의 침략자(6) +1 13.07.27 1,043 2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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