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藍淚人 님의 서재입니다.

도깨비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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藍淚人
작품등록일 :
2013.07.27 09:45
최근연재일 :
2013.09.13 00:11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24,526
추천수 :
597
글자수 :
138,041

작성
13.07.27 09:57
조회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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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글자
10쪽

1장: 옥상 위의 침략자(4)

매주 화, 금 업데이트




DUMMY

유진과 나의 인연은 중2병적인 망상에 빠져들어야 할 중학교 2학년 때 시작되었다.

한창 사춘기의 열병이 일상이었을 나이에 나는, 병으로 어머니를 잃고 하루하루를 심각할 정도로 슬픔에 빠져있었다.

15년간 함께 있었던 한 사람이 사라진 집은 내가 알 던 그 집이 아니었다.

빨려들 것 같은 적막감과 슬픔, 그리고 고독이 가득한 불 꺼진 빈방. 그곳에 계속 있었다간 미칠 것 만 같았다. 거기다 아버지는 항상 술에 취해 잠에 들어있거나 집에 들어오지 않은 꼴이었다. 집에서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은 단 한사람도 없었다.

그 때 고모라도 있었다면 품에 안겨 힘껏 울었겠지만, 그 시절 집안 사정은 어린 내가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었기 때문에 의지할 수 없었다. 그냥 혼자 도망치듯이 늦게까지 집에 들어가지 않고 거의 매일을 미술실에서 홀로 그림을 그렸다.

그 날도 혼자 집에 돌아가지 않고 불 꺼진 미술실에서 울면서(지금 생각하면 참 바보 같지만) 수채화를 그리고 있었다. 달빛을 조명 삼아.

보통 그런 때라면 돌아가신 어머니의 얼굴이 떠올라 그림을 그렸을 건데, 그 때 난 이상하게도 풍경화만 계속 그렸었다. 어디선가 본 것 같은 풍경을. 분명 기억에 있긴 한데 어딘지 잘 모르는…….

그 때, 누가 내 뒤에서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에 뒤를 돌아보자 처음 보는 여자애가 서 있었다. 난 우는 꼴이 들킨 게 너무 부끄러워서 그 자리에서 도망치려고 했는데, 갑자기 내 손을 잡는 것이었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그 애도 울고 있었다.

그렇게 우린 함께 만났다.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이성의 품에 안겨 울었다.

장례식장에서 억지로 참고 있었던 몫까지. 힘껏.

그리고 운명처럼 우리는 친구 이상이 되었다.


그 때 이야기를 유진에게 하면 부끄럽다고 그만하라고 때린다. 4년이 지난 지금도.

정작 부끄러운 건 난데 말이다.

나와 유진은 오랜만에 서울 숲으로 가기위해 버스를 기다렸다.


“뭐 나한테 할 말 없어?”


뻔한 속셈이 드러나 보이는 그녀의 기습 질문. 이럴 때 늘 하는 대답이 있었지.


“글~쎄?”

“정말, 할 ‘말’ 없어?”

“응? 우리 집에 ‘말’ 없어. 나 자전거 타고 다니는 거 알잖아.”


살짝 화가 난 듯 목소리 톤이 올라간다.


“너 정말 이러기야?”

“히히”


갑자기 가슴으로 날아오는 주먹.


‘퍽’

“아얏!”

“그게 뭐가 아프다고 그래? 남자가. 후후”


제 딴에는 살살 친다고 치지만, 역시 아프다. 여자애들이 잘 모르는 사실 중 하나다. 은근히 손이 맵다는 거.

매번 같은 패턴이지만 항복하는 척 그녀가 원하는 답을 말해주었다.


“이…뻐”

“응? 잘 안 들려.”

“이쁘다구.”


그녀는 대답이 별로 만족스럽지 않다는 듯 입을 삐쭉거렸다.


“겨우? 그 정도?”

“세상에서 제일 이뻐! 그 누구 보다! 그리고 오늘 옷 정말 잘 어울려!”


말주변이 없는 내가 할 수 있는 가능한 최고의 찬사를 보냈다.

그러자 그녀는 이제야 만족했다는 듯 내 팔을 가득 잡고 안았다.

순간 가슴에 닿는 그녀의 팔의 촉감과 폭신한 가슴의 느낌에 나는 흥분이 되었다.


“75점”

“에게……. 좀 더 좋은 점수일 줄 알았는데.”

“넌 책을 더 많이 읽어야 돼.”


늘 하는 말.

유진은 내게 책을 항상 읽으라고 권하지만 귓등으로 듣고 흘려버리곤 했다. 그래도 유진을 알고 나서는 평소보다 많은 책을 읽기 시작했다.

아마 그녀는 ‘만약 네가 그리스 시대에 태어났다면 아킬레우스가 헬레네가 아닌 너한테 구혼했을 거야. 그리고 전쟁이 일어났겠지.’ 같은 대답을 원했겠지.

지금은 당장 생각에 떠오르지 않았지만 다음에는 좀 더 멋진 대답을 준비해야겠다.

곧 서울 숲으로 가는 145번 버스가 도착했고, 버스에 올랐다.

평일 낮이라 손님이 거의 없어서 둘이 함께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버스는 응봉교를 지나 한강을 가로질러 달렸다. 다리는 아직 공사 중이라 철제 바닥에 버스는 심하게 흔들렸고, 유진은 ‘앗’하고 놀라며 내 쪽으로 기대왔다. 그 순간 풍겨오는 달콤한 그녀의 향기. 유진은 그대로 내 가슴에 기댄 채로 올려다보았다.

마주치는 두 사람의 눈동자.

그때, 그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난 알 수 있었다.

손님이 거의 없는 텅 빈 버스. 운전기사는 운전하느라 정신이 없다.

설사 눈치 채더라도 뭐라 하진 않겠지. 이제 우린 어른이잖아.

그녀는 대답을 기다린다는 듯 입을 다물고 눈을 감았고, 나는 천천히 입술을 그 입술에 갔다대었다. 부드럽고 촉촉하게 느껴지는 그녀의 입술. 심장이 마구 요동치기 시작했다.

난 그 순간이 영원하기를 바랐다.

가지런히 대었던 입술을 살짝 고개를 틀어 교차하고 다물었던 입술을 살짝 열었다.

그리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려고 하는 순간, 실망스럽게도 버스 안내 방송이 들려왔다.

‘이번 정거장은 서울 숲. 서울 숲입니다. This Stop is…’

유진과 나는 살짝 당황하여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고 버스가 정차하자 도망치듯 내렸다.

나도 유진도 뭐가 즐거운지 아무 말 하지 않고 웃기만 했다.

서로는 그대로 양손을 잡고 흔들면서 서울 숲 입구의 육교 위로 올라갔다.

나무로 장식된 바닥은 마치 실로폰 같아서,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 그 위를 유진은 폴짝폴짝 뛰면서 연주하듯 천천히 한 칸씩 움직였다.

내가 약간 재촉하자 그제야 잰걸음으로 끌려가듯 따라왔다.

그 때 육교 위에는 이상하면서도 익숙한 차림의 한 사람이 난간에 기대어 대나무 숲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짙은 보라색의 양산에 똑같은 색의 화려한 파티 드레스 차림의 또래로 보이는 여성. 분명 일상에서 보기 힘든 복장이지만 나는 어렴풋이 그 옷을 입은 사람을 알 것 같았다.


‘…고모?’


설마. 혜민 고모는 지금 뉴욕에 사업차 있을 거다. 서울 숲 같이 서민들이 찾는 공원에 올 사람이 아닌데 뭔가 잘못 봤겠지.

주저하는 사이 유진이 나를 앞질러 이번에는 나를 끌고 가기 시작했다.

육교 끝의 계단을 내려가기 위해 한걸음 내딛는 순간, 갑자기 누가 내 등을 밀었다.


“헉”


몸이 붕 뜨면서 떨어지는 느낌.

계단 아래로 굴러 바닥으로 충돌하려고 했다. 나는 힘껏 몸을 비틀어 뒤를 보았다.

나를 민 사람이 누군지 보기 위해.

하늘 위에 높게 뜬 태양은 일순간 내 눈을 부시게 했고, 계단 위에서 내 등을 민 존재의 실루엣만 겨우 볼 수 있었다.


“?!”


그 실루엣은 유진이었다.


‘거짓말’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분명 유진이었다.

그녀는 등을 민 손을 그대로 앞으로 내민 채로 해맑게 웃고 있었다.

정말 너무나 환하게…….

그녀가… 왜?

계단 아래로 굴러 떨어지는 시간이 수 시간처럼 길게 느껴졌다. 마치 영화의 슬로우 모션처럼 주변 풍경은 매우 천천히 움직였다.

팔을 뻗어 봤지만 유진은 바로 뒤로 돌아 사라져버렸다.

나는 당황함과 순간 끓어오르는 분노로 가슴이 떨렸다. 무어라 외치고 싶었지만, 벙어리가 된 것처럼 소리는 목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어떤 말을 해야 할지도 몰랐다.

등이 맨바닥에 닿는 순간, 나는 고통을 참기위해 몸을 잔뜩 움츠리고 눈을 찔끔 감았다.

하지만 아무런 느낌도 들지 않았다.


‘아-’


이제야 알았냐? 또 그 꿈이다.

아 이거 꿈이구나. 거의 매일같이 반복되던 그 꿈. 날 마구 괴롭히던.

끝 부분은 조금 다르게 각색되었지만 그 전까지 내용은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가장 소중했던 기억의 일부.

전두엽이 주인인 내게 무슨 원한을 품었는지 모르겠지만, 이런 식의 각색은 정신건강에 안 좋다.

처음 이 꿈을 꿨을 땐 잠에서 깨자마자 비명을 질렀으니까.

이젠 익숙해서 화도 안 난다. 하지만 꿈을 꾸는 동안에는 이게 실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까맣게 잊게 된다.


‘아- 깨야지. 이거. 계속되면 정신 건강에 안 좋아.’


몸을 움직여보려고 했지만 꼼짝달싹도 할 수 없었다. 무언가에 단단히 눌린 것처럼 바닥에 단단히 고정된 것 같이.

꿈속의 엑스트라들은 내가 바닥에 누워있는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주어진 역할대로 그대로 진로를 따라 밟고 지나갔다.


‘야! 그. 그만! 그만해!’


거기다 이상한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먼지 냄새와 오래된 곰팡이 냄새가 뒤 섞인.

이번 꿈은 어떻게든 빨리 깨고 싶어서 몸부림쳤다.


‘이제 그만-!’


+ + + + +


겨우 눈을 뜨자 역시 내가 있는 곳은 어두운 방 안.

창문을 타고 들어오는 푸르스름한 불빛. 그리고 눈에 들어온 천정의 흐릿한 벽지.

그런데 얼굴에서 끈적끈적한 느낌이 들었다. 아직 잠이 덜 깬 건가?

응? 갑자기 드는 이상한 위화감. 몸을 무겁게 누르는 익숙하지 않은 무게감에 순간 정신이 바짝 들었다. 꿈속에서 느꼈던 것처럼.


“으으. 피곤해서 그런가. 뭐지?”


그건 근육통이나 막 잠에 깨어서 느끼는 그런 것이 아니다.

아직 어둠에 눈이 익숙하지 않아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검은 그림자가 날 짓누르고 있었다. 그때, 그림자의 까만 눈동자가 내 눈과 마주쳤다.


‘헉’


이건 착각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 눈동자가 두렵진 않았다.

그 눈동자의 주인은 여자였다. 긴 머리카락의.

이건 꿈이 아니다.

그래. 지금 처음 보는 여자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그것도 알몸으로…….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추천과 댓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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