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藍淚人 님의 서재입니다.

도깨비가 온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현대판타지

藍淚人
작품등록일 :
2013.07.27 09:45
최근연재일 :
2013.09.13 00:11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24,525
추천수 :
597
글자수 :
138,041

작성
13.08.02 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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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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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글자
11쪽

2장: 또다른 불청객(2)

매주 화, 금 업데이트




DUMMY

“…그런데. 몸은 괜찮아? 어제 갑자기 기절했잖아.”

“아. 그거 말이야?

“응”

“사실은 나 피를… 좀 무서…워하거든. 그래서…”

그러면서 내 시선을 애써 피했다. 자기 입으로 말하기 좀 부끄러웠나보다.

“하하하”

가만. 내가 잘못 들었나?

80년대도 아니고, 요즘 시대에 피를 보면 기절하는 병약 미소녀 설정? 무자비한 레슬링 공격을 하는 그녀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올 줄은 상상도 못했다. 어이가 없을 정도로.

뭐 그건 그렇다 치고,

“침대 밑에서 대체 뭘 한 거야? 쥐라도 잡고 있었냐?”

“침대 밑이라니? 난 위에서 자고 있었다고. 그걸 침대 밑에 밀어 넣은 건 아저씨고!”

내가 왜 그녀를? 여자를 벗긴 후 침대 밑에 감금하는 변태적인 플레이를 취미로 한 적은 없었다. 넘어지면서 머리를 세게 부딪쳤나?

“머리. 괜찮아?”

“안 괜찮아!”

그녀는 화를 내면서 먼지투성이가 된 머리카락을 내밀었다.

“내 말은 그게 아닌데…….”

“아. 정말!”

먼지로 엉망이 된 머리를 잔뜩 감싸 쥐고는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주먹으로 두드렸다. 그리고 크게 한숨을 쉬고는 진지한 눈빛으로 날 바라보았다.

“김 서방!”

“자꾸 날 김 서방이라 부르는데, 나 김 서방이 아니라고…”

아 참. 내 이름 아직 안 알려줬구나.

갑자기 그녀는 꿰뚫을 듯한 눈빛을 내게 보냈다. 그리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진지하게 들어줘. 농담이나 헛소리가 아니니까.”

“…아. 응”

마치 고백이라도 할 것처럼, 나와 눈을 마주친 그녀는 수 초간의 침묵 끝에 입을 열었다. 나는 그 눈이 부담스러워서 필사적으로 피했다.

“그 빗자루가 나야.”

“응? 뭐라고?”

뭔가 잘못 들은 줄 알았다. 무슨 소리야? 대체!

“그 빗자루가 내가 변신한 거라고!”

“뭐. 뭣?”

내가 아무리 방구석 폐인이라지만 취미나 상상력이 거기까지 닿지 않았다. 그녀가 하는 말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 플라스틱 빗자루가 너라고? 이게 무슨 커밍아웃? 아니 빗밍아웃인가?

“무슨 여자아이가 빗자루가 된다는 거야? 마법소녀로 변신 하는 거라면 몰라도. 믿을 걸 믿으라고 해. 네가 옛날이야기에 나오는 도깨비냐? 그리고 보통 싸리 빗자루 같은 걸로 변하는 거 아니야? 내가 좀 속여먹기 쉬운 인상이긴 하지만 되는 말을 해 좀.”

“…내가 그 도깨비야.”

아. 그랬구나. 그래! 이제 이해가 되…기는 무슨! 이야기는 더욱 미궁으로 빠져들었다. 그녀는 못 믿겠다는 내 표정에 체념 섞인 한숨을 쉬었다.

“하아. 내가 어떻게 해야 김 서방이 믿어줄까?”

“…서방은 좀 빼줘. 우리 결혼한 사이도 아니고…….”

도깨비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말버릇이긴 한데. 그게 그녀가 도깨비라는 사실을 증명해주진 못하니까. 더군다나 지금은 21세기라고!

아! 맞다. 만약 그녀가 도깨비라는 것을 증명하겠다면 역시 그 방법 밖이 제일 확실하겠지?

그녀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네가 도깨비라면, 그리고 그 빗자루였다면, 다시 빗자루로 변해 보이면 내가 믿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렵지 않지?”

“…”

역시. 자 진실을 말해보라고 내게.

그녀는 내 말이 일리가 있다는 듯 눈을 반짝이며 살짝 웃었지만 이내 표정이 바뀌었다.

“시. 싫어! 또 마구 더럽히려고?”

아 또 시작했다.

변태 취급. 내가 뭘 어떻게 누구를 더럽혔다는 건지. 내가 더럽힌 거라곤 이 방이랑 빗자루…응? 잠깐 뭔가 더럽힌다는 거랑 연관된 일이 떠오른 거 같은데. 하지만 그 생각은 번개처럼 스쳐가서 비눗방울처럼 순식간에 사라졌다.

일단 증명을 거부한 이상 그녀의 말을 믿을 이유는 없었다.

“그럼. 어떻게 네 말을 믿니. 네가?”

이젠 완전히 울상이 되었다.

“아아악. 정말! 도깨비감투를 보여주면 믿을 텐데……. 옷이랑 같이 잃어버렸어. 어떡하지?”

왠지 그리운 이름이었다. 어릴 적 동화책에서 읽은 도깨비 이야기에서 나오던 건데. 감투를 쓰면 투명해진다고 했던가? 뭐 그런?

“도깨비감투라는 게 뭐인지 잘 모르지만, 그게 없으면 네가 도깨비라는 사실을 그냥 믿을 순 없지.”

“됐어! 기대를 한 내가 잘못이지! 딱히 믿는다고 달라질 것도 없고 말이야.”

체념 섟인 투정.

그런데, 뭘 기대한 건가. 내 놀라는 모습? 그건 괴력으로 이미 충분히 보여줬는데 말이야.

그래. 포기가 빠르면 편하다. 되지도 않는 이상한 변명을 하는 것 보다는 말이야. 그러고 보니 도깨비감투 말고도 다른 이미지가 떠올랐다.

“가만. 도깨비라면 보통 뿔을 달고 있고, 도깨비 방망이에 호피 무늬 옷 같은 거 입지 않나? 넌 전혀 그런 모습으론 안 보이는데. 혹시 뿔 같은 거 보여줄 수 있어?”

괜한 호기심에 던져본 질문. 그런데,

“이놈!”

“에엣?”

“이이이놈!”

뜬금없이 옛날 어르신들이나 아주머니들이 꼬맹이들을 놀래 킬 때 쓰는 말로 외쳤다. 그녀는 몹시 자존심이 상했다는 듯이 속사포로 외쳤다.

“무슨 이야길 해도 해도 될 말이 있고, 안될 말이 있지! 날 야차나 일본 귀신같은 거랑 비교하는 거야? 난 도깨비라고. 도깨비! 그런 흉악한 것들이랑 날 동일시하지 마! 요즘 이 나라는 역사 교육을 어떻게 하는 거야? 전통이 이런 식으로 무시당하다니, 정말 참을 수 없어!”

“전래동화랑 전통이랑 무슨 상관이… 그리고 도깨비가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생겼다는 거야? 알 수가 없네. 정말.”

내 얄팍한 지식으론 그녀의 반응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내가 아는 도깨비의 이미지는 그것 밖에 없는데.

“뭐. 흉폭한건 확실한 것 같지만…”

“크르릉!”

침대에서 뛰어내린 그녀는 빠른 속도로 내 품으로 들어왔다. 그러더니 피할 새도 없이 한 쪽 손으로 내 목을 잡고 그대로 번쩍 들어 올랐다. 난 가볍게 번쩍 들린 채로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렸다. 오리가 물 갈퀴질을 하듯 바닥에서 떨어진 발은 허우적거렸다.

목을 쥔 손을 풀려고 했지만, 무슨 미래에서 온 사이보그라도 되는 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약간이라도 힘이 더 들어온다면 툭하고 부러질 것만 같았다.

“켁켁! 뭐. 뭐야. 무슨 여자애가 힘이…….”

“이얍!”

또 레슬링 기술. 이건 뭔지 알 것 같다. 쵸크슬램이다.

「쿵!」

바닥을 울리는 소리와 함께 등이 그대로 맨바닥에 부딪쳤다. 타는 듯한 통증으로 숨이 막힐 것 같았다. 새벽에 이어 오늘도 이런 일이 생길 줄은……. 다른 건 몰라도 그녀의 괴력은 확실히 도깨비 급이다. 저 가느다란 몸으로 어떻게? 이대로 또 레슬링 기술을 당한다면 몸이 버티지 못할 거다. 내 맷집이 아무리 좋아도 이젠 한계였다.

“그. 그만 좀 제발. 믿으면 되지? 믿으면? 알았으니까. 제발 진정해.”

난 통증 때문에 제대로 생각을 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정말 믿는 다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믿는 척 할 뿐.

‘씩씩’

그녀는 분이 풀리지 않은 듯 거칠게 호흡을 내 쉬었다.

다음 기술을 걸려고 자세를 취했지만 바닥에 나뒹굴며 축 늘어진 나를 보고는 안쓰러웠는지 더 이상 공격을 하진 않았다. 나에게 자신의 수상한 정체를 알리는 것을 포기한 것 같다.

“나 나갈래.”

“응?”

잔뜩 풀이 죽은 목소리. 그녀는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뒤로 돌아섰다. 그게 그렇게 중요한 건가? 뭐 내가 먼저 질문을 하긴 했지만.

“이 옷은 나중에 돌려줄게. 소중한 거지?”

입고 있던 원피스의 치맛자락을 손으로 쥐고 살짝 들었다. 무심결에 드러난 허벅지에 눈길이 갔다. 이런.

“…아니. 그냥 입고 있다가 버려도 상관없어. 어차피 있어봐야 꺼내지도 않았을 거니까. 계속 보고 있으니 미칠 것 같았어. 잘 됐지 뭐.”

“…고마워. 김 서방”

“하하. 나 김 씨 아닌데. 이거 정말.”

요란스러웠던 아침의 시작은 이걸로 끝나는 건가?

갑자기 순순히 나가려는 그녀를 보니 이상하게 가슴이 아팠다. 아니면 방금 충격으로 아픈 건가?

솔직히 내가 그녀를 잡을 이유 같은 건 없는데. 거기다 오늘은 언제 올지 모를 손님을 맞아야하니까……. 제대로 된 작별이 아니라는 게 이상하게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응? 설마 내가 이 폭력녀랑 다시 만다고 싶다고 생각하는 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내가 누군가를 다시 만나고 싶다거나, 이름을 알고 싶다고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

학교라던가, 아르바이트라던가, 가족이라던가. 나는 그런 이해관계를 떠나 다른 사람을 만난 적이 없었다.

순수하게 사람을 만나고 싶다거나 알고 싶다거나, 그런 감정을 잃어버린 지 오래. 그저 스쳐가는 인연 정도로 생각하면 그만이었다. 혼자 있는 게 편했다.

왜냐고? 항상 나만 상처만 입으니까.

믿는다고 불러주는 사람은 없었다. 내 믿음을 비웃듯 속일 뿐이다.

솔직하다고 신뢰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진실 따위 전해질 리가 없다.

기억하고 있다고 알아주는 사람은 없었다. 버림받을 뿐.

현실은 항상 그런 식으로 내게 잔혹했다.

오해나 편견으로 시작된 따돌림, 거짓으로 꾸며진 소문들. 그리고 어제와 다른 차가운 시선, 결국엔 회복할 수 없는 관계로 치달았다. 그 덕분에 난 점점 사람과 만나는 게 두렵고 자신을 잃어갔다.

유일하게 그런 감정을 품고 함께 했던 사람마저 날 버렸는데……. 이제 무슨 소용이 있어? 제길!

이런 감정, 다시 느껴봐야 결국 상처만 남을 뿐이잖아.

이 소녀도 좀 이상한 방식으로 만나지 않았다면 나 같은 사람이랑 옷깃조차 스칠 일이 없었을 텐데. 자신이 빗자루나 도깨비라고 주장하는 괴짜긴 해도…….

‘이름 정도는 알 고 싶었는데. 역시 지금 물어보는 건 이상하겠지’

역시 쉽게 나오지 않은 목소리.

조금 전까지 잘도 떠들어 놓곤 이제 용기가 나지 않는다니.

바보 같다. 정말.

이런 내 아웃사이더의 본능이 너무 싫다.

내가 싫다.

결국 할 수 있는 건 겨우 그녀의 뒷모습을 보는 정도였다. 그것도 바닥에 드러누운 채로.

‘잘 가라. 찾고 있다는 그 사람, 만나길 빌게.’

들리지 않게 작게 속삭였다.

그런데 방을 나서던 그녀의 발걸음이 멈췄다.

그 발걸음이 멈춘 곳은 문지방 아래에 수북이 쌓여있던 고지서 더미였다.

“뭔 고지서가 이렇게 많아?”

그녀는 그 중 하나를 집어 들고 말했다.

“아… 그거? 버릴 거니까 신경 쓰지 말고 그냥 가.”

이런. 마음에도 없는 소릴 또…….

그런데 고지서의 겉봉투를 본 그녀의 표정이 바뀌었다.

“이…이거?!”

“왜? 무슨 문제라도?”

환희와 흥분, 분노가 뒤섞인 묘한 표정. 목소리도 심하게 떨리고 있다.

“관악구 신림동 X0-4X9번지 청운빌딩(옥상) 최인공?”

그녀의 눈빛은 사냥감을 노려보는 맹수의 눈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그 눈빛을 나에게 향했다.

“드디어 찾았어!”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추천과 댓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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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말

1화 마지막입니다.

다음 중에는 2화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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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4장: 폭풍의 가장자리(5) +4 13.08.30 330 8 11쪽
23 4장: 폭풍의 가장자리(4) 13.08.30 501 1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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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2장: 또다른 불청객(3) +1 13.08.09 754 18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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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1장: 옥상 위의 침략자(6) +1 13.07.27 1,043 2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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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1장: 옥상 위의 침략자(4) +3 13.07.27 1,120 29 10쪽
4 1장: 옥상 위의 침략자(3) 13.07.27 957 29 9쪽
3 1장: 옥상 위의 침략자(2) 13.07.27 947 2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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