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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국이 있다면

쓰레기에서 스테이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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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산타있어요
작품등록일 :
2022.10.27 16:44
최근연재일 :
2024.02.23 07: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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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8,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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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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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97화. 2주의 가을

DUMMY

68억 중 10억.

무려 14.7%에 달하는 엄청난 비율이다.


국가마다 차이는 있다.

예로 한국은 35%를 넘는 비율로 1위를 차지했다.


이 많은 인원의 눈이 돌아갔다.


“뭐, 겨울 날씨가 영하 50도를 찍었을 때 멸망이 이런 건가 싶긴 했어도, 직접 눈으로 보니까 또 다르네.”

“그쵸. 피부에 와닿는다고 해야 하나.”

“공지는 봤어? 멸망을 피할 확률이 0.01%라고.”

 

명석은 굳이 정보를 싸매지 않았다.

소통을 결정한 후, 유저들이 알아도 될 만한 정보들은 그때그때 아낌없이 풀었다.


명석의 개인 정보 같은 부분을 제외하고 거의 전부.


이건 믿음이다.

유저들이 괜한 불안으로 질서를 어그러뜨리지 않으리란 믿음이 있었다.


같은 목표를 공유한 사람이 수억이다.

그리고 모든 사람이 각자의 재능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는 토대가 깔려 있다.


심지어 타인을 이용해 잇속을 차리려는 부류는 알아서 철퇴를 맞는다.


이쯤 되면 내버려 둬도 옳은 방향을 찾아가게 되어있다.


아니나 다를까.


“봤어요. 만 개의 차원 중 하나 빼고는 다 멸망했단 거 아니에요. 어휴. 그 정도로 심각한 줄 누가 알았나.”

“그러니 우리 최초 각성자님이 더 대단한 거 아니야. 우리는 그냥 가만히 있었는데 벌써 거의 다 왔잖아!”

“하긴.”

“어떡하면 저걸 더 빨리 내려가게 할 수 있을까?”


유저들은 집단지성을 동원해 분석에 나섰다.


어떤 변화가 있을 때 게이지가 얼마큼 변화를 보이는지, 검은색이 줄어들지만 않고 늘어나기도 하는지, 인위적으로 개입할 방법이 있을지.


멸망 게이지 바를 잘근잘근 씹어서 소화했다.


10억의 인원이 전부 덤벼드는 거다.

못 할 일이 없다.


지표라는 건, 목표라는 건, 참 사람을 미치게 한다.

그게 수치화하여 눈앞에 나타나니 사람들이 미쳐버렸다.


멸망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던 대다수의 소시민조차 눈이 돌아갔다.


지금까지 언제 올지도 모르는 불확실한 멸망만 인지했던 사람들.

갈수록 심해지는 자연재해 덕에 위기감은 느꼈지만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던 사람들.


이젠 마치 물 만난 고기처럼 연구의 바다를 누볐다.


“결론은 하나네.”


고작 일주일.

그들이 근거에 근거해 결론을 내리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무조건 유저 수를 늘려야 해. 그게 맞아.”

“우리가 이미 하던 일이네!”

“이야. 새삼 대단해. 이걸 본능으로 해치운 거 아니야, 최초 각성자님은.”


전체 유저 수가 늘수록 원정봇을 쓰는 인원이 많아진다. 24시간 공짜 노동력, 아니, 정화 인구가 늘어날수록 유리한 건 여섯 살 꼬마 각성자도 아는 ‘진실’이다.


“1순위가 총인원이면 2순위가 고레벨이지.”

“가능하면 퍼플. 퍼플이 많아야 해.”


결론이 나자마자 사람들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스케줄을 좀 짜봐야겠네. 전도도 하고 레벨도 올리려면 24시간이 모자라겠어.”

“아니 전도가 뭐야!”

“그럼 뭐라고 해. 딱 맞는 단어가 없는데.”

“포섭! 차라리 포섭이라고 해.”

“비밀작전하냐? 스파이야?”


사람들은 이미 이 촌극에 익숙해졌다.

모집이니 가입 유도니 했다가 본인조차도 사이비 같아서 웃고는 다른 말로 바꾸곤 했다.


한국은 이미 이 분야의 선두 주자가 되어있었다.

유저가 많아질수록 포섭도 손쉬워지니 개미굴이 되어버린 것이다.


“근데 따지고 보면 비밀작전 맞지 않냐?”

“···그건 그렇지.”


대체 어떤 일이 벌어지기에 비밀작전이란 말까지 나오느냐 하면.

대략 이런 프로세스를 거친다.


‘어휴, 저놈의 자식.’ 한숨이 나오면서도 ‘그래도 아주 나쁜 놈은 아니야.’라는 평의 사람을 고른다.


이제는 저 정도가 아니면 찾기가 어렵다.

그 밑의 레벨은 모두 각성해버렸으니까.


주변 지인이 투입되면 빠르고 간편하다.

하지만 지인이 없다면, 대놓고 도를 믿으십니까를 외치며 접근한 뒤 돈을 뜯어내는 대신 퍼주면서 살살 끌어들인다.


예비 각성을 위한 인성 공부를 빌미로 개과천선을 유도한다.


사실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일반인도 잘 따져보면 어디 하나쯤 인성이 박살 난 곳이 있기 마련.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교육해서 선한 마인드를 뼈에 심는다.


본인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의지를 고취하기 위해 다양한 당근을 쓴다.


이후 각성하면 끝.

말로만 듣던 각성자가 실재한다는 걸 안 사람들은 백이면 백 모두 고마워한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만 사실 무서운 일이다.

각성하는 순간 어떤 특성이 고정되기에 이런 결과가 나오는가에 대해 많은 유저가 연구했고, 지금도 연구하는 중이다.


마지막으로 유저들은 새로운 목표를 찾아 나선다.


가끔 실패하는 경우도 있다.

무슨 수를 써도 초록별이 뜨지 않는 인간들.

이런 부류는 일정 시간을 지켜본 후 손절한다.


유저들의 자발적인 영업.

멸망 게이지가 등장한 후 더욱 박차를 가했다.


결과는 금세 드러났다.


“드디어 50% 밑이야!”

“끼아악!”

“축제다! 축제 열어!”


뭔 일만 생기면 잔치를 여는 민족답게 한국의 아지트는 상시 축제 모드였다.


통합 아지트라고 다를까.

그쪽은 온갖 국가의 능력자들이 모이기 때문에 더 요란스럽고, 반짝반짝했다.


그 사이를 명석도 함께 뛰어다녔다.

사람들은 변장한 상태의 명석만 알기 때문에 거침없이 돌아다닐 수 있었다.


“크아아. 맥주가 너무 맛있네요!”

“살까요?”

“당장 장사하실 분량만 빼고 전부요.”


원종환이 일어나더니 가게 주인과 대화를 나눴다.


곧 주인이 테이블로 다가왔다.

보통은 거래 코드만 전해 듣고 오는데 의외의 사건이었다.


“와하하! 술 좀 드실 줄 아는 분이구려! 자, 어떻게, 왜 이런 맛이 나는지 좀 들어보시겠소?”


아하. 술 덕ㅎ··· 가 아니라 사교성이 훌륭한 장인이셨구나.


맥주를 두 종류의 다른 통, 버번을 담았던 오크통과 테킬라를 담았던 오크통에 각각 숙성시켜 고유의 비율로 블렌딩을 했다는 스토리를 모두 듣고 나서야 그들은 술을 살 수 있었다.


아쉬운 표정으로 거래 코드를 말하는 투머치토커 술장인님은 곧 다른 먹이를 찾고 자리를 떠났다.


“크하학. 대표님 표정 좀 봐요.”

“어머. 넋 나가셨네.”


나름 사회성 있는 미소를 띠고 있다고 생각했건만, 팀원들은 명석을 너무 잘 알았다.


약한 미소를 띤 채 기절했다는 걸 알아차렸는지 낄낄 웃으면서 자리를 정리했다.


“제가 축제의 무서움을 잊어버리고 있었네요.”


너무 들떠서 그렇다.

멸망 게이지 50% 이하.

이게 무얼 뜻하는지 알아서 들뜰 수밖에 없었다.


“세상이 이렇게 위험하다는 걸 잠시 잊고 있었어요.”

“아니 대표님! 새로운 사람과 대화하는 걸 무슨 좀비 만난 것처럼 말씀하시면 안 되죠!”

“그거 모르세요? 활기 넘치는 사람이 옆에 있으면 저 같은 사람은 진이 빠져요. 가만히 있는데도 다크서클이 생긴다구요.”


와하하 웃음이 터졌다.

전체적으로 다들 들뜬 것이다.


간만에 놀러 나온 덕분일까?

모두의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대표님. 맥주에 관심이 생기셨으면 벨기에 아지트로 가보면 어떨까요? 맥주 관광으로 가상현실 수도원 체험이 유행 중이랍니다.”


평생 술 따위 쳐다도 안 보던 명석이 맥주에 관심을 보이고.

팀원들은 무려 숙박이 낀 관광 제안을 하고 있다.


이게 의미하는 바는 간단했다.

명석의 시간을 구속하는 일이 없어졌다는 뜻이다.


“그럴까요?”


명석은 가볍게 긍정했다.

실제로 관심이 생긴 것 반, 이제 정말로 자유라는 의미로 긍정한 것이 반이다.


이제 명석이 할 일은 아무것도 없다.

그저 시간이 지나길 기다리면 유저들이 알아서 명석의 오랜 목표를 이뤄줄 것이다.


멸망 탈출 및 지구 환경의 완전한 복원.

그 거대하고도 아득하기만 했던 소원을.


더없이 완벽한 형태로.

 

#

 

멸망 게이지가 50% 밑으로 떨어지고.

화산 폭발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지진의 발생 빈도도 체감할 만큼 줄어들었다.


멸망 게이지가 40% 밑으로 떨어졌을 때.

드디어 정신 나간 겨울 기온이 오름세를 보였다.


“최저가 영하 48도? 웬일이지? 올해는 좀 살만하려나?”

“못 나가는 건 똑같지. 좀 나아졌다고 나댔다가는 큰일 난다. 꼭 나가고 싶으면 휴머노이드 대동하고.”

“알았어요, 알았어.”


비유저들은 그러려니 넘어간 일.

그들이 느끼기엔 영하 58도나 48도나 별반 차이가 없었다.


엔젤몰이 파는 각종 아이템으로 동사만 면했을 뿐, 갑자기 비라도 내리면 빗물이 몸을 때리는 순간 예쁜 얼음 동상이 될 테니까.


“으아아! 40대! 드디어 40대라고! 축제다!”

“이게 몇 년 만이야!”


물론 유저들은 그 의미를 잘 알았기에 또 한 번 대대적인 축제가 벌어졌다.


비유저 포섭도 진심, 레벨 올리기도 진심, 노는 것도 진심.

유저들은 지금 옛날의 명석만큼이나 빡빡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멸망 게이지가 30% 밑으로 떨어졌을 때.


단 2주. 가을이 돌아왔다.


“15도라고? 10월인데? 왜?”

“이, 이게 가을?”


교과서로만 가을을 배웠던 어린 학생들은 혼란 그 자체였다.

그들이 날씨가 무엇인지 알았을 때부터 10월은 늘 겨울이었으니까.


그것도 9월 여름에서 단숨에 수십도가 곤두박질치는 급격한 온도 차이로 각종 질병을 유발하는 무시무시한 달이었다.


한창 심했을 때는 단 하루 차이로 영상 50도에서 영하 50도까지 변하는 기적(?)을 선보이기도 한 달이 바로 10월이다.


[[······특별한 소식을 전하게 되어 기쁩니다. 사라졌던 가을이 돌아왔습니다. 네, ‘가을’이 돌아왔습니다. ······기상청은······ 짧지만 그래도 2주간, 우리 곁에 머무를 예정입니다. ······따뜻한 햇살, 가벼운 바람, 이제는 잊힌 기억을 체험할 귀중한 기회가······ 이 고요하고 서정적인 가을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을 충분히 즐기길 바랍니다. 이 소식이 여러분에게 작은 기쁨이 되었기를 바라며······]]


대규모의 인파가 움직였다.

모두 여행을 가는 사람들이었다.


가상현실에 빠져있던 사람들이 분위기에 휩쓸려 하나둘 나들이를 결심한 것이 발단이었다.


사실 현실의 가을에 목맬 필요는 없었다.

선선한 날씨 같은 건 가상현실에서 얼마든지 겪었다.


동시 접속자만 평균 20억에 달하는 베르단티아는 사계절이 확실하게 구현되어 있기에 더욱 잘 알았다.


가상현실의 생생함은 120%.

이제 와 현실의 가을이 궁금할 리 없다.


하지만 ‘현실’이라는 단어에서 오는 마력이 있다.

많은 사람이 그 마력을 벗어나지 못하고 오랜만에 현실 외유를 결심했다.


그에 따라 비상이 걸린 곳도 있었다.

바로 유저들이었다.


“폭풍, 번개, 폭우, 기타 등등은 없는 거 확실하죠?”

“없어요. 교통사고만 조심하면 될 것 같은데.”

“지금 한국은 전부 휴먼이들이 운전하니까 괜찮은데, 해외는 어때요?”

“인간 운전을 막아버리길 잘했네요. 어휴.”

“해외도 웬만한 국가는 유저 비율이 25%를 넘겼잖아요. 무리당 하나씩은 포함되어 있으니 알아서 잘 막을 거예요.”

“지금 여행지가 대부분 산인 거 알죠? 낙상 사고를 어떻게 미리 방지할 방법이 없을까요?”

 

한국의 최종 유저 비율은 50%.

한국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은 제외한 숫자다.


엄청난 비율이다.

어딜 가도 한 명쯤은 유저를 볼 수 있다.


이제는 막 걷기 시작한 아기들이 아니고서야 추가로 각성하는 사람이 드물어졌고.

한국인들은 넘치는 유저 비율을 무기로 많은 사건 사고를 예방하면서 사회를 정화했다.


한 국가의 인구가 두 개의 집단으로 쪼개졌다는 건 생각보다 엄청난 결과를 몰고 왔다.


각성을 못 한 재력가들, 권력자들은 영문도 모른 채 왕따를 당했다.

뭘 하려고 해도 호응이 안 따라오니 살금살금 눈치를 보면서 몸가짐을 조심하기도 했다.


남을 밟고 제 이득을 취하는 부류의 사람들 역시 영문도 모른 채 왕따를 당했다.

아무리 사람 좋은 얼굴로 화려한 말발을 뽐내도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어진 그들은 알아서 망가졌다.


“사건 사고를 예상하면서도 이렇게 즐거운 건 처음이에요.”

“저도 그래요.”


유저들은 바삐 움직이면서도 만면에 웃음을 띠었다.

2주의 가을이 그들에겐 전리품이나 마찬가지였으니 당연한 일이다.


꼭 유저들만 기뻐한 것도 아니었다.

자연의 공격으로 전 세계 인구가 10억이 넘게 죽어가는 동안 침체한 사회 분위기가 단숨에 띄워졌다.


인간에겐 언제나 희망이 필요한 법.

2주의 가을은 충분한 희망이 되어주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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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100화. 평생 이렇게 살았으면 (完) 24.02.23 41 3 13쪽
99 99화. 멸망을 극복하다 24.02.21 37 3 12쪽
98 98화. 올-인! 24.02.20 38 3 12쪽
» 97화. 2주의 가을 24.02.19 38 3 13쪽
96 96화. 멸망 게이지 24.02.17 39 3 11쪽
95 95화. 1.43%를 뚫으려면 24.02.16 41 4 12쪽
94 94화. 퍼플은 위대했다 24.02.10 45 3 11쪽
93 93화. 만 명 중 한 명 24.02.09 40 4 13쪽
92 92화. 내실을 다지니 병아리가 늘어났다 24.02.08 40 3 12쪽
91 91화. 고인물과 병아리들 24.02.07 40 3 12쪽
90 90화. 한라산 폭발 24.02.06 39 3 12쪽
89 89화. 수증기와 오존이 만나면 24.02.05 45 3 12쪽
88 88화. 안타까워할지언정 24.02.03 43 4 12쪽
87 87화. 일사불란하게 24.02.02 52 4 12쪽
86 86화. 에코포인트 EP 24.01.27 51 4 12쪽
85 85화. 만능 에너지 M 24.01.26 55 3 13쪽
84 84화. 에너지 혁명의 전조 24.01.25 57 4 12쪽
83 83화. 신비주의 최초 각성자 24.01.24 55 3 12쪽
82 82화. 축산업이 살아난다 24.01.23 55 3 12쪽
81 81화. 고층 축사? 24.01.22 61 3 12쪽
80 80화. 이거 어떻게 참아 24.01.20 62 3 12쪽
79 79화. 그들의 존재만으로도 든든했다 24.01.19 68 3 12쪽
78 78화. 동물 조화 스킬의 위엄 24.01.17 68 4 12쪽
77 77화. 드디어 인디고 24.01.16 71 4 12쪽
76 76화. 포인트도 중대 문제다 24.01.15 72 4 12쪽
75 75화. 먹고 사는 문제는 중대사였다 24.01.13 79 4 12쪽
74 74화. 결국 다 이어져 있다 24.01.11 77 3 12쪽
73 73화. 시너지를 내고 있다 24.01.10 79 4 12쪽
72 72화. 명성을 떨치고 있었다. 24.01.09 78 3 12쪽
71 71화. 요원만 천만 명인 나라 24.01.08 81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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