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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국이 있다면

쓰레기에서 스테이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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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산타있어요
작품등록일 :
2022.10.27 16:44
최근연재일 :
2024.02.23 07:00
연재수 :
1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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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26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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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48,588

작성
24.01.0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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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72화. 명성을 떨치고 있었다.

DUMMY

경제가 활발하게 돌아가기 시작하면서 제일 먼저 부활한 시장이 있었다.


“상한가 또 찍었던데.”

“어디요? xx바이오?”

“아뇨, zz바이오요.”


주식시장이었다.

가상현실의 등장으로 완전히 죽은 줄 알았던 주식시장은 화려하게 부활했다.


심지어 빗코인 등 가상 화폐 시장도 살아났다.

투자보다는 투기에 가까운 분야.


대신 돈을 벌어오는 존재가 있음에도 재테크의 열기는 식지 않았다.


명석은 새삼 깨달았다. 인간에게 욕심이 존재하는 한 투자시장은 절대 죽지 않으리란 사실을.


그리고 나노봇의 보급으로 수혜를 입은 종목이 있었다.


바이오.

비상시국을 고려해서 규제가 많이 완화된 것이 유리하게 작용한 분야다. 거기에 나노봇이 합쳐지니 파괴적인 시너지를 자랑하고 있었다.


가만히 할 일을 하며 대화를 훔쳐 듣던 명석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xx헬스케어에서 나온 비타민이랑 홍삼 써봤는데 좋던데요.”

“···대표님, 영양소 배터리 특성 발동한 거예요? 왜 그게 발동했죠? 당분간 절대 휴식이라고 말씀드리지 않았나요?”

“앗.”


영양소 배터리 특성.

건강식품 및 보조제를 등록해두었다가 활동 에너지가 모자랄 때 자동으로 대체하는 특성이다.


뜨끔한 명석은 재빠르게 머리를 굴리고 앞뒤 논리를 착착 맞춘 다음 필사의 변명을 했다.


물론 쥐톨만큼도 통하지 않았다.

괜히 대화에 끼었다가 피만 봤다.


그때 팀원 중 한 사람이 끼어들었다.


“근데 좋긴 해요. 저는 특성으로 쓰는 게 아니라 그냥 경구 섭취 대신 나노봇으로 방식만 바꾼 건데도 체감이 확 되더라고요.”

“영양제를 먹는다구요? 왜요?”

“어··· 그냥요? 습관?”


모두의 이상하다는 시선을 받으면서도 남자는 당당했다.


먹어서 나쁘냐는 말에 고개를 저은 팀원들은 영양제가 습관이 되었다는 남자를 어느새 위로하고 있었다.


“유저가 되기 전엔 저도 그랬죠, 확실히. 먹어야 사니까.”


유저가 되면 자잘한 약은 전부 끊게 된다.

일부가 아니라 모두가 그랬다.


대한민국 건강식품 제조사들은 영문도 모르고 내수시장의 20%를 잃어야 했다.


사실 건강식품 제조사들은 1차 산업이 망하면서 함께 무너졌다.


영양제의 주요 원료를 구할 수 없게 되거나 구하더라도 가격이 많이 올랐으니 어쩔 수가 없었다.


비타민이나 미네랄은 다양한 과일, 채소, 곡물 등을 원료로 한다. 그 유명한 오메가-3는 지방이 많은 생선이 원료이고.


홍삼은 말할 것도 없다. 한국의 대표 특산물인 인삼의 씨가 말랐을 때부터 홍삼 사업은 중지된 거나 다름없었다.


유저표 작물이 엔젤몰에 등장했을 때부터 서서히 꿈틀거리던 기업들은, 나노봇이 등장한 후 완전히 부활했다.


특히 홍삼 제조 기업들은 날로 번창하는 중이다.

전통적인 6년근 인삼부터, 뿌리를 건조한 수삼, 줄기와 잎을 수확한 장뇌삼, 1년짜리 새싹삼까지, 유저들이 종류별로 다양하게 키웠기 때문이다.


심지어 산삼도 풀렸다!

예전엔 원료의 희소성과 비싼 가격 탓에 시도도 못 했던 제품들이 줄줄이 쏟아졌다.


사람들은 그에 호응해서 영양제를 구입했다.

평소에 영양제를 먹지 않던 사람도 섭취를 시작했다. 시장이 확 커버린 것이다.


원인은 당연히 인공지능에 있었다.


“의사 선생님도 유저여서 되게 뻘쭘했잖아요. 딱 이렇게 쳐다보셨어요. 왜···? 영양제를···? 드시려는···?”


까르르 웃음이 터졌다.


방송을 탄 제품을 무지성으로 사는 일은 사라졌다.

이제는 인공지능이 개인에 맞춰 알맞은 영양제를 추천해주는 시대였다.


명석은 특성으로 적용했기 때문에 의사를 만나지 않았지만, 일반인들은 전문가와 대면해서 상세한 검사를 진행한 후 알맞은 영양제를 추천받는다.


신체에 직접적으로 주입하는 거니까 전문가와의 상담은 당연한 절차였다.


“유저들은 검진해도 엄청 건강하게 나온다면서, 아예 검사도 패스하셨어요. 건강과 관련된 특성 몇 개 추천받고 영양제는 그냥 먹고 싶은 거 다 드시라고.”

“그래서 뭐 먹는데요? 먹으면 좀 달라요?”

“달라요. 뭔가 달라요. 산삼 홍삼 먹고 있거든요? 이게 무슨 느낌인지 모르겠는데, 뭔가 늙지 않는 기분?”


팀원들의 눈이 번쩍 뜨였다.

적당히 웃으면서 얘기를 듣던 사람들이 손을 뚝 멈추고 시선을 돌렸다.


끼기긱 돌아간 목들.

크게 뜨인 눈에서 레이저가 쏟아졌다.


“다들 몰라요? 산삼 홍삼?”


대범하게 시선을 받아친 남자가 여유롭게 웃으며 말했다. 각 팀의 장들이 없다는 것이 그에게 무한한 자신감을 주었다.


“그게 뭔데요?”

“산삼 홍삼?”


미묘하게 들이는 뜸이 너무도 적절한 간격이었다.

1초만 늦었어도 누군가는 튀어 나가 멱살을 잡았을 텐데 아쉽게도 말이 더 빨랐다.


“산삼으로 만든 홍삼이에요. 산삼 자체만으로 충분한데 굳이 가공을 하나 싶을 텐데.”


무어라 말하려는 사람의 입을 재빠르게 막은 남자가 이어서 말했다.


“제가 산삼도 먹어보고 산삼 홍삼도 먹어봤거든요? 느낌상으로는 후자가 나아요. 저한테만 맞는 걸 수도 있지만요.”


마지막에 살짝 발을 빼는 것까지 훌륭하게 광고를 마친 남자가 승리의 미소를 띠었다.


명석은 감탄하여 조용히 박수를 쳤다.

재빠르게 검색을 마친 팀원들이 하나둘 입을 열었다.


“오. 최근에 노화 방지 트렌드가 있었네요. 홍삼이 그래서 뜨고 있었어요.”

“산삼 홍삼도 막 뜨는 중이고, 흑마늘 진액도 흐름을 탈 것으로 보여요.”


노화 방지.

인간이라면 관심이 갈 수밖에 없는 주제다.


다들 눈이 번쩍번쩍 빛나고 있었다.

마음만 먹으면 노화 방지 특성도 살 수 있게 된 명석만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명석은 다 좋으니 포장만 좀 작게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 옛날, 쓰레기 때문에 편의점 핫바 하나 마음대로 먹지 못하던 시절, 무자비하게 쏟아지는 영양제 선물 공세 때문에 괴로워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고급 영양제들은 과포장이 트렌드인지 본품은 손톱만 한 데 박스는 사람 몸통만 했으니까. 홍삼 박스만 봐도 반사적으로 화가 난다.


“어차피 가상현실 접속 때 주입하는 영양제가 모든 영양소를 다 채워주잖아요. 부족한 영양소만 영양제로 보충하면 될 텐데.”

“대표님?”

“···네?”

“안 늙는다잖아요.”


명석은 얌전히 입을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유저가 된 순간, 노화 진행 속도가 상당히 늦춰지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은 속으로 삼켰다.


팀원들은 남자건 여자건 주름 하나에 예민하게 반응했다.


늙는 게 싫어서가 아니었다.


“이제 20대로 변장하려면 대공사를 해야 한다고! 빌어먹을 주름 같으니.”

“주름은 지문처럼 인간을 특정하기 쉬우니까.”

“잘 가려지지도 않아요. 패인 거라서. 으 짜증나.”


대부분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그러니 명석도 얌전하게 입을 다문 것이었다.

절대 쫄아서가 아니었다.


물론 일반인들은 보편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이제는 무작정 오래 살기를 바라는 시대가 아니다.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에 관심을 가지는 시대이다.


장수에 삶의 질을 더해 건강수명이 늘기를 바라는 것이다. 단순히 오래 사는 게 아니라.


그 과정에서 신체의 노화를 막아야 한다는 욕망으로 번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확실히 한국 기업들 기술이 확실해요. 해외에서도 똑같이 원료들을 사 가는데 결과물의 질이 다르잖아요.”

“인삼 시장은 우리나라가 다 먹어버렸던데요. 돈 엄청 벌고 있어요. 휴머노이드도 대대적으로 고용해서 물량 소화하느라 바빠요.”

“기술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부활했으니 다행이죠.”

“한약 시장도 꽤 커졌어요. 맛 문제가 해결되니까 애들한테 먹이기도 부담 없고.”

“녹용 가공 기술도 사장되면 안 될 텐데.”


단순한 걱정이었지만 명석은 뜨끔했다.

그쪽은 해결할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녹용의 원산지는 대부분 러시아와 중국이니까.

환경을 되살리면 야생 사슴도 늘어날 테고 거기까지만 생각해도 충분했다. 농장은 관심 없었다.


한국이 녹용으로 유명한 건 가공 기술과 제품 개발 능력이 뛰어나서이다.


한때 홍삼과 함께 국내 영양제 시장을 반으로 양분했던 존재가 녹용이었다.


지금은 살아남은 사슴 농장이 극소수라 녹용을 구하기가 힘들어져서 시장이 완전히 죽어버렸다.


한의사들도 이제는 식물성 약재로만 한약을 조합하고 있었다. 필수 동물성 약재를 어떻게든 대체하기 위해 머리를 굴리다 보니 이전에 없었던 논문들이 왕창 쏟아지는 중이다.


“테오가 실시간 통역도 해주다 보니까 외국인들이 한약을 많이 지어가잖아요.”

“나노봇이 여러모로 큰일 하네요.”


대한민국은 이제 다방면으로 전 세계에서 명성을 떨치고 있었다.


재해 이후 촉발된 ‘재난 범죄’가 가장 적은 나라.

구호 활동이 가장 활발하고 투명한 나라.

정부의 지침에 대한 빠른 수용과 이행으로 사고를 빠르게 종식하는 시민들의 존재.


한국인의 시민 의식과 단결력은 크게 주목받았다.

개인의 행동이 공동체의 안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너무도 잘 이해하고 있었고, 피해를 끼치지 않는 걸 넘어서 적극적으로 이웃을 도왔다.


그들의 인류애에 많은 이들이 감동했다.


전적으로 유저들의 행동이었으니 감동할 만도 했다.

인구의 20%가 사재를 털어서 남을 돕고 있었으니까!


한국에 오는 외국인이 급격하게 늘었다.

아예 이민을 신청한 사람도 있었고 장기 거주를 위해 입국하는 사람도 많았다.


어차피 가상현실에서 살 사람들이, 굳이 한국으로 와서 거주했다.


이는 다시 한국의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었다.

잠깐씩 이루어지는 현실에서의 경제활동조차 한국이 쫙 빨아들이니 타국도 비상사태에 돌입했다.


“슬슬 해외도 규제를 풀고 있네요.”

“제발 인구 많은 국가들은 빨리 규제 좀 풀었으면 좋겠어요.”


휴머노이드만 있어도 안전이 보장된다.

혼란한 상황에서 개인의 안전만큼 중요한 것이 또 있을까.


한국의 인기가 높은 이유에는 휴머노이드도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자국민의 이주를 막으려는 국가는 서둘러 휴머노이드의 규제를 완화하기 시작했다.


“일본이고 중국이고 진짜 치를 떨었는데, 사람이 하도 죽어 나가니까 이젠 좀 안쓰러워요.”

“일본은 지진이랑 쓰나미 피해도 심하니까.”


지도가 일부만 밝혀진 탓도 있었다.

인구가 밀집된 구역만 골라서 지도를 제작했으니 엔젤몰의 손이 닿는 지역도 일부에 불과하다.


그 일부에 사람들이 몰리는 중이다.

무언가를 살 때만 잠깐 방문해서 바로 받아 가는 식인데, 그 사람들을 노린 범죄가 극심해서 이미 살고 있는 사람들조차 위축되는 중이다.


그 때문에 어떻게든 거주지를 해결해서 한국으로 넘어오는 사람이 늘고 있었다.


“진짜 우리나라였으면 다 때려잡는 건데.”

“세상에 그런 나라가 한둘이에요? 일본만 그런 것도 아니고.”


하도 빈번하게 벌어지니 팀원들도 이제는 여상하게 넘긴다.


명석은 오히려 아무 생각이 안 들었다.

마킹하러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온갖 범죄는 다 마주쳤기 때문이다.


더 안쓰럽고 더 구해주고 싶었던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그런 곳은 지금도 지원이 활발하게 들어가는 중이다.


우중충한 이야기만 이어지고 있던 때.


“오! 대표님!”


한 팀원의 기쁨에 찬 외침이 들려왔다.


“네?”


희소식은 언제나 기분 좋은 법.

모두의 귀가 쫑긋 섰다.


“핀란드에서 10% 돌파한 구역이 나왔어요!”


와악. 함성이 터졌다.

명석도 앉아있던 원격 정화 의자를 조작해 해당 지역을 열어봤다.


10.00%.

정말이었다. 10%에 도달했다.


“오늘 회식할까요?!”

“으아아 당연히 콜이죠!”


조르고 졸라야 간신히 열리는 귀중한 회식이다.

두 달에 한 번도 열릴까 말까 한 회식.

웬만한 일들은 전부 미룰 수 있다는 점에서 모두의 환영을 받고 있다.


팀원들의 움직임이 날래졌다.


순간적인 기분에 지른 일이지만 명석도 후회하지 않았다.


환하게 웃으며 두 자리 숫자를 응시할 뿐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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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100화. 평생 이렇게 살았으면 (完) 24.02.23 38 2 13쪽
99 99화. 멸망을 극복하다 24.02.21 33 2 12쪽
98 98화. 올-인! 24.02.20 35 2 12쪽
97 97화. 2주의 가을 24.02.19 34 2 13쪽
96 96화. 멸망 게이지 24.02.17 36 2 11쪽
95 95화. 1.43%를 뚫으려면 24.02.16 38 3 12쪽
94 94화. 퍼플은 위대했다 24.02.10 42 2 11쪽
93 93화. 만 명 중 한 명 24.02.09 37 3 13쪽
92 92화. 내실을 다지니 병아리가 늘어났다 24.02.08 37 2 12쪽
91 91화. 고인물과 병아리들 24.02.07 37 2 12쪽
90 90화. 한라산 폭발 24.02.06 36 2 12쪽
89 89화. 수증기와 오존이 만나면 24.02.05 42 2 12쪽
88 88화. 안타까워할지언정 24.02.03 40 3 12쪽
87 87화. 일사불란하게 24.02.02 49 3 12쪽
86 86화. 에코포인트 EP 24.01.27 48 3 12쪽
85 85화. 만능 에너지 M 24.01.26 52 2 13쪽
84 84화. 에너지 혁명의 전조 24.01.25 54 3 12쪽
83 83화. 신비주의 최초 각성자 24.01.24 52 3 12쪽
82 82화. 축산업이 살아난다 24.01.23 52 2 12쪽
81 81화. 고층 축사? 24.01.22 58 2 12쪽
80 80화. 이거 어떻게 참아 24.01.20 59 2 12쪽
79 79화. 그들의 존재만으로도 든든했다 24.01.19 65 2 12쪽
78 78화. 동물 조화 스킬의 위엄 24.01.17 65 3 12쪽
77 77화. 드디어 인디고 24.01.16 68 3 12쪽
76 76화. 포인트도 중대 문제다 24.01.15 69 3 12쪽
75 75화. 먹고 사는 문제는 중대사였다 24.01.13 76 3 12쪽
74 74화. 결국 다 이어져 있다 24.01.11 74 2 12쪽
73 73화. 시너지를 내고 있다 24.01.10 76 3 12쪽
» 72화. 명성을 떨치고 있었다. 24.01.09 75 2 12쪽
71 71화. 요원만 천만 명인 나라 24.01.08 78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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