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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질풍 님의 서재입니다.

님이 바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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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질풍
작품등록일 :
2020.08.26 16:49
최근연재일 :
2020.09.22 18:00
연재수 :
3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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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수 :
206,615

작성
20.09.0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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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절망은 언제나 가깝게.

DUMMY

숲으로 고개를 돌린다. 매달려 얇고 길게 타오르는 천과 나무의 탄 냄새가 코끝을 간지럽힌다. 먼 곳에서 불이 났나 싶었지만, 나뭇잎이 타는 냄새가 아니었다. 사색에 잠긴 메기의 머릿속에 작은 횃불이 그려졌다.

즉각 신시아에게 신호를 주며 멈춰 세웠다.


“왜 그러세요?”

“여기 계세요.”


옅어지는 향의 꼬리를 따라가 보니 멀찍이 나뭇잎 사이로 불빛이 살짝 일렁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 외에 모습은 나무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메기의 얼굴에선 기쁨이 살짝 묻어나왔다. 막막한 상황 속에서 사람이란 그림자만 보아도 안도감이 전해진다.


“숲 안쪽에 불빛이 보였어요.”

“이 밤에 말인가요?”


사소한 바람은 일수도 있다. 혹시 촌장이 다른 마을에 지원을 요청하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다. 마을 사람 그 누구라도 숲에서 돌아오지 않으면 그룹을 만들어 찾으러 다녀주는 사람이었으니 더욱 기대했다.

부모님이 사라졌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일단 가까이 다가가서 봐야 할 것 같으니 여기 계세요. 제가···흡.”

“아뇨, 저도 같이 가요. 왠지 기분이 좋지 않아요.”


그녀의 손이 조심스럽게 들어와 메기의 입을 가렸다. 이런 외진 곳에 사람이 있다는 게 신시아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더군다나 이런 숲속이라니.


“···알겠어요. 가보죠.”


그가 안내하는 곳에서 조심스럽게 가다 보니 정말로 불빛이 보였다. 하지만 이상할 정도로 정직하게 서 있다. 다가갈수록 점점 선명해지자 메기는 상체를 앞으로 뺀다.

근처에 다 왔을 때쯤, 나뭇가지를 살짝 걷어내자 사람의 팔이 눈에 들어왔다. 다른 부분이 보이지 않아도 저건 메기에겐 확실한 사람이었다.

가슴은 크게 부풀었다.


“사람이었어!” 목소리가 올라갔다.

“이상해요. 서 있는 게 너무 인위적이야. 그냥 그렇게 보이도록 한 것 같은···”

“피곤해서 잠시 쉬는 걸일지도 몰라요. 나무에 기대고 있잖아요. 제가 가서!”

“잠깐만요!”


이미 그는 사람이란 글자에 사로잡혀있다. 용수철같이 튀어 나가는 그를 잡기 위해 덩달아 신시아도 달려 나갔다. 주변에 무언가 있을지 몰랐기에 경계지역을 넓히는 와중에 의문의 사람과 점점 가까워져 갔다.


‘살았다!’


부푼 사람의 감정이 절망으로 바뀌면 되돌리기 쉽지 않다.


‘아니야.’


신시아는 그것을 엿보았다.


“크억!”


거의 다 도착했을 때, 뒤에서 있는 힘껏 달려온 신시아가 메기의 목깃을 잡아당겼다.


“궤엑···왜 그러세요.” 약간 눈물이 튀어나온 메기.

“진정하고 자세히 봐! 정신 차리고!”


신시아는 이빨을 지그시 깨물며 뱉어낸다.


“으···흡! 크···크헉 흐읍···후 읍!”


여기는 지옥인가 눈 앞에 펼쳐진 모습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너무 놀란 나머지 소리도 나오지 않고 입만 벌리고 바라본다. 사람인 줄 알고 달려온 것은 사람이 아니었다.

너무 끔찍하고 처참한 모습에 눈을 떼기 힘들었다.

손은 나무에 묶여 고정된 채 횃불이 박혀있다. 반대 팔은 어깨부터 전부 잘려져 있었으며, 목이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머리에는 길고 얇은 말뚝이 박혀있다. 그걸로 모자란 지,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도록 전면을 전부 긁어 놓았다.

상체만 남은 상태로 밑에는 깨끗하다. 허리에 남아있는 선명한 이빨 자국...

심장의 고동이 격하게 갈비뼈를 두드린다. 위는 식도를 강하게 압박하고 가랑이는 풀리기 일보 직전. 신시아는 한 번 더 메기의 천천히 숨을 고르게 도와주었다.

덕분에 정상적으로 돌아온 호흡.


“감, 감사해요. 이제···괜찮아요.”

“별말씀을요.”

“이게 무슨. 우욱-”


식도에 남은 위산이 올라왔다. 다가오려는 신시아를 메기는 손을 움직여 괜찮다고 말한다.


“고블린들의 소행이네요.”

“고블린이요?”

“자신들이 사냥한 음식을 토템의 형태로 만들어서 장식하죠. 보아하니 얼마 되지 않았어요. 살이 전혀 썩지 않았어요. 얼굴 옆에 막대로 살짝 눌린 자국도 있고, 길어봤자 이틀에서 삼일··· 잠시만 이쪽으로.”


겁도 없이 다가간 신시아는 시체의 주변을 살펴보다 뒤편 무언가를 보고 메기를 불러드렸다. 앞으로 갈수록 불빛이 더 환하게 뿜어진다. 갑자기 나온 넓은 공터 여기에 놈들이 있다.


‘고블린!’


나무로 만들어진 두꺼운 횃불로 넓은 공터에 간격에 맞게 고정되어 있다. 중앙에는 불을 크게 피워 피워두고 주변을 순회하듯 돌아다니는 고블린들. 떨어진 곳에 있는 저것은? 짐짝 같은 것들이 쌓여있었지만, 자세히는 보이지 않는다.


“놈들이!”


자극적인 놈들의 썩은 내가 코를 타고 올라온다. 급격히 전해지는 두통.


“겁이 나시나요?”

“겁나다뇨?”


얼어붙은 그는 작게 발끈했다.


“거점은 아닌 것 같은데. 군주 없어. 물론 우두머리는 있긴 하지만요.”

“제가 보기에는 다 똑같아 보이던데···그런 걸 잘 아시네요?”


메기는 주름진 코를 살짝 막고 이야기했다.


“장시간 혼자 여행을 하다 보니 터득하게 된 거죠. 한 마리, 한 마리 기운이 달라요. 간단하게 저기 보이는 고블린 보이시죠?”


길고 늘어진 코와 상당히 많은 얼굴 문신과 팔에 잔 상처가 새겨져 있다. 그런 고블린은 한 마리가 아닌 세 마리 정도 더 보였다.


“고블린들은 늙을수록 코가 늘어지죠. 상처가 많은 것도 전투나 사냥 경험이 상당하고 할 수 있죠. 저기서 주의해야 하는 녀석들은 중앙에 앉아있는 전투병 하나와 척후병 둘로 보이네요.”


중앙 모닥불 주변에 거친 갑주를 입고 커다란 검에 기대고 있는 한 명과 두꺼운 가죽을 두르고 휘어진 단도를 매고 있는 두 명. 서로 주변을 돌아다니며 경계하고 있었다.

고블린들을 관찰하는데 정신 팔렸을 때, 신시아는 구석에 쌓여있는 것이 무엇인지 확인하기 위해 더욱 깊숙이 들어갔다.

메기는 주변을 신중하게 살펴보다 모닥불 위에 올려진 녹슨 솥으로 눈길이 끌렸다. 열 받은 녹슨 솥 위로 무언가 튀어나와 있다.


‘좋은 냄새. 저게 뭐지?’


조금 앞에 있는 나무로 위치를 바꾼 메기는 인상이 더욱 일그러졌다.


‘미친.’


사람의 손이 살짝 올라와 있다. 가장자리에 걸려있는 약지에 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미친 새끼들이!’


먹는다는 것은 익히 들어 알고 있다. 그러나 직접 보니 가히 상상을 초월했다. 아까부터 좋은 향은 살이 익어가는 냄새였다.


“메기씨.”

“아..!”


목소리에 놀라 뒤로 넘어가다 발에 걸린 수풀에서 소리가 난다. 스사삭- 신발에 쓸린 잎사귀들이 흔들리면서 누가 봐도 거슬리는 소리를 내었다.

일났다. 신시아는 경직된 표정으로 눈알을 굴려 상황을 읽는다. 역시 눈치를 챈 것으로 보이는 고블린 두 마리가 이쪽을 보면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작은 목소리지만 아슬아슬하게 들린다.


“뭡니까.”

“너도 느꼈냐?”


인상을 쓰고 수풀을 바라보며 경계한다. 제발 조용히 넘어가야 한다. 입안에서 침이 차올랐다.


“그렇긴 한데. 그냥 동물 아니겠습니까?”

“항상 그렇게 단정 짓더라.”

“한 번 가보시겠습니까?”


메기는 숨도 멈추고 오지 말기를 간절히 바란다.


“너가 가봐.”

“그냥 넘어갑시다.”

“뭔 일 생기면 너 때문이다.”

“같이 결정한 일···”

“닥쳐라!"


굵고 강한 목소리가 울리자 순식간에 조용해진다. 그러곤 아무 말 없이 흩어진다. 덕분에 한시름 덜 수 있었다.


“다행이다.”


그제야 힘을 주고 있는 몸을 바닥에 살포시 내리고 안도한다. 신시아는 메기에게 다가가 작게 속삭였다.


“잠시만요. 이쪽으로...”

“뭔가 있나요?”

“직접 보시는 게 좋을 거예요.”


쭈그려 앉아서 수풀에 몸을 숨긴다. 외곽을 타고 거점 안쪽으로 향한다. 왠지 발에 전기가 찌릿찌릿하고 심장이 뛰었다.

왜 이러지? 나무 귀퉁이를 돌아본다. 그리고 펼쳐진 풍경.

주변의 공기가 분위기를 차갑게 얼어붙게 만든다. 입술이 급격하게 말라간다. 금방이라도 찢어질 듯.

꿈을 꾸는 건가?


“...”


나체로 방치된 여자들과 동물, 그리고 나뒹구는 정체 모를 고깃덩어리가 역겨움을 선사한다. 그 한 가운데, 한 마리가 미친 듯 허리를 튕긴다. 생기조차 찾아보기 힘든 눈동자 속, 그 안은 빛조차 없는 어둠이다.

문신처럼 새겨진 피멍이 온몸을 덮고 있다.

붙잡힌 여자의 몸이 격하게 흔들린다. 단순히 허리 때문만이 아니다.

때리고 있다. 방파제를 후려치는 거친 물살처럼 날려대는 주먹. 제멋대로 수시고 흥분한 고블린의 구타.

어디든 상관없이 내려치고 날카로운 덧니로 가슴 건 팔뚝이든 물어뜯는다. 붉은 핏줄기가 피부를 타고 내려와 오물이 가득한 바닥으로 섞여 들어간다.

그렇게 반복. 시발-

들었다. 고블린에게 납치를 당하면, 이렇게 된다고 책에는 쓰여있었다. 직접 보긴 처음, 눈동자가 흔들렸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다른 마을이나 여러 마을에서 납치한 여성들이겠네요. 아니면 숲에서 길을 잃어버린 상인들이겠죠.”

“왜 여자만..., 남자도 상당히 많이 납치된 거로..아는..!”


아까 봤던 허수아비의 그림자가 뇌리를 가볍게 스쳐 지나간다.


“방금 보셨잖아요. 허수아비.”


확실히 골격을 생각해 보면 남자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하반신을 잃어버린 인간...역겹다.

바닥을 충분히 적시고도 남는 고약함이 올라온다. 떨어져 있는 메기조차 정신이 혼미했다.


“멋모르는 사냥감을 휘어잡는 미끼. 확실히 우수한 사냥꾼이네.”

“잘못들은...?"


이 여자가 지금 뭐라고 하는 거지? 우수하다고 하다? 메기는 귀를 의심했다.


"동족이란 미끼를 이용하다니 추악하잖아요?”

“그런 추악함을 이용할 만큼 놈들의 지능이 높아요.”

“이건 지능에 문제가···”

“본인이 경험하고도 아직 그런 이야기를 하나요?”


사람의 그림자를 보고 사실 확인도 없이 달려든 자신을 되돌아본다. 절박한 사냥감을 이용하는 동족 미끼. 손쉬운 무리가 아니다.

우두머리가 중심을 이루는 고블린 무리의 지능은 다양하다. 상당히 골치 아픈 상대를 만나버렸다.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 조금 전에 보여준 놈들의 행동을 되새긴다.


'두 마리의 다툼을 단 한마디로 조용히 시킨 우두머리..., 그래.'


해법은 있다. 지능을 무너트리는 방법이, 약점이 있다. 그걸 이루기 위해선 조금 희생이 필요했다.


"역겨운 새끼들...”


메기의 주먹에 힘이 들어간다.


“사냥을 위해 역겨움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설령 윤리적으로 비틀려도 손안에 남느냐, 안 남느냐.”


시리게 배때기를 찌르는 신시아의 말에 사색에 잠긴다. 원치 않아도 그려진다. 허수아비를 이용한 그들의 사냥방식. 눈으로 본 것처럼 생생하게 재생된다.

숲속을 헤매는 여행자들이 횃불을 보고 안도하고 달려온다. 그러나 그건 시체, 다리가 풀리지 않으면 다행 그러나 멋모르고 튀어나온 비명. 소리는 공중을 내달려 고블린들에게 전해지고, 이후는 말하지 않아도 안다.

인간을 낚기 위한 덫.

죽은 자는 먹이 또는 다른 누군가를 만드는 덫이 된다. 얼마나 원통할지, 창백한 그의 심정을 위로할 자신이 없다. 보는 것만으로 심장이 면도칼에 베인다.


"젠장..."


아무 잘못 없는 흙바닥을 내리쳐봐야 손만 아플 뿐이다. 갈 곳을 잃은 눈이 다시 여자들로 향한다. 여전히 인상 쓰이는 상황만이 펼쳐졌다.

그런데.


‘저건 뭐지?’


뒤로 보이는 밝은 갈색의 머리카락, 아니겠지.

헝클어진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검은 삼백안. 아니길 원하고 있다.


작가의말

연재 주 7일 변경합니다.

18:00에 올라갈 예정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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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촌극. 20.09.10 8 0 14쪽
21 다가오는 정체. 20.09.09 7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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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구출 작전. 20.09.07 9 0 16쪽
18 달님이 바라는 것. 20.09.06 9 0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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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망은 언제나 가깝게. 20.09.04 12 0 12쪽
15 탈출 - 2. 20.09.03 10 0 16쪽
14 탈출. 20.09.03 9 0 14쪽
13 숲으로 - 2. 20.09.02 9 0 12쪽
12 숲으로. 20.09.02 8 0 11쪽
11 울타리 밖에 집 - 2. 20.09.01 9 0 11쪽
10 울타리 밖에 집. 20.09.01 11 0 11쪽
9 캠프 - 3. 20.09.01 10 0 15쪽
8 캠프 - 2. 20.08.31 7 0 15쪽
7 캠프. 20.08.31 9 0 13쪽
6 마을의 비밀 - 2. 20.08.31 12 0 15쪽
5 마을의 비밀. 20.08.28 24 0 13쪽
4 트리퍼 - 3. 20.08.28 34 0 16쪽
3 트리퍼 - 2. +2 20.08.27 42 1 15쪽
2 트리퍼. +2 20.08.27 43 1 17쪽
1 프롤로그. +2 20.08.26 74 1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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