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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질풍 님의 서재입니다.

님이 바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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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질풍
작품등록일 :
2020.08.26 16:49
최근연재일 :
2020.09.22 18:00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4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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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수 :
206,615

작성
20.09.0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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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울타리 밖에 집.

DUMMY

캠프를 빠져나와 걷는 두 사람. 입구에 다다를수록 허름했던 건물도 사라지고 텅 빈 공터에 움집이 빈 곳을 채우고 있다. 길바닥도 포장된 게 아닌 조금 다듬어진 흙길이었다. 한참을 걸어가던 중 신시아가 바구니에 관해 물었다.


“받아온 게 뭔가요?”

“저도 몰라요?”

“열어보면 안 되나요?”

“심부름 전까지 열지 말라고 신신당부해서요.”


메기는 간단하게 대꾸했다.


“뭔지 궁금하네. 마을에 들어오면서 얼핏 보긴 했지만, 이쪽 길은 상당히 특이하네요.”


그녀는 주위를 둘러본다. 이렇게 넓은 지형을 낭비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농사해서 이득을 보는 것도 아니고 그저 놀리고만 있다니 아까울 뿐이다. 게다가 일정거리를 유지하고 세워진 의미불명의 움집까지. 메기는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사람이 보기엔 그렇게 보이시죠? 여기는 침입을 막는 용도로 선별해서 만들어둔 곳이라고 들었어요. 직접 사용하는 건 보지 못했지만, 저 앞에 움집 앞에 푯말도 걸려있죠?”


텅 비어 보이는 집 앞을 지키고 있는 푯말에는 ‘에일린’(Aileen)이라고 적혀있었다. 여자 이름 같아 보였다.


“사람 이름 같은데. 빛이라...” 그녀는 혼자 중얼거렸다.

“에일린(Eileen) 흔히 통용되는 이름이라 그리 예쁜지는 모르겠는데···벌써 다 왔네요.”


혼잣말일 뿐이었는데, 친절한 메기의 대꾸를 끝으로 도착한 울타리. 메기는 익숙하게 높은 울타리 근처를 살피더니 밑부분을 발로 툭툭 찼다. 그러자 낡은 못이 빠지면서 셋길이 열린다.


“지나가세요.”

“왜, 문으로 가지 않는 거죠?”


정문과 그리 멀지도 않은 거리, 심지어 닫혀있는 것도 아니었다. 당황한 메기가 뒤통수를 만졌다.


“아···그, 그게” 말을 더듬는 메기.

‘아아···망했네. 정신 못 차리고 이런 멍청한 짓을 해버렸네.’


몸이 멋대로 기억하고 있는 곳으로 안내한 모양이다. 어쩔 줄 몰라하는 메기 앞에 오두막 한 채가 눈에 들어왔다. 브랜다의 집이 가까이 있었다니 다행이었다.


“여, 여기가 좀 더 가까워서요. 보, 보이시죠?”

“이런 곳에 집이··· 근대, 제가 처음에 지나올 때는 못 본 같은데.”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그녀.

“뭐가요...?”


숲을 가로지르며 왔던 그녀는 기억을 되새겼다. 덕분에 메기는 마른 침을 삼키며 긴장했다.


“···아니에요. 제가 잘 못 봤나 봐요.”


기억이 나지 않아 넘어가려고 해도 무언가 꺼림칙함을 느낀다. 처음 도착했을 때는 보지도 못했던 오두막, 그리고 울타리 밖에 설치된 집. 어차피 목적지는 저 집이기에 차후에 알아보기로 다짐했다.


“여기서부터 숲이네요.”

“주의하죠.”


괜스레 말하는 메기와 함께 밖으로 나간다. 이런 곳으로 드나드는 모습을 보이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하던 그녀는 정문에 경비병이 있는 쪽을 확인했다. 누가 강제로 설치라도 한 듯 나무와 수풀들이 상당히 절묘한 위치에서 완벽하게 가려주었다.


“신기할 정도로 절묘하죠?”


메기는 웃으며 오두막 앞으로 이동했다. 삐걱거리는 마루를 지나니, 마주하는 것은 브랜다라고 쓰여있는 푯말이었다. 신시아가 느꼈던 꺼림칙한 느낌이 무언가 현실감 있게 다가왔다.

원인은 이 집. 이질적인 기운이 집 전체에서 뿜어지고 있다. 싸늘함이 땀구멍을 타고 들어와 혈액을 얼리는 것만 같다.

주변에 있는 것조차 싫다. 피부로 솟아올라 오는 식은 땀방울이 불편함을 감지하고 몸은 자연스럽게 뒷걸음질 친다. 그러나 함께인 메기는 전혀 그런 느낌이 없어보였다.


“별로 좋지 않아 보이네요.”

“그런가요? 시골집 같아서 저는 괜찮은대.”

“···흐음.”


확실히 그는 모르고 있다. 이 이상 말해봤자 의미 없다고 생각한 신시아는 다른 쪽으로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 이 집은 괜찮은가요? 혼자 이렇게 떨어져 있는데?”


질문에 메기는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까지 깊게 생각해본 적은 없었는데. 보통 담력을 가지고 있는 할머니는 아니라서 괜찮나 봐요. 다양한 경험을 하는 상인이나 떠돌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글을 써서 이야기를 만들어주시는 분이라 밖이 편하다고 하시니 더는 어쩔 수 없더라고요. 거기다 이 마을은 지난 백 년, 습격을 당한 적이 없어서요.”

‘무슨 말을.’


그녀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몇 년도 아니고 이렇게 숲이랑 인접해있는 마을이 백 년이란 세월 동안 안전했다니 믿기지 않았다. 그녀가 떠돌이 생활을 했을때 들었던 소문만 나열해도 광장을 두세 바퀴는 우스웠다.

오히려 이렇게 좋은 마을은 목표 삼기 좋은 마을 일터. 가지고 있던 가치관에 혼란을 겪던 신시아는 이어지는 메기의 말에 머리속이 뒤집혔다.


“운이 좋았던 게 아닌가 싶네요.”

“···운이 좋아?” 따라 말한 자신의 입을 의심한다.


고작 운으로만 지금까지 평화롭게 살았다는 병신 같은 소리를 하는 집단. 폐사 직전의 종교 단체도 아니고 자신들의 목숨을 운 따위에 맡기고 있었다? 그럴리 없다. 만약 정말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면, 신시아는 아낌없이 찬사를 쏟아낼 생각이었다.


“..아하.하.”


아니야, 참아야 해. 실소를 토해내며 웃어넘긴다. 메기는 그런 그녀를 두고 문을 두드리며 웃음에 관해 물었다.


“왜 그러세요?”


억지스러운 말을 해놓고 저런 말을 하다니 신시아의 목소리 톤이 올라갔다.


“이상하지 않나요? 운으로 지금까지···”

“문 열렸다우.”


기다렸다는 듯이 말소리가 겹친다.


“네?”

“아뇨. 그러니···”

“들어오시게들.”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하면 들어오는 할머니의 음성이 덧씌운다. 신시아의 핏줄이 살짝 올라왔다.


“죄송하지만 조금 있다가 이야기해도 될까요? 빨리 전해주고 가면서...”

“아니에요. 중요한 이야기는 아니었으니 그냥 잊어주세요.”


털털하게 괜찮다고 말하는 표정은 조금 화가 올라와 있다. 조금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 메기가 문을 열고 들어간다.


“실례합니다.”


조심히 열리는 문, 방안은 투박한 외부와는 다르게 상당히 고급스러운 분위기였다. 고급스러운 찻장 안에는 진귀하다고 볼 수 있는 접시와 찻잔들이 벽난로 위에 즐비해 있었고, 난로 앞으로는 달처럼 은은한 색을 가지고 있는 둥근 양탄자가 깔려 있다.


“누군고···아이고야!”


정사각형으로 된 탁자 위에 놓인 뜨개질 상자를 정리한 노파는 양탄자 위에 발을 살포시 내린다. 그녀 흔들의자에서 일어나고 남은 빈자리에는 보랏빛 천이 화려하게 깔려있다.

다가온 노파의 눈이 게슴츠레 바뀌었다. 그러곤 금방 메기를 확인하고 밝아졌다.


“메기! 어서 오려므나.” 늙은 주름이 깊어지는 노파.

“오랜만에 뵙네요. 할머니.”

“마지막으로 봤던 게- 너와 세라가 태어났을 때였던가?”


메기는 정중하게 머리를 숙였다. 그런 그를 보는 브랜다는 턱을 쓰다듬으며 과거를 회상했다 거뭇거뭇한 손톱을 가진 초 단위로 검지가 움직여 턱을 건드렸다.


“그렇게 오래는 아니에요!”

“특별하게 태어난 너희가 보여준 빛은 밤을 밀어내는 태양보다 빛났지. 별도 참으로 아름다웠지. 암 그렇고말고.”


개의치 않고 자기 할 말만 쏟아내는 브랜다였다.


“혼잣말하시고···”

“나이 들면 즐거운 날을 되새기는 게 세월의 낙이란다. 슬슬 이러는 날이 많아지는 걸 보면 나도 금방 하늘로 돌아가 때가 된 거지.”

“에이 괜히 그러신다.”

“나 죽으면 슬퍼해 주는 거니? 빈말이라도 이리 기쁘구나.”


인자한 미소에서 그려지는 노파의 인품은 상당히 빛나 보였다. 브랜다는 메기와 인사가 끝나고 나서야 뒤늦게 신시아를 발견해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천천히 내부를 둘러보다 뒤늦게 발견한 그녀는 얼떨결에 인사를 받아주었다.

신시아의 시선이 지면으로 향한다. 한눈을 판 순간, 어디선가 더러운 시선이 정수리에 와 닿는다. 서늘하게 서 있는 새파란 강철 같았다.


‘뭐지?’


확실히 어디서 다가오는지 모를 정도로 다각화된 시선에 고개를 빼 들어 주위를 살핀다. 압도당한 느낌에 이마에서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힌다. 타닥- 땀이 떨어지면서 들려오는 소리가 귀를 간지럽힌다.


‘어디야.’


감지조차 되지 않는 시선은 몸으로 파고드는 오한과 함께 사라진다. 한겨울 칼바람이 불어오는 터널 같은 추위에 살짝 몸을 떨다 브랜다와 눈을 마주쳤다. 아주 약간이었지만 정색을 했다가 원래의 얼굴로 돌아갔다.


'설마 저 노파? 노파가···'


브랜다의 표정에서 서늘함을 느낀다. 그러나 노파는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천연덕스럽게 메기에게 다가와 옆구리를 찌른다.


“옆에 아름다운 아가씨는 여자친구니?”

“아? 예에?”

“···어머.”


단순히 보더라도 둘 사이에는 전혀 그런 기미가 없다. 아니, 애초에 그렇게 보일 수가 없다.


“아···아뇨! 그게···”

“여행객인데요.”


날 선 말로 메기의 말을 내리치며 나오자 브랜다는 실망한 얼굴을 보였다.


“인제 나이 차서 가나 싶었더니.”

“성인 된 지 얼마나 됐다고 그러세요! 언젠간 가겠죠. 하하하! 그것보다 여기서 지내시느라 요새 불편한 건 없으시죠?”


메기는 빠르게 화재를 전환했다.


“그럼! 아직 가슴 속에 호수처럼 푸른 빛을 품고 있단다. 보렴? 뜨개질도 선수급 아니겠니.”


탁자 위에 놓아둔 천과 털 뭉치를 가리킨다. 오두막 벽에 걸린 수많은 옷이 그녀의 취미를 단편적으로 보여줬다. 단순 취미를 넘어선 수준의 실력.

어려운 자수들이 특히 많이 들어가 있는데, 유난히 머리맡에 걸려있는 원피스와 정말 얇아 보이는 하얀 베일에는 공들인 티가 났다.


“여전하시네요.”

“아부는! 근대 들고 있는 건 뭐니?”


브랜다는 가볍게 아부하는 그의 말에 즐기며 묻는다.


“이거 필립이 할머니에게 드리는 거라고 해서요.”


바구니를 받아든 노파는 유심히 살펴보더니 덮여있는 천을 열어 물건을 확인했다. 붉은 카펫처럼 아름다운 꽃잎들이 가득 담겨있다. 그 향은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아저씨처럼 정신이 아득해진다.


“찾아 해메던 게 드디어 돌아왔구나. 아직 멸종하지 않았던 게야. 에덴가르의 꽃잎.”


주름진 손으로 붉은색의 꽃잎을 살짝 건드린다. 그러자 흩어지는 꽃잎은 가루가 되어 공중으로 흩어졌다. 연기처럼 생긴 것이 자욱하게 붉은색으로 반짝였다.


“에덴가르가 뭐에요? 처음 들어보는데.”

“그럴 수밖에 없지. 신이 내리는 빛을 충분히 받아먹는 성지에서 피는 꽃이란다. 그렇다 보니 보기 쉽지 않지... 필립이 찾은 모양이구나.”

“힘들게 구했다고 했어요.”

“그래··· 그랬구나.” 애틋함이 묻어나오는 브랜다의 눈.


가만히 서있는 메기의 어깨를 누가 건드린다. 돌아보니 신시아가 창밖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알고 있다. 다만, 선뜻 말을 끊기가 어려웠다.


‘어쩌지.’


눈치를 살피는 메기는 눈을 흘길 뿐이었다. 살짝 빛이 얕아졌다. 초조함에 입에서 혓바닥이 살짝 튀어나온다.


“에덴가르, 여신에게 사랑받은 꽃이란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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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타리 밖에 집. 20.09.01 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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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캠프 - 2. 20.08.31 7 0 15쪽
7 캠프. 20.08.31 9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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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마을의 비밀. 20.08.28 24 0 13쪽
4 트리퍼 - 3. 20.08.28 34 0 16쪽
3 트리퍼 - 2. +2 20.08.27 42 1 15쪽
2 트리퍼. +2 20.08.27 42 1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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