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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an타스틱 님의 서재입니다.

성황당 배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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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an타스틱
작품등록일 :
2021.05.12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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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6,880

작성
21.06.17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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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3화 선넘네? - 2

DUMMY

33화 선넘네?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배민 일행은, 앞 매점에서 자그마한 과일 바구니 하나를 산 다음 병동을 찾았다.

병동에 입장하고는, 곧장 프론트로 향한 배민 일행.

프론트에는 어제도 당직이었는지, 반쯤 감긴 눈꺼풀을 힘겹게 든 채,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는 간호사가 일행이 앞에 와있는지도 모르고 일에 몰두하고 있었다.(진짜 '일'에 몰두하고 있는지는 사실 모르겠다.)


똑똑.


"안 졸았어요, 수간호사님! 엇? 아! 어, 어떻게 오셨어요?"


배민이 데스크를 두드리자, 고개가 넘어갈랑 말랑 흔들리던 간호사가 두 눈을 부릅뜬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를 질렀다.('일'에 몰두한 것이 아닌 모양이었다.)

그 모습이 안쓰러워 배민은 어색한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물었다.


"박정남이라는 이름의 환자를 찾고 있어요. 여기 입원했다고 하던데....."

"아, 네. 잠시만요. 흠흠, 환자분 나이가 어떻게 되시죠?"

"스물 여섯입니다."

"어디 ...... 쿨 ..... 아! 안 졸았어요! 네? 아! 박정만 환자요? 네네, 어..... 3층에 309호실로 가시면 됩니다. 스물 여섯 맞죠?"

"네. 하하..... 감사합니다."


조금이라도 빨리 이 자리에서 없어져줘야, 이 불쌍한 간호사가 한숨이라도 더 눈을 붙일까 싶어 일행들은 빠르게 프론트를 벗어나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3층이랬지?"

"아! 쪼매! 잠깐잠깐!"

"네? 왜요?"

"내가 누를기다! 층수 건들지 말어! 손꾸락 날라가붕게! 아야! 오함마 좀 갖고 온나!"

"오함마 없어요. 알았으니까, 실컷 누르세요."

"이히히히히!"


덕신은 아주 재수없게 웃으면서 양팔을 벌렸다.

그러고는 배민을 아주 빠아안히 쳐다보았다.

그 눈빛을 읽은 배민은 어금니를 강하게 씹고는 어쩔 수 없이 덕신을 엘리베이터 버튼 앞까지 들어올려주었다.


띡. 3층. 문이 닫힙니다.


"안돼!!!!!!"

"아, 왜요, 또! 눌렀잖아요!"

"닫힘을 안눌렀는디! 지절로 닫히뿌노! 이 썩어문들어질 21세기 기술 발전과 반자동AI시스템!!!!"

"아. 정말 너무 지친다."


배민은 솔직한 자신의 심정을 토로하고는 덕신을 놓아버렸다.

정아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으면서 배민의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그때까지도, 치원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오락기만 들고 있었다.


띡. 3층입니다. 문이 열립니다.


"309호..... 아! 오빠, 저쪽이다."


정아는 벌써 지쳐버린 배민을 대신해 이정표를 빠르게 확인하고는 일행들을 이끌었다.

306호... 307호... 308호... 그리고 309호.

무엇이든 정확한 확인과 검산은 세상 물정에 큰 도움이되므로, 배민은 병실 앞에 붙은 소속 환자 이름표를 확인해보았다.


좌측 안쪽 병상 - 박정만.


쓰여진 이름은 이것 하나 뿐이었다.

이 병실은 4인실이었는데도, 정만이 운이 좋은 것인지 다른 환자들이 없어 혼자 쓰고 있는 듯 했다.


"환자분! 안 돼요!"


그 때, 병실 안에서 다급한 간호사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굉장히 시급한 듯한 목소리.


"설마?!"


배민과 정아는 동시에 서로를 바라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곧장 병실의 문을 열고 침투하듯 들어갔다.


"정만아!"

"정만씨!"


혹시 모를 근우의 해코지나, 알 수 없는 정만의 엄한 생각이 그를 아주 위급한 상황으로 몰고 갈 수도 있었기 때문에, 이들은 곧장 이렇게 행동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후회하는데는, 채 3초가 걸리지 않았다.


"아오! 환자분! 내려 오라고요! 그럼 안 된다고요!"

"헛 둘, 헛 둘, 헛 둘."


정만은 몸통과 다리에 붕대와 깁스를 칭칭 감고 있었는데, 팔뚝만은 멀쩡한지, 병원 윗창문의 난간을 부여잡고 턱걸이를 하고 있었다.

해코지? 엄한 생각?

퍽이나.

정말 쇠질에 미쳐도 단단히 미친 것이 분명했다.


"야! 너 뭐해!"

"응? 아! 형님! 누님! 하하하. 어서, 아얏! 아고고..... 하하, 어서 오십시오. 하하하."


정만은 배민과 정아를 발견하고 난간에 매달린채 손을 흔들다, 다리를 찧고는 힘없이 쓰러져 버렸다.

덕신팟으로 말을 할 때는, 목소리도 다 죽어가더니 지금은 또 팔팔하기까지 했다.

그냥 운동을 못해서 기운이 없었었나 보다.


"이 샊... 아니, 정만 환자분 보호자세요? 제발 좀 도와주세요! 이 샊... 아, 아니, 환자분 좀 병상에 눕혀주세요!"

"아, 예."


시간 상, 오늘 새벽에 입원한 것이 분명한 정만인데도, 벌써부터 간호사는 저 샊... 아니 정만에게 질려버린 듯 했다.

고 몇시간 동안 저 샊... 아, 아니 정만이 어떻게 행동 했는지가 여실히 눈에 보이는 배민과 정아였다.

어쨌든, 배민과 정아는 그런 간호사를 가엽게 여겨, 정만을 양쪽에서 집어들고는 병상에 눕혀주었다.


"하..... 환자분. 근손실이고 나발이고 이제 제발 휴식을 취하세요. 그리고 팔 대세요, 주사 있으니까."

"하하하하하. 알겠습니다!"


그래도 운동 조금 했다고 아주 활력이 넘치는 정만은 해맑게 웃으며 팔뚝을 걷었다.

우락부락 솟구쳐 올라 징그럽기 짝이없는 혈관을 보며 얼굴을 찌푸린 간호사는 있는 힘껏 주삿바늘을 찔러 넣었다.


"아우취~ 따끔~ 아하하하하하하하하."

"조용하세요."

"하하하. 그런데 간호사 선생님. 이 약물이 얼마나 들어가는겁니까?"

"희석해서 5ml요."

"그럼 두 번 놓으면 얼마나 들어가는거죠?"

"10ml죠."

"아닙니다. 5+5는 30입니다. 잘 알고 계시도록 하세요."

"뭔 또라이 같은 소리람. 어머, 죄송해요. 속으로 말한다는게. 호호호."


간호사는 주사를 다 놓고는, 입만 웃어대며 병실을 나가버렸다.

가만보니까 저 간호사도 보통은 아니었다.


"..... 자, 선물."

"오! 과일! 과당은 운동을 할 때 훌륭한 에너지원이 되죠! 게다가 일반적인 식사로 섭취하기 힘든 각종 무기질을......"

"됐고. 뭐야? 어떻게 된 거야?"

"아, 이거 말입니까?"


정만은 대충 머리를 벅벅 긁고는 얼굴을 찌푸렸다.

그 상황을 다시 복기하려니, 조금 녹록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러니까..... 어젯밤 11시 정도쯤에 체육관을 나섰습니다. 저는 제 자작곡인 '로이더 로이더'를 흥얼거리면서 야식으로 먹을 닭가슴살 생각에, 어서 빨리 집으로 가고 싶었죠."

"그런데?"

"그런데 골목길에서 정체모를 어떤 녀석이 나타나서 저보고 묻더군요. 니가 정만이냐고."

"그래서?"

"그래서 그렇다고 했죠. 저는 정만이 맞으니까 말입니다. 텐 렙스 베이비!"


배민은 짜증이 치밀어 올랐지만, '상대는 환자다' 라는 일념 하나로 인내심을 발휘했다.


"그랬더니?"

"그랬더니 갑자기 저한테 엄청 발길질을 퍼붓잖습니까? 정말 남부럽지 않게 맞았습니다. 그 호리호리한 녀석이 엄청 세더라고요."

"발길질? 자, 잠깐만. 그럼 너 지금 이게 맞아서 이렇게 됐단 거야?!"

"어머어머, 진짜예요?!"


정아도 그 말에 너무 놀라 입을 틀어막았다.

막연하게 사고라고만 생각했는데, 폭행에 의한 것이었다니?

맞아서 이 정도로 다쳤다면, 까딱 잘못했다가 치사로 갈 수도 있는 문제였다.


"야잇! 너 그렇게 몸 키워놓고는 왜 멍청하게 얻어맞고만 있었어?! 반격을 하든, 도망을 가든 했어야 할 거 아니야!"


배민은 안쓰러움과 답답함이 동시에 마음을 짓눌러 원치도 않은 큰소리를 내버렸다.

그 스스로도 정만의 잘못이 아닌 것을 알지만, 이렇게밖에 표현을 못하는 자신이 한스러울 따름이었다.

하지만 정만은 전혀 마음이 상하지 않은 듯, 슬쩍 미소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제 근육은 누군가를 때리기 위한 근육이 아닙니다, 형님. 제 근육이 쇠를 들 때 말고 부풀어 오를 때는 오직 불의를 보았을 때 뿐이죠."

"그럼 너 얻어맞은 건? 그건 불의 아니냐?"

"만약 제가 그에 응했다가 화를 못이긴 그 녀석이 지나가는 다른 사람들에게 해코지를 한다면 더 큰 일 아니겠습니까?"


하.....

이런 게 곱게 미쳤다는 건가?

이런 이상적인 선함을 말하는 정만이 한편으론 멍청해 보이고, 한편으론 안타깝기도 한 배민이었다.


"그래서 누군데? 차근우 그 새끼야?"


배민의 질문에 치원이 몸을 흠칫 떨었다.

지금 배민과 정아는 온 정신을 정만에게 쏟고 있어, 치원을 보지 못했기에 모르겠지만, 치원은 병실에 들어온 이후부터 식은땀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오직 덕신만이 아무말 않고 공중에 둥둥 떠서 치원을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다.

(참고로 지금 정만의 눈에 덕신은 보이지 않는다.)


"차근우 얼굴은 전국민이 다 아는데, 설마 직접 나섰겠습니까? 형님. 제가 했던 말 중에 기억에 남는 거 없으세요?"

"어떤 말?"

"아 글쎄, 그놈 발길질이 정말 무지하게 셌다니까요?"

"..... 발길질?"


정만의 의미심장한 말에 배민은 생각을 거슬러 올랐다.

그러다 문득, 어제 정만과의 통신에서 들었던 한 구절이 떠올랐다.


"무쇠다리?"

"큭큭큭큭, 맞습니다! 기억 하시네요!"

"그럼 그, 민재? 무쇠다리 민재? 걔? 너 이렇게 만든 애가 걔라고?"

"분명합니다. 스스로 이름을 밝히진 않았습니다만, 시기상, 정황상, 그리고 특성상 모든 게 맞아 떨어져요. 단서들은 하나 같이 그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오민재, 그 녀석을요."

"오민재라..... 오씨였구나."

"아휴, 오빠두! 그게 중요해? 그래서 정만씨. 얼마나 다친 거예요?"


정아의 얼굴은 반반이었다.

정만이 걱정되는 표정과, 대리인도 아닌 민간인에게 이렇게까지 하는 근우에 대한 분노의 표정까지.


"몇 주는 병원 신세를 져야한다고는 합니다만, 하하 그건 다 병원에서 하는 이야기 아니겠습니까, 누님?"

"제발 병신같은 소리 하지 말고 선생님 말 들어요."

"네? 아..... 네."


정아의 살벌한 눈빛에 정만은 움찔하여 수긍의 대답을 들려주었다.


"어쨌든 이 곳에서는 제가 노트북밖에 쓸 수 없기 때문에 평소와 같은 속도로 정보 수집을 해드리는 것이 한계가 있습니다."

"아냐, 너무 크게 신경쓰지 마. 몸조리부터 해."

"하하하, 그럴 순 없죠. 큰 판에 끼지 못한다면 사나이가 아닙니다!"

"..... 그럼 무리 안가게끔만 부탁해."

"오빠!"


정아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 와중에도 일을 시키려 하는 것 같은 배민에게 진심으로 화가 난 듯 싶었다.

하지만 배민도 배민 나름대로 할 말이 있었다.


"정아야. 얘를 좀 봐봐. 쉬란다고 쉬게 생겼니? 괜히 서로 열내느니, 그냥 편하게 하게끔만 해 주는 게 가장 이상적일거다."

"...... 알았어."

"하하하, 그럼 저는 오민재와 더불어 차근우의 심복들을 계속 파보겠습니다."

"그래, 몸조리 잘 해라. 우리 갈게."

"아차! 어디로 가십니까?"

"지리산."

"호~ 지리산이라....."


정만은 순식간에 지리산에 대한 정보를 서칭했고, 일행들은 그런 정만을 뒤로하고 병실을 나섰다.

그리고 그 때까지,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잠자코 있던 덕신의 목소리가 배민의 마음 속으로 들려왔다.


'어요, 승배미이.'

'네. 말씀하세요.'

'저 씹덕 새끼, 확실히 므가 있재?'

'네, 있어요.'

'요놈아가 양, 식은땀을 뻘쩍같이 줄줄 흘림시로, 요래요래 눈치를 살살 살피는데, 똥꾸린내가 마 진동을 한다 아이가.'

'걱정 마세요. 저것들 마음대로 진행되진 않을테니까.'

'오야, 내사 마 느그만 믿는다잉.'


덕신은 그 말을 끝으로 텔레파시를 멈추고는 갑자기 휘파람을 불었다.


"휘휘~ 어.째. 나.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아.서. 참. 입. 안.이. 달.큰.한.걸? 하.하, 영.문.을. 모.를. 일.이.다. 그.렇.지. 배.민.아? 그.렇.지. 정.아.야? 그.렇.지. 덕.후.야? 하.하."

"하....."


누가 보아도 '나 너 모르게 무언가를 떠들었지롱.' 이라고 광고라도 하듯, 덕신은 메소드 연기를 펼쳤다.

무슨 일이든 간에, 가만히만 있으면 중간이라도 가는 법인데......

이렇게 굳이 나서서 초를 쳐주는 덕신이 덕에 또다시 골치가 아파오는 배민이었다.


작가의말

..... 응?

분명 작가의 말 이렇게 써야지!

라는 생각을 금방 했었는데....

그 생각은 어디로 갔죠?

기억이 안나.....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 감사드립니다!

추천 선작 댓글 부탁드릴게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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