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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an타스틱
작품등록일 :
2021.05.12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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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25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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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화 동해 용왕 - 7

DUMMY

18화 동해 용왕


허둥지둥 차로 돌아온 배민과 덕신.

덕신은 차에 타자마자, 바로 시트를 뒤로 젖힌 뒤, 어디서 챙겨온 지도 모를 안대를 꺼내 살포시 착용했다.

배민도 서둘러 내비게이션을 작동시키고는 안전띠를 둘렀다.


“이번에는 휴게소 안 들립니다. 시간이 이러니까 차 막히지도 않을 거예요. 곧장 달릴 거라고요.”

“어요, 니 지금 내 꼬라지 안뵈나? 그것이 응당 내가 바라던 바인기라. 내는 기냥 이대로 기절해 있을테니께네, 마, 도착하믄 깨아라.”

“좋은 생각이네요. 그럼 갑니다.”


배민은 액셀을 때려 밟으며 대왕암 공원을 벗어났다.

어차피 목적지는 바뀌지 않았다.

혹여나 하는 생각에 갓갓워치로의 확인도 모두 끝낸 상태였다.

지금이라면 가상의 메시지를 보내기 완벽한 적기인 것이다.


“자, 고객님. 11시에서 13시 사이에 고객님의 소중한 물품이 배송됩니다.”


꿈에서나 그리던 메시지 멘트.

배민은 창문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는 마파람을 맞으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아직 새벽의 한기를 머금은 바람이 차긴 했지만, 상쾌하기도 매한가지였다.

기분이 좋으니 더더욱 그럴 수밖에.

그렇게 배민은 아주 좋은 기분으로 설악산으로 향했다.

움직이는 긴 시간동안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 플래그 작작 세우라고 했다.”


이번에도 그냥 그렇다는 말이다.


##


모든 것이 순조롭던 배민.

작가의 플래그에도 불구하고 다행히 배민은 고속도로에서 어떠한 장애물도 만나지 않았다.

하지만 방심은 용납할 수 없는 것이고,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님은 세상불변의 법칙 중 하나였다.

설악산의 초입에서 떡하니 방해꾼을 만났으니, 역시 법칙은 괜히 법칙이 아니었다.


“안녕하세요?”

“······ 네, 안녕하세요.”


방긋 웃는 미소로 해맑게 인사를 건네는 여성.

그리고 그 여성의 주위에는 손바닥만 한 크기의 소년이 요정의 날개를 달고 날아다니고 있었다.

정아와 두서였다.


“······.”


배민은 발걸음의 속도를 올리며 정아를 지나쳐 걸어갔고, 정아는 묘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배민의 뒤를 따랐다.


“마. 또 뭔 꿍꿍인데? 추잡시럽구로, 또 뒷말이나 줏어듣고, 요래 길목 지키고 있는기가? 아따, 얄궂재.”

“우리도 원해서 그러는 것은 아니다, 덕신아. 승부의 세계라는 것은 원래 냉정한 법이잖니? 과정이야 어떻든 최후에 웃는 자가 승자인 것이니 너무 화를 내지 말렴. 주둥이에 문 걸레 좀 내다버리고 말이다.”

“뭠마? 어데 괭이 똥에 꼬이는 날파리 겉은기, 으른한테 조디네, 걸레네 해쌓노.”

“날파리는 모르겠고, 어른은 아니란다.”

“요 상노무 자슥이요. 함 해보자 이기가?”

“내가 피할 것 같으니?”


둘 다 조막만한 두 신목은 허공을 둥둥 떠다니며 서로를 노려보았다.

아무리 험상궂은 표정을 지으며 주먹을 들어보여도, 워낙 지금의 생김새가 귀여우니 별로 공감은 가지 않았지만 말이다.

배민과 정아는 그런 둘은 무시하고 계속 산길을 올랐다.

물론 배민이 앞서가고 정아가 계속 뒤따르는 형식이었다.


“신기는 찾았어요? 그러니까 온 거겠죠? 밤늦게 집에 들어가더니, 언제 찾아서 어떻게 이런 이른 시간에 설악산까지 온 거죠? 집은 울산이잖아요?”

“······.”


정아는 재잘재잘 끝없이 질문을 던지며 말을 걸었지만, 배민은 묵묵부답이었다.

무슨 수작을 부릴지 알 수도 없었지만, 정아 때문에 선녀의 눈에서 눈물을 냈다고 생각하니 괘씸해서라도 더더욱 대답을 해주지 않을 작정인 배민이었다.

하지만 정아도 참 포기라곤 몰랐다.

이쯤 했으면 자신도 성질이 뻗칠 법도 한데, 조금도 지친 기색 없이 참 잘도 떠드는 것이었다.

이렇게 험한 등산로를 오르면서도 말이다.


“나 보고 싶진 않았어요? 우리 나이도 얼마 차이 안 나는 것 같은데. 제가 제 나이 이야기 했던가요? 전 27살이에요. 배민씨는요? 제 또래 맞죠?”

“······ 28살입니다.”


그래도 이 정도는 이야기해줘도 괜찮을 것 같았는지, 배민은 낮은 소리로 대답했다.

그리고 그 한마디에 정아는 너무 기쁘다는 듯, 풀쩍 뛰어 배민의 팔짱을 껴버렸다.

깜짝 놀란 배민은 정아를 뚫어져라 쳐다봤지만, 정아는 예의 그 미소를 계속 보이며 걸음을 옮길 뿐이었다.


“저, 왜 갑자기······?”

“이제 오빠라고 부를까요?”

“네? 아니 그건 좀······.”

“히힛, 뭐 어때요. 오빠도 그냥 정아야~ 라고 불러요. 한 살 차이는 사실 친구도 먹곤 하지만······. 내가 양보하죠. 어때요? 좋죠?”


좋긴 개뿔.

그런 생각은 한 살이라도 더 많은 배민이 해야 맞는 것이지, 어디 어린 것이 저따위 생각으로 맞먹으려 드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중요한 것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계속 왜 그러시는 지 잘 알겠지만, 저는 양보할 마음이 없습니다.”

“오빠. 오빠 여자 친구 없다고 그랬죠? 나 어때요?”

“네?”

“그래도 나 정도면 못생기진 않았잖아요? 그리고 저 이래봬도, 44 사이즈 입어요. 167에 48킬로. 이 정도면 어디 가서 꿇리진 않는다고요.”

“와 진짜 쩔긴 하······ 는게 아니고 갑자기 왜 그러시냐고요!”

“하핫, 이 정도면 오빠는 개꿀 아냐~? 그냥 오빠한테 시집갈까요?”


안 되겠다.

이 여자는 요물 중의 요물이었고, 여우 중의 여우였다.

분명 자신을 홀리기 위한 행동이라는 것을 배민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것을 따지려고 해도, 저 빛이 떨어지는 것 같은 순박한 미소의 얼굴을 보면 차마 험한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러니 이 여자는 더더욱 그것을 이용해 먹고 있는 것이 확실했다.


‘순진한 날 홀딱 벗겨먹으려고(?) 하다니······!’


배민은 더더욱 마음을 다잡기로 했다.

절대 이런 수작에 넘어가서는 안 되는 것이다.

마음을 굳힌 배민은 걸음의 속도를 더더욱 올렸다.

산은 오를수록 경사가 가팔라졌고, 정아는 슬슬 힘에 부친 지, 점점 배민과의 거리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그나마 처음에는 팔짱 덕에 붙어 있을 수는 있었지만, 그것도 적정량이지, 계속 되는 유산소와 그를 지탱하는 지구력은 결국 정아로 하여금 팔짱을 놓을 수밖에 없게끔 하였다.


“다 왔다.”


그러는 와중에 드디어 배민의 시야에 울산바위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제 수화물을 가지고 저 신비로운 무지갯빛이 뿜어져 나오는 공간으로 들어가면 배송이 완료될 것이 분명했다.


“오, 오빠!”

“응?”


갑작스런 소리에 배민은 뒤를 돌아보았다.

뒤에서는 정아가 젖 먹던 힘까지 짜내어 배민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하악, 하악, 하악. 오, 오빠. 내 말 좀 들어봐요.”

“전 할 이야기가 없습니다.”

“제게는 동생이 하나 있어요.”

“관심 없습니다.”

“제발 들어줘요!”

“······?”


지금까지 있었던 일로 보아, 응당 무시하고 자신의 갈 길을 가야하는 것이 맞겠지만, 왠지 처음으로 진정성이 느껴지는 것 같아 배민은 발걸음을 뗄 수 없었다.

정아도 그런 것을 알아챘는지, 빠르게 말을 이었다.


“전 가족이라곤 오직 제 남동생 하나뿐이에요. 저랑 열 살이나 차이 나는 어린 동생이죠. 제 동생이 아파요. 이유 없이 몸이 말라가고, 검은 코피를 흘려요. 하루가 다르게 기운도 빠지고, 지금은 누운 채로 제대로 거동도 못해요. 의사들도 원인을 모른대요. 전 꼭 두서님을 1등으로 만들어야 돼요. 그래야 제 동생을 살릴 수 있어요.”

“······ 혹시 헛것도 봐요?”

“네?”

“막 환각도 보고 이상한 소리도 하고 그러냐고요.”

“어떻게 아세요?”

“최근에 다크서클이 진하게 내려앉았다거나, 기미, 검버섯 같은 게 피었다거나, 이런 식으로 피부에 좀 어두운 변화가 생기진 않았어요?”

“마, 맞아요!”


배민은 머리를 벅벅 긁어댔다.

의사들은 원인을 모른다지만, 배민은 너무나 잘 아는 증상이었던 것이다.

참 놀랄 일이었다.

따지고 보면 배민은 뭣도 없는 백수 나부랭이일 뿐인데, (야이, 씨x) 세계 최고 수준인 대한민국의 의사들도 모르는 질환을 안다?

지나가는 개가 웃을 일이었지만, 어쩐지 배민은 정말 그에 대해 잘 아는 것처럼 행동했다.


“그럼 동생만 고쳐주면 나를 방해하지 않을 건가요?”

“가능한 거예요? 고칠 수 있어요?”

“믿는 다면요.”

“······ 어떻게 믿죠? 오빠가, 아니, 배민씨가 첫 번째 단계를 통과하고 절 모른 척 하면 어떻게 해요?”


정아의 걱정은 타당한 구석이 있었다.

배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스마트폰을 정아에게 슥 건넸다.


“그럼 번호라도 줘요. 내 번호도 드릴게요. 연락 하시면 되잖아요. 차단 같은 거 안 할 테니까······.”

“······.”


정아는 잠시 배민의 얼굴을 바라보더니, 폰을 받아들고는 자신의 번호를 찍고 전화를 걸었다.

이렇게 둘의 연락처는 공유되었다.

여담으로 하나만 말하자면, 배민은 그와 상관없이 얼굴이 괜스레 불그스름해져 있었다.

물론 상관없다는 것은 자기 혼자만의 생각이었고 말이다.


“꼭 약속 지켜요.”

“걱정 말아요.”


이번에는 배민이 미소를 지어보였다.

정아는 왠지 모르게 배민의 미소를 계속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화들짝 놀라버렸다.

어쨌든 그런 정아를 뒤로 하고 배민은 울산바위를 오르기 시작했다.

찬란한 무지갯빛이 오묘하게 뿜어져 나오는 이상한 공간.

그 앞을 지나가는 등산객들이 간간이 있었지만, 아무도 이 곳에 신경 쓰지 않는 것을 보니 대리인이 아니라면 이 공간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

공간 내로 들어간 배민은 고이 모셔온 호국룡의 용린(龍鱗)을 꺼냈다.


“고객님! 고객님의 소중한 물품이 배송 완료 되었습니다!”


배민의 외침에 응하기라도 하듯, 공간과 상호작용하던 용린은 빛을 발하기 시작했고, 서서히 옅어지더니 이내 배민의 손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그 공간 또한 점점 옅어지더니, 이내 사라졌다.


띠링 띠링.


- 신기 배송 확인. 신기 배송 확인. 전달자. 신목 덕신의 대리인 성배민. 1차 시험에 통과하셨습니다. 축하합니다. 현재 1차를 통과한 대리인의 수. 전체의 50%. 지금 50%가 채워졌으니, 1차 시험을 종료합니다. 50% 내에 배송을 하지 못한 신목과 그의 대리인들은 탈락하셨습니다.


“히익! 터, 턱걸이?! 와씨······. 좆될뻔봤네.”


배민은 자신도 모르게 욕지기를 뱉었다.

하기야, 그럴 만도 했다.

까딱 잘못했다간 정아와 둘이 사이좋게 집으로 돌아갈 뻔했지 않은가?


“승배미이!!!!!!!!!!!!”

“덕신님!”


덕신은 해맑게 웃으며 엄청난 속도로 배민을 향해 날아왔고, 배민도 활짝 웃으며 덕신을 향해 양팔을 흔들어 보였다.

덕신은 그런 배민의 품안에 폭 안겨왔다.

그러고는 몸통을 타고 기어올라 배민의 얼굴을 양손으로 맞잡았다.


“니는 해낼줄 알았는기라! 아따마, 장하데이! 내가 아우디를 확 뽀······. 주길 잘했데이! 마, 이것이야말로 개꿀띠 아이겠나! 마, 직이네! 까리하네! 지리뿌네! 누 집 아들랑구가 이래 잘생깄노!”

“다 덕신님 덕입니다. 하하하하.”


배민은 덕신의 말에 조금 못미더운 부분이 있었지만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지금 둘은 굉장히 기분이 좋은데, 굳이 긁어 부스럼 할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그리고 그런 둘의 모습을 정아와 두서는 바위 아래에서 올려다보고 있었다.


“죄송해요, 두서님.”

“아니다. 너는 최선을 다했잖니. 어차피 나야, 이런 경기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단다. 조물주께서 참여하라 하시니 한 것뿐이다. 그런데 걱정이구나. 네 동생 말이다. 신들의 법도로 이런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자연의 섭리에 개입할 수가 없을진대 어찌하면 좋으니?”

“······ 기다려야죠. 절 도와준다고 했거든요.”

“저 아이가 말이니?”

“네.”

“수가 있는 가 보구나. 그럼 믿어보자꾸나. 범상치는 않은 아이니까 말이다.”

“그래야죠. 헤헤, 배고프다. 두서님, 우린 그냥 뭐라도 먹으러 갈까요?”


정아는 미련 없이 몸을 홱 돌려 산을 내려갔다.

두서는 잠시 그 자리에 서서 배민의 모습을 빤히 쳐다보며 무슨 생각을 골똘히 하더니 이내 정아의 뒤를 따랐다.


작가의말

드디어 배민이 첫번째 배송에 성공을 했네요.

과연 앞으로 몇 번의 배송이 더 남아있을까요?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 감사드립니다 ^_^

추천 선작 댓글 부탁드릴게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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