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띵장 님의 서재입니다.

딜리버리 나이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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띵장
작품등록일 :
2019.02.05 00:06
최근연재일 :
2019.02.12 20:00
연재수 :
7 회
조회수 :
330
추천수 :
7
글자수 :
37,895

작성
19.02.11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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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4쪽

위험한 세계(2)

DUMMY

우여곡절 끝에 깜깜한 저녁이 되고서야 마을에 도착했다. 천천히 마을 입구로 들어서자, 반대 방향으로 수많은 병사들이 횃불을 든 채 마을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 그중 제일 선봉에 있는 사람.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눈으로 보기에도 굉장한 갑옷을 입고 있었다. 그들을 신기해하는 것만큼 그들도 신기하게 쳐다보며 스쳐 지나갔다.


차가 가게 옆에 정차하자 시온은 급하게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아마 옷이 찢어져서이겠지. 왜 저리 커다란 망토를 입는지 이제야 알았다. 나는 밖에서 조금 서성이다 안으로 들어갔다.


“시온에게 얘기는 들었네만, 어디 다친 데는 없는가.”

“네 다행히도 괜찮습니다.”


시온을 힐끔 쳐다보고는 자리에 앉았다. 그의 눈동자는 다시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왔지만, 아까의 모습이 아직도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미안하네. 고블린들은 생각보다 약해도 혹시나 겁먹을까 봐 말을 아꼈는데, 오거라니 충격을 상당히 먹었겠어.”


하긴, 길도 외길인데다 거리도 얼마 되지 않는데 딱히 길잡이는 필요하지 않았다. 시온을 같이 보낸 건 혹시 모를 위험에 나를 지켜주기 위한 일이었겠지. 회장님은 의자에 털썩 앉고는 조금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이라도 못하겠다면 말해주게, 자네를 위험에 빠트리며 일을 시키고 싶지는 않다네.”

“괜찮아요. 별로 큰 위험도 아니었는데요.”

“그렇다면 다행이네만. 이번 주까지 일을 해보고 신중히 결정해 주게나.”

“네 회장님.”


대담한 척 담담하게 대답했다. 고블린, 오거가 문제없는 건 사실인데 오히려 목숨을 살려준 사람이 더 무섭다는 게 흠이지만.


“그나저나. 올 때 봤는가. 출격하고 있는 수많은 용병들 말일세.”

“네. 이 마을엔 용병이 거의 없는 것 아니었나요?”

“자세한 내막은 모르겠네만, 왕국에서 토벌령이 내려졌다 하네.”


회장님에 말은 우리가 오는 길에 위쪽에 동굴이 하나 발견되었는데 그곳에 규모가 꽤나 크고 상위 종의 몬스터가 발견되어 토벌령이 떨어졌다는 것이었다.

어쩌면 고블린과 오거가 길가까지 내려온 이유가 그 동굴이 원인일 수도 있는 것이다.

회장님께 로마프 남작의 기근을 제일 먼저 말했다. 역시 내 예상대로 회장님은 일말의 고민도 없이 식료품을 준비해주겠다고 했다.

회장님은 뭔가 생각났는지 회장님은 말을 하다 말고 서랍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보여줬다. 종이에는 이해할 수 없는 문자들이 서술되어 있었다.


“계약서라네. 식료품을 납품하며 같이 주면 될 걸세.”


생각해 보니 이상하다. 너무도 자연스럽게 이세계 사람들과 대화를 하고 있었다. 분명 회장님이 보여준 계약서에 있는 문자들은 이세계의 언어일 것이다. 회장님은 내 표정을 보고 단 번에 놀라는 이유를 알아챘다. 참 눈치가 귀신같은 분이다.


“허허허 확실하진 않으나 아마도 차원의 틈이 우리에게 ‘소통의 능력’을 주는 것 같네. 그러나 문자를 읽을 수는 없더군.”

“그렇지만, 제 방에 있는 백과사전은 읽을 수 있었어요.”

“허허허허 그럴 수밖에. 그건 내가 번역한 책이니까.”


장작 13년을 왕래한 곳인데 왠지 이 세계 언어까지 아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고 납득해 버렸다. 회장님은 서랍에서 또 다른 책을 꺼내 다른 종족들이 그려져 있는 페이지를 보여줬다.


“신의 장난인지 축복인지, 더 놀라운 것은 다른 종족과도 대화가 된다는 것이네. 자네는 어떨지 모르겠네만, 나는 우리의 존재가 소통의 열쇠가 될 거라 생각하네.”


<아데나 대륙> 이세계의 대륙에는 정말 수많은 종족이 있고 그들만의 문명도 있었다. 인간에게 호의적인 종족도 있고 적대적인 종족도 존재했다. 회장님의 말은 그들이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소통이 되지 않아서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았다.

회장님의 생각이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었다. 우리의 존재로 이 세계에 새로운 문명과 새로운 문화가 탄생할 수도 있는 것이었으니까. 그러나 오늘 있었던 일들을 생각하면 그 과정들이 사실 그렇게 달갑지만은 않을 것 같다.


우리는 깊은 대화를 하며 다 식은 저녁식사를 마치고 각자의 침실로 들어갔다. 막 잠들려는 찰나에 가게 뒤편에 숲속에서 나무가 흔들리는 소리가 들렸다. 계속되는 소리에 무섭지만, 이대로 잠들기엔 너무 궁금했다. 혹시 죽은 몬스터들의 동료가 온 것은 아닐까 노심초사하며 밖으로 나와 차에 탄 후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전조등을 켰다.

밝은 빛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다름 아닌 시온이었다.


“여기서 뭐 해요?”

“수련. 오늘 같이 전투를 한 날엔 몸을 풀어주지 않으면 잠이 오질 않거든.”


땀에 흠뻑 젖은 그의 몸. 남자의 몸을 뚫어지게 보기엔 민망했지만, 그의 군살 하나 없는 근육들은 부러움을 자아냈다.


“왜 갑자기 존댓말을 하지?”

“아니 그게··· 늑대 인간이면 저보다 나이가 많을 것 같기도 하고.”


순간적으로 당황해 아무 말이나 해버렸다.


“늑대인간이 아니고 라이칸이다. 나이는 잘 모르지만, 한··· 100살쯤 되려나.”

“네에······??”


100세. 역시 사람은 겉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된다. 물론 사람일 때의 얘기기도 하지만.


“호칭은 중요하지 않고, 암튼 오늘 일은 사과하지. 사람마다 중요한 것은 다른데. 앞으론 조심하도록 하겠다.”


조금 무섭긴 해도 목숨을 살려준 거나 마찬가지니 내가 더 고마워야 할 판이었는데, 오히려 사과를 하는 그의 의외의 모습에 당황보단 웃음이 났다. 저런 게 츤데레인가?


“나도 함부로 말한 거 미안하고 오늘 고마웠어. 형.”

“형?”

“아, 아니면 삼촌···? 할아버지?”

“하······. 그냥 형해라.”


***


ㅡ쿠당탕

“아으······.”


악몽이다. 어제 만난 오거가 황갈색 둔기로 내 머리를 두 동강 내려는 순간 옆으로 피했는데 현실에서도 피했는지 침대에서 떨어지며 바닥에 코를 박아버렸다. 겉으로 꽤나 담담했는데. 정신은 그렇지 않았나? 고개를 좌우로 세차게 흔들며 몽롱한 정신을 밝히는 순간, 바깥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지금 당장 급해요······. 어서!”

“일단 진정하시고······.”


눈을 비비며 밖으로 나오니 한 남자가 굉장히 급한 얼굴로 회장님과 대화를 하고 있었다. 그는 이곳 볼로네르에 단 하나밖에 없는 용병 길드의 길드장이었다. 용병들이 거의 없는 변방의 영지에서 항상 파리만 날리던 길드의 길드장이 오늘은 웬일인지 얼굴이 사색이 되어서 우리 가게가 있는 이 언덕까지 올라온 것이다.


“제발··· 제발 부탁드립니다.”


그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놀라며 그를 부축했는데, 정신이 아예 나갔는지 그의 다리는 다 풀려버렸다. 그 순간 언덕 아래에서 마차가 다가왔다. 헬몬드 백작님의 마차였다. 백작님은 마차에서 내려 주저앉은 길드장을 보고 시종들에게 우리 가게 안으로 데려갔다.


“이게 다 제 탓입니다.”


백작님은 오자마자 우리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해주었다. <골든헤임 용병단> 어제 가게로 돌아오면서 봤던 수많은 용병들이 골든헤임 용병단 소속이었다. 최근 마을 주변에서 약초를 캐던 주민들에 의해 커다란 동굴이 발견되었고, 그 거대한 규모에 백작님은 왕국에 서신을 보냈다. 얼마 가지 않아 왕국에서 토벌령이 내려졌고, 토벌대로 온 용병단이 바로 골든헤임 이었던 것이다.

잠든 몬스터들을 소탕하기 위해 새벽에 출발했는데 이른 아침, 넝마가 된 옷을 입고 있는 용병 하나가 서신을 든 채 용병 길드 앞에서 쓰러졌다고 한다.


“저도 굉장히 놀랐습니다, 골든헤임 이라면 로헤임 용병 단장이 이끄는 용병단, 마법사들까지 있어 토벌대로서 명성이 자자한 용병단 입니다. 게다가 용병단장인 로헤임은 <플레틴(platine)>의 휘장도 가지고 있지요.”


플레틴 휘장. 기사들 사이에서의 계급이다. 브론즈(Bronze) 계급 100명이 덤벼도 그다음 계급인 아젠트(Argent) 계급의 기사 한 명을 이기지 못한다고 할 정도로 계급 사이의 실력 차이는 엄청나다고 한다. 책의 내용대로라면 플레틴은, 일개의 부대는 혼자서 섬멸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용맹한 자들이 어쩌다가.”

“<바실리스크>입니다. 바실리스크는 입에서 불을 뿜으며 눈을 보면 석화 마법에 걸린다는 거대 뱀, 상위 종 몬스터입니다. ‘석화의 눈’이라는 광역 마법을 사용하기에 단체로 토벌을 가진 않죠. 예상이나, 석화에 걸린 부하들 때문에 발이 묶인 듯합니다.”


가게 안에서 통곡하는 소리가 들렸다. 길드장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울분을 토해내는 소리였다. 백작님은 굉장히 안쓰러운 표정으로 가게를 지그시 바라보고 있었다.


“골든헤임 용병단엔 길드장의 아들이 있습니다. 제가 조사를 더 한 다음에 서신을 보냈으면, 그들이 준비 없이 올 일은 없었을 텐데.”

“백작님 때문이 아닙니다. 너무 염려 마시지요. 한데, 저희가 도울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요?”

“그것이······.”


회장님의 질문에 백작은 어떤 대답인지 조금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대량의 얼음이 필요하답니다. 얼음은 저희 성에도 있지만, 너무 귀하다 보니 양이 얼마 되지 않아 왕국에 용병과 함께 얼음도 지원 요청을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꽤 걸릴 겁니다. 그래서 혹시 방법이 없을까 해서 이리 급하게 도움을 청하러 왔습니다.”


회장님은 곰곰이 생각하기 시작했다. 얼음 자체는 당연 널리고 널린 게 얼음. 보급 자체에는 전혀 없었지만, 회장님의 걱정은 온통 다른데 쏠려 있었다.


“백작님. 바실리스크라면 용암대지에 살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대부분 용암지대에 살지요.”

“얼음은 당장 구할 수 있습니다만, 저 차로도 동굴에선 모두 녹고 말 겁니다.”

“그런······.”


회장님은 백작님과 대화하다 방법을 찾았는지 다급하게 시온 형을 불렀다. 그 방법은 아이스박스 여러 개에 얼음을 담아가려는 듯했다. 아마도 인간이 버티기 힘든 온도라면 애초에 용병단이 들어가지도 않았을 터, 아이스박스라면 동굴안의 온도를 충분히 버틸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그들이 모르는 사실을 알리려고 조용히 회장님에게 다가갔다.


“회장님. 아이스박스는 필요 없을 것 같아요.”

“그게 무슨 말인가 배달군.”

“제 차가 냉동 탑차 이거든요.”


***


얼음은 20분이 채 지나기도 전에 준비되었다. 내 탑차에 들어간 얼음들은 아이스 카빙용 얼음. 공장에서 직접 공수해온 얼음이었다. 백작님의 간곡한 부탁과 안전을 신신당부하는 회장님을 뒤로하고 시온 형과 함께 탑차를 타고 출발했다. 얼음 외에도 페트병에 들어있는 물들과 운향목(蕓香木)이라는 나무의 나뭇가지들도 실려 있었다.

석화마법을 풀 수 있는 나무. 바다 너머에 있는 동국(東國)에서 넘어온 것이라고 했다.


로마프 남작의 영지로 가는 길. 중간 쯤 도착하니 어제는 보이지 않던 또 다른 길이 왼쪽 숲으로 이어져 있었다. 길 양 옆으로 뉘어져있는 나무들은 하나 같이 움푹 패어져 있었다.


“잠깐 멈춰.”


시온형의 다급한 외침에 정차를 하자 형은 조수석에서 내려 주변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무슨 일인지 궁금해 덩달아 내린 뒤 이리저리 둘러봤다.


“여기서 습격을 받았군.”


시온형의 손에는 파란색의 거죽이 들려있었다. 어제 가게로 돌아가는 길에 봤던 용병단의 망토와 일치하는 색이었다. 아마도 길가를 지키던 용병 단원들이 습격을 받은 것 같았다. 바닥에 선명하게 나 있는 칼자국. 어제 우리가 몬스터와 대치하던 위치와 똑같았다. 아무래도 몬스터의 시체들까지 모두 먹은 것 같다.


우리는 다시 차로 돌아와 숨죽이며 어둑한 숲 안쪽으로 들어갔다. 죽은 듯이 조용한 숲속엔 몬스터는 물론 작은 야생동물 조차 보이지 않았다. 들리는 거라곤 차 엔진소리와 바퀴소리밖에 없어 긴장감은 더욱 고조되었다.


“이러다가 한입에 삼켜지는 거 아냐?”

“걱정마라. 바실리스크는 해가 져야 움직이니까.”


원래 감정이 없는 건지 무미건조한 어투로 시온이 대답했다. 시온의 강함은 두 눈으로 봤지만, 이 몬스터는 토벌령이 내려질 정도로 강한 몬스터. 마냥 시온만 믿기엔 불안한 마음이었다.


얼마나 안으로 들어왔을까. 족히 10터는 넘을만한 거대한 동굴이 눈앞에 나타났다.


“설마··· 저 동굴만 하진 않겠지?”

“아니. 바실리스크는 동굴 크기에 맞게 자란다. 거처는 훨씬 크겠지만, 동굴 입구와 비슷한 크기일 거다.”


어제는 오거에··· 지금은 거대한 뱀까지. 단 이틀 만에 너무 위험한 몬스터만 봐서 그런지, 도저히 이세계가 안전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게다가 인간을 한 입에 삼키는 뱀도 아니고, 껌처럼 씹을 수 있는 크기. 이런 상황에 도망가지 않은 것만으로도 이미 많이 버틴 수준이다.

나는 조용히 시동을 끄고 시온에게 말했다.


“난 못 들어가. 들어가는 순간 뱀 아가리로 직행하는 거라고.”

“걱정 말라니깐. 내가···”

“어떻게 걱정을 안 해! 단 이틀만에 계속 생사를 넘나드는데!!”


결국 터져버렸다. 가슴속의 답답함을. 시온의 탓도 아닌데. 회장님은 여기서 일주일만 지내보며 생각해 보라고 했다. 애써 담담하게 얘기 했지만, 무서운 건 무서운 거다. 그런데 왜 미련 없이 떠나지 못하는 걸까.

그 순간 시온이 이 감정에 확고한 신념을 만들어 줄만한 비수를 꽂아버렸다.


“맘대로 해라. 네가 말했지 사람들이 절박한데 안도와줄 이유가 어디 있냐고. 이것만 알아둬. 네가 가면 안에 있는 절박한 사람들은 죽는다.”


시온의 말을 듣고 나서야 깨달았다. 이런 위험한 세계에 머무는 이유. 빚을 빨리 갚기 위해서도 아니고 이곳 풍경이 아름다워서도 아니다. 내가 10년이라는 오랜 세월동안 배송 일을 한 이유와 같았다. 그저 사람들에게 내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


나는 꺼놨던 시동을 조용히 켰다.


“얼른 가자. 사람들 구하러.”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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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위험한 세계(3) 19.02.12 20 0 15쪽
» 위험한 세계(2) 19.02.11 24 0 14쪽
5 위험한 세계(1) 19.02.08 31 1 13쪽
4 이상한 면접 그리고 요상한 취업(3) 19.02.07 37 1 11쪽
3 이상한 면접 그리고 요상한 취업(2) 19.02.06 44 2 11쪽
2 이상한 면접 그리고 요상한 취업(1) 19.02.06 59 2 14쪽
1 프롤로그 19.02.05 116 1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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