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띵장 님의 서재입니다.

딜리버리 나이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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띵장
작품등록일 :
2019.02.05 00:06
최근연재일 :
2019.02.12 20:00
연재수 :
7 회
조회수 :
331
추천수 :
7
글자수 :
37,895

작성
19.02.06 22:25
조회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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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1쪽

이상한 면접 그리고 요상한 취업(2)

DUMMY

“이렇게 바로 합격이 되나요?”

“허허허 일단 계약서 읽어보세요.”


‘이게 웬 떡이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내가 면접에서 들은 거라곤 ‘어지럽지 않냐’, ‘속은 괜찮냐’ 등..이라 도저히 바로 납득할 수가 없었다. 괜스레 촘촘하게 쓰여 있는 계약서를 뚫어지게 보고 있었다.


[기본급 500 + α(건당 10)] [차량 제공]

[주 5일 근무] [숙식제공 (아침, 점심, 저녁)]

[경조사 및 각종 복지 회사 내규에 따름]


정말 터무니없이 좋은 조건이었다. 기본급 자체도 너무 높았고, 그 어디에서도 배송 건당 10만원을 얹어주지는 않는다. 게다가 제일 좋은 건 숙식제공. 자취를 하며 잘 먹고 잘 사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그렇지 않았다. 내 입장에서는 숙식제공만큼 매력 있는 조건은 없는 것 같았다. 게다가 삼시 세끼를 다 준다.

많은 생각을 하는 사이 내 손은 어느새 서명 란에 사인을 하고 있었고, 그걸 지켜보는 면접관은 흐뭇한 미소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출근은 언제부터 하면 될까요?”

“허허허 내일부터 출근하세요. 1톤 트럭이 있다던데, 본인 차를 사용해도 되고 제공하는 차를 사용해도 됩니다.”

“제 차를 끌고 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항상 사용하던 내 차를 끌고 다니는 게 편하다는 생각도 있었는데 한편으론 작게나마 잘 보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90도로 인사하는 나 스스로가 너무 속물이라는 생각도 들었으나, 청림에서보다 더 많은 월급을 받으며 열심히 하면 훨씬 더 벌수 있다는 생각에 기분은 지조 없이 실실대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남은 면접생이라 면접관 할아버지는 입구까지 바래다줬다. 이런 호의를 받아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들 때 입구 밖으로 나오자 비싸 보이는 정장에 곧은 인상을 가진 남자가 빠른 걸음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의 뒤를 따라 여러 명의 사람들이 그의 걸음 속도에 맞춰 뛰다시피 따라오고 있었고 나는 그가 꽤나 높은 사람이라는 걸 대강 알 수 있었다.


“아버지! 몸은 좀 괜찮으십니까.”

“허허허 걱정 마라 괜찮다.”


면접관 할아버지에게 아버지라니, 이 할아버지가 얼마나 높은 분인지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는 할아버지와 대화를 나누더니 이윽고 나를 쳐다봤다.


“이분입니까.”


면접관 할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였고 그는 내 웃옷 주머니에 달려있는 이름표를 보더니 다짜고짜 내 손을 붙잡았다.


“저희 아버지 잘 부탁드립니다. 믿을 사람은... 배달씨 밖에 없습니다.”


그는 말하는 중간에 면접관 할아버지 뒤에 있는 젊은 면접관을 노려봤다. 무슨 사이인지는 모르지만, 그의 아버지를 걱정하는 모습은 진심 같아 보였다. 그는 뭔가 깜빡했다는 듯 갑자기 당황한 표정으로 변하며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아 인사가 늦었습니다. 저는 강산의 대표이사 강바다 입니다.”


입이 떡 벌어졌다. 방금 악수한 사람이 강산의 대표 강바다라면, 뒤에 있는 아버지라는 사람은 강산. 이 회사의 회장인 것이다. 면접을 보기 전에 휴대폰에 회사를 검색해 회장님 얼굴이라도 볼 걸······. 무언가 실수 한 건 없나 생각하는 사이 이미 그들과 헤어지고 차 안에 들어와 있었다. 앞이 하얘진 터라 기억나는 건 단 하나밖에 없었다.


[허허허 너무 부담 갖지 말고 내일 봅시다.]


회장님의 따듯한 말 한마디는 오히려 역효과가 나오는 듯했다. 거대한 회사일수록 직급체계라는 것이 있는 법인데. 회장의 지시를 받는 배송기사라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었다. 이름 있는 회사인 만큼 신뢰는 높았으나 내가 하게 될 업무라는 것에 큰 두려움이 자리 잡고 있었다.


집에 도착을 하자마자 침대에 드러누워 버렸다. 이곳에서 회사까지는 40분 거리 가깝다면 가깝고 멀다면 먼 거리다. 어차피 예상에 중요한 물건을 배달하는 업무일 가능성이 농후하지만, 5분 거리도 안 되는 청림에 비해 내게는 너무도 먼 거리였다. 숙식제공은 필수인 것이다.

늦은 시간이라 당장 잠들고 싶었으나, 내일부터 당장 숙식이 가능하다고 하니 꼭 필요한 것들은 탑차에 실어 놔야 했다.


***


어제 있었던 일이 너무도 충격적인 일들이라 결국 거의 자지도 못했다. 부랴부랴 어제 다 하지 못한 남은 짐들을 실어 나르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현재시간 8:30 점심시간 전까지 오면 된다던 회장님의 말은 들었지만, 또 하나의 실험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일찍 출발하는 것이다.

아침부터 바쁜 화물차들을 피해 26번 게이트로 향했다. 다시 봐도 독특한 구조의 26번 게이트. 우물쭈물 입구를 지나 중앙의 문 안을 보자 나무로 된 팻말이 하나 보였다.


[이곳에 주차하시오.]


이런 깔끔한 공간에 글씨를 대충 휘갈긴 나무 팻말을 보니 조금은 이질감이 들었다. 게이트에 들어가 중앙의 입구를 지나 팻말 아래쪽에 주차 선을 따라 주차를 했다. 어제 면접을 봤던 사무실을 보니 문이 열려있는데, 그 안에 즐비해 있던 의자와 책상은 하나도 없고 이상한 자루들로 가득 차 있었다. 게다가 냄새 또한 지독했다.


“···비료 냄새?”


-위이잉


코를 막고 입으로 숨 쉬는 사이 경보가 울렸다. 구급차의 빨간 등처럼 문 옆에 빨간 경보등이 일렁이더니 중앙의 문이 닫혔다. 적막이 흐르고 침을 꿀꺽 삼키자 면접을 볼 때는 닫혀있던 출구가 열리기 시작했다.


“왔나.”


그는 면접을 볼 때 회장과 함께 있던 젊은 면접관. 깔끔한 정장은 온데간데없고 발목까지 내려오는 이상한 검은 망토를 둘러매고 있었다. 어제도 느꼈지만, 그의 눈은 마치 째려보는 것처럼 날카롭고 돌출된 눈썹 뼈는 혼혈인처럼 느껴졌다. 그것도 아주 귀족 같은 기품 있는 얼굴로.


“따라와라.”


그를 따라 안으로 들어간 곳은 마치 개인 차고처럼 생겼다. 정면에 셔터가 내려져 있지만, 주변에 널브러져 있는 지푸라기를 보면 말이 차고지 사실 마구간처럼 보였다.

그를 따라 오른쪽에 문으로 들어갔고 그 내부는 게이트 밖과는 전혀 다른 아주 오래된 목조건물로 보였다. 바닥 장판부터 벽면에 붙어있는 시계, 천장에 있는 고풍스러운 전등과 여러 예술품 등. 굉장히 오래된 골동품처럼 보였다. 앤티크한 분위기를 느끼는 것도 잠시 터벅거리는 소리와 함께 2층에서 회장님이 내려왔다.


“왔는가. 배달군.”

“안녕하십니까. 회장님”

“허허허 얼른 2층으로 올라오게 설명해줘야 할 것들이 많으니까.”


백발의 회장님 또한 정장을 입고 있지 않았다. 물론 이 공간에 정장은 전혀 어울리지 않지만, 큰 회사 안에 이런 목조로 된 공간을 만든 저의가 무엇인지 너무도 궁금했다.

회장님을 따라 2층에 올라오자 긴 복도를 따라 좌우로 여러 개의 방들이 있었다. 마치 숙박업소 같은 모습의 방들을 몇 개 지나치자, 회장님은 복도 중앙 발코니에 있는 창문 앞으로 나를 안내했다.


“설명을 듣기 전에 바깥 풍경을 한번 구경하게나.”


바깥 풍경이라 할 것이야 그저 물류센터 뒤편의 도시의 모습이 보일 거라 생각했다. 근데 내가 본 것은 가히 충격적인 광경이었다.

바로 아래부터 저 멀리까지 이어져 있는 흙길과 언덕 아래 아득히 펼쳐져 있는 밭들. 듬성듬성 보이는 조촐한 집들과 멀리 보이는 성까지. 절대 물류센터가 있는 도심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은 아니었다.


“여기는······.”

“이세계(異世界)라고 들어봤는가.”


당황한 나에게 회장님은 천천히 설명해 주기 시작했다. 이세계와 한국을 연결해주는 차원의 틈. 회장님이 이 틈을 발견한 건 13년 전이다. 어느 날 사무실에서 거울 앞으로 가다 순간적으로 광활한 땅이 눈앞에 보였고 환각 증상이라 생각했으나, 틈 너머 가 진짜 세계라는 것을 이해하는데 까지는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사업가로써 앞길이 막막했던 회장님은 이세계에서 사업에 대한 희망을 보았고, 무려 3년 동안 지금 이곳에서 한국의 물건들을 조금씩 납품했다고 한다.

그렇게 이세계를 통해 돈을 벌어 한국에 회사를 차리게 됐고, 장작 10년에 걸쳐 큰 회사로 성장하게 된 것이다. 이제는 아들에게 회사를 모두 물려주고 회장님은 그동안 소홀했던 이세계에서 노후를 보내겠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26번 게이트가 다른 게이트와는 다르다는 걸 알고 있었나.”

“네 알고 있었습니다. 중앙에 있는 문이 조금 어색해 보였어요.”

“허허허 맞네. 겉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그 문이 차원의 틈이라네. 틈의 범위를 측정하고 그 길이에 맞는 문을 만들었지.”


회장님은 창문 앞에 있는 나와 나란히 서서 창밖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이곳에는 ‘마나’라는 것이 존재하네. 눈에는 안 보이지만, 저 푸르른 대기와 생기 넘치는 풀들이 그 증거지. 나도 아들을 데려가 보고 알았지 뭔가. 모든 사람들이 이곳의 마나의 농도에 적응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회장님의 말을 듣고 나서야 계속해서 의심했던 모든 실마리가 풀렸다. 어색한 중앙의 문, 이상한 면접장소, 면접 도중 이상 증세를 보이는 사람들. 그 모든 과정이 마나에 대한 적응할 수 있는 적응자를 찾는 것 이란 걸.


“수십 번의 면접 끝에 드디어 자네를 만났네. 나배달군, 우리는 자네의 도움이 필요해.”

“그럼··· 제가 근무할 곳이 이곳인가요?”

“그렇다네.”


너무나 만감이 교차했다. 갑자기 우주선을 타고 미지의 외계 행성을 탐험하는 임무를 받은 느낌이랄까. 당연히 회장님도 이곳에 오래 계셨다면, 위험은 적다는 뜻이겠지만 말이다.

보통이라면, 당연히 거절했을 제안이다. 돈은 많이 줘도 미지의 세계에서 같이 일을 하자니 두려운 것이 당연했다. 그러나 창문 밖에 세상을 봐버렸다.

광활한 땅과 도심 속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푸르른 하늘. 삭막해져갔던 답답한 마음이 한순간에 회복된 것 같은 느낌을 부정할 수가 없었다. 복잡 미묘한 감정이 지속될 쯤 귀신같은 타이밍에 젊은 면접관이 2층으로 올라왔다.


“회장님 오찬(午餐) 약속 가실 시간입니다.”

“허허 벌써 그렇게 됐는가. 한데 이 친구가 무뚝뚝해서 인사도 못했겠구먼. 이 친구 이름은 시온, 보다시피 이세계 사람이라네.”


보다시피라는 말이 무색하게 전혀 다른 점이 없었다. 외모가 이국적이긴 했어도 이세계 사람이라고 특별히 뭔가 다르진 않아 보였다. 그는 털끝만큼 까딱 인사를 해 보였고, 정말 이곳에서 근무를 한다면 저 이세계 사람과의 관계가 고단할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럼 인사와 확답은 나중에 하도록 하고 얼른 출발하지 배달군.”

“네? 어디를요?”

“방금 듣지 않았나. 오찬 약속이 있다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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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한 면접 그리고 요상한 취업(2) 19.02.06 44 2 11쪽
2 이상한 면접 그리고 요상한 취업(1) 19.02.06 59 2 14쪽
1 프롤로그 19.02.05 116 1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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