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띵장 님의 서재입니다.

딜리버리 나이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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띵장
작품등록일 :
2019.02.05 00:06
최근연재일 :
2019.02.12 20:00
연재수 :
7 회
조회수 :
334
추천수 :
7
글자수 :
37,895

작성
19.02.07 21:30
조회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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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이상한 면접 그리고 요상한 취업(3)

DUMMY

비포장도로를 따라 멀리 보이는 성채로 가고 있다. 내 옆에 조수석에는 회장님이 앉아있고 내 차 뒤를 시온이 말을 타고 따라오고 있었다. 속도를 맞추느라 느리게 가는 것도 한 몫 하지만, 울퉁불퉁한 흙길을 운전하고 있으니 멀미가 절로 났다.

창문을 열자 선선한 바깥공기가 창문을 통해 확 들어왔다. 이 마을을 둘러싼 나무들과 영롱한 하늘은 정말 도심 속에 공기보다는 훨씬 좋다는 느낌이었다. 바깥공기를 마시며 멀미가 서서히 잦아들 때쯤 성문 앞에 도착했다.

이상한 차가 들어가는 것을 본 경비병들이 창으로 X 표시를 만들며 진입을 막았다. 차가 멈추고, 그들은 창문에 선팅 때문인지 우리를 보지 못하고 주변을 서성이고 있었다.


-지이이잉


“으아아악!”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창문을 내리자, 차 문 옆을 서성이던 경비병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창을 바닥에 떨어트렸다.


“허허허 많이 놀랐나, 날 세 영주님을 뵈러 왔다네.”

“아 마운틴님 오셨습니까. 어서 들어가시지요.”


경비병이 많이 창피했는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성 안쪽으로 들어가며 백미러로 보자 경비병들은 탑차가 신기한지 완전히 안쪽으로 들어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바라보며 눈을 떼지 못했다.


“마운틴이 뭐죠 회장님?”

“허허 이곳에서의 내 이름이라네. 마운틴 리버. 강산보다는 이곳에 어울리지 않나. 허허허허”


회장님도 자신의 별칭이 조금은 창피했는지 평소보다 호탕하게 웃어 보였다. 속으로 작게 피식 웃으며 성채에 도착하자 마중 나와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그중 가장 앞에 나온 사람이 백작인 듯했다. 화려한 옷을 입고 있는 남자. 중후해 보이는 외모에 가지런한 콧수염. 눈가에 보이는 주름은 웃는 인상을 더욱 도드라지게 해주는 것 같았다. 그는 조수석에서 내린 회장님을 보자 아주 반갑게 인사를 했다.


“어서 오세요. 마운틴 경. 이것이 그 말씀하신..?”

“허허허 네 맞습니다. 그리고 이쪽이 배송기사로 온 친구입니다.”

“반갑습니다. 이리도 젊어 보이는데 기사라니 참으로 대단합니다.”

“... 허허 맞습니다. 참으로 대견하지요.”


나이 서른에 젊어 보인다는 말은 참으로 기분 좋았지만, 백작님이 말한 기사(騎士)와 회장님이 말한 기사(技士)는 분명 다른 뜻인데, 누가 봐도 회장님이 대충 얼버무리는 것처럼 보였다.


“일단 안으로 들어오시지요.”


백작과 시종들의 안내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끝없이 넓은 복도에 천장은 얼마나 높은지 창문이 없었다면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을 것 같았다. 조금 더 안으로 들어가자 홀에 원형으로 된 큰 식탁에 맛있는 식사들이 준비되어있었다.

청림에서 배송 일을 계속했다면 지금쯤 탑차에 앉아서 삼각 김밥이나 먹고 있을 텐데. 진수성찬에 감동하는 와중에 그들은 진중한 대화를 이어가고 있었다.


“로마프 남작의 영지는 농경지가 우리 마을에 비해 절반 정도입니다.”

“허허 아마도 그 정도면 충분히 보급할 수 있을 겁니다.”

“호위병을 붙여드릴 수 없어서 매우 안타깝습니다. 변방이라 용병들이 좀처럼 모이지를 않네요.”

“허허허 염려 마십시오. 튼튼한 마차이니 걱정 붙들어 매셔도 됩니다.”


대화는 거의 회장님이 하고 시온과 나는 음식을 먹느라 바빴다. 그렇게 순식간에 백작님과의 짧은 오찬이 끝나고 우리는 가게로 돌아가고 있었다. 돌아가는 도중 회장님은 백작과의 인연을 설명해 주기 시작했다.


“13년 전 이곳에 들어왔을 때 처음 만난 사람이 바로 헬몬드 백작님이네. 마침 근방을 시찰 중이셨지. 백작님은 폐관된 허름한 여관에 연결되어있는 이세계를 보고 그는 외지인인 나에게 흔쾌히 여관을 내주었다네. 그 후 여관을 개조해 가게를 차리게 된 것이네.


회장님은 이야기하는 내내 추억에 잠긴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이세계에서 모은 돈으로 현실로 넘어가 가족을 위해 열심히 회사를 키웠네. 간혹 이곳에 오긴 했지만, 점점 잊혀갔었지. 그리고 이제야 노후 생활을 보내려고 이세계에 왔는데, 허허허 사업가의 기질이란 것이 어디 안 가더군.”

“그래서 비료를 납품하게 된 것이군요.”

“허허허 그렇다네. 시작은 마을 사람들이 흉작(凶作)에 시달리는 듯해 도움을 주려 한 것이었네. 그러다 이웃마을 영주에게 입소문을 타게 된 것이지.”


회장님의 말을 들어보면 사업적으로 굉장히 매력적인 곳이었다. 이세계에는 존재하지 않는 편리한 것들을 한국에서 가져와 효능과 성능이 입증만 된다면, 사업적으로 정말 블루오션이 될 수 있는 그런 기회의 땅이었다.


“회장님. 그런데 호위병은 무슨 말인가요.”

“······허허허 아무래도 야생동물이 많아서 그런 걸세.”


아까처럼 얼버무리는 회장님의 모습에 찜찜했으나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들어보니 거리도 많이 돼 보이지 않은 듯했고 얼른 갔다 오면 될 일이었으니까.

성으로 출발할 때는 잘 못 봤던 가게를 보니 정말 외관 자체는 너무도 허름해 보였다. 뭐, 회장님이 돈이 없어서 이대로 방치하는 건 아니니까. 그냥 취향이라고 생각하고 주차를 한 뒤 다 같이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고생했네 일단 짐부터 풀고 저녁식사 때 보세. 방은 시온이 안내해줄 걸세.”

“네 회장님.”


회장님의 말이 끝나고 시온을 보자 따라오라는 듯 고개를 움직였다. 참 말 없고 무뚝뚝한 사람이다. 어색함에 정적이 흐른 채 따라간 곳은 2층 맨 끝 방이었다.


“여기다. 이곳에 적응하고 싶으면 서랍 위에 있는 책을 읽어보는 게 좋을 거다.”


경고인지 충고인지 알 수 없는 말을 하고 그는 1층으로 내려갔다. 방에는 침대 하나와 서랍만 있었다. 원래 살던 집에서 행거를 챙겨온 것이 다행이었다. 처음엔 큰 회사와 빌라 같은 주택을 생각했었는데. 이세계라는 점이 너무 허무맹랑하지만 이 아늑한 공간도 싫지는 않았다.

침대에 누워 서랍 쪽을 보니 시온이 말한 책이 한 권 있었다.


“마나스도나스 백과사전?”


앞부분부터 한 장씩 천천히 읽어보니 이 책은 이세계 안내서와 다름없었다. 고블린, 슬라임, 코볼트 등등. 지능이 낮은 종족들과 엘프, 드워프, 오크 등 지능이 높은 종족들까지 빼곡하게 설명되어있었다.

책을 넘기다 보니 계단식으로 접혀있는 넓은 지도가 나왔다. 마나스도나스 왕국을 중심으로 사방에 펼쳐져 있는 소도시들과 마을들이 보였다. 그중 산맥으로 둘러싸인 변방에 붉은색으로 동그라미 쳐진 곳. 그곳이 헬몬드 백작님의 영지 볼로네르였다.


너무 흥미로운 책이었지만, 지금은 짐 정리를 하느라 바쁘기 때문에 일단 접어 두었다. 탑차에서 물건을 빼 방 정리를 하다 보니 어느새 저녁시간이 다 되었다. 1층으로 내려가 보니 맛있는 냄새가 풍기고 있었다.


“회장님! 제가 하겠습니다.”


몹시 당황해버렸다. 한 기업의 회장이 시온과 함께 앞치마를 두르고 요리를 하고 있다니, 사실상 경악할 만한 광경이었다.


“허허허 왔는가. 너무 격식 차리지 말게, 우린 항상 해왔던 일이니까. 호칭은 아무래도 좋다만, 편하게 있게나.”


회장님의 계속되는 만류에 결국 식탁에 앉았다. 보글보글 끓는 뚝배기에 담긴 김치찌개와 김치전 그리고 김치까지.. 소박하고 아주 한국적인 음식들이었다. 누군가가 해준 음식을 먹는 게 정말 얼마 만인지 내게는 너무도 최고의 만찬이었다.


“그나저나 이세계가 어디 불편한 점은 없는가.”

“네. 10년 동안 도심 속에서 일해서 그런지 오히려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습니다.”

“허허허허 그거 참 다행이구나.”


아직 시온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회장님의 호의에 뭔가 가족이 생긴 것 같은 뭉클함이 있었다. 즐겁게 식사를 하며 회장과 직원이라는 보이지 않는 벽이 조금씩 무너지다 보니 궁금했던 점을 말하기가 쉬워졌다.


“그런데 왜 한국에서 직원을 채용하신 건가요? 차라리 이세계 사람들을 가르쳐도 되지 않나요?”


이세계에서 운전은 당연 한국에서보다도 쉬울 것이었다. 포장되지 않은 도로는 껄끄러울 수 있으나, 각종 신호들과 차선, 다닥다닥 붙어있는 다른 차량들도 없고 오히려 운전 연습하기에 딱 좋은 환경이다.

내 질문에 회장님이 ‘아 그렇구나!’라고 생각한다면 사업이 커져 인력이 더 필요할 때, 나처럼 한국에서 다른 사람을 고용하는 일은 없어질 것이다. 내가 이 질문을 하는 이유는 순전히 나는 이미 취직을 했기 때문이니까. 질문을 하면서도 미리 경쟁자를 없애려는 내가 참 영악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허허허 물론 그 생각도 했다만, 인건비는 적더라도, 운전 연습 중 사고율이 높다 하면, 비용적인 측면에서 미지수라네. 아 물론 옆 마을이 한시가 급한 실정이라 교육할 시간도 없고, 경력자라면 걱정이 더 없지 않겠나. 허허허허”


역시 사업가의 마인드는 달랐다. 차량 수리비도 들고 회장님이 직접 가르칠 순 없으니 다른 누군가 교육한다면 인건비가 더 들어가는 부분이니까, 굳이 어려운 길을 가지 않는 것이다. 게다가 한국 사람들이 이해력이 비교적 좋을뿐더러, 이세계 사람들의 이해력에 관한 건 당장은 미지수니까. 나중에라도 내가 교육해야 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나는 그만 입을 다물었다.

회장님은 분위기가 조용해지자, 다른 이야기로 넘어갔다.


“나도 한번 봤지만, 로마프 남작 또한 정말 좋은 사람이네. 그가 비료를 원하는 것도 다 마을 사람들을 위한 일이고 말이야.”

“그 마을도 흉작이 심한가요?”

“그렇다네. 흉작이 시작된 건 얼마 전이라고 들었네만, 이곳도 비료로 해결이 됐으니 아마 그곳도 비료가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하네.”


회장님은 나를 보고 방긋 웃어 보이더니 말을 이어갔다.


“자네가 와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네. 내일 아침 출발해서 꼭 비료를 전달해주게. 길은 외길이라 전혀 어렵지 않을 걸세.”

“네 알겠습니다. 회장님.”


그렇게 훈훈한 식사가 끝나고 우리는 각자의 방으로 돌아갔다. 아직 덜 정리된 방안에 앉아 백과사전을 다시 펼쳤으나, 졸음이 몰려왔다. 이것도 마나의 힘인가 하는 생각을 하며 눈꺼풀은 점점 무거워졌다.


***


정신이 이리 맑은 것도 참 오랜만이다. 아침 일찍 세면을 마치고 밑으로 내려가 보니 한국과 통하는 게이트 문이 열려있었다. 면접실로 썼었던 창고에 있는 비료를 하나씩 탑차에 실었고 얼마 가지 않아 시온도 나와서 거들어 주었다. 다른 건 몰라도 성실한 사람 같다.


“허허허 다들 부지런 하구나. 그럼 잘 부탁하네.”

“네 회장님 다녀오겠습니다.”


나는 차 문을 열기 전 회장님이 준 지도를 먼저 펼쳐봤다. 사실 지도랄 것도 없었다. 그냥 일자로 쭉 이어진 길이었으니까. ‘이걸 왜 준거지?’라고 생각하며 피식 웃고 운전석에 탑승하자, 뒤이어 조수석에 시온이 타고 있었다.


“뭐 하세요?”

“얼른 가지 내가 길잡이다.”

“······네?”


굉장히 어색한 침묵이 흐르고 결국 시온과 함께 첫 번째 배송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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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롤로그 19.02.05 116 1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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