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띵장 님의 서재입니다.

딜리버리 나이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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띵장
작품등록일 :
2019.02.05 00:06
최근연재일 :
2019.02.12 20:00
연재수 :
7 회
조회수 :
327
추천수 :
7
글자수 :
37,895

작성
19.02.08 22:32
조회
30
추천
1
글자
13쪽

위험한 세계(1)

DUMMY

영지 내에서는 그저 정돈되지 않은 흙길이었는데 이웃 영지로 가는 길은 바닥에 자갈 때문인지 완전 오프로드였다. 어제처럼 멀미가 나진 않았지만, 좀처럼 속도를 내기 어려워 천천히 가고 있다. 조수석에 앉은 시온은 뭐가 그리 불편한지 인상을 쓰로 팔짱을 낀 채 자꾸 내 쪽을 힐끔힐끔 쳐다보고 있었다.


“왜 느리게 가는 거지?”

“여기서 빨리 달리면 차 뒤집어집니다.”


나도 성격이 급한 편이지만, 시온은 더 급했다. 가뜩이나 차체가 너무 흔들려서 정신없는데 옆에 앉아 틱틱 거리니 점점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느리게 가면 안 될 텐데.”

“아니 차가 넘어진다니까요, 어쩔 수가 없어요.”

“고블린이 나올 거다.”

“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말 끝나기 무섭게 길 양쪽 숲의 나무 사이에서 고블린들이 튀어나왔다. 짜리몽땅한 키에 매부리코를 가진 10명 남짓한 고블린들. 내 차를 약탈하고 싶은 건지 짧은 몽둥이를 손바닥에 탁탁 치면서 히히덕 거리고 있었다.


“어··· 어떻게 해요?”

“밟아.”


시온은 내 발아래를 두리번거리더니 내 발과 함께 액셀을 꾹 밟았다.


“으아아아!!”


-쿠웩


갑작스러운 가속에 운전대를 고쳐 잡고 버텼다. 사방으로 작은 돌들이 이리저리 튀기고 앞이 어지러울 정도로 흔들렸다. 고블린들도 덩달아 놀랐는지 좌우로 뛰어들며 피했지만, 중앙에 있던 몇 마리는 그대로 치여 이리저리 날아갔다.

난생처음 경험해본 로드 킬 이었다.


빠른 속도로 고블린들을 헤치고 자갈길을 지나자 평탄한 흙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웃 마을 영지에 거의 다 온 것이었다. 그제 서야 시온이 액셀에서 발을 떼자 나는 바로 차를 멈추고 운전석에서 내렸다.


겁이 나서도 아니고 다 와서 내린 것도 아니다. 내 보물 1호인 탑차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다행히 고블린들이 그다지 단단하진 않았는지 큰 찌그러짐은 없었지만, 내 눈에는 들이받은 부위에 살짝 흠집이나 있는 게 보였다. 10년을 무사고로 함께 해온 내 애마의 찌그러짐과 함께 마음도 찌그러져 버렸다.


“뭐 하는 거지?”


아무렇지 않은 듯 조수석에서 내려서 말하는 시온을 보니 내 입도 함께 찌그러졌다.


“뭐 하는 거냐고? 지금 이걸 보고도 그런 말이 나와?”

“정말 회장님 말대로 튼튼하군. 흠집도 없고.”


그의 침착한 대답에 잠시 말문이 막혔다. 그가 보닛을 통통 치더니 다시 조수석에 탔고, 욕이 나오는 걸 참으며 침착하게 운전석에 탑승했다.


“경고하는데 다시는 액셀에 발 대지 마.”

“액셀? 그거 말인가. 흥. 그전에 내 경고부터 듣지. 책에 분명히 고블린 서식지가 쓰여 있었을 텐데.”


제대로 읽지 않은 건 사실이었다. 어제는 너무도 피곤했으니까. 그의 말을 납득하는 게 더 화났지만, 얼른 납품 해달라는 회장님과의 약속도 있으니 일단은 심호흡을 하며 감정 조절을 하고 다시 출발했다.


언덕길을 따라 조금 가자 마을이 나왔다. 헬몬드 백작님의 영지보다는 작고 이곳에는 넓은 울타리에 둘러싸인 저택은 보였지만, 성채는 존재하지 않았다.

확실히 지나오는 길에 이 마을에 대부분에 해당되는 밭에는 농작물이 전혀 없었다. 밖에서 나는 괴상한 차의 진동소리에 집 창문에서 얼굴을 내미는 마을 사람들에게 비료를 나눠주고 싶었지만, 일단 곧장 저택으로 운전을 했다.

대문 앞에 도착하자 이미 소식을 들었는지 저택의 대문은 열려 있었다.


조금 더 안으로 들어가자 화려한 저택의 모습이 보였다. 밝은 벽돌로 만들어진 디귿자 모양의 외벽과 벽돌보다 더 밝은 주황색 지붕. 외적으론 대단히 멋있다는 느낌은 없으나, 저택의 풍채 자체는 너무도 근사했다. 크기로 따지면 백작님의 성채가 훨씬 크지만, 성처럼 딱딱한 분위기의 건물과는 차원이 다르니까. 저택 옆에 주차를 하고 내린 후 저택의 문을 두드렸다.


“계십니까. 배송기사입니다.”


이런, 나도 모르게 버릇이 나왔다. 10년 동안 매일 하던 말이라 입에 너무도 잘 붙었나 보다. 뭐, 다른 말로 나를 소개할 길은 없지만.


난생처음 들었을 이상한 말에도 저택 안에 있는 사람은 기다렸다는 듯 문을 열어 보였다.


“안녕하십니까. 헬몬드 백작님이 보내신 분들인지요.”

“네 맞습니다.”

“안으로 드시지요. 남작님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집사의 안내에 따라 안으로 깊이 들어가자 조금 어둑해 보였다. 그러고 보니 회장님의 가게는 전등이 있었는데, 여기는 창문이 있어도 집안 내부 자체가 너무 어두웠다.

집사의 안내에 따라 안으로 들어서자 길게 늘어진 식탁이 우리를 먼저 반겼다. 중앙에는 로마프 남작이 앉고 그의 왼편에 아내로 보이는 여자가 앉아 있었다. 의자에 앉자 시종들이 바로 차를 내주었다.


“얘기 많이 들었습니다. 혹시 오시는데 위험하진 않았는지요.”


나는 시온을 한 번 째려봤다. 내 애마를 다치게 한 장본인. 그는 내 눈빛에 아랑곳하지 않고 로마프 남작에게 말했다.


“별일 없었습니다.”

“저희가 너무 다급히 요청했는데, 호위도 없이 오신 걸 보니 걱정이 많이 되었습니다.”


로마프 남작의 표정을 보니 흉작 걱정 때문인지 얼굴이 조금 핼쑥해 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로마프 남작은 무거운 톤으로 말을 이어갔다.


“사실 헬몬드 백작님께는 근래에 기근이 들었다 말씀드렸지만, 흉작이 지속된 지는 꽤 지났습니다. 백작님의 영지도 이제 막 회복하는 시기로 보여 섣불리 도움을 요청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짐작하기에 우리에게 식사 대신 차를 대접하게 된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근을 회복하려 방목시킨 돼지들을 잡으러 갔으나, 다른 영지의 영주께서 자신의 영역이라며 내어주지 않는 실정입니다.”


이야기를 하는 내내 남작과 그의 아내는 금방이라도 눈물이 흐를 것처럼 보였다.

그저 흉작만 해결하면 해피엔딩인 줄 알았더니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식량은 얼마나 비축되어 있습니까.”

“저택에서 식량창고를 계속 풀고 있습니다만, 아마 3개월 정도면 동날 겁니다. 이마저도 많이 아껴야 버티지요.”


회장님의 의견을 물어야 하지만, 3개월이면 거리가 가까운 만큼 식료품을 보급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을 걸로 보였다.


“일단 같이 농경지를 봐도 될까요?”

“물론입니다.”


농사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한국에서 빚을 다 갚고 나면 귀농을 해볼까 생각했던 터라 어느 정도 관심이 있었다. 이곳에서 내 초급 지식이 도움이 될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우리는 차를 얼른 마시고 농경지로 향했다. 말을 타고 가는 로마프 남작의 뒤를 따라갔고 우리 뒤로 비료를 실은 마차가 따라오고 있었다. 생각해 보면 마차로도 물건 납품이 가능할 텐데 역시 내 차는 몬스터로부터 안전하게 납품하기 위한 도구인가 보다.

말라비틀어진 땅, 작물이 자라나지 않아 물조차 주지 않았는지 곳곳에 금이 가있었다. 이상한건 적당한 수분만 있으면 잘 자라는 잡초조차도 없다는 것이었다.


“작물은 어떤 것을 심었나요?”

“보통은 보리나 밀, 감자 같은 것들을 심었습니다.”

“그럼 윤작(輪作)이나 휴작(休作)은 하셨나요?”


로마프 남작은 잘 모르겠다는 듯 마을 사람들을 쳐다봤다.

영주로선 잘 모를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비료를 받기 위해 몰려온 마을 주민들도 잘 모르는 듯했다. 같은 토지에 계속 같은 작물만 심으니 지력(地力)이 약해지는 건 당연지사. 비료로 해결은 되더라도 이대로 똑같이 농사를 짓는다면 금방 또 다시 생길 문제들이었다.


“남작님. 감자를 심었던 땅은 2년 정도 쉬도록 하시고, 다른 땅에는 작물을 돌려가며 짓는 것이 어떨까요. 당장 3개월 안에 식료품이 부족할 수도 있으니 저희 회장님께 납품을 문의해보겠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한데 그런 호의를 받아도 될 런지요······.”

“하하하 괜찮습니다. 공짜도 아닌데요 뭐.”


남작은 쿨하게 내뱉은 내 대답에 호탕하게 웃어 보이곤 시종을 불렀다. 시종이 남작에게 건네준 건 작은 주머니, 그 안에는 금화 3개와 다량의 은화가 들어있었다.


“약속한 대금보다 조금 더 넣었습니다. 식료품에 대한 건 꼭 좋은 소식이 있기를 기도하겠습니다.”


우리는 남작에게 인사를 마치고 차를 타 이동했다. 돈을 받고 하는 일이었지만, 잘한 일을 했다는 생각에 내심 뿌듯하기도 했다. 시온은 나를 힐끔 보더니 말했다.


“뭐 하러 그렇게 도움을 주는 거지? 우리는 약속한 대금을 받고 나오면 그만이었다.”

“저렇게 절박한데 안 도와줄 이유는 없잖아.”


아직 결정 난 건 아니지만, 회장님이라면 분명 납품에 승낙해주실 거였다. 저들이 식료품을 받고 좋아하는 즐거운 상상을 하는 와중 기쁜 마음에 잠시 잊고 있었던 고블린들이 돌아가는 길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시온이 다시 한 번 액셀을 밟으려 했고 나는 그를 말렸다.


“하지 마. 박치기는 절대 안 돼.”

“그럼 어쩌려고.”


-빠앙, 빠아앙


나는 고블린들 앞까지 가서 경음기를 울려대기 시작했다. 처음엔 고블린들이 큰 소리를 듣고도 반응이 없었으나, 반복해서 울리자 점점 사방으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봤지? 다 흩어지는 거?”

“멍청하긴.”


고블린들이 흩어진 이유는 경음기 때문이 아니었다. 숲에서 천천히 모습을 드러낸 건 덩치가 큰 ‘오거’였다.

저 몬스터는 책에서 유심히 봤다. 사람을 잡아먹는 괴물 이랬던가. 육중한 몸과 두피에 달린 작은 뿔 괴상하게 생긴 얼굴은 못 생김 그 차제였다.


“이제 어떻게 할 거지.”


시온에 말에 번뜩 정신 차리고 후진을 하기 시작했다. 저 괴물을 데리고 다시 로마프 남작의 마을로 가면 당연히 안 되지만, 일단을 살고 보자는 생각밖에 없었다.

후진을 하다 얼마 가지 않아 뒤로도 이동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아침에 출발할 때 보다 많아진 고블린들이 뒷길을 막고 있는 것이었다. 조잡해 보이지만, 고블린 몇몇은 활을 들고 있었고 화살 끝에는 불이 붙어있었다.


“성가시군.”


저런 조잡한 불화살로 판금(板金)이나 뚫을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창문을 뚫고 내부로 들어오는 순간 불이 번지는 건 순식간이다.

내가 공포에 메말라가는 시온이 언제 챙겼는지도 모르는 거대한 대검을 의자 뒤 공간에서 꺼내 말릴 새도 없이 밖으로 나갔다.


“뭐하려고!”


시온은 멀리서 천천히 다가오는 오거를 뒤로하고 고블린들에게 먼저 다가갔다. 딱 보기에도 내 키만 한 대검은 시온이 들기에도 무거운 듯 질질 끌며 다가가고 있었다.

고블린들이 활시위를 당기자 분위기는 삽시간에 변해버렸다.

살기라고 해야 할까. 이 압도되는 분위기는 고요한 숲길을 더욱 고요하게 만들었다.

앞에 오거를 주시하며 백미러로 보자 시온의 모습이 점점 변하고 있었다. 팔과 등에 은빛 갈기가 돋아나고 얼굴은 잘 안 보이지만, 상체에는 전부 갈기가 돋아났다.


“늑대······인간??”


외형이 변한 시온은 한 손으로 그 거대한 대검을 들고 순식간에 고블린들 틈으로 파고들었다. 당황한 고블린들은 조준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화살을 날려댔다. 고개를 낮추며 대검을 고쳐 잡고 있는 시온이 고블린들에게 대검을 가로로 크게 휘두르자 굉음이 울렸고, 대부분의 고블린은 목이 날아갔으며, 검에 닿지 않는 고블린들조차 충격파에 허공을 날랐다. 단 한 번의 공격에 수십의 고블린 무리들이 초토화된 것이다.


입이 벌어진 채 충격 먹는 사이 오거가 차 앞까지 다가왔다. 순간 당황하며 액셀을 밟아 오거에게 박치기를 선사해 넘어트렸지만, 그다지 큰 고통은 없어 보였다. 식은땀이 줄줄 흐르며 백미러를 보자 시온은 이미 없었다. 도망쳤을 일은 없었으니까 주변을 둘러봤다.

그를 발견한 위치는 좌우가 아닌 창문 위에 하늘이었다. 5,6미터는 되려나. 그는 고블린들을 죽인 그 자리에서 차 위를 넘어 오거가 있는 곳으로 떨어지고 있는 것이었다. 그는 은빛 갈기를 뽐내며 머리 위에 있는 대검을 양손으로 잡고 내리치며 일어나고 있는 오거를 정확히 반으로 갈랐다.


시온은 주변의 나뭇잎으로 대검을 닦고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조수석에 탑승했다. 걸어올 때부터 그의 몸에 갈기는 사라지고 있었고 조수석에 다다를 즈음 원래의 모습으로 변했다. 그의 날카로운 눈매 안에 있는 짐승의 눈은 빼고 말이다.


“얼른 가지.”

“네 ······.”


난생처음 보는 종족들 고블린, 오거는 큰 위협이 되지 않았으나, 지금 내 옆에 있는 존재는 완전히 차원이 다른 생명체였다. 도저히 저 광경을 보고 반말이 나올 수가 없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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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상한 면접 그리고 요상한 취업(1) 19.02.06 59 2 14쪽
1 프롤로그 19.02.05 114 1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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