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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웅비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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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웅비
작품등록일 :
2024.02.01 16:18
최근연재일 :
2024.07.03 19:45
연재수 :
104 회
조회수 :
10,878
추천수 :
305
글자수 :
572,670

작성
24.02.08 19:45
조회
259
추천
8
글자
12쪽

8화 호감을 얻자! (2)

DUMMY

8화 호감을 얻자! (2)


"에잇."


험멜 와이스너는 바닥에 그대로 앉아있다가 옷에 묻은 흙먼지를 훌훌 털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귀찮은 듯 하면서도 아내가 시킨 일을 안 할 생각은 없었는지 옆에 있던 도끼를 한 손에 들고는 쌓여있는 장작 하나를 바닥에 세웠다.


거침없이 들어 올려지는 도끼가 가속력을 받고 떨어지며 장작을 깔끔하게 두 동강 낸다.


"오~"


장작 패는 것을 본 적이 없었던 주헌은 곧바로 박수를 치며 감탄사를 내뱉었다. 이것도 나름 호감을 얻기 위한 것이었다.


가뜩이나 마음에 들지 않던 사람들 앞에서 아내의 타박을 듣는 모습을 보였으니, 자존심이 많이 상했을 게 뻔한 상황. 그런데 거기에 아부와 칭찬이 곁들여진다면?


그것만큼 호감 사기 쉬운 게 없다. 사람이란 존재는 공감과 칭찬에 약하니까.


"오~는 무슨 오~ 야!"


험멜은 주헌에게 딱히 관심이 없는 듯 한마디 하곤 계속 장작을 팼다.


주헌도 일단 가만히 있기는 눈치가 보여 남은 도끼 하나를 들어 험멜을 따라 도끼질을 보기로 했다.


"아까 분명히 말했다. 돈 한 푼도 안 준다고."


"이건 그냥 하룻밤 묵게 해준 것에 대한 예의예요. 그런데 제가 도끼질을 하는 건 처음이라.... 잘 될는지..."


주헌은 도끼를 들어올려 강하게 내려찍었다.


결과는 실패.


도끼가 나무에 닿기는 했지만 3분의 1정도만 갈라지고 도끼는 중간에 박혀버렸다.


"어, 어? 이거 왜 이러죠?"

주헌을 신경 쓰지 않고 혼자 할 일을 하고 있던 험멜은 고개만 슬쩍 돌려 주헌이 패고있던 장작을 쳐다보고는 피식 비웃음을 보였다.


"못하면 손을 대지 말던가. 남자가 그렇게 매가리가 없어서 결혼이나 하겠어?"


그러고는 다시 자신의 할 일만 하는 험멜 와이스너.


주헌은 도끼가 박힌 나무를 그대로 들었다 내려찍으며 겨우 장작을 두 동강 냈다.


험멜도 일단 주헌이 도와주는 것이 싫지는 않은 모양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자신이 할 일이 줄어드는 것이니, 그냥 냅두는 것 같기도.


주헌은 다시금 장작을 가져와 아까와 똑같이 거칠게 도끼를 내려쳤다. 이번에는 조금도 힘을 실어 찍었다. 그러나 처음 하는 도끼질이 단박에 잘 될 리는 없었다. 이번에는 아예 빗맞으면서 장작이 저 멀리 튕겨져 날아갔다.


"풉."


험멜은 무시하려다가 너무 어처구니 없는 모습에 그만 웃음이 터져버렸다.


"큼...흠... 참, 못하면 하질 말라니까. 엣헴, 이 쉬운 걸 왜 못하는 건지 요즘 젊은 것들이란. 쯧."


그러면서 보란 듯이 도끼를 내려찍으며 완벽하게 장작을 패는 험멜.


"와아... 정말 대단하세요! 제 꿈이 형님처럼 남성미 넘치는 남자가 되는 건데... 저는 이렇게 말라서 그건 힘들겠죠..."


이것도 노림수다. 물론 도끼질을 못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이 작전이 꽤나 먹힌 것 같다. 내내 무표정으로 일관하던 험멜 와이스너의 입꼬리가 씰룩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눈치 100단인 주헌은 이걸 놓치지 않았다. 연타석으로 험멜에 칭찬일색을 날렸다.


"부인도 정말 좋으시겠어요. 이렇게 남자다우면서 모든 일을 척척해내는 남편을 둔다는 게 흔한 일이 아니잖아요. 거기다 나이도 어린 연하에 듬직한 남편을 얻다니 어디 흔한 일인가요?"


부인이 있었다면 노발대발 했을 게 뻔하지만, 부인의 호감은 충분히 산 것 같으니 지금은 남편인 험멜의 호감을 사야 할 때다. 자존감이 떨어진 험멜이라면 이 칭찬의 효과는 배가 될 것이다.


"큿 흠...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네. 연하라니 난 메이보다 5살이나 많다고."


"예?! 혹시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나이가 어떻게 되시는지..."


"내가 좀 동안이긴 한데 그래도 나이 40줄 먹었다고."


"세상에! 저는 30대 초반이신 줄 알고..."


그러자 험멜은 세상 모르게 입꼬리를 씰룩거렸다.


"자, 이리로 와 봐. 내가 남자다운 도끼질을 제대로 가르쳐 주지."


험멜의 호감도 어느 정도 산 것 같다.


***


장작 패는 법을 배우고 나서는 엉성하지만 그래도 실패는 하지 않았다. 나름 재밌기도 했고.


"이 정도면 됐어. 배우니까 금방 잘 하네. 수고했어."


이제는 삐딱하게 말하지도 않고 말투도 처음보다는 조금 부드러워진 느낌이다.


"이제 들어가자구! 고생했으니까 메이한테 밥 정도는 해 달라고 할 테니깐 말이야."


호탕하게 웃으며 문을 열어 젖히는 험멜.


그러나 문을 열자마자 들려오는 것은 부인의 호통이었다.


"당신! 그 새를 못 참고 농땡이 부리려고 온 거야? 내가 말했지! 장작 좀 패라고!"


험멜은 억울한 표정을 지었으나 기세에 눌려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고 있자, 주헌은 또 다른 계략이 머리를 스치듯 지나갔다.


이것은 또 한 번 호감을 살 수 있는 기회.


"엇... 장작이 모자르신 건가요? 많이 준비해 놓으셨던데..."


순진한 표정을 지으며 험멜을 바라보는 주헌의 모습에 '으잉?' 하는 반응을 보인 메이가 바깥으로 나갔다.


정갈하게 쌓여있는 장작들.


"어머! 이게 무슨 일이야?“


메이는 상상도 하지 못한 것을 본 것처럼 놀라하며 순간 휘청거렸다.


”설마 주헌 청년이 도와준 거야?“


'여기서 점수를 따려면.'


"아뇨. 저는 도끼질을 해 본 적도 없는 걸요. 형님께서 얼마나 열심히 장작을 패시던지... 부인도 보셨다면 정말 놀라셨을 거예요. 막 이렇게 이렇게 하시면서 장작을 패시는데 어우... 저는 따라하려고 해도 할 수 없었을 거예요."


험멜은 눈을 껌뻑거리면서 무슨 소리냐는 반응을 보였지만, 바깥에서의 상황을 몰랐던 부인은 자신이 무작정 화낸 것이 미안했는지 남편에게 자연스럽게 볼 뽀뽀를 했다.


"거봐요. 당신도 하면 하는 남자잖아요. 내가 화내서 미안해요. 그래! 고생 했으니, 오늘은 내가 실력 발휘 좀 할 게요. 당신이 좋아하는 걸로요."


룰루랄라 웃으며 주방으로 향하는 부인.


험멜은 도통 상황이 이해되지 않아서 아내를 바라보다가 주헌을 바라보기를 반복했다.


주헌은 그런 험멜에게 윙크를 여러 번 날리면서 엄지척을 날려줬을 뿐이고.


험멜은 므흣한 미소를 지으며 똑같이 주헌에게 윙크를 날려 보냈다.



***


도끼질을 하느라 근육통에 시달린 주헌은 잠시 방 안으로 들어왔다.


방에 들어오자 엘로가 이제 막 나갈 채비를 마치고 나설 준비를 하고 있었다.


"엇? 어디 가려고?"


"어제 말씀하셨잖아요. 물건 팔라구요. 일단 돈도 없으니 나가서 한번 시도라도 해보려구요. 그런데 무슨 좋은 일 있으세요?”


엘로는 주헌이 피곤한 기색을 비치면서도 뭔가 기분 좋아 보이는 표정에 물었다.


주헌은 주머니 속에서 동전의 잘그락거리는 소리를 내며 손바닥에 동전을 펼쳐 보였다.

구리로 만들어진 동전 10개다.


"아니, 10쿠퍼나? 이거 어디서 나신 거예요?"


"다 방법이 있지."


아침에 주점을 청소하고 물지게를 짊어왔다고 메이 와이스너가 남편 몰래 5쿠퍼를 주머니에 찔러 넣어줬다.


그럼, 나머지 5쿠퍼는 어디서 얻었냐고?


그건 장작 패는 걸 도와주며 아내에게 선의의 거짓말을 해준 보답으로 험멜 와이스너가 준 것이었다.


'그나저나 이세계의 화폐 단위가 어떻게 되는지를 모르네?'


"엘로. 내가 돈의 가치를 몰라서 말인데 10쿠퍼면 어느 정도 가치야? 이걸로 뭘 할 수 있어? 나는 이곳에 대한 것을 하나도 모르니 최대한 자세히 부탁해."


"이곳에서의 화폐가치는 골드, 실버, 쿠퍼 순으로 가치가 나뉘어요, 10쿠퍼가 1실버고 10실버가 1골드죠. 보통 평범한 4인 가구의 한 달 생활비가 15골드에서 20골드 정도 되고, 지금 보여주신 10쿠퍼라고 한다면 짐마차를 하루 이용하는 비용이에요, 여관에서 한 명이 하루 숙박하는 비용이기도 하구요. 빵도 10개 정도 사서 먹을 수도 있죠."


'대충 1쿠퍼가 1~2천원 정도 되나 보네.'


"큰일이네... 나머지 1실버는 어디서 구한담."


엘로까지 같이 숙박을 하려면 1실버가 더 필요했다. 주헌은 당연스레 얘기한 것이었지만 엘로는 이에 감동을 받았나보다.


"아... 아니예요. 저는 제가 알아서 해볼게요."


"무슨 섭섭한 소릴. 너 없었으면 난 숲에서 굶어 죽었을 걸?. 그리고 타이칸인지 뭔지 수인에게 박하다며, 내가 도와주는 게 훨씬 낫지."


그건 어느 정도 사실이다. 내비게이션이라는 스킬이 있기는 했지만 한번 지나친 곳이 아니고서는 표시되지 않았기에 엘로가 길을 알려주지 않았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을 숲에서 보내게 됐을지 모르는 일이다.


"그나저나 팔 물건이 남아있다고 했잖아 뭐, 뭐. 있어?"


엘로가 메고 있던 가방을 바닥에 내려놓고는 가방을 열어 물건을 하나하나 꺼내기 시작했다. 그것도 자부심이 넘친 태도로 말이다.


엘로가 꺼낸 물건은 대부분 목공예품이었는데 나무 그릇, 나무 컵, 나무 수저 몇 세트가 끝이었다.


"오~ 나무를 깎아 만든 건가? 그런데 표면이 왜 이렇게 매끈하지?"


장인이 만든 것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정교한 목공품들 그 중에서도 매끄러운 표면이 주헌의 눈에 뇌리 박혔다.


현대의 물건이라고 할 정도로 매끈한 표면과 깔끔한 디자인 고급품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엣헴. 저희 쥐족은 다른 수인이나 인간들보다 덩치가 작다 보니 모든 공예 기술은 우릴 따라올 자가 없어요. 이렇게 표면이 매끄러운 건 저희가 공예를 세심하게 해서도 있지만 옻나무 수액을 이용하여 옻칠을 했기에 매끄러운 거죠. 거기다 다른 사람이 만든 목공품들과는 달리 방수기능과 내구성도 뛰어나구요. 샤르페리아에서는 저희 물건에 관심이 많아서 가끔 사려고 예약까지 한다니까요! 타이칸은 아니지만..."


수인의 권리를 존중하는 샤르페리아에서 가끔 예약을 하는 수준이면 어느 정도 상품가치가 높을 것 같은데, 하지만 수인을 박해하는 타이칸에서는 그만큼 가치는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얼마씩에 팔 거야?"


"그릇과 컵은 하나당 5쿠퍼씩 수저 세트는 세트당 2쿠퍼씩이요."


생각보다 더 낮은 판매가격에 실망한 주헌은 다시금 엘로가 늘어뜨려놓은 물건들을 확인했다.


전부 다 합쳐서 겨우 20개 근처 선.


'평균 가격으로 3.5쿠퍼로 잡으면 다 팔았을 때 70쿠퍼. 그러니까 7실버 정도의 수익이라는 거네.'


그래도 둘이서 3일은 여관에서 지낼 수 있는 금액. 하지만 수인 취급이 거지 같은 곳에서 엘로가 모든 제품을 팔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런데 너 혼자서 가려고?"


수인이라서 못 사겠다고 하면 주헌은 중간에 끼어들어서 자신이 호객행위를 할 작정이었다.


“예? 같이 가시게요?”


서로 이상하게 바라보는 상황이다. 주헌은 당연히 같이 가는 걸로 생각했고, 엘로는 당연히 혼자 가는 걸로 생각한 모양.


"괜히 욕만 먹으실 거예요."


"네가 혼자가면 욕 안 먹냐?"


엘로는 주헌의 말에 반박할 수 없었다. 혼자가도 욕먹는 것은 매한가지니까.

그렇지만 생명의 은인인 주헌이 자신 때문에 욕을 먹는 것은 더더욱 싫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서로를 은인이라 생각하는 주헌과 엘로다.


서로를 배려하는 게 너무도 큰 나머지 서로 양보할 생각이 없다.


결국 엘로는 주헌이 나서는 것을 막지 못했고, 둘은 하루 지냈던 여관방을 나와 1층으로 내려갔다.


식당 겸 주점 장사를 준비 중이라 고소한 내가 피어오른다.

군침이 싹 도는 꼬순내.


하지만 지금은 밥 한 끼를 먹는 것도 사치였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진웅비 입니다.


오늘도 제 소설을 읽어주셔서 너무나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호작, 댓글 환영합니다!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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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45화 일꾼을 데려오겠습니다 24.04.03 91 1 13쪽
44 44화 내 집 마련(2) 24.04.01 91 2 12쪽
43 43화 내 집 마련 +1 24.03.16 117 3 11쪽
42 42화 장인 +2 24.03.15 103 2 14쪽
41 41화 폭탄 돌리기 24.03.14 101 1 12쪽
40 40화 혼자가 아니야 24.03.13 97 1 12쪽
39 39화 주문 예약 24.03.11 112 3 12쪽
38 38화 나 혼자 +2 24.03.10 105 2 13쪽
37 37화 만원 버스 24.03.09 107 3 12쪽
36 36화 일복 터진 호구 +1 24.03.08 107 2 13쪽
35 35화 따뜻한 포토푀 24.03.07 113 5 11쪽
34 34화 진흙탕 +2 24.03.06 111 5 12쪽
33 33화 첫 배차 24.03.04 113 5 12쪽
32 32화 의뢰인 +1 24.03.03 118 3 14쪽
31 31화 장사천재 성주헌 24.03.02 119 2 14쪽
30 30화 특허 등록 +2 24.03.01 122 3 12쪽
29 29화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어? 24.02.29 124 3 12쪽
28 28화 마부길드 24.02.28 124 5 13쪽
27 27화 졸음운전 24.02.27 128 3 12쪽
26 26화 바둑판과 바둑돌 24.02.26 132 2 12쪽
25 25화 유행의 선구자 24.02.25 135 4 13쪽
24 24화 치즈지옥에 피자 강림! 24.02.24 136 2 13쪽
23 23화 또띠아 24.02.23 143 3 12쪽
22 22화 치즈 치즈 치즈 제발 좀 그만! 24.02.22 149 2 13쪽
21 21화 꿈은 크게 가져라 24.02.21 154 5 12쪽
20 20화 공황장애 +2 24.02.20 156 5 12쪽
19 19화 경사 났네, 경사 났어! 24.02.19 160 6 12쪽
18 18화 타란 마을을 구경해요 24.02.18 168 6 14쪽
17 17화 어디서나 뇌물은 통한다(2) 24.02.17 171 7 13쪽
16 16화 어디서나 뇌물은 통한다 24.02.16 181 6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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