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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웅비
작품등록일 :
2024.02.01 16:18
최근연재일 :
2024.07.01 19:45
연재수 :
103 회
조회수 :
10,716
추천수 :
302
글자수 :
567,180

작성
24.04.01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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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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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44화 내 집 마련(2)

DUMMY

44화 내 집 마련(2)


그리지 폴의 목공소.


“응? 오랜만이네. 그런데 무슨 일로?”


폴이 파리만 날리는 목공소에서 신문을 보다가 주헌이 온 것을 확인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전단지를 보고 왔습니다.”


폴은 주헌이 내민 전단지를 보고는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그리지 마을은 작은 마을이다 보니 손님이라고 해봤자, 한 달에 한두 명 있을까 말까였다. 수익도 변변치 않았기에 손님 하나가 중요한 상황이었고 저도 모르게 옷매무새를 가다듬으며 손님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부탁할게 있나 보지? 뭐든 말해. 우리 가족의 은인인데 내 특별히 싸게 해주지.”


여기까지 주헌의 계획대로였다.


주헌은 곧바로 전단지에 있는 오두막을 검지손가락으로 집었다.


“이걸 부탁하고 싶습니다. 저도 이제 그리지에 거주할 집이 있어야 할 것 같아서요.”


폴은 오두막을 가리킨 손을 보자마자 식은땀이 줄줄 내려오고 입이 푸석푸석하게 말라갔다.


전단지에 오두막이라는 단어를 넣기는 했지만 실제로 의뢰를 받아 건설해 본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거기다 일반적인 수리나 그런 것이 아닌 아예 설계도를 만들어서 새로 만들어야 하고 자재조달과 인력공급에 시간이 걸리다 보니, 비용도 만만치 않은 큰 스케일의 의뢰라 자연스럽게 긴장됐다.


그렇다고 초짜 티를 낼 수는 없는 법.


“오... 오! 오두막? 드디어 집을 가지게 되겠구만, 그래. 집 구조는 생각해 놨고?”


폴은 긴장한 기색을 숨기면서 서랍에 있던 수첩을 가져와 메모할 준비를 했다.


“흠... 생각을 하진 않았는데, 넓을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침실, 주방, 욕실 정도만 있으면 될 것 같습니다. 아... 손님용 방도 하나 있으면 좋겠어요.”


폴은 주헌의 말을 듣고 수첩에 침실 2개 부엌, 욕실이라고 간단하게 메모했다.


“대충이라도 좋으니 한번 구조를 그려주면 좋겠어.”


폴이 수첩을 주헌에게 건네주고 주헌은 골똘히 생각하면서 그림을 그려나갔다.


그렇다고 해봤자 설계 지식이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대충 큰 사각형을 그리고 대충 구역을 나눠 폴에게 건넸다.


“비용은 얼마 정도 할까요?”


폴은 어떻게 말해야 좋을지 몰랐다.


오두막의 시세는 알지도 못했다. 그리지에서 부동산 거래가 있던 적은 아주 오래전 일이라 시세도 가늠되지 않았다.


‘요즘 자재값이 좀 올랐는데... 그래도 일리아나를 살려준 은인이니...’


“40골드.”


“네?”


‘이런... 이미 타란에서 시세를 듣고 왔나? 내가 너무 비싸게 부른 건가?’


“그렇게 싸게요?”


주헌이 놀란 표정으로 말하자, 폴은 이때다 싶었다.


“내가 말했잖아. 우리 가족의 은인인데 당연히 이정도는 해줘야지.”


한숨 돌린 폴이었다.


“집 지을 땅은 어디야?”


“어!”


주헌은 순간 머리에 망치를 맞은 듯했다.

내집 마련에만 집중한 나머지 땅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렇다는 건 집을 짓는 비용에 토지비용이 추가로 들어가는 것인데 그렇게 되면 가격은 더 올라갈 터. 타란의 시세인 100골드 언저리까지 갈지도 모를 일이었다.


“땅... 없는데...”


“뭐? 그럼, 집을 어디에 지어?”


“혹시 그리지에 땅 파시는 분 계시나요? 땅도 좀 비싸겠죠?”


“아니면 여기 빈집 천지인데 거기 들어가는 건 어때?”


그리지에는 빈집이 꽤 많이 있었다. 대충 눈에 보이는 것만 4가구 정도가 되고 구석에 있는 잡초에 뒤덮인 폐허 같은 것까지 따지면 10가구는 족히 된다.


그렇다고 주헌은 그곳에서 살 생각은 없었다. 내 집 마련이라면 헌 것보다는 새것이 좋으니까.


“새 집을 가지고 싶었는데...”


“아니면, 촌장님에게 여쭤봐. 빈집의 소유는 마을 공동 소유이긴 한데 세금 문제로 촌장님이 일단 관리하고 계시니까.”



***


쾅쾅쾅!


“촌장님!”


쾅쾅쾅!


“촌장님!”


덜컥


“아이고, 나 귀 안 먹었네...”


촌장이 인상을 쓰며 문을 열고 나왔다.


주헌은 급한 마음에 바로 촌장의 두 손을 잡았다.


“응? 왜... 왜 그러나? 무슨 일 있나?”


다급해 보이는 주헌의 모습에 마른침을 삼키며 긴장한 촌장.


“땅을 사고 싶습니다.”


“난 또 뭐라고 땅은 빈집 거 아무거나 가져다 쓰게.”


“예??? 폴 형님은 세금 문제 때문에 촌장님이 관리하고 계신다고 하던데 괜찮은 거예요?”


“세금? 아, 아! 확실히 빈집들 세금을 마을 인원들이 나눠서 내니까 세금 문제라면 문제지. 그런데 자네가 빈집을 하나 맡아준다면 오히려 고맙지. 나눠 낼 세금이 결론적으로 줄어들지 않나?”


별일 아니라는 듯 말한 촌장은 오히려 주헌을 이상하게 바라봤다.


“또 뭐 필요한 게 있나?”


“아... 아뇨.”


“그래... 앞으로는 급한 일이 있을 때나 쾅쾅 두드리게나. 별것도 아닌 일에 흥분하지 말고.”


“죄송합니다.”


주헌은 허리를 90도로 숙였다.


“그건 그렇고 드디어 자네도 정식 그리지 주민이 되는 거구만, 허허. 그렇지! 빈집 중에 와이스너네 뒤쪽 길에 집이 있네. 거기가 가장 최근에 빈 곳이라서 관리하기엔 괜찮을 걸세.”


“아! 저는 새 집을 만드려구요.”


“응? 인부를 고용한 건가?”


“폴 형님한테 부탁했습니다. 저번에 도와준 일도 있고 해서 싸게 해주신다고 하더라구요.”


“폴? 우리 마을에 있는 폴?”


“네.”


“폴이 집도 만들 줄 아나?”


“예? 상인 길드에 있던 전단지에는 건축도 가능하다고 적혀있던데요? 목수 일도 오래 했다고...”


촌장이 오히려 질문을 하자, 주헌은 당황했다.

주헌도 폴이 집을 만들 수 있는지는 정확히 알지 못했다. 그저 전단지에 적혀있으니 그렇게 믿었을 뿐.


그런데 오랫동안 같이 지내 온 촌장조차도 저렇게 말하니, 주헌은 내심 불안했다.


“뭐... 목수 일을 오래하긴 했지... 뭐 알아서 잘 해보시게.”



***



주헌은 촌장과의 대화를 마치고 바로 빈집들을 돌아다녔다.

정확히 위치가 어딘지는 몰랐지만, 길에서 만난 주민들에게 알음알음 물어가며 모든 곳을 돌아다닐 수 있었다.


그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마구간 뒤편에 있는 빈집이었다.


텃밭으로 사용한 걸로 보이는 흔적과 각종 농기구들이 있었고, 실내는 먼지투성이였지만, 세척하면 충분히 쓸 수 있을 것 같은 각종 집기들과 침대, 식탁도 있었다.


방은 없지만 혼자서 지내기에는 괜찮은 곳이었다.


하지만 엘로가 지낼 공간이 없다는 것이 내심 걸렸기에 돈이 가장 적게 들 것 같은 쪽으로 고민하다가 결국 방 두 개를 확장하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


그렇게 나름대로의 계획을 세우며 집 터를 정한 주헌은 폴이 있는 목공소로 향했다.


“형님~ 땅 찾아왔습니다.”


“벌써? 어디 쪽인데?”


주헌은 폴을 데리고 본인이 정한 빈 집터로 향했다.


“이곳이요! 여기가 딱 좋겠더라구요. 쓸만한 농기구랑 집기들도 있고 침대랑 부엌도 있어서 그대로 쓰면 좋을 것 같아요.”


폴은 내심 안도했다.


주헌이 새 집 짓는 것을 포기한 줄 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엌은 있으니까, 옆 벽만 허물어서 더 넓게 확장하면 될 것 같아요.”


“여기 그대로 사는 거 아니고?”


“그래도 좀 오래되어 보이는데 새 자재를 써서 리모델링하면 좋죠. 그리고 제가 원래 살던 곳은 집값이 비싸서 넓은 집은 꿈도 못 꿨는데, 지금은 땅도 공짜로 구하고 집도 기본 토대가 있으니 새 집 짓는 것보다는 아낄 수 있잖아요. 이참에 넓히는 거죠.”


폴은 다시금 주헌을 설득하려다가 너무 기대하고 있는 모습에 포기했다.


이렇게 된 김에 제대로 된 집을 지어줘서 경력으로 삼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혹시 비용은?”


새 집을 짓는 것과 확장하는 것은 다르다. 어쨌든 토대가 이미 있는 상태의 집을 확장하는 것이니 자재가 적게 들어가는 것도 맞고 인력도 그만큼 덜 들어가니까.


“확장을 어느 정도 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처음에 말했던 금액에 반만 주면 될 거야.”


20골드.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하는 상황에 무려 50%라는 비용이 줄어들었다.


그렇다는 건 완공까지도 새 집을 짓는 것보다는 시간이 많이 줄어들 터.


“그럼 완공까지는 얼마나 걸릴까요?”


“넉넉 1년”


“네? 1년이요?”


“인력 공급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건 매한가지야. 인력은 대부분 타란이나 네브린에서 데려와야 하는데 바로 구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지. 1년은 인력을 구하지 못해서 나 혼자 하게 됐을 경우를 말한 거야. 인력이 빨리 구해지면 그만큼 빨리 줄어들지.”


주헌은 고민했다.

1년은 아무리 그래도 길었다.

차라리 돈을 더 써서 다른 업자에게 부탁할까도 생각했지만... 이정도 가격의 업자를 찾기는 불가능할 게 뻔했다.


“그런데 넓힌 곳은 어떤 구조로 만드려고?”


“아... 그냥 방 두 개 더 만들고 싶어서요. 지금 빈집은 방이 없고 부엌과 침실이 합쳐진 형태라서요. 방이 있으면 좋겠다 싶었죠.”


“아~ 엘로도 같이 지내려고?”


“그렇죠. 같이 일하는 사이니까... 어?”

순간 주헌은 주마등처럼 좋은 아이디어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일단 내가 최대한 빨리 인부들을 구해볼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폴은 자신도 집을 만든 경력이 없었기에 기술자를 고용해 지식을 공유할 생각이었다. 전문 인력은 임금도 높고 네브린이나 타란에서도 쉽게 구하기 어려워 시간이 걸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만, 일단 주헌을 안심시키고자 달래듯이 말했다.


“인력 몇 명 필요하세요?”


“어? 갑자기 그건 왜?”


폴은 눈을 반짝거리며 얼굴을 들이미는 주헌에 괜히 긴장했다.


“제가 일할 사람을 좀 많이 데려올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어...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 그런데 20골드로는 많이는 못 데리고 와.”


20골드로는 자재 가격을 제하고 인력을 고용하기에는 그리 큰돈이 아니었다. 그래도 값싼 인력 서너 명이나 고급 기술자 한 명 정도는 고용할 수 있는 금액이었다.


“그건 걱정마세요. 저랑 아주 친한 사람들이 있어서 싸게 해줄 겁니다. 한 20명이 될까요?”


주헌은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스... 스무명????”


폴은 많이 데려온다고 해봐야 5명 정도로만 생각했다. 그러나 20명이면 얘기가 달라진다.

혼자서 1년, 3~5명이 3달 정도라면 20명이면 방 두 개 정도 확장하는 것은 1달 안에 하고도 남을 정도였다.


“20명은 너무 많아! 모두 고용할 돈도 없고...”


“그래도 확실히 공사 기간은 단축되겠죠?”


“그건 맞지. 하지만 너무 초짜들이라면 오히려 서로 맞지 않아서 시간이 더 걸릴 수 있고 오히려 효율만 더 떨어질 수도...”


주헌은 바로 검지손가락을 좌우로 움직이며 걱정하지 말라는 표정을 지었다.


“인력 비용은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다 처리하겠습니다. 그리고 초짜도 아니에요. 오히려 장인들이죠. 기술력으론 그 사람들 못 이깁니다.”


주헌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그러면 바로 공사 시작하도록 하죠. 대금은 먼저 드릴게요.”


주헌은 동전이 가득 든 주머니를 폴에게 건넸다.


타란에서 들었던 시세 100골드 보다 훨씬 싼 20골드에 해줬기에 5골드는 팁으로 더 넣었다.


“그럼, 바로 다녀오겠습니다!”


주헌은 바로 목공소를 나와 버스가 있는 곳으로 뛰어갔다. 그가 데려오려는 사람들도 돈도 벌면서 그들의 기술력을 보여줄 수 있는 이 기회를 절대 놓치고 싶지 않아 할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아니! 잠깐! 야!”


폴은 주헌이 말한 장인 20명의 정체와 원래 대금보다 5골드를 더 준 것 때문에 주헌을 다급히 불러 세웠다. 하지만 이미 주헌의 모습은 작게 보일 만큼 멀어져 있었고 주헌은 폴의 말을 듣지 못했다.


“아니... 제대로 말은 해줘야 할 거 아냐...”


폴은 그렇게 사라지는 주헌의 뒷모습만 멍하니 바라봤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진웅비 입니다.


긴 휴식을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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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45화 일꾼을 데려오겠습니다 24.04.03 88 1 13쪽
» 44화 내 집 마련(2) 24.04.01 88 2 12쪽
43 43화 내 집 마련 +1 24.03.16 114 3 11쪽
42 42화 장인 +2 24.03.15 101 2 14쪽
41 41화 폭탄 돌리기 24.03.14 99 1 12쪽
40 40화 혼자가 아니야 24.03.13 96 1 12쪽
39 39화 주문 예약 24.03.11 111 3 12쪽
38 38화 나 혼자 +2 24.03.10 104 2 13쪽
37 37화 만원 버스 24.03.09 105 3 12쪽
36 36화 일복 터진 호구 +1 24.03.08 106 2 13쪽
35 35화 따뜻한 포토푀 24.03.07 112 5 11쪽
34 34화 진흙탕 +2 24.03.06 110 5 12쪽
33 33화 첫 배차 24.03.04 112 5 12쪽
32 32화 의뢰인 +1 24.03.03 117 3 14쪽
31 31화 장사천재 성주헌 24.03.02 118 2 14쪽
30 30화 특허 등록 +2 24.03.01 121 3 12쪽
29 29화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어? 24.02.29 123 3 12쪽
28 28화 마부길드 24.02.28 123 5 13쪽
27 27화 졸음운전 24.02.27 126 3 12쪽
26 26화 바둑판과 바둑돌 24.02.26 131 2 12쪽
25 25화 유행의 선구자 24.02.25 134 4 13쪽
24 24화 치즈지옥에 피자 강림! 24.02.24 135 2 13쪽
23 23화 또띠아 24.02.23 142 3 12쪽
22 22화 치즈 치즈 치즈 제발 좀 그만! 24.02.22 148 2 13쪽
21 21화 꿈은 크게 가져라 24.02.21 153 5 12쪽
20 20화 공황장애 +2 24.02.20 155 5 12쪽
19 19화 경사 났네, 경사 났어! 24.02.19 158 6 12쪽
18 18화 타란 마을을 구경해요 24.02.18 166 6 14쪽
17 17화 어디서나 뇌물은 통한다(2) 24.02.17 169 7 13쪽
16 16화 어디서나 뇌물은 통한다 24.02.16 179 6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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