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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웅비의 서재

버스기사의 이세계 슬로우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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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웅비
작품등록일 :
2024.02.01 16:18
최근연재일 :
2024.07.01 19:45
연재수 :
103 회
조회수 :
10,720
추천수 :
302
글자수 :
567,180

작성
24.02.09 19:45
조회
237
추천
7
글자
13쪽

9화 던지고 밟아도 문제 없어요!

DUMMY

9화 던지고 밟아도 문제 없어요!


맛있는 냄새에 저도 모르게 눈길이 간 주헌을 보고 메이 와이스너는 빵 두 개를 챙겨줬다.

주헌이 얼마냐고 물어봤지만, 부인은 ‘어휴 오늘 도와준 것만 해도 고마워요’라며 주헌이 건넨 돈을 받지 않았다.


엘로는 배를 곯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기분이 좋은지, 밖으로 나온 내내 헤벌레 웃고 있었다.


배를 곯지 않는 것은 둘째치더라도 숙박비를 버는 게 우선인데... 뭐 굳이 기분을 안 좋게 만들 필요는 없으니 주헌은 따로 거기에 대고 뭐라 하지는 않았다.


장사를 하기 위해 자리를 찾는 중인데 적당한 곳이 보이지 않는다. 그리지 마을을 돌아다니니 그렇게 큰 마을도 아니었고 대충 20~30가구 정도 되는 작은 마을이었다. 길거리에 사람이 많지도 않고 광장이라 할 것도 없고, 어디서 팔아야 좋게 팔았다고 소문이 날까 고심할 때쯤.


“저기가 좋겠다! 눈에 띄고 괜찮은데?”


마을 중심부에 커다랗게 서 있는 거목이 보였다.

그리고 그 근처는 시야가 뻥 뚫려 건물 같은 장애물도 없고 나무를 지나가기 전후로만 건물이 좌르륵 있어 유동인구가 충분히 많을 것 같다.


“제가 봐도 여기서 팔면 좋을 것 같아요. 딱 마을 중간 지점이기도 하구요.”


엘로는 고개를 끄덕이며, 짊어진 가방을 뒤적거리기 시작하더니 돗자리를 꺼내 깔았다. 그러곤 돗자리에 목공예품을 하나하나 각을 맞춰 진열했다.


현대에서 봤던 가게와 비교했을 때 길거리 좌판보다 없어 보이기는 했지만, 뭐... 이세계니까.


마을사람들도 웬 수인과 남자가 다짜고짜 돗자리를 까니 관심은 생긴 모양이다. 가까이 다가오지는 않았지만, 자기네들끼리 수근거리며 멀리서 지켜보고 있었다.


‘시선 좀 끌어볼까?’


주헌은 돗자리에 진열되어 있던 나무 컵을 위로 집어 들었다.


너튜브에서 본 것인데 장사가 안될 때는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됐다. 아무리 손님이 없더라도 무언가를 하며 바빠 보이는 척을 해야 지나가는 사람의 눈길을 한 번이라도 더 끌 수 있다고 했다.

예를 들어 철판 요리라고 하자. 손님이 없다고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면 빈 철판만을 보게 되며 지나가는 사람은 ‘역시나’라고 생각하거나 그냥 지나가 버린다. 그런데 대량의 음식을 철판 위에 만들며 맛있는 냄새와 함께 뒤적거리며 퍼포먼스를 한다면 아무리 관심 없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한 순간의 눈길을 끌 수 있고 거기에 관심이 더해지면서 판매까지 이뤄질 수도 있다.


주헌은 나무 컵을 높게 들어 햇빛에 반사시켰다.


옻칠이 되어있는 덕에 매끈하게 코팅된 나무 컵은 햇빛에 반사되며 이미 잘 만들어졌지만서도 조금 더 고급스러워 보이는 느낌을 풍겨 냈다.


그러나 마을사람들은 다가오지 않았다. 그저 수근대기만 할 뿐.


주헌은 포기하지 않고 나무 그릇과 수저 세트도 괜히 닦는 척하며 잘 보이게끔 머리 위로 들고 내리고를 반복했다.


결과는 그야말로 꽝.


수근대던 사람들도 이제 제 할 일을 하며 관심은 수그러들었다. 가까이 와서 구경한 이는 단 1명도 없었다.


“하아... 역시 무린가 봐요.”


장사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앓는 소릴 내는 엘로.


상인이라는 작자가, 아니. 상단주라는 작자가 이리도 인내심이 없어서야...


“이럴 때는 가만히 있는 게 아니라 전략이라는 걸 쓰는 거야. 너 상인이라며 뭐 전략 같은 거 없냐? 거래 많이 해봤을 것 아냐.”


“저는 운좋게 관심을 가지신 거래자를 만난 거라서...”


“하아...”


아무런 지식도 없는 상황에서 엘로에게 의지를 하고 있는데 이래서야 원... 누가 누구에게 의지하고 있는 건지.


“내가 하는 거 잘 봐.”


주헌이 다짜고짜 양손에 나무 그릇과 컵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샤르페리아 왕국에서 유행하는 목공품 팝니다! 오늘만 이 가격! 다시 없을 기회! 선착순 판매 시작합니다!”


장사를 할 때는 손님들의 관심과 호기심을 끌 만한 핵심 단어를 쓰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수입품이라거나 한정 수량이라는 것 등등 말이다.

주헌이 큰소리로 홍보하니, 자기 할 일을 하던 주민 몇몇이 관심을 가지고 시선이 목공품 쪽으로 향했다. 남자들은 대부분 관심이 없는 듯했지만, 알뜰살뜰 아끼면서 평소 집안일을 해오던 부인들은 꽤 호기심이 생긴 모양이었다.


그러나 어제의 해프닝도 있고 수인이라는 존재 때문에 확실히 다가오지는 못하는 것 같다.


이럴 때는 누군가 한 명만이라도 용기를 내어 오기만 한다면 나머지는 뒤따라 들어올 수 있는데.


주헌은 유독 망설이고 있는 무리를 목격하고는 소리쳤다.


“거기 예쁜 누나! 여기서 구경이라도 해보세요. 보는 건 돈 안 들어요~”


그런데 난데없이 무리와는 반대편에 떨어져 있던 중년 부인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어머... 이 나이에 누나 소리를 다 듣네... 무슨 물건 파는 거예요?”


누가 봐도 누나 소리를 들을 만한 나이대는 아니었지만, 어쨌든 손님이 왔다는 것이 중요한 거다.


주헌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돗자리에 깔려 있는 나무 그릇을 부인 앞으로 가져가며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게 말이죠. 샤르페리아 왕국에서 유행하는 그릇입니다. 이 윤기 보세요. 집에 있는 평범한 그릇들과는 다르죠? 보통 남자들은 주방일을 하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부인이라면 한번에 알아보시겠죠. 샤르페리아 왕국은 여왕체제라서 예술에 조예가 깊고...”


주절주절 떠들어대는 주헌이었다.

물건이 전문적으로 보이기 위해서는 그 가치를 높여줄 어휘력이 필요했다. 물론 주헌은 엘로에게 몇 마디 들은 게 다였지만, 샤르페리아에서 팔려고 했다는 것과 옻칠이 되어있어 내구성과 방수성이 좋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도 전문적으로 보이기에는 충분하다. 면접을 할 때와 마찬가지로 얼마나 MSG 아니, 살을 더 붙이는지에 따라 전문성 있게 들린다. 물론 거짓말을 하는 것은 오히려 손해다 들키면 전문성은 물론 신뢰성 둘 다 잃게 되기 때문. 그러니 사실을 기반하여 살을 붙여야 한다.


중년 부인은 처음에 ‘누나’라는 소리로 기쁜 것도 잠시 쉴 새 없이 속사포로 쏟아지는 주헌의 말에 넋이 반쯤 나갔다.


이내 주헌의 설명이 끝나고.


“누나가 보기에는 어떠세요?”


넋이 나가 거의 멍한 상태의 부인에게 주헌은 나무 그릇을 쥐어 주었다.


잠시 닿은 손길에서 느껴지는 건조함과 굳은살.


주헌은 이것도 이용해 먹기로 했다.


“어유... 손이 왜 이렇게 트셨어... 날이 춥죠?”


부인은 자신의 손이 창피한지 바로 손을 뒤로 가렸다.


“뭐... 겨울이기도 하고... 설거지하고 그러다 보면 다들 이래. 나만 그런 게 아니고.”


“어휴... 이 겨울날에 찬물로 설거지하는 게 얼마나 힘든데요. 이런 걸 남편분들이 알아줘야 할 텐데.”


“내 남편은 먹고 자고 싸기만 하지, 그런 건 몰라.”


주헌의 말빨에 그대로 넘어가 버렸는지 부인은 편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예? 그러면 도와달라고 당연히 말씀하셔야죠. 설마 가만히 계신 거예요?”


“말한다고 듣나? 내 입만 아프지.”


“그래도 가만히 있으시면 안 되죠! 그거 버릇돼요. 그리고 참으면 화병 들어요, 화병! 어휴... 내가 다 속상하다.”


부인은 자신의 힘듦을 알아주는 주헌에 감동 하고는 눈물을 그렁거리기까지 했다.


“말만이라도 고맙네. 아유 마침 집에 그릇하고 컵이 금이 가 있었는데 하나 사야겠어. 하나씩 줘요.”


“2개 해서 10쿠퍼입니다!”


부인은 주머니에서 1실버 동전 하나를 꺼내 주헌에게 건넸다.


“감사합니다!”


주헌은 바로 첫 판매를 성공하고는 엘로를 쳐다보며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자신을 엄지로 가리키며 마치 ‘나 이런사람이야.’라고 말하는 듯한 모습까지 취했다.


중년 부인은 주헌과의 만담이 만족스러웠는지 물건을 구입하고서도 한참을 말을 하다가 스트레스를 다 풀었는지, 개운한 표정으로 자리를 뜨려 했다.


“아, 누나! 잠깐만요.”


부인이 뒤돌아 집으로 향하려 할 때 주헌은 달려가며 부인에게 수저 세트 하나를 그녀의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충성고객으로 만들기 위한 절대적인 단어를 귓속말로 몰래 속삭였다.


“이거 누나만 특별히 몰래 챙겨주는 거예요. 다른 사람한테는 절대로 말하면 안 돼요.”


첫 손님이니 고마워서 주는 것이었지만, 손님 입장에서는 이게 또 다르게 느껴진다. 남들과 달리 본인만 특별대우를 해준다는 말은 남녀노소 불구하고 누구나 좋아하는 단어다. 그리고 첫 손님이었던 부인은 분명 기폭제가 되어 손님을 몰고 올 것이다.


작은 마을 30가구도 채 안 되는 곳에서는 사생활을 숨기기는 어렵다. 어제는 뭘 먹었고 뭘 했는지 전부 다 알고 있다는 거다. 그런데 누군가 긍정적인 이야기를 해준다면? 나비효과가 되어 호감 가는 사람이 되는 건 시간 문제다.


‘역시. 한 명이 사가니까. 다른 사람도 오네.’


앞서 부인을 시작으로 무리지어있던 부인들도 돗자리 앞으로 모였다.


시작은 역시나 똑같은 레퍼토리.


인기 있는 제품, 선착순, 한정수량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장사가 생각대로만 되면 너도나도 장사를 했을 것이다.


“흠... 샤르페리아 왕국에서 유행하는 거면 유명한 사람이 만든 건가? 누가 만든 거지?”


생각지도 못한 되물음에 잠깐 당황한 것도 잠시.

주헌은 곧바로 자신있게 대답했다.


“아주 훌륭한 쥐족 장인이 만들었습니다.”


그러자 처음에 얘기만 듣고 눈을 초롱초롱 빛내고 있던 부인들의 눈빛이 금세 시들었다.


“아... 수인이 만들었으면 좀...”


한 부인의 말을 시작으로 같이 있던 부인들도 서로 눈치를 보며 무언의 긍정을 보내고 있었다.


‘이대로는 안 되는데...’

“엘로. 이거 내구성 확실히 보장하냐?”


무언가 한방이 필요하다고 느낀 주헌은 귓속말로 엘로에게 물었다.


“그럼요! 내구성 하나는 다른 기성품들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엘로는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으며 당당히 말하고 있었는데 주헌은 말이 끝날 틈도 주지 않고 나무그릇 하나를 바닥으로 집어던졌다.


탁-


“튼튼... 지금 뭐하시는 거예요!”


주헌이 나무그릇을 집어 던지자, 엘로가 부리나케 달려가 멀리 굴러가는 그릇을 집어서는 옷자락으로 흙먼지를 닦았다.


부인들도 역시 갑작스러운 주헌의 행동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란 기색을 내비쳤다.


주헌은 엘로에게 다가가 닦고 있던 나무그릇을 빼앗고는 부인들 앞에 내놓았다.


“이거 보십시오! 그렇게 세게 던졌는데 흠집 하나 없는 거 보이시죠?”


“정말이네?”


“진짜네? 이거 봐. 보통 그릇이라면 다 부서졌을 텐데, 흠집 하나 없어. 집에 애들이 뛰어 다니면서 깨트린 그릇과 컵이 몇 갠데. 이건 걱정이 없겠는데?”


“그렇죠. 집에 어린아이가 있는 집. 남편이 매일 술 처마시고 들어와서 난동을 부리는 집에 아주 유용합니다. 그것뿐이겠어요? 중요한 건 내구성이 튼튼하니 돈을 그만큼 아낄 수 있다는 거죠.”


주헌이 손가락으로 동그란 모양을 만들어 흔들었다.


“이렇게 튼튼한 그릇과 컵이면 평생을 쓰고도 남죠.”


“그래도... 한 번 떨어트린 거 가지고 생색 내기는 좀 그런 거 아닌가?”


‘저 아줌마는 수인에게 악감정 가지고 있나? 계속 시비 거네.’


보통 손님이라면 홀려서 사겠지만, 유독 한 부인만 만만치 않았다.


그렇다고 포기할 주헌이 아니다.


주헌은 이번에도 그릇을 바닥에 내던졌다.


엘로는 쥐족이 성심성의껏 만든 작품을 험하게 다루는 것을 보기 힘든지 눈을 질끈 감았다.


“두 번 던져서 괜찮다고 하더라도 평생 간다는 건 솔직히 믿기가 어렵지.”


부인이 코웃음을 치자. 주헌은 바닥에 나뒹구는 그릇 앞으로 다가갔다.


“자 이제 들어가자고.”


유독 의심이 많던 부인이 한마디 하자, 근처에 있던 부인들은 조금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그녀를 따라나섰다.


“잠깐! 이것도 보고 가셔야죠!”


주헌이 크게 소리치자, 귀찮은 듯 대장으로 보이는 부인이 무표정으로 주헌을 바라봤다.


주헌은 그녀와 눈을 마주치며 씨익 웃음을 짓고는 오른발을 높게 들어 바닥에 뒤집어져 있는 그릇에 그대로 내려찍었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진웅비 입니다.


오늘도 제 소설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많은 사랑 부탁드리며, 좋아요, 추천 한번씩 부탁드립니다!


피드백, 댓글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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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45화 일꾼을 데려오겠습니다 24.04.03 88 1 13쪽
44 44화 내 집 마련(2) 24.04.01 88 2 12쪽
43 43화 내 집 마련 +1 24.03.16 115 3 11쪽
42 42화 장인 +2 24.03.15 101 2 14쪽
41 41화 폭탄 돌리기 24.03.14 99 1 12쪽
40 40화 혼자가 아니야 24.03.13 96 1 12쪽
39 39화 주문 예약 24.03.11 111 3 12쪽
38 38화 나 혼자 +2 24.03.10 104 2 13쪽
37 37화 만원 버스 24.03.09 105 3 12쪽
36 36화 일복 터진 호구 +1 24.03.08 106 2 13쪽
35 35화 따뜻한 포토푀 24.03.07 112 5 11쪽
34 34화 진흙탕 +2 24.03.06 110 5 12쪽
33 33화 첫 배차 24.03.04 112 5 12쪽
32 32화 의뢰인 +1 24.03.03 117 3 14쪽
31 31화 장사천재 성주헌 24.03.02 118 2 14쪽
30 30화 특허 등록 +2 24.03.01 121 3 12쪽
29 29화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어? 24.02.29 123 3 12쪽
28 28화 마부길드 24.02.28 123 5 13쪽
27 27화 졸음운전 24.02.27 126 3 12쪽
26 26화 바둑판과 바둑돌 24.02.26 131 2 12쪽
25 25화 유행의 선구자 24.02.25 134 4 13쪽
24 24화 치즈지옥에 피자 강림! 24.02.24 135 2 13쪽
23 23화 또띠아 24.02.23 142 3 12쪽
22 22화 치즈 치즈 치즈 제발 좀 그만! 24.02.22 148 2 13쪽
21 21화 꿈은 크게 가져라 24.02.21 153 5 12쪽
20 20화 공황장애 +2 24.02.20 155 5 12쪽
19 19화 경사 났네, 경사 났어! 24.02.19 158 6 12쪽
18 18화 타란 마을을 구경해요 24.02.18 166 6 14쪽
17 17화 어디서나 뇌물은 통한다(2) 24.02.17 169 7 13쪽
16 16화 어디서나 뇌물은 통한다 24.02.16 179 6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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