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진웅비의 서재

버스기사의 이세계 슬로우 라이프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새글

진웅비
작품등록일 :
2024.02.01 16:18
최근연재일 :
2024.07.07 19:45
연재수 :
107 회
조회수 :
11,078
추천수 :
305
글자수 :
590,216

작성
24.02.07 19:45
조회
288
추천
10
글자
12쪽

7화 호감을 얻자!

DUMMY

7화 호감을 얻자!


"하아..."


여인은 눈을 질끈 감고 한숨을 내쉬더니 주방 쪽에서 무언가를 뒤적거리다 빵 하나를 주헌에게 던졌다.


"이것도 다 돈인데... 촌장님이 부탁하신 거니 오늘만 특별히 주는 거예요. 다음부턴 돈 받을 거니까 그렇게 아시고."


주헌은 날아오는 빵을 한번 놓쳤다고 바닥에 떨어지기 직전 겨우 받아 드는데 성공했다.


여인은 잠시 어정쩡한 자세로 빵을 집은 주헌과 옆에 있던 엘로를 잠시 흘겨보고는 1층에 있던 방 안으로 들어가며 문을 '쾅'하고 닫아버렸다.


"귀청 떨어지겠네... 자, 너 먹어."


일반적인 빵처럼 보이는데 질감은 딱딱한 느낌... 어차피 엘로를 위해 받아내 준 것이니 빵을 엘로에게 건넸다.


엘로는 껌딱지처럼 붙어있던 주헌의 바짓가랑이를 놓고, 주헌이 건넨 빵을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안 뺏어 먹는다. 안 뺏어 먹어..."


그나저나 이세계의 여관은 어떤 모습일까. 침대는 당연히 있을 것이지만 현대세계에서 폭신한 침대는 아닐 것 같았다.


기대 반 의심 반을 가지며 여인에게 받은 방문을 여는데.


끼이익-


경첩이 녹이 슬었는지 문을 열고 닫을때마다 삐그덕거리는 소리가 난다.


침대하나와 작은 탁자 의자만 덩그러니 놓여있는 방.


사람은 둘인데 침대는 왜 하나지?


의문이 들었지만, 신세지는 입장에서 방을 바꿔 달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그냥 지내기로 하자.


노곤한 몸을 이끌고 침대에 풀썩 앉아본다.


문을 열자마자 먼지가 피어올랐던 것이 인색하듯 침대에서 더 많은 먼지가 피어올랐다.


"쿨럭."


주헌은 손을 이리저리 흔들며 얼굴 근처의 먼지를 밀어냈다.


어렸을 적 보육원에서 지냈던 것보다 더 좋지않은 시설.


이것도 이세계라는 점에서 감안해야 하는 부분일 것이다.


마을에 도착하면 다리 뻗고 푹 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침대는 딱딱하고 먼지 천지에... 거기다 사람은 둘인데 침대는 하나.


그런데 그런 고민을 하는 것도 잠시.


엘로가 자신보다 큰 가방에서 얇은 이불보 같은 것을 꺼내더니 바닥에 깔았다.


"너 뭐해?"


"잘 준비요."


"바닥에서 자려고?"


"네. 당연히 그래야죠. 수인은 원래 인간 여관에 머물 수 없어요... 가끔 돈만 주면 받아주는 곳도 있지만 그곳에서도 침대는 쓰지마라고 해요. 손님들이 싫어한다고."


당연하다는 듯 말하는 모습이 조금 슬프다.


"근데 제가 성함을 모르네요. 성함이 어떻게 되시나요?".


"내 이름은 주헌이야 성주헌. 그냥 주헌 형이라고 불러."


"예? 형이요? 제가 더 나이가 많을지도 모르는데..."


자연스레 바닥에 누워 눈을 흘기는 엘로.


겉모습으로만 봤을 때는 당연히 어린 줄 알았는데 수인은 더 오래 살기라도 하는 건지.


:"너 몇 살인데?"


"저 이래 보여도 20살이라구요."


'응. 그래도 네가 어려.'


"난 25살인데. 형이라고 불러라."


"스... 스물 다섯???? 그렇게 안 보이는데요."


저도 모르게 입술이 씰룩거리는 주헌이었다.


"큼... 뭐 동안으로 봐주는 건 고맙네. 그나저나 내일 다른 마을로 바로 가는 거지? 내가 말했다시피 사고로 이곳에 오게 된 거라 이세계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그러니까, 너한테 좀 빌붙고 싶은데 말이야."


"아... 그게... 저도 지금 모든 물건을 뺏긴 상태라 한 푼도 없는데요."


당연한 것을 간과해 버렸다.

장사를 하기 위해 떠났다가 배신당해 모든 걸 잃은 엘로였다는 걸.


"잠깐... 그럼 내일 당장 어떡해? 아까 주인 아줌마가 오늘만이라고 했잖아!"


침대에 누워있던 주헌이 벌떡 몸을 일으켰다.


"일단 그리지 마을에서 잡일거리라도 구해야 할 것 같아요... 그런데 저한테는 일을 주지 않을 텐데. 가방에 팔려고했던 상품이 조금 있긴 하지만... 이것도 원래 타이칸 제국에서 늘 거래하던 분에게 팔려던 거라... 여기 사람들이 사줄지 모르겠어요."



"일단 너는 물건을 팔아봐. 잡일거리는 내가 찾아볼게."


마을만 찾으면 모든게 해결 될 줄 알았는데... 일이 점점 복잡해 지는 것 같다.


***


다음 날 아침.


딱딱한 침대와 더불어 먼지 때문에 목이 걸걸해서 기침하는 통에 제대로 잠을 잘 수 없었다.


결국 새우잠을 자다가 닭이 우는 소리에 깨고 말았다.


옆을 보니 엘로는 아직 곤히 자고 있는 상태인데...


돈도 없고 지식도 없고 이세계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엘로야 물건만 팔고 돈이 생기면 돌아갈 곳이 있다지만, 주헌은 없었으니까.


주헌은 방문을 열고 계단을 내려갔다.

여관 주인 부부는 아직 자고 있는지 조용하다.


그러다 문뜩 주방에 널려있는 걸레가 보인다.


아는 사람도 없는 상황에 무작정 일거리를 달라고 돌아다닐 수도 없는 터.


주헌은 한 가지 계획을 세우며 널어져 있는 걸레를 집어 들었다.


***


달그락거리는 소리에 잠에서 깬 와이스너 부인이 1층 방문을 열고 나왔다.


"도대체 무슨 소리야 이게."


문을 열고 나오자 보이는 건 1층 주점일 청소하고 있는 주헌의 모습이었다.


"지금 뭐하는 거예요?"


"아, 그게 공짜로 묵게 해주셨는데 가만히 있는 건 도리가 아닌 것 같아서 이렇게라도 도움을 드리고자 하하."


"시키지도 않은 짓을 하고 있어."


주헌은 아르바이트 생활과 직장생활을 할 때도 출근 시간보다 먼저 출근하여 어질러진 것을 정리하고 청소를 하곤 했었다.


그 때는 분명 직장상사들이 좋아했었는데...


막상 험한 소리를 들으니 주헌도 딱히 기분이 좋지 않다.


여인은 주헌이 그러거나 말거나 흘겨보기만 하고는 어딘가로 향했다.

그러더니 물지게 하나를 지고 나오는데...


주헌은 딱 이거다 싶었다.


"세상에. 혼자서 물 떠오시려고요? 남편분은 뭐하시고요?"


"하! 우리 남편은 쳐 자고 있죠. 어제 봤잖아요. 술에 떡이 된 거."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연약한 부인 혼자서 그 험한 일을... 어휴, 제가 도와드릴게요."


주헌은 자연스레 여인이 메고 있던 물지게를 뺏어 자신의 어깨에 멨다.


"이렇게 마르신 분이 어떻게 이걸 드신다고..."


여인은 덩치가 있는 편이었다. 그러나 막연히 뚱뚱하다 그런 것이 아닌 통뼈를 가진 건강미를 가지고 있었다. 어제만 봐도 뚱뚱한 남편을 혼자 짊어졌고 말이다. 하지만 모든 여성들은 외모와 몸매에 신경을 많이 쓰는 법, 주헌은 그 부분을 파고들었다.


"큼... 그러게나 말이에요. 우리 남편도 당신 같이만 하면 내가 소원이 없겠어요."


"제가 있던 곳에서는 이게 당연한 걸요. 하하."


"어머... 그건 좀 부러울지도... 나는 메이 와이스너예요."


"넵! 저는 성주헌이라고 합니다. 그 와이스너 부인 귀찮게 해드려서 죄송하지만 제가 우물 위치를 몰라서요. 알려만 주시면 제가 혼자서 다녀오겠습니다."


"아휴. 됐어. 나랑 같이 가요. 이참에 마을도 좀 소개해 줄게."


주헌은 속으로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어제 여관에 들어올 때의 상황을 봤을 때 남편보다는 부인이 더 많은 주권을 가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거기다 다들 꺼리는 수인을 받아주는 것을 그리 꺼려하지 않았다. 물론 촌장의 지시가 있긴 했지만, 남편 때문에 화가 난 상태에서도 배고프다고 하니 빵 하나를 준 부인의 모습을 봤을 때 부인의 심성이 나쁘지는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부인의 호감을 산다는 것은 자연스레 남편의 지지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가 싫든 말든 말이다.


우물에 가서 물지게 두 통을 가득 채우고 여관으로 돌아왔다.


"아휴... 고마워서 어째."


"저는 오히려 연약해 보이는 부인이 늘 이 무거운 물지게를 들고 나른 게 더 신기한 걸요. 그동안 얼마나 힘드셨을까..."


그러자 와이스너 부인이 눈시울이 붉어졌다. 하지만 겉모습과 같이 당찬 모습을 보이며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 그저 뒤에서 잠깐 눈물을 훔칠 뿐.


"말이라도 고마워요. 이렇게 착한 사람을 어제 너무 몰아붙인 것 같아 내가 괜히 미안해지네. 배고프죠? 어제 배고프다고 했는데 내가 빵밖에 못 줬잖아요. 여기 앉아요. 내가 아침 만들어 줄게."


"어휴 아침부터 부인을 힘들게 하는 건 신사로서 실격이죠. 괜찮습니다. 대신에 한 가지 부탁을 드려도 될까요?"


"어우, 물론이죠. 뭐든 말해요."


"그게... 사실은..."


주헌은 이때다 싶어 이때까지 있었던 상황에 MSG를 첨가하여 말했다.


자신은 사고를 당해 많은 기억을 잃었고, 정신을 차렸을 때는 숲이었다는 것과 숲에서 헤매던 것을 구해준 것이 엘로라고 말이다.


그리고 도적을 만나 엘로와 함께 들고 있던 모든 것을 뺏겼다는 식으로 최대한 불쌍하게 말했다.


"세상에... 요즘 그 숲에 도적떼들이 많아요. 우리 그리지 마을 사람도 약초를 캐러 갔다가 녀석들에게 당했어요. 그래서 네브린 남작께서 경비병 둘을 보내줬구요."


원래는 경비병이 상주해 있지 않는 모양이다.


"그래서 말인데... 엘로와 제가 돈이 한 푼도 없어서요... 혹시 잡일거리라도 얻을 수 있을까요?"


"어휴. 그럼 우리 여관에서 일하면 되겠네. 마침 일손이 부족하던 참이거든요."


"누구 마음대로!"


거의 다 넘어왔다 싶었을 때 1층 방에서 숙취에 쩔어 보이는 배불뚝이 아저씨가 인상을 찌푸리며 나왔다.


"메이! 이건 당신이 뭐라고 해도 안 돼! 더러운 수인 놈이랑 같이 다니는 녀석에게 일거리를 준다고? 거기다 신분도 확실하지 않는 녀석을? 어디 망할 일 있어?"


"그럼 당신이 나가서 장작 좀 패와요. 당신이 일을 안 하니까 일손이 부족하잖아!"


"아이고 속이야... 머리도 아프고... 메이 나 오늘은 좀 쉬어야 할 것 같아."


왜 저렇게 배불뚝이가 됐는지 알 것 같다.

매일 술만 마시고 일도 제대로 하지 않으니 당연히 살이 찔 수밖에.


"험멜. 당신 진짜..."


메이 와이스너는 화가 끝까지 났는지 말도 더듬으면서 말을 잇지 못했다.


"세상에... 몸이 안 좋으신가 봐요. 그러면 제가 당연히 도와드려야죠. 장작은 어디에 있나요?"


이때다 싶어 험멜 와이스너의 호감을 얻고자 대뜸 끼어들었다.


"뭐? 네가 왜 도와? 도와준다고 하더라도 난 돈 한 푼도 안 줄 거다."


험멜은 아까 아픈 척 했던 것은 잊어먹었는지, 험상궂은 표정을 지으며 거칠게 말했다.


더 이상 어떻게 대꾸를 해야 할지 몰라 주헌이 당황하던 사이.


메이는 자신의 남편인 험멜에게 다가가 그의 귀를 거칠게 잡아 당기더니 바깥으로 끌고 나갔다.


"아, 아! 왜 이래 이 여편네가!"


"가뜩이나 일손도 부족한데, 일 시키기 싫으면 당신이 해."


메이는 험멜을 문 바깥으로 끌고 온 후 장작이 쌓여있는 곳으로 그의 궁둥이를 발로 차버렸다.


"여보. 나 아프다니까... 머리두 아프고... 속도 안 좋아..."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짓는 험멜이지만, 메이에게 통할 리는 없었다.


"몰라!"


쾅-


부인이 문을 거칠게 닫았다. 주헌은 본의 아니게 험멜과 같이 바깥에 버려졌고, 남겨진 둘 사이에는 정적만 흐르고 있었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진웅비 입니다.


오늘도 제 소설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좋아요, 댓글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버스기사의 이세계 슬로우 라이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8 48화 그리지를 집어삼킨 산사태 24.04.07 94 0 13쪽
47 47화 몸소 보여주는 게 답 (2) 24.04.06 90 1 12쪽
46 46화 몸소 보여주는 게 답 24.04.04 95 1 12쪽
45 45화 일꾼을 데려오겠습니다 24.04.03 92 1 13쪽
44 44화 내 집 마련(2) 24.04.01 92 2 12쪽
43 43화 내 집 마련 +1 24.03.16 118 3 11쪽
42 42화 장인 +2 24.03.15 104 2 14쪽
41 41화 폭탄 돌리기 24.03.14 102 1 12쪽
40 40화 혼자가 아니야 24.03.13 99 1 12쪽
39 39화 주문 예약 24.03.11 113 3 12쪽
38 38화 나 혼자 +2 24.03.10 106 2 13쪽
37 37화 만원 버스 24.03.09 108 3 12쪽
36 36화 일복 터진 호구 +1 24.03.08 108 2 13쪽
35 35화 따뜻한 포토푀 24.03.07 115 5 11쪽
34 34화 진흙탕 +2 24.03.06 113 5 12쪽
33 33화 첫 배차 24.03.04 114 5 12쪽
32 32화 의뢰인 +1 24.03.03 119 3 14쪽
31 31화 장사천재 성주헌 24.03.02 120 2 14쪽
30 30화 특허 등록 +2 24.03.01 123 3 12쪽
29 29화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어? 24.02.29 125 3 12쪽
28 28화 마부길드 24.02.28 125 5 13쪽
27 27화 졸음운전 24.02.27 129 3 12쪽
26 26화 바둑판과 바둑돌 24.02.26 135 2 12쪽
25 25화 유행의 선구자 24.02.25 137 4 13쪽
24 24화 치즈지옥에 피자 강림! 24.02.24 138 2 13쪽
23 23화 또띠아 24.02.23 145 3 12쪽
22 22화 치즈 치즈 치즈 제발 좀 그만! 24.02.22 152 2 13쪽
21 21화 꿈은 크게 가져라 24.02.21 156 5 12쪽
20 20화 공황장애 +2 24.02.20 158 5 12쪽
19 19화 경사 났네, 경사 났어! 24.02.19 162 6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