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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섬아이 님의 서재입니다.

용사는 마물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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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섬아이
작품등록일 :
2021.05.12 10:09
최근연재일 :
2021.05.13 19:30
연재수 :
5 회
조회수 :
212
추천수 :
14
글자수 :
22,558

작성
21.05.13 19:30
조회
23
추천
2
글자
10쪽

4화 <왠수놈과의 재회>

DUMMY

꿈틀!


“으윽...”


꿈틀, 꿈틀!


“으어어...”


시간이 얼마나 흐른걸까?

분명한건 나도 모르게 정신이 날아가버렸다는 것, 깨어난걸 보니 살아는 있는 듯 했다.


“뒈지는 줄 알았네 쓰벌...”


슬쩍 눈알을 돌리니 독충들의 체액으로 범벅된 바닥이 보였다.

꽤나 그로테스크한 광경이었지만 딱히 감흥은 없었다.

지금은 내 눈앞에 떠있는 상태창 속 글자가 더 중요하기도 했고 말이다.


“어디보자...”


독 내성 - B

100가지 독에 대한 내성을 가진다.

다음 단계까지 32%/100%


“오올?”


단계가 오른것도 모자라 32%나 더 올랐다.

또라이짓이라 생각했지만 효과는 있었던 듯 했다.


“역시 몸에 때려넣는게 직빵이긴 하네”


물론 살짝 위험하긴 했다.

잠깐이나마 아스테로스놈 면상을 다시 볼 수 있나 싶었으니까

그래도 어쩌겠는가, 독충들의 체액으로 목욕을 해봐도 반응이 없는데.

독 내성도 있는 마당에 포기할 수는 없잖은가


“으음... 다음엔 순한맛으로 먹어볼까?”


뭐가 순한 맛인가는 묻지마라.

나도 모르니까


“끄응... 근데 레벨은 안올랐네, 시스템은 비슷한건가?”


신놈이 만든 레벨 시스템은 일반적인 게임 시스템과 조금 달랐다.

차이점을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너보다 쎈 놈만 잡아라’쯤 될까?

물론 그 쎄다는 기준은 육체적인 비교였기에 언령을 가지고 있었던 내겐 의미없는 조건이었지만...


“골치아파졌네 이거...”


이젠 상황이 바뀌었다.

말 그대로 정말 나보다 쎈 놈들을 때려잡아야하는 것이다.


“그냥 어디 짱박혀버...리면 안되겠지?”


될 리가 없다.

아스테로스놈이 말하지 않았는가. 마족 놈들과 드잡이질을 해야한다고 말이다.

이꼴이라면 1년이 아니라 100년이 지나도 마족놈 발톱도 닿지 못하리라.


“에혀... 어쩌다가 그딴 놈이랑 엮여버려서...”


절로 한숨이 터져나오지만 어쩔 수 없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수 밖에.

예컨데...


덥썩!


우물, 우물-


“맛은 드뤕게 웂네 우물우물...”


독물 몸뚱이를 먹는 것 같은 것 따위의 일 말이다.


띠링-


[독에 대한 이해도가 올랐습니다.

다음 단계까지 32.1%]


“퉤!, 퉤!, 아놔, 돌 섞였잖아 쓰벌!”


...바닥에 있는건 주워먹지 말도록 하자.


***


동굴에서의 삶은 꽤나 단순했다. 눈치보고, 먹고, 싸고 다시 눈치보고 그런 삶의 반복이었으니까.

왜 그것밖에 안했냐고?

그야...


‘뭘 잡을 수가 있어야지, 에혀...’


그렇다.

뭘 잡을 수가 없다.

일단 이 비루먹은 몸뚱이를 사용한 공격방법부터가 문제였다.

깨무는거랑 실 뿜는 것 밖에 없는데 뭔 수로 공격한단 말인가!


“딱 한놈만 더 있었어도 해볼만 했을텐데”


정말 딱 한놈만 있다면 어떻게 해보겠는데 말이다.

문제는 그 한놈을 어디서 찾느냐는건데...


“말도 안통하는데 잘도 찾아지겠다 염병”


그렇게 투덜대며 걷길 얼마나 지난걸까?, 묘한 불빛 하나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 어둡디 어두운 동굴에서 청록색 빛이라니...

괜스레 궁금하지 않은가?


“가볼까?”


어차피 할 짓도 없다.

사실 덩치들을 피해 땅파고 내려오다보니 이젠 여기가 어딘지도 잘 모를지경, 즉 밑져야 본전이란 의미었다.


다다다다다-!


이젠 꽤나 익숙해져버린 벌레 몸뚱이를 움직이자 푸른빛을 뿜어내는 타원형의 무언가가 보였다.

그런데 자세히보니 저거...


“알?, 게다가...”


꿈틀!

꿈틀, 꿈틀!


꿈틀거린다, 그것도 심하게!


“뭐...뭐여 스벌”


내 평생 이리 징그러운 장면은 또 처음이다

이건 무슨 영화 에일리언 속 한 장면 같지 않은가?

그리고 내 기억이 맞다면 저 알에서 튀어나온 괴물은...


다다다-!


“인간!, 아니 애벌레를 잡아먹잖아!”


애벌레는 아닌가?, 뭐 아무렴 어떤가!, 어쨌든 저기서 나올 놈이 무지 위험할 것 같다는게 중요한거지


꿈틀, 꿈틀-!


푹-!


마침내 위험한 놈이 알 속에서 머리를 내밀었다.

그런데... 저 몸뚱이 묘하게 익숙하다. 특히 저 시커멓고 짤뚱만한 다리들과 촘촘이 박힌 하얀 털들, 저거 아무리봐도...


“애...애벌래?”


애벌래지 않은가?, 나랑 종은 좀 다른 것 같지만 그 애벌래가 그 애벌래지.


“위험하진 않은 것 같은데...”


조금 더 지켜봐야겠지만 애벌래 따위가 위험하면 얼마나 위험하겠는가

그런데 말이다...


“뭐지 이 불쾌함은?”


이상하리만치 불쾌하다.

이제 갓 태어난 저놈을 찢어죽이고 싶다랄까?


“마치 그놈이라도 본 것 같...”


순간적으로 호흡이 멈췄다.

영혼 저 깊숙한 곳에 각인된 불쾌함이 뇌리를 집어삼켰다.

너무도 익숙한 느낌, 그리고 내게 이런 느낌을 줄 수 있는건...


“...진짜냐?”


지프리칸 하나밖에 없었다.


“니 새끼가... 살아있다고?, 어떻게?”


스슥-


내 당혹스런 목소리 때문일까?

녀석이 내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꿈틀, 꿈틀-


갈 길 간다.

그것도 아주 열심히.


덥썩, 우물, 우물-

우물, 우물, 우믈-


얼씨구, 이젠 아주 알까지 야금야금 처먹으신다.


“그게 목구멍으로 넘어가냐?, 앙?”


우물, 우물-


잘 넘어가나보다.


“저저...”


머리가 아파온다.

저 빌어먹을 놈을 어쩌지?

마음 같아선 한방에 저승으로 보내버리고 싶다만...


“좀 아쉽단말야...”


조금이 아니다

말로 다 표현 못할만큼 아쉽다.

녀석에게 뒈진게 776번, 심지어 그중 대부분이 평범함과는 거리가 먼 죽음이었는데 한방이라니!

그건 너무 인도주의적이 아닌가?


“분명 더 좋은 방법이 있을텐데...”


Lv 5 이현우

종족 : 크립티아 웜

고유특성 : 변태

스킬 : 포식(Lv 2), 포이즌 바이트(Lv 4), 실뿜기(Lv 7), 땅파기(Lv 2), 죽은척하기(Lv 1), 영혼의 복속(1회에 한함)


내성

- 독 내성(B)


혹시나 해서 살펴봤지만 역시나 쓸만한 스킬은 없었다.

게다가 저 죽은척하기라는 스킬은 안좋은 기억만 떠오르게 했다.


“빌어먹을 늑대인간 새끼만 없었어도...”


776번의 생 동안 단 한 번도 죽음 앞에 쫄지 않았던 내가 죽은 척 하기라니...

저 하늘 어딘가에서 내 상태창을 보며 히히덕거리고 있을 놈을 생각하면 뚜껑이 열릴 지경이었다.


“그 새끼 웃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괜스레 더러워진 기분을 뒤로하고 스킬들을 둘러볼 때였다.

시선을 사로잡은 낯선 스킬에 눈가를 좁혀냈다.


“영혼의 복속?”


이상하다.

분명 아까 밥먹을 때 까지만 해도 없었는데 말이다.

게다가 1회 한정이라니, 뭐냐 저 수상쩍은 스킬은?


“뭐지?”


띡-


영혼의 복속

- 주신 아스테로스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선물로 넣어놓은 스킬이다, 사용시간이 있으니 지금 당장 안쓰면 후회할지도?

사용 가능 시간 - 23:12


“...얼씨구?”


이 미친놈이 또 뭔 꿍꿍이냐?, 게다가 저 23분이라는 시간도 수상쩍다. 아무리봐도 지금 당장 쓰라는 것 같지 않은가?


“지프리칸을 소환수로 써라 이 말인거냐?”


누가봐도 뜻이 분명한 스킬 이름이었다. 마신을 소환수로 쓰라니... 그냥 마신도 아니다.

날 776번 죽인 개잡종놈을 어떻게...


“가 아니지?, 왜 못써?”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치켜올라갔다. 생각해보니 거부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안그래도 저 잡종놈을 어떻게 씹어줄까 고민하던 찰나 아닌가?


“이열, 우리 신놈이 사랑스러워 보이는건 또 처음이네?, 고맙다 야”


신님께 감사인사도 드렸으니 본론으로 넘어가도록 하자.


“이야... 또 만날지는 몰랐네? 흐흐흐흐...”


우물, 우물


“그렇지!, 아고 잘먹네 우리 마신새끼”


우물, 우무...울?


내 애뜻한 눈빛을 느낀걸까?

한창 알을 뜯어먹고 있던 녀석이 뒤돌아봤다.


“맛있지?, 아주 맛있어 죽겠지?”


한 걸음, 한 걸음, 녀석과의 거리는 착실히 줄어들고 있었다.

이런 내 모습이 위협적이었던걸까?

움찔거리던 녀석이 슬금슬금 물러서기 시작했다.


“에헤이, 우리 마신새끼, 어딜 그리 바쁘게 가시나, 글로가봤자 갈 곳도 없어요, 자 아빠안태 오렴”


[너어...]


작지만 너무도 익숙한 목소리였다. 뇌리를 울리는 경고성에 있는 힘껏 녀석을 향해 뛰었다.


[너어느...]


“닥쳐 새꺄”


턱-


화아악-!


하얀빛이 시야를 집어삼켰다.

따끔거리는 눈에 꿈틀대기도 잠시, 억지로나마 띄워낸 시야엔 좀전과 별반 다르지 않은 애벌래 한 마리가 보였다.

물론...


[너... 너 이 똘아이 새끼!, 또 뭔 짓을 한것이더냐!]


우리 마신님께선 완전히 깨어나신 모양이었지만.


“요~, 지프리칸 잘 지냈냐?”


[죽여버리겠다아!!]


목청 터져라 소리친 녀석이 이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뒤뚱뒤뚱 요상한 몸짓, 우리 마신님께선 아직 자기 몰골을 깨닫지 못하셨나보다.


[또 무슨 술법을 배웠는지 모르겠으나 소용없느니라. 이번엔 네놈 사지를 뜯어 연옥에 처박아주마!]


“뭔가 착각하는 것 아니냐?, 내가 술법을 쓴게 아니라 니가 느린거 같은데”


[여전히 주둥이는 살았구나, 마지막 일격이 실패해 충격이 크더냐? 크하하하하!]


“그거 성공했는데?, 그랬으니 위대한 마신께서 그 꼴로 기어다니지”


[격장지세따위 안먹힌다 수백번도 더 말했을텐데!]


쯧쯧, 자기 앞날도 모르는 저 불쌍한 중생을 어이할꼬.

친히 내 넓은 아량으로 알려주도록 하자.


“넌 니 몸뚱아리도 안보고 사냐?”


[감히 이 몸의 진신을 그따위로 표현...]


새끼, 말 끊긴거 보니 이제야 감이 오나보네


“니놈 진신이 애벌레였어?, 내가 그건 또 몰랐다 야 푸하하하핫!”


[이게 무슨...]


녀석이 멍한 눈으로 자신의 몸 이곳저곳을 훑어보았다.

고개가 돌아갈 때 마다 느려지는 속도, 보아하니 충격 꽤나 받으신 모양이었다.

그런데 말야...


“그런데 너 그거 아냐?”


미안한데 더 인퉈레스튕하고 퐌타스틱한 소식이 남았는데 어쩌냐?


[뭐...뭘 말이냐]


“아니, 미리부터 쫄건 없는데... 그냥 별건 아니고, 방금 전 우리가 재미있는 계약 하나를 했거든”


[계...약?]


“응, 그게 무슨 내용이냐면 이제부터 네가...”


[...꿀꺽!]


“내 쫄따구라는 내용이다 새꺄!”


빡!


꾸웨에에엑-!


“속이 다 시원하네 푸히히히히!”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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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화 <왠수놈과의 재회> 21.05.13 24 2 10쪽
4 3화<첫 번째 위기> +1 21.05.13 33 3 11쪽
3 2화 <거래를 시작하자고> 21.05.12 36 3 10쪽
2 1화 <깨어나다> 21.05.12 55 3 10쪽
1 The Prologue <마신을 죽이다> 21.05.12 65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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