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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섬아이 님의 서재입니다.

용사는 마물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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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섬아이
작품등록일 :
2021.05.12 10:09
최근연재일 :
2021.05.13 19:30
연재수 :
5 회
조회수 :
214
추천수 :
14
글자수 :
22,558

작성
21.05.12 19:00
조회
36
추천
3
글자
10쪽

2화 <거래를 시작하자고>

DUMMY

세상엔 룰이라는게 존재한다.

뭐 별로 대단한건 아니다.

땅은 바닥, 하늘은 머리 위에 존재하며 새는 애벌래를 잡아먹고 그 새는 그보다 더 큰 무언가에 잡아먹히는 그런 평범한 것들이니까

그런데 말이다.

만약 그 너무도 당연한 것들이 어그러진다면 어떻게 될까?

물론 세상이 망한다거나 하진 않겠지만...


“너님은 뭐빠지게 뛰어다니겠지 흐흐흐흐”


신은 더럽게 바빠진다.

그 어그러진 규칙을 바로잡는게 바로 신의 일 중 하나였으니까


“일단 이 칙칙한 동굴부터 갈아버리자고”


우웅...


영혼 깊은 곳, 익숙한 공명음이 퍼져나갔다.

그리고...


“...엉?”


아무일도 없었다.


“뭐냐?”


이럴 리 없다.

이건 마나나 몸뚱아리와는 관계없는 영혼에 새겨진 힘, 수많은 윤회를 거치며 얻게 된 능력이었다.

그런데... 이게 안먹힌다고?


“다...다시...”


우우웅...


“되라 되라 되라 되라...”


우...웅...


“제발!”


우....


더 이상 공명음이 들리지 않았다.

감은 눈을 뜨니 보이는건 좀 전과 조금도 다르지 않은 어두컴컴한 벽면 뿐, 뭔가 잘못된게 분명했다.


“뭐...뭐야, 잘만 되던게 갑자기 왜 안되는건데!”


말도 안된다.

수백번의 윤회를 거치며 얻어낸 힘이 갑자기 안된다고?


“아니 갑자기 왜 안되는거냐고!!!”


발광하며 바닥을 굴러다니길 얼마나 흘렀을까?

반쯤 풀린 눈으로 고개를 들자 천장에 자라난 큼지막한 종유석들이 보였다.

떨어지기만 한다면 한방에 인생 하직 할 수 있으리라


“흐흐흐... 그래, 그냥 쾅 하고 떨어져라, 복수도 못하는데 살아서 뭐하냐 흐흐흐흐...”


투두둑...


“오오!, 떨어진다 떨어져 히히히히”


투둑, 투두둑-


“그래, 떨어져버려 으하하하하!”


투두두둑-


“오오...!”


투루루룩...


툭-


“...엉?”


머리위로 떨어진 것은 자그마한 돌조각이었다.

아프진 않지만 반쯤 나가버린 정신을 되찾기엔 부족함 없는 충격이었다.


“진짜 떨어졌...네?”


종유석은 동굴벽면에서 자라나듯 커지는 것이었다.

얼기설기 얽혀 고정된 돌들이 아니란 뜻이다.

그런데 그게 부서졌다고?


“잠깐... 이거 혹시?”


슬쩍 눈을 돌려 바닥에 나뒹구는 돌 부스러기를 바라보았다.

손톱만한 크기의 돌 부스러기, 이정도면 시험하기 적당하리라


“움직여”


스스스...

스스스스...


“역시...”


안도감과 허탈함이 동시에 밀려왔다.

없어진게 아니다, 단지 처음 능력을 얻은 그때 수준으로 퇴보한 것 뿐이었다.


“뭐 없는 것 보단 낫다만... 이 생엔 써먹을 수 없겠는데”


언령을 써먹을만한 수준으로 끌어올릴 때까지 얼추 100번의 윤회가 걸렸다.

지금은?

아무리 단축시킨다 해도 이번 생 안으론 무리였다.

하물며 얼마나 살지도 모르는 애벌래라면야...


“...이제 어쩌지?”


그래도 노력하면 동굴 안에서는 왕 정도로 지낼 수 있지 않을까?

물론...


“그게 뭔 의미겠냐만”


의미는 1도 없다만.


“그렇다고 그냥 뒈질수도 없고, 할 때까진 해봐...”


“도 안될걸?”


뭐지, 이 싹수말아먹은듯한 익숙한 목소리는?

에이 잘못들은거겠지, 그놈이 아무리 한가해도 지은 죄가 있는데 찾아올 리가...


“어이어이 내가 그리 한가하진 않다고”


“진짜 왔냐!”


질겁하며 고개를 돌리자 죄다 뽑아버리고 싶게 생긴 삐죽머리가 보였다.

바로 빌어먹을 아스테로스 놈의 면상이 말이다.


“그럼!, 그래도 니가 날 기억할 수 있는 마지막 생인데 와줘야지, 보아하니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데”


“이 새끼가...”


“에이, 너무 그러지 말라고, 내쪽도 여러모로 사정이 있었으니까”


“물어봐도 안알려줄 사정은 개뿔”


“역시 날 너무 잘안다니까”


재수없게 입꼬리를 말아올리는 녀석, 놈은 언제나 이랬다.

모든걸 알고있지만 필요한 말 외에는 답해주지 않았다,

내가 지프리칸과 싸워야한다는걸 알았던 때도 무려 30번에 걸쳐 윤회를 한 다음에서였다.


“내가 니 새끼 대갈빡을 못후려친게 한이다 써글”


“풉, 한 번 덤벼보지 그랬어, 마지막엔 한 대 정도 맞아줄 용의가 있었는데”


“그러니까 후회중이라고”


“크큭, 크크크큭...”


녀석은 한참을 키득거렸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뻔뻔한 얼굴로 입가를 히죽여낸 녀석이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언령, 이제 못쓰지?”


“알면서 묻냐?, 난 니가 한짓이라 의심하고 있는데”


“야야, 내가 아무리 치사해도 그렇게까지 하겠냐, 내가 준것도 아니고 니 영혼이 누백번에 걸친 윤회에서 얻어낸 힘인데”


“그럼 왜 없어진거지?”


“균형, 무슨 뜻인지는 알지?”


“균형...이라고?”


균형, 고작 한단어일 뿐이었건만 거대한 압박감에 몸이 움찔거려왔다.

그런 내 모습에 녀석이 어깨를 으쓱였다.


“네가 언령을 가지게 된 이유는 지프리칸 때문이었어, 헌데 이제 지프리칸은 사라졌지, 그렇다면 이 세계는 신들조차 버거워하는 네 힘을 어떻게 볼까?”


“...그럼 세계가 내 힘을 지워버렸다는 말이냐?”


“정확히는 지우고 있는 중이지”


“중...이라고?”


“너도 확인해봐서 알잖아”


녀석의 대답에 여태껏 했던 뻘짓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줄은게 아니었다.

녀석 말대로 사라지고 있는 중인 것이다.


“...속도 한번 드럽게 빠르네, 몇일만 좀 봐주지”


“아... 그 속도는 말야”


뭐지?, 이놈 어색하게 웃는게 뭔가 수상하다.

신, 그중에서도 주신이라 불리는 주제 표정 관리하나 제대로 못하는게 바로 이놈 아니었던가?


“너 이새끼... 뭔 짓 했냐?”


“그...그게 크흐음!, 나로선 합리적인 선택이었다고, 어차피 사라질거 써먹으면 좋잖아, 대가라고 대가”


대가라니... 뭐냐, 이 알면서도 모를 것 같은 단어는?


“대가? 그게 무슨... 잠깐, 너 설마?”


“네놈 소원 들어주는데 좀 썼지 험험!”


“야 이 미친 새끼야!, 소원은 니가 들어준다 시부린 거잖아!”


“그러니까 들어는 줬잖아, 어차피 나 아니면 그렇게 해줄 수 있는 놈도 없고”


“저저...”


뒷골이 당겨온다.

저 미친놈이 이젠 뻔뻔함까지 얼굴에 쳐발랐지 않은가?


“에이, 그렇게 열내지 말라고, 어차피 내가 땡겨쓰지 않았어도 3,4일 내에 죄다 사라질 힘이었어”


“그 3,4일이면 네놈 1000년치 일거리 정도는 만들어줄 수 있었을걸?”


“거... 거참, 뭐 그런 무서운 소리를 하냐, 다른 놈도 아니고 니가 그러니까 진짜 그럴 것 같잖아”


“진짠데?”


“그...그냐...”


잘못한건 아는지 녀석 이마에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그 모습을 잡아먹을 듯 노려보기도 잠시, 아까 전부터 궁금했던 의문 하나가 떠올랐다.


“근데, 난 왜 이따구로 태어난거냐?, 이것도 니짓 아니냐?”


“아, 그거?, 그건 내가 한건데?”


죽일까?

아니, 고민할 필요도 없다.


“미안한데 내가 좀 느리거든?, 한 5분만 그대로 있어줄래?”


“엉?, 왜...”


꿈틀, 꿈틀-

꿈틀, 꿈틀-


“뭐야, 왜 오는거...”


덥썩!


“으헤엑!, 물지 말라고!, 머리 하는대 두시간이나 걸린단 말야!”


“구궈언 눼 사줭이고, 그냥 뒈줘어어!”


“으히익!, 침!, 침흐르잖아 임마!”


“그뉘꽈 뒈쥐라궈어어어어!!”


“으허어어억!!”


웃기지도 않을 애벌래와 신의 코메디가 끝난건 그로부터 10분쯤이 흐른 뒤였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덕지덕지 떡진 머리로 투덜대던 녀석이 말해준 이야기는 한층 더 격하게 내 뒤통수를 후려갈겼다.


“지구가... 뭐 어쩌고 저째?”


“거참 이 아저씨, 두 번 말하게 하시네, 마족 애들 놀이터가 될 예정이라고, 시간은 대략 1년쯤 남았고”


“그걸 나보고 구하라고?, 이 꼴을 하고?”


“정답!, 천계에서도 말했지만 지구는 마나 농도가 너무 희미해, 니가 거기서 태어나봤자 할 수 있는게 없다고”


“잠깐, 나... 방금 뭔가 이상한 걸 들은 것 같다?, 거기서 태어나봤자?”


“어, 뭐야 아직 눈치 못챘어?”


빙글거리는 폼새가 뭔가 끔찍한 대답이 저 주둥이에서 튀어나올 것 같다.

그리고 이런 불길한 예감은...


“여기... 마계거든”


잘 틀리지 않더라고


“그게 뭔 개소리야 이 미친 신놈아!, 내가 지구로 돌려보내랬지 언제 마계로 보내달랬냐!”


“에이, 어차피 1년뒤면 지구로 갈껀데 그게 그거지, 뭐 이리 깐깐하게 구실까, 앞서 말했듯 지구에서 네가 할 수 있는게 없었다니까?”


“...까득!, 그래서 마계로 보내셨다?, 그것도 이딴 몰골로?”


“별 수 없잖아, 마족은 악한 영혼의 집합체니까 탈락, 마룡들?, 그놈들이야 천년에 한 번 태어날까 말까 한 족속들인데, 그거 기다리느니 너네 세계 망하는게 더 빠르겠다 야”


“그래도 벌레는 아니잖아 미친놈아!”


“아니, 애벌레여야만 해”


“뭐?, 그건 또 뭔...”


“너, 내가 누군지 잊었냐?”


무표정한 얼굴로 되묻는 녀석에 내 눈가가 좁혀졌다.

이놈이 꼴값을 좀 떨어 그렇지 나름 주신이었다,

말 하나하나 허투루 하지 않는 존재, 그런 놈의 말이 결코 허언일리 없다.

다만...


‘이번엔 또 뭔 짓을 시키려고...’


이놈 대가리속에는 당사자에 대한 고려 따위가 1도 없다는게 문제였다.


“...가능성은?, 지프리칸보단 만만하겠지?”


“그럴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지, 이번에 주어진 기회는 단 한번 뿐이거든”


“...그래서 뭘 하면 되는데?”


“크으...!, 내가 이래서 널 좋아한다니까?, 납득이 빨라”


“납득이 아니라 포기라 말해주지 않을래 망할 신놈아?”


“까칠하기는 흐흐흐... 네가 해줄 일은 간단해, 우선 1년간 생존, 그 뒤론 남쪽으로 내려가면 되, 간단하지?”


“1년간 생존이야 그렇다치고, 남쪽은 뭐냐?, 거기가면 뭐가 있는데?”


“글세... 그건 1년 뒤 알려주는게 더 재밌지 않을까?, 나름 동기부여도 되잖아”


“저...저...”


“그래도 분명한건 하나 있네”


신놈의 분위기가 뒤바뀌었다.

장난스런 표정은 사라지고 오싹할만큼 무덤덤한 얼굴을 해낸 녀석이 날 보며 어깨를 으쓱였다.


“네가 안하면 지구에 인간이라는 문명은 사라진다는 것”


“...협박하는 방법도 가지가지다”


“푸흡, 쫄았냐?, 쫄았지 너?, 흐흐흐흐, 하여간 재밌다니까, 어쨌든 할거지?”


“알면서 물어보지마라, 빡치니까”


“그렇게 나오셔야지 흐흐흐... 자 그럼... 거래를 시작하자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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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4화 <왠수놈과의 재회> 21.05.13 24 2 10쪽
4 3화<첫 번째 위기> +1 21.05.13 33 3 11쪽
» 2화 <거래를 시작하자고> 21.05.12 37 3 10쪽
2 1화 <깨어나다> 21.05.12 55 3 10쪽
1 The Prologue <마신을 죽이다> 21.05.12 66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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